국제

걸어서 평양 시내 속으로, 택시비는 두 달러 … 대동강변 자유롭게 활보한 사연은?

최양지

tbs3@naver.com

2018-10-0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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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출연한 정동영 의원 <사진=안경원 기자>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출연한 정동영 의원 <사진=안경원 기자>
  • * 내용 인용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3부

    [인터뷰 제3공장]

    걸어서 평양 시내 속으로, 택시비는 두 달러 … 대동강변 자유롭게 활보한 사연은?

    - 정동영 대표 (민주평화당)


    김어준 : 10.4 공동선언 11주년 방북단이 지금 북한에 가 있습니다. 그 10.4 공동선언의 주역이죠. 당시 통일부장관. 그런데 이번에 북한은 못 가셨습니다. 민주평화당의 정동영 대표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정동영 : 안녕하세요? 10.4 선언의 주역은 아니고요, 그때는 이재정 장관님이셨어요.



    김어준 : 아, 그렇군요. 주역이 아니셔서 못 가셨구나. 그 이후에 통일부장관이셨나요?



    정동영 : 그 전이죠. 그게 2007년이고요, 14년. 2년 전 2005년 9.19 공동성명 당시에.



    김어준 : 그렇군요. 저는 착각하고 있었네요, 그때 가신 걸로. 그래서 왜 10.4 기념식을 하는데 못 가셨나 했더니.



    정동영 : 그때는 한참 당내 경선하고 있었어요. 10월 15일에 후보 결정했기 때문에.



    김어준 : 네, 그러셨군요. 10.4 공동선언의 주역이라고 소개해 드렸는데 주역 아닌 것으로 지금 확인됐고. 그런데 이 앞에 평양회담 때 같이 가셨잖아요. 그때 택시 타셨다고. 그리고 아침에 나가서 대동강 산책하셨다고.



    정동영 : 사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이런 말 있는데 제가 2005년에 6.15에 갔었고, 그때특사였고, 그 뒤에 몇 달 뒤에 남북 장관급회담을 하러 평양에 갔었어요. 그때는 엄두를 못 내는 일이었는데 이번에 개인적으로 가장 가슴에 남는 기억은 평양 시내를 활보한 남쪽 주요 인사로는 최초였던 것 같아요.



    김어준 : 그게 북측에서 설마 나가랴 싶어서 잘 안 보고 있었던 건가요, 아니면 워낙 분위기가 바뀌었으니까 알고도 둔 겁니까?



    정동영 : 바뀌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제가 로비에 있던 안내원들한테 "역광장에 산책 좀 하러 갔다 오겠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고.



    김어준 : 이야기하고 가신 거예요?



    정동영 : 한참 가도 아무도 안 따라와서 '그냥 풀어 놓는구나.' 이렇게 생각하면서....



    김어준 : 그러니까 새벽이어서 아무도 없었던 게 아니라 안내원이 있었는데, 가겠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제지하지 않았다?



    정동영 : 처음에는 제가 지하층에 수영장이 있어서 수영을 한번 해 볼까 하고 내려갔어요. 갔더니 직원이 8시에 나온다고 그래서 할 수가 없으니까 다시 올라왔다가 그러면 산책이나 좀 하고 와야 되겠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내려갔죠.



    김어준 : 얘기하고 가신 거네요.



    정동영 : 로비에도 사람들이 많았고 엘리베이터 입구에 벌써 안내원이 있으니까요.



    김어준 : 그런데 그래서 호텔을 안내원한테 얘기하고 밖으로 걸어 나갔는데도, 아마도 전화해 봤을 텐데, 틀림없이 안내원이. 그런데 뒤에 따라오거나 안 된다는 말 하지 않았다. 알고 그냥 둔 거네요, 확실히? 저는 몰래 가신 줄 알았어요.



    정동영 : 그건 아니고요. 2000년 6.15 때는 김대중 대통령께서 연도의 시민들하고 악수하려는 것도 막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 경우는 첫날 연도의 시민들과 악수도 하고. 확실히 그러니까 10년 전과는 변한 거죠.



