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외교·4대강 등 대규모 국책사업 국가기록물 관리 엉망…실태는? - 이소연 원장 (국가기록원)

김새봄

tbs3@naver.com

2018-01-1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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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의뉴스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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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내용 인용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2부


    [인터뷰 제 2 공장]
    자원외교·4대강 등 대규모 국책사업 국가기록물 관리 엉망…실태는?
    - 이소연 원장 (국가기록원)


    김어준 :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자원외교, 4대강. 엄청난 세금이 들어간, 예산이 들어간 사업들이죠. 그런데 이 사업들에 관한 기록물이 거의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처음으로 공공기관 기록물 실태조사를 진행한 한국국가기록원 이소연 원장님 전화연결 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이소연 : 안녕하세요.

    김어준 : 반갑습니다. 오랜만입니다.

    이소연 : 예, 보고 싶었습니다. 전화니까 못 보지만.

    김어준 :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작년에 뉴스공장에 출연하셔서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문서관리, 엉망이다. 그런 얘기를 해 주셔서 큰 웃음을 주셨었는데, 그런데 국가기록원장에 취임하셨더라고요. 일단 축하드리고요.

    이소연 : 고맙습니다.

    김어준 :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이 수장이 된 건 처음이라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이소연 : 맞습니다. 46년 만에 처음입니다.

    김어준 : 대단한. 그런데 민간인이 수장이 됐으니까 공무원들의 시각이 아닌 민간인으로 꼭 하고 싶었던 일들, 평소에 전공이기도 하셨고. 그런 일들이 있었지 않았겠습니까?

    이소연 : 제일 중요한 게, 국가기록원에 대한 정보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 회복이라고 그러면 옛날에 굉장히 가졌다가 뺏긴 것 같은데, 신뢰를 쌓을 틈이 없이 지난 10여 년간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면서 무너졌거든요. 그걸 세우는 게 제가 꼭하고 싶은 일입니다. ‘저기다 맡기면 되겠다.’ 정부 입장에서는, 청와대도 그렇고 각각 공공기관도 그렇고, ‘우리의 소중한 업무로부터 만들어진 기록을 잘, 많이 생산해서 저기다 맡기면 잘 관리 해 주겠구나.’라는 믿음이 필요하고요. 아무데나 확 까 주고, 죄송합니다. 깐다는 말이 또 나왔는데, 어쨌든. 정권이나 힘 있는 사람이 요구하는 대로 막 휘둘리면서 다 내놓겠다 싶으면 누가 기록을 생산해서 주겠어요? 또 국민들 입장에서는 ‘저 기관은 어쨌든 이런 저런 큰 힘이 있어도 휘둘리지 않고 더 많은 기록이 생산되도록 촉구, 지원도 하고 감사, 감독도 하고. 그렇게 해서 잘 만든 기록을 잘 넘겨받아서 관리하고 있다가 그 내용 그대로를 법적으로든 문화적으로든 진본으로 인정할 수 있는 상태로 잘 관리하다가 국민들이 원할 때 내놓을 기관이다.’ 라고 하는 그 실력을 국민들이 인정해 주지 않는다면 국가예산 엄청나게 들여서 국가기록원이 기록을 관리하다가 갖고 있던 기록에 대한 요청이 있을 때 내놨는데 그게 ‘원본이냐? 너네 이거 고쳤지? 너네 실력 없어서 이거 변경되도록 허용했지?’ 그렇게 믿으면 일하는 의미가 하나도 없는 거죠.

    김어준 : 자, 원장님. 그런데 그 문제의식은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제 국가기록원이 그동안 일을 잘 했는지, 더 나아가서 공공기관들이 제대로 문서를 그러한 기준에 맞게 생산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최근에 자원외교 관련된, 그리고 4대강 관련된, 그리고 세월호 관련된 기록물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실태조사를 하셨다고 제가 들었는데.

    이소연 : 어제 발표했습니다. 국무회의 상정되면서.

    김어준 : 왜 이쪽 기록물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조사하기로 결정하신 겁니까? 애초에.

    이소연 : 사실은 이런 일은 국가기록원이 그동안 계속 해온 일이에요. 공공기록물관리법 19조에 보면 ‘중앙기록물 관리기관의 장’ 다시 말하면 국가기록원장입니다. ‘국가기록원장은 공공기관 기록물의 관리 상태를 정기적으로, 또는 수시로 점검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법에 있고요. 이 조항을 구체화하는 시행령에 별표 1에 보면 특히 주목해서 지도 감독해야 될 기록물이 어떤 거냐면. 300억 이상의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주요 정책사업, 그 다음에 국민적인 관심사가 모이는 사업. 그 다음에, 이게 한 장짜리 굉장히 많은 조항들인데 그 중에 이 세 가지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내용을 제가 말씀드리는 거죠. 국토의 형질을 변경시킬 정도의 대규모 국가사업.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김어준 : 4대강에 딱 맞는 거네요.

