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줄줄이 문 닫는 터미널...교통약자 이동권 보장하려면

정진명 기자

jeans202@tbs.seoul.kr

2023-01-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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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에서 '문 닫는 터미널' 줄이어


    최근 경기도 성남종합터미널과 고양 화정터미널이 폐업을 선언하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 구분없이 '문 닫는 터미널'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전국여객자동차터미널사업자협회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폐업한 버스터미널을 집계했더니 전국적으로 19곳에 달했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 3곳, 강원‧충북 1곳, 전북 3곳, 전남 7곳, 경북 4곳입니다.


    김정훈 전국여객자동차터미널사업자협회 사무총장은 "서울이나 인천 등 수도권에 위치한 대형터미널은 대부분 상가 임대료로 버티고 있지만 성남종합버스터미널이나 지방에 있는 군 터미널은 전체 수입 중 매표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습니다.

    고속철도와 자가용 등 대체 교통수단으로 이용객 급감


    2004년 문을 연 성남종합버스터미널은 성남시민 뿐만 아니라 서울과 경기도 지역 주민의 교통 수단입니다.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둘 다 운영하고 있어 수도권에서도 규모가 큽니다.

    하지만 수서발 SRT가 개통하고 코로나19로 자가용 운전자가 증가하는 등 다양한 대체 교통수단이 생기면서 2019년 하루 평균 6천700명이던 승객 수는 현재 3천500명까지 줄었습니다.

    터미널 운영사는 재정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 1월 1일 터미널을 폐업했고, 현재는 임시터미널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현장에 가보니 기존 터미널로 진입하는 곳곳은 바리케이드로 막혀 있었습니다. 대신 건물 정문 앞 도로에 버스 6대를 세울 수 있는 임시 터미널 승차장이 마련돼 있었습니다. 인근 상가 건물에는 임시 매표소가 들어섰는데 발권기 5대와 스무 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간이의자가 설치됐습니다.

    이용객과 버스기사는 불편, 상인들은 막막


    기존 터미널이 흉물처럼 변하자 이용객들의 불편도 커졌습니다. 암 수술 후 정기검진을 받기 위해 전주 덕진구에서 올라온 형병수 씨는 "지하철 역에서 올라와 임시 매표소를 찾는 데 꽤 헤맸다."며 "건물 안에 여기저기 출입 저지선이 쳐있어서 몸을 구부려야 해 관절이 안 좋은 노인들이 다니기 힘들다"고 호소했습니다. 또 "임시터미널은 공간이 협소하고, 터미널 내 화장실은 폐쇄돼 터미널 이용이 불편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경기도 평택에 사는 김민선 씨도 "기존 터미널은 넓었는데 임시 터미널은 좁고 사람들이 많은데다 가까이 있는 화장실도 쓰지 못 쓰니까 좀 아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들 뿐만이 아닙니다. 전주행 고속버스를 운전하는 김모 씨는 "주차할 곳이 없어 30분 정도 떨어진 모란시장 내 공영주차장까지 가 버스를 세워야 한다"며 "너무 피곤해서 임시터미널과 가까운 길목에 버스를 세웠다가 주정차 위반 과태료를 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취재진이 실제 공영주차장까지 가봤는데 3km 정도 되는 거리였지만, 차가 많아 길이 막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로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도 있습니다. 성남버스터미널에서 위탁을 받아 버스 운행을 하던 김진남 씨는 "1월 13일자로 8명이 해고됐다"고 말했습니다.



    터미널 건물에 입주했던 상인들도 울상입니다. 이들은 난방이 들어오지 않은 어두컴컴한 건물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데 인근 상권이 다 죽었다며 하소연했습니다. 호두과자를 파는 김명애 씨는 "터미널 폐업이라는 플래카드를 크게 걸어놓고 출입구에 출입제한이라고 써놔서 사람들이 장사를 안하는 줄 안다"며 "코로나19 때보다 매출이 80% 이상 떨어져서 버티기 힘들다"고 고충을 털어놨습니다.