    김어준 : 대동강변까지 걸어 나가신 거죠?



    정동영 : 평양역광장 지리를 잘 모르니까 고려호텔에서 평양역광장은 현관을 나와서 오른쪽으로 100m, 200m 가면 광장이 있고 그걸 가로질러서 대로가 쭉 있어요. 한 2km쯤 걸어갔죠.



    김어준 : 한참 가셨네요.



    정동영 : 네, 한 10분~20분 걸어가니까 출근길 시민들이 막 쏟아지기 시작하는 시점이었는데....



    김어준 : 평양 일반 시민들 속에 들어가신 건 처음이잖아요.



    정동영 : 그렇죠. 보니까 거리에 청량음료라고 써진 판대매가 10m, 20m 간격으로 쭉 있는데 거기서 아침에 사 먹고 그러더라고요.



    김어준 : 돈은 없어서 못 사 드셨죠?



    정동영 : 저도 음료수를 하나 사 먹을까 그러다가. 보니까 택시도 왔다 갔다 하고 그래서 한참 가니까 대동강이 나와서 대동강변을 한 시간쯤 산책을 했죠.



    김어준 : 평양 시민들하고 대화도 해 보셨습니까?



    정동영 : 네.



    김어준 : 못 알아보죠?



    정동영 : 못 알아보죠. 10년 전 같으면 알아봤을 텐데.



    김어준 : 주요 인사가 안 된 겁니다, 이제.



    정동영 : 그렇죠. 그런데 제가 신기하게 느낀 건 별로 관심을 안 기울이는 거예요. 본 체 만 체.



    김어준 : 몰랐겠죠.



    정동영 : 차림새 같은 게 다르잖아요.



    김어준 : 차림새는 그때 어떻게 나가셨습니까?



    정동영 : 흰색 트레이닝 위아래에 운동화 신고....



    김어준 : 북쪽의 당시 평양 시민의 일반적인 차림새는 아니었던?



    정동영 : 일반적 차림새는 아니죠.



    김어준 : 노숙 패션이었습니까?



    정동영 : 노숙은 아니고 관광객쯤으로 봤을 수도 있죠. 그래서 지나가는 분들한테 사진 찍어 달라고도 하고, 또 물어도 보고.



    김어준 : 말투를 보자마자 알았을 텐데, 그때는.



    정동영 : 그렇죠. 그래서 제가 남쪽 관광객이라고 한두 번은 이야기를 했고요.



    김어준 : 놀라던가요?



    정동영 : 별로 놀라는 표정도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강변에 있는 고층....



    김어준 : 한때 장관이었다고 말씀하시지, 그때.



    정동영 : 살림집이라고 부르는 아파트, 층수를 세어 보니까 40층이 넘더라고요. "저기 누가 살아요?" 그랬더니 "과학자가 삽니다. 교원들도 삽니다." 그 빌딩에 과학화 현대화, 과학기술혁명, 이런 대목들이 눈에 띄고 그게 이른바 미래과학자 거리였더라고요. 양각도가 바라보이는 데인데....



    김어준 : 북한의 과학자랑 독립운동가랑 그리고 상이군인들이 좋은 아파트를 배정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정동영 : 그래서 학생들도 만났는데, 중3, 또 고3. 중3짜리들한테 "꿈이 뭐예요?" 그랬더니 "과학자입니다.", "국가연구원입니다." 과학자 우대 사회를 만든 것 같아요. 우리는 지금 물어보면 공무원이 제일 많이 나올텐데.



    김어준 : 그러게요. 평양 시민이면 북한에서는 교육도 제대로 받고 평양 의식 수준도 높고 생활 수준도 높을 텐데 대표님을 모른다는 것은 대표님 시대가 갔다는 얘기죠.



    정동영 : 그럴 수도 있네요.



