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인싸_이드] 꿀벌 집단 실종 미스터리, 범인 심층 분석!

조주연 기자

piseek@tbs.seoul.kr

2022-03-14 16:25

프린트 122



  • 최근 전국적으로 수십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진 것에 대한 민관 합동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농촌진흥청은 오늘(14일) 최근 양봉농가의 월동 꿀벌 피해는 꿀벌응애류, 말벌류에 의한 폐사와 이상 기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농촌진흥청의 발표를 토대로 병충해와 기상 요인, 꿀벌의 면역력, 꿀 생산량, 양봉 농가의 수 등 악순환의 고리가 됐던 여러 연쇄적 요인들을 분석해봤습니다.

    ▶ 왜 꿀벌은 해충을 이겨내지 못했나?

    꿀벌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해충, 꿀벌응애. 꿀벌의 유충과 번데기, 성충에 기생하면서 체액을 빨아먹어 꿀벌이 제대로 크지 못하게 하고, 봉군(벌무리) 자체를 폐사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조사에서 이 꿀벌응애가 대부분 피해 봉군에서 관찰됐다고 밝혔습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지난 2019년 조사한 국내 꿀벌응애 감염 현황을 보면, 전체적인 국내 응애 감염률은 93.6%, 꿀벌응애와 가시응애의 중복 감염률은 68%로 나타났습니다. 해충은 매년 있었고, 그 피해 또한 항상 있는데, 이 해충이 이번 꿀벌 집단 폐사 실종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 이유는 뭘까요?

    병해충의 피해를 줄이려면 먼저, 꿀벌 자체가 건강해야 하고, 둘째, 약제 등을 사용해 적절한 시기에 방제해야 합니다. 지난해는 이 두 가지가 모두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죽은 벌 <사진=TBS>]  

    ▶ 경쟁과 이상 기후에 지쳐버린 꿀벌

    꿀벌의 면역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꿀입니다. 설탕물을 주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꽃꿀에는 설탕과 달리 각종 미네랄과 아미노산, 여러 가지 폴리페놀류의 항생 물질이 있습니다. 또 야생의 각종 꽃가루가 꿀벌의 성장과 면역 활동에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이 중요한 꿀의 생산량이 줄었습니다.

    국립농업과학원 자료를 보면, 2018년 1만 592톤에 달했던 천연꿀 생산량이 2020년엔 4,643톤으로 급감했습니다. 꽃이라는 자원은 한정돼 있는데 꿀벌 수는 늘었고, 이상 기후 탓에 꿀을 채취할 수 있는 시간은 줄었기 때문입니다.

    양봉업은 상대적으로 낮은 진입 장벽과 적은 노동력 투입량 등이 장점으로 꼽힙니다. 이 때문에 양봉 농가와 봉군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보면, 꿀벌 사육 가구 수는 2013년 2만 가구에서 2019년 거의 3만 가구로 폭증했고, 같은 기간 벌통 수도 176만 군에서 274만 군으로 100만 군 넘게 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꿀벌 밀도는 제곱킬로미터에 17~20통. 전 세계에서 가장 높습니다. 두 번째로 높은 나라인 터키가 제곱킬로미터에 7통 정도의 수준이라고 하니 상당히 높은 밀도죠. 밀도가 높을수록 경쟁은 심해지고, 꿀벌의 건강은 나빠집니다.

    날씨도 꿀벌을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날이 따뜻하고, 꽃이 펴있어야 꿀을 따는데 꽃은 피지만 추운 봄, 따뜻하지만 꽃이 없는 겨울이 이어졌습니다.

    2020년 1월은 전국 기상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3년 이래 가장 따뜻했고, 한창 꽃을 찾아다닐 4월엔 1907년 이래 가장 늦은 봄눈이 내리고 시속 100km의 강풍이 몰아쳤습니다. 2021년 1월엔 영하 12도부터 영상 7도를 오가며 역대 가장 큰 변동 폭을 기록했고, 4월엔 한파주의보가 발효됐습니다.

    ▶ 적절한 시기·양을 놓친 방제

    꿀이 부족해 면역이 약해진 꿀벌. 방제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꿀벌응애 방제 방법 중 가장 흔한 건 약제를 뿌리는 겁니다. 하지만 큰 단점이 있는데요, 살충제이기 때문에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꿀벌에게도 좋지 않고, 해충은 점점 내성을 갖게 되며, 꿀 등 생산물에도 약제가 남는다는 점입니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양을 사용해야 하는데 꿀 생산을 8월까지 이어오면서 약제를 뿌리는 시기도 밀렸습니다. 우리나라 벌꿀의 70~80%를 차지하는 아카시아꿀은 5월 한 달만 생산되고, 밤꿀 등 다른 꿀도 6월이면 생산이 거의 마무리됩니다. 이후에는 설탕을 벌에게 먹여 나온 사양꿀입니다.