    이소연 : 이런 것을 저희가 법에 따라 했어야 되고, 그동안 사실 안한 것은 아닌데 국가기록원직원이, 행안부 직원이 3천 명인데 국가기록원 직원이 320명이에요. 굉장히 큰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이 법조항에 따라서 지도감독 해야 되는, 정기 수시점검 해야 되는 대상기관이 1500개입니다. 저희는 행안부에 소속되어 있는 소속기관일 뿐이지만, 기관 위상은, 저희가 감독해야 되는 대상이 되는 기관은 청와대, 입법부, 사법부를 다 망라하는 1500개 기관이에요. 그러니까 이 기관을 아무리 정기적으로 수시로 정기점검하라고 해도 일체 한 번에 매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때그때 영역을 잡아서 할 수밖에 없고, 해 왔던 일인데 다만 올해의 차이점은 뭐냐 하면, 예년에는 이렇게 점검해서 나온 결과가 충격적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크게 문제시할 수 있는, 어떤 기관으로서의 자신감, 또 기관의 구조 같은 것은 없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행정직 문화 안에서는 일을 크게 키우기보다는 조용히 자연스럽게 무마하는 업무의 관행이나 문화가 있기 때문에.

    김어준 : 원장님이 오셔서 자신감 있게 빵빵 터뜨리시는 거군요, 한 마디로.

    이소연 : 그렇죠. 사실 업무자체는 제가 와서 한 게 아니에요. 저는 11월 29일 날 발령을 받았고 이 점검은 작년.

    김어준 : 알겠습니다. 그 사항은 다 알겠는데, 시간이 다 지나가고 있어서 중요한 내용, 그래서 실태조사를 하셨어요. 하셨더니, 예를 들어서 자원외교에 33조가 들어갔는데 구체적으로 석유공사 같은 경우에는 2조짜리가 4조짜리로 변했는데 300억 이상만 돼도 문서를 자세히 생산해야 되는데 이 관련문서가 없더라. 이런 발표가 있었는데.

    이소연 : 보니까 특히, 이 자원외교 관련한 내용은 주요 투자에 관련된 결정사항을 심의하는 리스크관리위원회가 석유공사 말고도 광물자원공사나 가스공사 같은 곳에서 다 어떤 투자의 내용이나 액수를 변경할 때는 회의를 하도록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하도록 되어 있는 모양이에요. 그런데 회의록이 생산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고, 가스공사 같은 경우.

    김어준 : 회의록이 아예 생산이 안됐어요?

    이소연 : 예. 횟수가 1회에서 14회. 18일에서 20일의 회의록이 생산되지 않았어요. 석유공사 같은 경우에는 1조에서 2조로 투자금액을 변경하면서 그런 회의를 했다고 하는 기록은 있는데, 회의할 때는 회의 자료라는 것을 만들잖아요, 안건 별로. 그 안건에 대한 자료가 기록물로 등록되어 있지 않아요. 그러니까 회의를 했다는 것은 있는데 어떤 논의사항을 거쳐서 이렇게 투자금액을 늘렸는지에 대해서는 기록이 없는 거죠.

    김어준 : 1조가 더 들어가는 회의인데, 회의 내용이 없는 거군요.

    이소연 : 회의록을 분실한 경우도 있었고요, 광물자원공사 같은 경우는. 그런데 이제 기자 분들이랑 국민들이 제일 궁금해 하시는 건, 그럼 이 중에, 이런 기록관리 부실의 내용 중에 어떤 것이 의도적이냐. 무단파기냐, 무단으로 은폐하려는 의도냐. 그걸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제일 많이 물어보시던데.

    김어준 : 그렇죠. 왜냐면 보통 여기 뉴스공장이 진행되는 tbs도 공기관이기 때문에 예산가지고 엄청 얼마 안 되는 것 가지고 굉장히 짜게 굴거든요. 기록으로 다 남겨야 되고.

    이소연 : 저희 직원들도 한 1000만원 정도가 변경돼도 원장결재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합니다.

    김어준 : 당연하죠. 나중에 책임져야 하니까. 그런데 1억도 아니고 10억도 아니고 100억, 1000억도 아니고 조가 변경되는데 아무런 기록이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안 가거든요.

    이소연 : 그런데 저희 조사의 목적은, 저희 조사는 이런 식으로 해요. 저희 목적이 ‘주요 결정사항에 대해서 입안부터 종결까지의 당연히 나와야 하는 기록들이 만들어 졌나.’라는 걸 보기 때문에 조사방식이 기본적으로는 공공기록법을 준수하는 방식으로 내부규정이나 규칙이 만들어져 있는지를 제일 처음 보고요. 만들어져 있는 내부규정과 지침에 따라서 기록을 생산하고 등록하고 관리하였는지를 보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 기록에 담겨져 있는 내용이나, 기록에 담겨져 있었어야 되는 내용이나, 아니면 이것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파기되었는지에 대해서 조사할 수 없는 권한도 없고 그런 걸 밝혀낼 수 있는 조사방식도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의 후속조치가 각종 감사기관들에게 감사요청을 하는 거죠. 기관의 시정조치 뿐만 아니라. 기록관리 감사라는 것은 과거에 벌어진 일을 밝히는 내용이라기보다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한 기록을 더 철저하게 만들도록 하는 그런 내용입니다.