    김어준 : 택시는 어떻게 탔습니까?



    정동영 : 쭉 걸어가면서 보니까 택시들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올 때나 택시를 타야 되겠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왜냐하면 가면 다시 돌아올 걸 생각해야 되니까. 제가 6시 반쯤 나갔는데 한 시간 반, 아홉 시가 거의 다 돼서 큰길로 나와서 택시를 잡았죠.



    김어준 : 우리랑 마찬가지로 택시를 손으로 흔들어서 잡습니까?



    정동영 : 그렇죠, 손 흔들고.



    김어준 : 돈도 없는데 어떻게?



    정동영 : 지갑은 가지고 갔죠. 달러. 거기는 북한돈은 국돈이라고 하는데 그건 안 받는다고 하고요, 달러나 위안화를 받는데 두 달러 달라고. 그런데 기본 요금이 2km에 두 달러라고 해요.



    김어준 : 두 달러라는 건 2달러죠?



    정동영 : 하나 달러, 두 달러, 이렇게 세나 봐요. 2km에 한 달러씩 올라가는 것 같아요.



    김어준 : 미터기도 있나요?



    정동영 : 미터기는 없더라고요.



    김어준 : 대충?



    정동영 : 네.



    김어준 : 대략 그 정도 거리면 두 달러다. 그래서 두 달러 주시고 택시 타고.... 그 택시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남쪽 사람이 그냥 길을 걸어다니다가 택시를 잡았는데도?



    정동영 : 관광객들을 많이 태운 느낌이더라고요.



    김어준 : 그런데 남쪽 관광객이 그렇게 자유롭게 돌아다니지는 않을 텐데 그게 놀랍지 않았나 봅니까, 북한 택시가?



    정동영 : 글쎄요. 중국 사람들이 많이 왔을 것이고 뭐, 외국인들은 있었겠죠. 택시는 아무래도 북한 평양 시민보다는 외국인들이 많이 탔으리라고 봅니다.



    김어준 : 돌아왔을 때 예를 들어서 북한 쪽의 안내원이나 북한 쪽 인사들이 왜 나갔냐고....



    정동영 : 아무도 그런 얘기 하는 사람 없었고, 제가 이제 아침 식사들 하고 있어서, 같이 가신분들. 나갔다 왔다고 했더니 다들 놀라죠. 그리고 부러워도 하고. 아, 나도 나갈걸. 그래서 내일 아침에 한번 가 보십시오. 그래서 아마 많이 나가셨을 텐데, 그런데 그날 점심 때 소문이 다 났으니까 다 부러워하고 한번 가 보겠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혹시 막을지 모른다, 이런 얘기가 있어서 점심 때 옥류관에서 냉면 먹는데 옆자리에 김여정 부장이 있었어요. 실세잖아요. 그래서 김여정 부장한테 대동강 갔다 온 얘기를 한참 했죠. 변했다.



    김어준 : 그랬더니 뭐라고 합니까?



    정동영 : 미소를 지으면서 듣기만 하는데 이렇게 이야기를 했죠. "여기 계신 분들이 내일 아침에 다 나가 보고 싶다는데 막는다는 얘기가 있어서, 막지 마십시오. 나도 오늘 갔다 왔는데." 그랬더니 "알겠습니다."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아마 백두산을 안 갔으면 그다음 날 많은 분들이 평양 거리를.... 그런데 지금 이해찬 대표랑 평양에 가 있잖아요. 그분들이 나갔는지 안 나갔는지는 나중에 들어 보면 알겠죠.



    김어준 : 김여정 부부장이 막지 말라고 하니까 알겠다고 했다는 거죠?



    정동영 : 네.



    김어준 : 보고가 됐겠죠. 보고가 됐는데 그 정도는 내버려 둬라, 이렇게 된 거 아닙니까?



