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얼어붙었던 부동산 시장에 다소 온기가 돌면서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1년 전과 비교해 5배 가까이 껑충 뛰었습니다.
하지만 빌라나 다가구, 오피스텔 등 이른바 '비아파트' 시장은 여전히 침체를 겪고 있는데요.
특히 지난해 전세사기 사태의 진원지인 서울 강서·양천지역의 빌라촌은 극도의 거래 절벽 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강훈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지난해 전세사기, 깡통전세 사고가 집중 발생한 서울 양천구 신월동.
낮시간 공인중개사무소를 돌아보니 손님이 있는 곳을 찾기가 힘듭니다.
"예년 같았으면 가을 이사철에 속하는 성수기이지만, 이 지역의 빌라 매매·전세 거래는 꽁꽁 얼어붙은 상태입니다."
신월동의 다세대·연립주택은 2년 전엔 한 달에 160건 넘게 매매되기도 했는데, 최근엔 월 20~30건을 간신히 채우고 있습니다.
한때 월 150건을 넘겼던 전세 거래도 최근엔 60건 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김옥순 /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서울남부지부 양천지회장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됐었을 때에 비하면 거래량이 10분의 1도 안 되죠. (전에는)한 달에 한두 건 거래했던 상황이라면 (지금은) 1년에 한두 건 할까요? 거의 없어요. 거의 실종이라고 보시면 돼요. 저희도 참 답답하고 힘들죠."
찾는 이가 없으니 빌라 가격은 계속 떨어져, 당초 2억 7,000만 원에 나왔던 한 매물은 2억 원까지 호가가 떨어졌습니다.
깡통전세 사태가 빚은 빌라 기피 심리가 상당 부분 영향을 주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 인터뷰 】 김옥순 /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서울남부지부 양천지회장
"그게 영향이 없을 수 없죠. 이미지 각인이 사람들한테 돼버렸고, 워낙 대대적으로 뉴스에서 나와서 사람들이 그렇게 인식을 많이 하니까요. 깡통전세의 이유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어요. 영향은 당연히 미치죠."

서울 강서구 화곡동 주택가 <사진=TBS>
지난해 서울에서 전세보증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강서구 화곡동은 보통 월 200~300건의 빌라 매매 거래가 나왔지만, 최근엔 월 100건 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매월 500건 안팎 나오던 전세 거래도 최근엔 300건 대로 저조합니다.
화곡동의 침체는 이른바 빌라왕 문제와 엮였던 신축빌라 영역에서 두드러집니다.
【 인터뷰 】 김상우 /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서울남부지부 강서구지회 부지회장
"지금 신축 빌라는 거의 거래가 없어요. 만약 거래가 된다면 구옥 빌라, 옛날 빌라들, 전용면적이 좀 넓은 것들, 몇 년 된 것들. 그런 것들은 꾸준히 거래가 되고 있어요. 그런데 예년보다는 못하죠. 그래서 사실은 부동산들이 많이 힘들어요."
심지어 경매시장에 나온 초저가 매물도 외면을 받으면서 시세가 고점에서 80% 이상 대폭락한 매물도 속출했습니다.
유찰을 거듭하다 보증기관 마저 대항력을 포기한 서울시내 경매 물건 60여 건 중 '3분의 2'인 40여 건이 화곡동에서 나왔습니다.
현재 화곡동과 신월동은 곳곳에서 신통기획이나 모아타운 등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지만, 이 역시 투자성 매수 수요를 끌어당기기엔 역부족입니다.
【 인터뷰 】 김옥순 /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서울남부지부 양천지회장
"예전 같으면 조금만 이슈만 있어도 막 투자자들이 몰리고 막 이렇게 좋은 매물 있으면 연결해달라고 저희들한테 따로 부탁하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개발 계획들이 발표돼도 움직임이 없는 게 저희도 이상할 정도예요."
【 인터뷰 】 김상우 /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서울남부지부 강서구지회 부지회장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인해 고객들이 좀 관망하는 거죠. 만약 여기에 재건축이 된다고 해도 아파트 가격 호황기 때처럼 마치 로또에 당첨된 것 같은 느낌이 아무래도 좀 덜해지다 보니까 예전보다는 관심들이 좀 적어진 건 사실이에요."
이러한 상황은 장기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위축된 빌라 전세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한, 매매 거래도 침체를 피할 수 없다는 진단입니다.
【 인터뷰 】 박원갑 /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집주인이 기존 전세 세입자를 내보내려면 새 전세 세입자가 들어와야 하는데 세입자는 깡통전세 공포로 월세를 원하다 보니 집주인과 세입자 간 수급 불일치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요. 전세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우니 갭투자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래서 비아파트는 매매든, 전세든 당분간 불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때문에 서울 아파트와 빌라 시장은 당분간 큰 온도차를 보이는 가운데, 빌라 전세 기피에 따른 월세 강세 현상도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전망입니다.
TBS 이강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