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격무 시달리는 택배기사들…선물 같았던 하루

문숙희 기자

moon@tbs.seoul.kr

2020-08-1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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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앵커멘트 】
    올해 상반기에만 택배기사들 7명이 과로로 숨졌습니다.

    택배노조는 과로로 숨진 이들이 5명 더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요.

    쉼 없이 달리고 있는 이들의 삶, 택배기사들의 노동환경은 어떨까요?

    문숙희 기자가 직접 들어봤습니다.

    【 기자 】
    "택배물품 분류에만 많게는 7시간이 걸려요. 그런데 분류 작업비는 안줘요. 공짜로 일하고 있는 거예요."

    택배기사들, 배달만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배달하기 전에 물품을 분류하는 작업까지, '공짜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택배 물량이 많아지면서 분류 작업에 들어가는 시간은 늘었는데 택배회사는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데 손을 놓고 있습니다.

    "건당 850원이었던 배달수수료가 750원으로 깎였어요. 계속 깎일까봐 불안합니다."

    물가는 매년 오르는데, 택배기사가 받는 배달수수료는 동결되거나 오히려 깎이기도 합니다.

    임금 근로자들은 회사와 임금 인상 협상을 할 수 있지만, 특수고용노동자인 택배기사들에게는 사실상 협상의 기회가 없습니다.

    "일하다 넘어져서 눈두덩이가 찢겨 열한 바늘을 꼬맸어요. 일하다 다친 건데도 의료비는 다 제가 부담해야 했죠."

    일하다 다쳐도, 아파도 치료비는 택배기사가 감당해야 합니다.

    특수고용노동자인 택배기사에겐 산재보험 가입이 의무사항이 아닌 선택사항.

    택배회사들은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려고 택배기사의 보험 가입을 꺼려합니다.

    "일하느라 가족들이랑 하루 한끼 식사도 못해요. 같이 사는데도 아이들 얼굴은 일요일 하루만 봐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택배기사들, 아침 7시부터 밤 9시까지 주 6일을 근무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당일배송'에 '새벽배송', '심야배송' 시장이 커지면서 더 격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쉬는 게 간절한 이들의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해 주요 택배사들이 이례적으로 오늘(14일) 하루를 '택배 없는 날'로 지정했습니다.

    28년 만에 첫 평일 휴가를 맞은 택배기사들, 오늘 하루 잘 쉬었을까요?

    제가 이들의 하루를 함께 했습니다.

    【 기자 】
    근무 8년 만에 처음 맞는 평일 휴가, 택배기사 김선호 씨는 아픈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는 데 사용했습니다.

    우리말이 서툰 아내가 의료진과 소통하기 어려워 병원 방문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오늘 같이 갈 수 있게 된 겁니다.

    가족에게 미안했던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습니다.

    【 인터뷰 】 김선호 / 택배기사
    "평범한 직장을 다녔더라면 월차를 내서라도 병원에 갔겠지만 지금 택배 일을 하다보니까 아기한테도 미안하고 아내에게도 미안했는데 이런 계기가 돼서 아빠 노릇도 할 수 있어서 좋고. 꿀맛 같은 시간이죠."

    이광우 씨는 아내와의 여행에 한껏 들떴습니다.

    일하느라 신혼여행도 못 갔고 당일치기 여행만 가끔 한 게 전부인데, 결혼 9년 차에 처음으로 2박 3일 여행을 떠나게 됐습니다.

    이 씨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합니다.

    【 인터뷰 】 이광우 / 택배기사
    "무주하고 합천해서 거제도까지 해서 2박 3일 계획하고 있거든요. 잠을 한 숨도 못 잤어요. 너무 기분이 들떠서. 전국에 있는 택배기사들이 다 쉬는 날이다 보니 마음 편하게 갔다 오는 게 너무 뿌듯하고 좋은 것 같아요."

    코로나19로, 장시간 노동으로 지쳐있던 택배노동자들은 오늘 하루 가족과 소중한 추억을 쌓고 달콤한 휴식을 즐겼습니다.

    TBS 문숙희입니다.

    #택배없는날 #장시간_공짜노동 #택배기사_과로사
    #특수고용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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