    정동영 : 달라진 평양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은 측면도 있을 겁니다. 길거리에 붙어 있던 선전탑이 제가 전에 두 번 갔을 때는 살벌했잖아요. 미제국주의 타도, 강성대국, 이런 전투적인 구호들이 난무했는데 그건 일체 없었고, 다 핵심적인 구호가 그거예요. "과학으로 비약하고 경제, 교육으로 미래를 담보하자"



    김어준 : 그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인식과 고정관념으로는 그렇게 이탈하는 행위는 특사단에게 부담도 주고 혹은 위험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함부로 행동했느냐, 이렇게 비판할 수 있는데 실제 북한의 사정을 직접 겪어 봤더니 그게 아니더라는 거죠?



    정동영 : 그렇죠, 증인이 된 셈인데요. 북이 이번에 대외 정책 기조를 유엔 연설을 통해서도 밝히잖아요. 경제 발전을 위해서 평화적 외부 환경이 절박하다, 필요하다는 건데 그것은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소리 아닙니까?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에 계속 유지해 온 기조란 말이죠. 도광양회라는 것도 그렇고. 바로 최근에 노동신문도 계속해서 경제를 강조하는데, 또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빨리 비핵화를 매듭짓고 경제에 집중하고 싶다." 는 말이 정상회담에서 핵심 요소였다고 봅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 중 핵심은 "내가 미국을 속이려고 한다면 어떻게 미국의 강력한 보복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그 얘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김정은을 믿느냐,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하는 미국의 강경파나 국내 보수 야당들이 있죠. 그래서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그래서 국회회담 제안도 제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다가가서 한 것인데, 일단 가서 보면 이게 핵경제병진노선이 아니라 정말 경제집중노선으로 전환했구나 하는, 북한이 기술을 돌렸구나 하는 것을 저는 실감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그것을 누구보다도 눈으로 확인하고 직접 육성으로 확인한 사람이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어준 : 직접 거의 뭐, 2박 3일 동안 내내 붙어 있었으니까요.



    정동영 : 17시간을 만났는데 아마 절반 이상은 핵문제, 그리고 핵문제 이후에 관해서. 17시간 내내 그 얘기를 나눴겠죠.



    김어준 : 공개되지 않은 두 정상끼리만의 대화가 있었지 않습니까? 그때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참 궁금해들 하는데. 물론 비핵화에 관련된 핵심적인 내용이 있었겠죠. 그리고 나서 어제 강경화 장관이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핵목록 vs 종전선언이라고 하는 프레임에서 전환을 해서 그게 아니라 실물, 행동 중심으로, 그러니까 영변 핵시설처럼 눈에 보이는 시설물이나 행동으로 비핵화를 보여 주고, 그리고 종전선언으로. 프레임이 전환됐지 않습니까?



    정동영 : 굉장히 중요한 전환인데요. 우리의 요구고 미국도 이해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왜냐하면 과거에 실패 사례가 있잖아요. 2008년에 7월인가? 냉각탑 폭파, 그건 쇼라고 볼 수 있죠. 전 세계를 향해서 핵을 포기한다, 2005년 9.19 합의의 1조를 지킨 거예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현존하는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포기한다" 라고 선언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2008년 7월에 그걸 폭파해요. 그리고 미국은 테러리스트 지원국을 빼 주죠. 그래서 쭉 진행이 되는데 어디서 좌초하느냐 하면 핵목록 신고 리스트, 수천 쪽짜리를 제출하는데 이거에 불신과....



    김어준 : 그렇죠. 열 개 신고했는데 스무 개 있는 거 아니냐? 이렇게 해 버리면.



    정동영 : 여기서 북한과 미국 간에는 신뢰가 없잖아요. 서로 불신 대상인데 그럼 거기 막혀서 못 나가니까 지금 순서는 미국이 제기하는 것은 신고하고 그다음에 검증한 다음에 신고 목록이 사실이냐, 그다음에 사찰하고, 그리고 폐기하고. 이 순서를 상정하는 것인데 그건 과거 방식이고 지금 이번에 9.19 선언에서 제시한 게 그거잖아요. 영구적으로 폐기하겠다, 영변 핵시설을.