    상인들은 성남시가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합니다. 국수를 파는 이은선 씨는 "바깥에 임시매표소가 생기면 터미널 안 상인들이 죽는다고 말했고 성남시가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지 시청에 찾아가서 물어봤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수도권 터미널도 폐업 피해가지 못해


    수도권의 '문 닫는 터미널'은 성남시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고양 화정터미널 상황도 비슷합니다.
    고양 화정터미널은 오는 5월 폐업을 앞두고 있는데, 예전에 운영되던 100여 개의 노선이 현재는 강릉, 충주, 전주, 춘천 등 4개 노선으로 축소됐습니다. 버스도 노선 당 하루에 2~3대만 운영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버스가 적어 배차 간격이 넓어진 탓에 터미널 이용객들은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리거나 기다림을 못 이겨 떠나갔습니다.


    십 수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도 우리처럼 민간사업자가 터미널을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경영 적자 문제를 겪으면서, 일본도 터미널 운영 방식을 조금씩 고치기 시작했습니다. 조규석 한국운수산업연구원 부원장은 "일본도 10~15년 전까지만 해도 민간이 운영했지만, 터미널 사업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지자체가 운영을 맡았다"며 "터미널 내 호텔, 백화점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입점시켜 현대식 복합시설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정훈 전국여객자동차터미널사업자협회 사무총장은 "각 나라마다 터미널이 나온 유래가 달라 다른 나라와의 단순 비교는 힘들다"며 "처음에는 버스가 유일한 이동 수단이었지만, 5년마다 국가 철도 기본망 계획을 세우면서 철도 인프라가 계속 확대됐고 터미널 산업은 상대적으로 위축됐다"고 분석했습니다.

    '공영버스터미널'의 현실과 필요성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버스통계편람을 보면, 연도별 버스 수송 인원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습니다. 2019년 54억6천만 명이던 버스 수송 인원은 2020년 39억9천만 명, 2021년 39억2천만 명을 기록했고, 지난해 1월에서 10월까지는 35억천 만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용객 감소는 터미널 수익과 바로 이어지죠. 김정훈 전국여객자동차터미널사업자협회 사무총장은 "터미널 수입은 뻔한데, 들어갈 돈은 많다"며, 현재 충주, 당진, 태안군 세 곳을 뺀 나머지 공영버스터미널도 적자 예산을 편성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적자 운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자체 입장에서도 터미널 운영을 떠안게 되는 것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성남시 도로교통과 관계자는 "시가 공영버스터미널을 운영하려면 부지 매입으로 인한 예산 부담도 있고, 조례도 바꿔야 하고, 시민 의견도 청취해야 하는 등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여러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지만, 공영버스터미널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는 바로 '교통약자의 이동권' 때문입니다. 시민들은 공영버스터미널이 적자 예산이라도 운영되어야 한다고 입모아서 말합니다. 광주광역시 남구에서 온 성준우 씨는 "학생이라 KTX, SRT 이용하는 것보다 버스가 저렴해 많이 이용한다"며 "여전히 버스를 이용하려는 시민이 많기 때문에 공영버스터미널로 바꿔서라도 운영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대구광역시 북구에서 사는 김현우 씨는 "집으로 가는 KTX, SRT가 없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버스가 대신해줘서 좋다"며 "버스를 잘 이용하는 분들, 특히 노인에게 버스터미널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2022년 12월 기준으로 전국 304곳의 버스터미널 중 공영버스터미널은 모두 48곳입니다. 지역 분포를 보면, 부산, 인천, 세종 등 특광역시가 4곳, 경기 6곳, 강원 8곳, 충북 2곳, 충남 6곳, 전북 2곳, 전남 12곳, 경북 3곳, 경남 4곳입니다.

    터미널의 경쟁력 키울 방안은

    터미널의 생존 전략은 정부, 지자체, 민간 사업자가 함께 고민하면서 터미널 자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합니다. 편의, 부대시설 등이 포함된 복합센터 개발이라는 방안이 나오고 있지만, 현행 법령상 규제로 가로막혀있습니다.
     

    버스터미널은 국토교통부 규칙에 따라 '자동차정류장'의 여객터미널 시설로 분류되는데 해당 부지에 설치할 수 있는 편의시설은 매점이나 주유소 등 운송업과 관련된 시설로만 제한돼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철도나 다른 버스 노선이 중첩된 대규모 터미널은 국가통합교통체계효율화법에 따라 복합환승센터로 개발할 수 있지만 지역에 있는 중·소규모 터미널들은 지정된 목적 이외에는 운영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노후화된 터미널을 개선시키고, 이용 편의 차원에서 터미널 내에 부대시설을 다양하게 허용해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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