    농촌진흥청은 2021년 8월까지 사양 꿀과 로열젤리 생산으로 적기 방제가 미흡해 겨울을 나기 전 일벌 양성 시기에 응애류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일부 농가에서는 꿀벌응애가 잡히지 않아 여러 약제를 최대 3배 이상 과도하게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텅 빈 벌통 <사진=TBS>]  

    ▶ 가뜩이나 지쳤는데, 겨울 날 준비도 못했다

    꿀벌은 공 모양으로 뭉쳐서 추운 겨울을 납니다. 뭉치면 온도가 36도 정도로 유지되는데, 추운 바깥쪽에 있는 벌과 안쪽에 있는 벌이 수시로 교대하는 방식입니다. 겨울을 잘 보내려면 충분한 수의 꿀벌이 월동 준비에 들어가야 하는데 제대로 준비할 여건이 갖춰지지 못했습니다.

    해충 응애와 포식성 말벌류는 월동 봉군 양성 시기 8~9월에 최대로 번식하는데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방제가 미흡해 해충의 세력은 더 컸습니다. 이상 기후도 영향을 미쳤는데, 지난해 9~10월에는 저온 현상이 발생해 꿀벌이 잘 크지 못했고, 11~12월에는 고온으로 꽃이 이른 시기에 개화하는 현상이 나타나 봉군이 약화했습니다.

    초겨울 기온이 따뜻하면 체력을 아껴 월동 준비를 해야 하는 꿀벌이 뭉치지 않고 꽃가루 채집 등을 위해 밖으로 나옵니다. 꿀벌의 수명은 일할수록 줄어듭니다. 당연하지만 그 차이가 생각보다 큽니다.

    한창 일을 하는 여름에는 45일, 그 외의 기간에는 3개월, 겨울나기 위한 벌은 6개월 정도입니다. 겨울나기를 위한 벌이 일을 하게 되면 그만큼 빨리 죽게 됩니다. 또 초겨울 날씨가 따뜻하다고 해도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급격히 기온이 떨어지면 막상 나간 꿀벌은 추운 바닥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합니다.


    [꽃에 앉은 벌 <사진=TBS>] 

    ▶ 정부 대책은?

    이 각각의 요인들이 복합적이고 연쇄적으로 작용해 수십억 마리의 꿀벌이 이번 봄을 맞지 못했습니다. 양봉 업계, 그리고 꿀벌의 수분 활동으로 열매를 맺어야 하는 많은 식물의 피해는 상당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등 관련 기관은 우선 양봉 농가의 조속한 경영 안정과 피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종합적인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 경영 회생 자금과 농축산 경영 자금 등 지원 사업을 안내하고, 꿀벌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해 가축 방역 대응 지원 사업을 활용해 꿀벌 구제 약품이 신속히 지원되도록 조치했습니다.

    농촌진흥청은 꿀벌응애 친환경 방제 기술과 드론 이용 등 검은말벌 조기 방제 기술을 개발하고, 월동 꿀벌 관리기술 자료 발간과 배포를 통해 현장 기술 지원 등을 확대할 방침입니다. 이상 기후 상시화에 대비한 꿀벌 관리 연구 개발과 기술 보급도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도 응애 구제제 적정 사용 요령 교육을 확대하고, 질병 조기 진단과 기생성 응애류의 최적 약제 선발을 강화합니다. 산업체와의 공동연구로 안전성과 효능이 뛰어난 천연물 유래 응애 구제제를 개발할 계획입니다.

    (이번 월동 벌 피해 민관 합동 조사는 농촌진흥청, 농림축산검역본부, 지자체, 한국양봉협회가 합동으로 지난 1월 7일부터 2월 24일까지 전국 9개 도 34개 시·군 99호 양봉 농가를 대상으로 실시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제공 tbs3@naver.com / copyrightⓒ tbs.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122 카카오톡 페이스북 링크

더 많은 기사 보기

개인정보처리방침  l  영상정보처리기기방침  l  사이버 감사실  l  저작권 정책  l  광고 • 협찬단가표  l  시청자 위원회  l  정보공개

03909 서울특별시 마포구 매봉산로 31 S-PLEX CENTER | 문의전화 : 02-311-5114(ARS)
Copyright © Since 2020 Seoul Media Foundation TB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