    김어준 : 그러니까 시설부터 부시자, 아예.



    정동영 : 그렇죠. 그런데 영변 핵시설은 사실 거기에 300개 이상 건물이 들어서 있고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에다가 핵물질, 그리고 고농축 우라늄 공장도 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핵심 시설이고 북한의 핵 능력의 71% 이상을 갖고 있는. 영변 핵시설만 사실 폐기하면 북 핵시설은 사실상 불능화되는 거란 말이죠. 그걸 내놓겠다는 거니까.



    김어준 : 미국이 원래 요구했던 거 아닙니까?



    정동영 : 그렇죠. 미국이 원했던 이른바 '불가역적' 이라는 말을 계속 강조했는데 영구적 폐기라는 게 불가역이잖아요. 그다음 비핵화라는 것은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얘기하는 것이고. 어쨌든 미국의 요구 사항이 영변 핵, 또 동창리 같은 데는 유관국 참관 아래 하겠다. 그건 참관이라는 것은 사찰과 마찬가지죠. 그래서 그 내용 속에서는 사실 미국이 요구하는 것을 다 담았다고 볼 수 있죠.



    김어준 : 이게 미국에 의해서 사실상 어느 정도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폼페이오가 가는 거겠죠?



    정동영 : 그렇죠. 월요일이죠? 7일날 가서 당일치기인데, 협상하거나 토론하러 가는 게 아니고 합의하러 가는 거죠. 북쪽의 지도자에게 직접 그것을 합의하고 확인하는 방북행이라고 봅니다.



    김어준 : 그리고 나서는 주고받을 것이 지금 윤곽은 보면 말씀하신 대로 영변 핵시설, 미국이 항상 이야기했던 게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고 거기 시멘트를 부어 버려야 된다고. 그걸 불가역적이라고 했었는데, 그걸 하고 그리고 그 플러스 알파가 있겠죠, 뭔가. 공개되지 않은. 그리고 나서 미국 쪽은 내줄 것이 개성공단이나 또는 금강산이나, 그러니까 국제 제재가 아닌 남북 간에 먼저 풀 수 있는 걸 풀게 해 주는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전망들이 있는데 그건 어떻게 보십니까?



    정동영 : 그러니까 지난 6개월 동안요, 판문점 선언,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북중 정상회담도 그 사이에 있었고. 7번 정상회담이 있었어요, 6개월 사이에. 그 과정에서 북은 한 번도 경제 지원이나 제재 완화에 대해서 얘기를 꺼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전환했죠. 지난번에 리용호 외상이 이런 얘기를 했어요. 이런 논법이에요. 신뢰 구축이라는 영양분을 먹고 자라는 나무, 그 나무는 북미관계다. 그 북미관계 개선의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가 비핵화다. 하는 논리죠. 그리고 또 이것은 싱가포르 6.12 합의의 핵심이 신뢰 구축을 통한 비핵화거든요. 그러니까 신뢰 구축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신을 신뢰로 바꿔 간다는 것인데 계속 제재를 유지하고 강화한다는 건 불신의 상징이고 불신의 표시잖아요. 그러니까 제재를 계속 강화, 유지하면서 신뢰 구축을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래서 최근에 이른바 종전선언 플러스 제재 완화가 북쪽의 요구로 드러난 거죠. 공개화된 거죠.



    김어준 : 제재 완화에 플러스 알파를 미국이 어디까지 받아들일까요?



    정동영 : 예를 들면 가장 쉬운 것은 미국 시민의 북한 여행 금지 같은 걸 해제할 수 있는 겁니다. 지금은 미국 시민권 가진 사람이 북한에 못 가게 막았거든요. 이런 걸 터 주는 것은 북한에 대해서 태도의 변화, 방향의 전환을 시사하는 거니까요. 또 우리가 지금 개성공단, 기업인들도 방북을 못 하게 하지 않습니까? 미국이 뒤에서 막고 있는 거거든요. 이런 걸 터 준다든지, 이런 것들이 하나의 신호가, 시그널이 될 수 있는 거죠.