    김어준 : 이해했습니다. 그건 이해했고요, 이해했고 충분히. 그러니까 국가기록원이.

    이소연 : 그런데 잠깐, 마지막에 끝나기 전에 저한테 잠깐 시간 주셔야 돼요. 대반전 뉴스 있습니다.

    김어준 : 그래요?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기록원은, 규정을 준수했는지 확인하고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한다든가 이렇게까지밖에 할 수 없는 한계는 이해했고요. 그런데 이렇게 조사를 쭉 하다 보니 책임회피를 위해서 누군가 고의로 없앴을 가능성. 이것은 그냥 개인적인 견해를.

    이소연 : 있긴 있다. 있긴 있을 거다. 굉장히 많은 건수를 저희가 발견했어요. 사실 저희가 처음 원장으로 와서 제가 한 일은 아니지만 장관님께 제가 보고를 할 때 장관님이 물어보신 게 그거예요. ‘이게 다 의도적인 거라고 보냐. 원장, 대답해 보세요.’ 저의 대답은 ‘그런 것도 있지 않을까, 저희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기록관리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 혹은 꼭 해야 한다는 의식이 없어서 벌어진 일도 굉장히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한, 아무렇게나 퍼센트 얘기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70~80%는 그럴 거고요.

    김어준 : 그런데 이렇게 민감한 거면 의도적으로 없앴다고 의심받을 만하지 않습니까? 충분히.

    이소연 : 그럴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공무원들이 업무를 하는 관행 중에는 대부분의 담당 직원들은 업무에 대한 기록을 남기려고 해요.

    김어준 : 당연하죠. 공무원들은 항상 그렇던데.

    이소연 : 의도적 파기 같은 것은 담당직원들의 범위를 넘어서서 지시 같은 것이 있어야 되는데 지시가 남아있기 어렵잖아요. 그리고 또 하나는 공무원들이, 저도 쭉 보면, 공무원들 중에 ‘내 업무는 세상에서 중요한 업무니까 모든 기록을 다 남겨야 되고 이거 다 연구야.’ 하고 주장하시는 계열의 분들도 계시고, 기록 남겨봤자 문제만 되지 유리할 것 없으니까 가능하면 좀 덜 남기고.

    김어준 : 원장님, 물어 보면 워낙 달변으로 길게 얘기하시니까. 2분밖에 안 남았기 때문에 반전 알려주세요, 반전.

    이소연 : 대반전. 내일, 저희도 혁신TF라는 게 있었어요. 돌아갔어요. 기록원이 어쨌든 새로 태어나야 하니까요. 내일 아마, 원장은 전임원장님도 저도 논의에 참여하지 못하는 구조였어요. 독립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 내일 그 분들이 기자회견을 하시는데, 거기서 이 혁신과정에서 개선해야 될 점,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찾으려고 조사를 하다보니까 국가기록원의 기록이 하나도 없더라.

    김어준 : 다른 데에 없는 게 문제가 아니라 국가기록원에도 기록이 없더라.

    이소연 : 저희가 그래서 기록관리 당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까 말단직원들에게 표적이 가는 것이 제일 걱정 되는 거예요, 발표 하면서도. 기록관리 실태에 대해서 경종을 울려야 되기 때문에 크게 갑시다. 제가 우겨서 보도도 하고 크게 가긴 하는데, 그것의 희생자가 말단 직원들, 특히 기록관리전문요원들, 내부에서 실권도 없고 기록관리 업무 하게 허용도 못 받았던 사람들이 다 공격받을까 봐 걱정이 돼서 특정기관에 주목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데. 지금 어쨌든 생산기관, 각급기관에서 있는 기록관리 전문요원들은 ‘국가기록원 너네나 잘 해.’ 이게 10년 동안 있었던 일이에요. 그래서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이제 곧 사과문도 쓸게요.

    김어준 : 원장님, 이해했습니다.

    이소연 : 대반전입니다. 내일 아침에 뉴스도 나옵니다.

    김어준 : 국가기록원에서 지금 석유공사라든가, 광물자원공사라든가 가스공사 뒤져봤더니 조 단위 돈을 쓰면서도 기록물이 하나도 없더라. 이렇게 지적을 하셨는데, 오늘. 내일 국가기록원 내부TF 결과가 나오는데, 국가기록원에도.

    이소연 : 변명은 하나 있어요. 국가기록원도 법상 우리는 기록관설치 의무대상기관은 아니에요. 근데 이 기록관을 설치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 동안에 리더십, 기록원의 책임지는 분들은 그걸 허락하지 않은 거예요.

    김어준 : 원장님, 원장님 책임이 아니라 이전 시스템 책임이었다고 제가 이해하고요.

    이소연 : 아니, 현재 거기서 붙박이로 일하시는 분들의 책임이 아니라는 거죠.

    김어준 : 그렇죠. 그 이전의 장의 책임이었다고 저는 이해하겠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하고 다시 한 번 연결할 게요

    이소연 : 자주 봬요.

    김어준 : 이소연 국가기록원 원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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