    김어준 : 개성공단 재개 가능할까요?



    정동영 : 된다고 봅니다, 저는.



    김어준 : 탄생의 주역 아니십니까?



    정동영 : 개성공단을 닫은 것은 박근혜 시대 최악의 적폐죠.



    김어준 : 왜 닫았는지 아직도 아무도 모르고 있는데.



    정동영 : 미스테리인데 그걸 진상을 밝혀야 됩니다. 2016년 2월 8일 NSC회의 때까지 한마디없었거든요. 그런데 48시간 뒤에 닫아 버렸거든요.



    김어준 : 왜 닫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정동영 : 그게 최순실 의혹이 좀 있어요.



    김어준 : 그거밖에 설명할 길이 없어서 다들 최순실의 구상이었을 것이라고 말은 하는데....



    정동영 :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알고 있죠. 왜 그 이틀 전까지만 해도 NSC 회의에서 한마디도 안 나왔던. 왜냐하면 2006년, 2009년, 2012년, 2016년, 1, 2, 3, 4차. 4차 핵실험까지 개성공단은 예외였습니다. 안보리 제재 결의 때마다 이것은 제재 대상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박근혜 정권의 개성공단 폐쇄 조처로 스스로 유엔 제재의 틀 속으로 들어간 거죠.



    김어준 : 그렇죠. 유엔에서 그건 예외로 해 줬는데 그걸 우리가 문 닫아서, 그러니까 다시 열어도 본전에 불과한 것이 되긴 했습니다만. 왜 닫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안 풀리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정동영 : 공장장께서 그걸 좀 집중적으로 파헤쳐 주시기 바라고요. 이번에 평양선언에서 두 정상이 그 내용 중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 정상화에 합의한 것은 굉장히 의미가 있고,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을 제 관점에서 보면 김정은 위원장이 다리를 불살랐다.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고, 문재인 대통령 역시 저는 다리를 불살랐다고 생각합니다. 두 지도자가. 무슨 얘기냐 하면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관계가 북미관계의 부수물이 아니다." 부수효과가 아니다, 하는 건 굉장한 의미를 가진 선언이죠. 그것을 이번에 남북 정상이 한 거죠. 그러니까 지금까지는 핵문제는 북한과 미국이 풀 문제라고 하고 한국은 빠져 있었는데 그것이 아니라 남북 간에 핵문제를 진전시키고 이것을 국제사회에서 주의를 받고 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거죠.



    김어준 : 북한도 남쪽에 그런 역할을 위임한 거 아닙니까?



    정동영 : 남쪽이 만일 박근혜 정부나 이명박 정부라고 하면 북이 비핵화 엄두를 낼 수가 없습니다. 남쪽에 비수를 든 막강한 세력이 있는데 어떻게 그 마음을 낼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사실 이번 평양정상회담의 핵심은, 하이라이트는 백두산 천지라고 생각해요. 제가 제 자랑 같습니다만....



    김어준 : 자랑할 기회가 많이 없으니까 하십시오.



    정동영 : 일주일 전에 청와대에서 정상회담 준비 자문단 회의 때 제가 몇 가지 얘기하면서 "꼭 백두산에 가십시오."



    김어준 : 대표님의 아이디어였다고 자랑하시는 거예요?



    정동영 : 아니, 아니. 뭐 아이디어는 있으셨겠지만, 그런데 문 대통령 표정을 보니까 빙긋이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고 '뭔가 진행되고 있구나' 생각했어요. 그 뜻은 뭐냐하면 한반도 문제 한반도인 결정권을 상징한다. 물론 미국이 중요하지만, 중국이 중요하지만 우리가 미국이나 중국 내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지만 한반도 문제의 주도적 당사자는 우리라는 것을 백두산 천지에서 두 정상이 손잡는 것 이상으로 어떻게 상징할 수 있겠습니까?



    김어준 : 사실 이게 큰 전환이라는 게 과거에는 북한이 핵문제는 미국하고 풀 문제지 남한은 끼어들지 말라고 했단 말이죠. 그런데 이번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문제의 풀이를 위탁한 거 아닙니까? 당사자로 같이 인정해 준 거잖아요. 그게 큰 전환인 거죠.



    정동영 : 미국은 사실 북한을 잘 알면서도 모릅니다만, 한국말 모르잖아요. 한국 역사를 압니까, 문화를 압니까?



    김어준 : 뉘앙스도 모르고.



    정동영 : 그러면 결국은 북한 입장에서 미국과 일 대 일로 붙으면 부딪히게 마련이에요.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우리가 한미동맹이고 또 남북 공조가 이루어지고 그러면 북미 간 협상을 촉진할 수 있는 거죠.



    김어준 : 지난 십 년 이상 주 전공이 남북문제인 분으로서 이번에 북미 정상회담, 북미 간의 실패 역사도 쭉 잘 아시는 분으로서 북미 정상회담이 중간선거 전에 열릴까요? 후에 열릴까 요?



    정동영 : 10월 아니면 11월인데....



    김어준 :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고, 전에 합니까? 후에 합니까?



    정동영 : 그런데 정치인 트럼프 대통령의 정무적 판단, 그러니까 11월 6일에 중간선거 전에 북미 2차 정상회담이 도움이 된다고 하면 서두르겠죠. 그렇지 않으면 11월일 테고요.



    김어준 : 대표님, 그건 저도 할 수 있는 얘기고요. 결론을 내 주셔야죠.



    정동영 :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읽을 사람은 없죠. 점성술사 말고는. 트럼프한테 달린 거죠.



    김어준 : 모르겠다는 말씀이시고. 그러면 남북, 북미관계에 있어서, 평양 또 금방 갔다 오신 분으로서 남들은 모르는 내가 이건 알려 줄게, 이런 거 없으십니까?



    정동영 : 미국의 강경파가 문제인데....



    김어준 : 운동복 입고 나가신 거 말고요.



    정동영 : 핵문제는 이렇게 이해해야 합니다. 첫째, 이건 관계의 산물이잖아요. 적대관계, 불신관계. 그러니까 출발은, 북한의 문법은 이런 거죠. 미국을 믿을 수 없다. 물론 미국도 북한을 못 믿죠. 서로 못 믿는 건데, 못 믿는 상대인데 미국은 북한에게 공포입니다. 두려움의 대상이에요. 그런데 그 두려움의 대상이 자신들 표현으로 핵침공 연습을 벌입니다. 적이잖아요.



    김어준 : 북한의 관점에서 보는 거죠, 지금.



    정동영 : 네. 그럼 북한 입장에서 자신들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불신의 대상이고 자신들을 적대하는 미국과 관계를 풀어야 살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미국은 관심이 없는 것이고 또 그들이 꿰뚫어보는 것은 미국의 국익이 현상 유지에 있다고 보는 겁니다. 현상 타파가 아니고. 그러니까 이 상황을 계속 질질 끌고 간다고 보는 거예요. 그렇다고 보면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두 가지 길, 하나는 항복하느냐, 하나는 대항하느냐. 결국 핵무장을 해서 스스로 지켜야 된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고. 결론은 뭐냐?



    김어준 : 그게 지난 25년이었고.



    정동영 : 그렇죠. 핵을 완성하면 그때 협상할 때가 올 것이다. 협상할 때가 온 거죠. 이제는 내려놓는 것을 얼마나 실익 있게 내려놓느냐 하는 과정에 돌입한 것이죠. 이 과정에서 지금 미국 내에 두 가지 견해가 있는 거죠. 이번 기회에 북을 완전히 비핵화하고 정말 세계 평화에 기여하겠다는, 이게 트럼프 대통령 생각이기도 하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주류, 미국의 외교안보 엘리트들의 생각은 미국의 안보 이익은 어디에 있느냐. 현상 유지에 있습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그러니까 북이 계속 악당으로, 불한당으로 남아 있는 것이 군비를 강화하고,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미일동맹을 강화하고, 한미일 삼각동맹을 완성하고 그렇게 해서 사드 배치를 하고.



    김어준 : 무기를 팔고.



    정동영 :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이 두 가지가 충돌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은 미국의 민주당을 설득하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미국 민주당은 지금까지 그래도 외교적 개입,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북한 문제를 풀어야 된다는 입장을 가졌는데 지금 바뀌었어요.



    김어준 :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민주당이 더 강경파가 된 거 아닙니까?



    정동영 : 네. 그러니까 김정은에게 속으면 안 된다. 말하자면 불한당 같은, 악당같은 김정은의 위상만 높여 주었다. 그래서 싱가포르 회담이 실패작이다, 이렇게 말하는데 실패작이 아니라고 항변하는 사람은 미국 내에 대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한 사람이란 말이죠.



    김어준 : 어떻게 해결합니까?



    정동영 : 사실 11월 중간선거 끝나면 평화의원외교단, 3차 방미가 되는데요. 민주당 의원들을 집중적으로 만나려고 생각합니다. 당신들은 한국말 못 하지 않느냐. 북한 잘 모르지 않느냐. 또 깊이 있게 관심도 없었고요. 그래서 공공외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어준 : 그리고 마지막 질문인데, 남북 국회회담. 여기에 자유한국당이 참여하느냐, 안 하느냐. 바른미래당까지는 참여하는 것으로 분위기가.... 자유한국당이 참여는 안 할 것 같은데요, 지금까지 분위기로 봐서는.



    정동영 : 저는 할 것 같은데요? 이미 시절이 바뀌었잖아요. 본인들도 알 겁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어떻게 보면 시대착오적인 그런 반응을 하고 있습니다만, 그래서 남북관계가 제대로 가려면 남남 통합이 제일 중요하고 남남 통합의 맨 앞에 여야 초당적 협력이 있는 것인데 이때 초당적 협력을 안 하면 어떻게 합니까?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김정은 위원장에게 남북 국회회담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했고 정상회담 전날 저녁 만찬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가서 헤드 테이블에 인민무력부장 노광철, 통일전선부장 김영철, 김영남 위원장, 우리 쪽에 몇몇 인사와 함께 3당 대표가 있었어요. 제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자리에 사실은 5당 대표가 있어야 하는데 두 보수 야당이 들러리 서기 싫다면서 안 왔습니다. 그런데 남북관계가 전면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 5당이 다 참여하는 남북 국회회담이 필수적으로 필요합니다. 올 연말 안에 평양에서 남북 국회회담을 꼭 여십시다." 이런 제안을 했는데 그때 반응이 그거였어요. "남북 국회회담이 열리면 결실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얘기를 했었어요.



    김어준 : 그러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이후에나 그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네요.



    정동영 : 지금 실무적인 접촉을 하고 있죠. 그래서 저는 올해 안에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김어준 : 알겠습니다. 안 되면 다 정동영 대표 책임인 것으로.



    정동영 : 될 겁니다.



    김어준 : 자, 오늘 여기까지 하고요. 남북문제에 관해서는 할 말이 많으신 분이라. 대동강은 나가신 거 이외에 오늘의 알짜는 그거였습니다. 대동강은 북한이 아는데도 말리지 않았다.



    정동영 : 택시비 두 달러.



    김어준 : 택시비 두 달러, 여기까지였고요. 앞으로도 남북문제 진행되면 다시 모시기로 하겠습니다. 국내 정치 이야기는 다른 기회에 다른 시간 잡아서 나누기로 하고요.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동영 : 네, 감사합니다.



    김어준 :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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