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인싸_이드] 의사 없어서 문 닫은 투석실, 지금 병원은

백창은 기자

bce@tbs.seoul.kr

2022-05-1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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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원이 텅 비었습니다.

    【 인터뷰 】조승연 / 인천광역시의료원장
    "(투석실에 환자를 못 받은 지 얼마나 되신 거예요?) 두 달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아무리 (의사) 공고를 내도 문의조차도 없는 상태입니다. 환자는 있고 시설도 다 있는데 사람이 없는 거죠. 일할 사람이."

    다른 병원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 인터뷰 】이상운 / 일산중심재활병원장
    "간호사 선생님 뽑기가 너무 어렵고요. 의사 선생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당직 설 때가 굉장히 많습니다. 사람이 없으면 무조건 병원장이 서야죠."

    이렇게 의료진이 귀해진 이유는 코로나19 때문입니다.

    코로나19 환자를 보기 위해 생활치료센터 등으로 파견됐던 인력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 인터뷰 】이상운 / 일산중심재활병원장
    "당직비 같은 경우는 5~6년 전에 비해 3배 정도 올랐다고 보면 됩니다. 국가적 위기는 극복을 하는 게 우선이니까 (코로나19 유행 때는) 다 감내했던 거죠. 그런데 감내하고 보니까 현장이 이렇게 엎어진…."

    파견된 코로나 의료진에게 많은 임금을 주면서 비코로나 환자를 보는 의료진의 인건비도 덩달아 올랐습니다.

    【 인터뷰 】임준 공공의료본부장 / 국립중앙의료원
    "손실 보상금이 어떻게 보면 독과 같은 것일 수 있는데. 인건비에 대한 보상, 이런 요구들이 커질 가능성이 있고 이게 현실적으로 나타났다고 봐야 하겠죠."

    코로나19 사태 내내 이어졌던 간호사의 잇따른 사직도 여전합니다.

    대부분 상급종합병원이 코로나19 병동 규모를 늘리는 과정에서 간호 인력이 부족해지자 다른 과에 있던 간호사를 데려오기도 하고, 신규 간호사를 코로나19 병동에 배치했습니다.

    그렇게 2년이 지나고 최근 코로나19 병동을 줄이면서 간호 인력 재배치가 이뤄지고 있는데.

    【 인터뷰 】김모 간호사(음성 변조)
    "호흡기내과 환자들이잖아요. 코로나19는. 근데 간호사들이 다시 본 병동으로 옮기면 외과 환자를 보게 되는 상황인데 주어진 교육 기간은 단 3일밖에 없어서. 아무리 경력 간호사라고 한들 내과 환자만 보던 간호사가 처음 보는 수술 환자를 봐야 해서 계속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나거든요. 수술실에서 뒤늦게 준비되지 않은 게 발견된다든지. '현장에 어떤 간호사가 남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해요. 계속 그만둬서 이제는 그만둔다고 해도 이유를 굳이 안 묻는."

    경력을 시작하자마자 바로 코로나19 병동에 배치됐던 신규 간호사도 다른 병동으로 옮기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 인터뷰 】김모 간호사(음성 변조)
    "새로운 진료과 환자를 봐야 하는 신규 간호사에게는 충분하지 못한 교육 시간이 주어졌어요. 한 간호사가 병동에 일하려면 최소 두 달 이상의 교육이 필요한데 짧으면 일주일, 길면 3주밖에 안 되는 기간에 새로운 업무를 다 익혀야 해서 교육 기간에 그만두는 신규 간호사도 많고. 일 시작하고 얼마 안 돼서 응급 사직하는 신규 간호사도 정말 많이 있어요."

    일상을 되찾겠다는 정부의 다짐.

    그러나 병원의 일상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의료 인력의 적정한 수와 적절한 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던 의료계의 근본적인 문제가 코로나19 사태로 더 심화했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지역의 취약 계층 등이 이용하는 공공병원이 가장 위태롭습니다.

    코로나19 유행 때 큰 역할을 했지만,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어려워졌습니다.

    【 인터뷰 】조승연 / 인천광역시의료원장
    "공공병원은 주인이 돈을 버는 병원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필수 의료 서비스인데 여기가 무너진다면 마치 전쟁에 대비한 군대가 무너지는 것과 마찬가지거든요."

    수익에 영향을 받는 민간 병원보다 공동체를 위해 존재하는 공공병원이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의료 인력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데 전국의 공공병원은 41곳.

    1945년 해방되기 전보다 고작 한 곳 더 늘었습니다.

    【 인터뷰 】임준 공공의료본부장 /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병원과 관련된) 이런 부분들을 한국 사회에서는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정부가 투자해 본 적은 없어요. 우리 생각해 보시면 해방 이후에 먹을 거 하나도 없었잖아요. 먹고 살 거리가 없었고 정부는 의료에 투자할 여력이 전혀 없었던 거죠. 보건소 같은 영역에서만, 일부 서비스는 어쩔 수 없으니까 투자를 했지만, 치료 서비스와 관련된 것은 정부가 투자하지 않았다.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형성되기를 기다린 거죠."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방법뿐입니다.

    【 인터뷰 】임준 공공의료본부장 / 국립중앙의료원
    "서구도 민간 병원이 많지만 서구의 민간 병원은 정부 돈으로 운영하는 민간 병원이에요. 유럽 같은 경우는 시설 장비를 상당 부분 정부가 직접적으로 투자를 해주죠. 이런 인프라가 없으면 (민간 병원한테) 공적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죠. 공공병원의 수준도 올려주고 (공공병원이) 없는 곳은 확충하고. 민간 병원도 공익적 역할을 하는 부분들은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아직 진행 중이고, 언젠가 제2의 코로나도 찾아올 겁니다.

    제대로 대비하지 않는다면 우리 의료 체계의 일상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TBS 백창은입니다.
    (bce@tbs.seoul.kr)

    연출 맹혜림
    취재 백창은
    촬영 류지현 고광현
    CG 김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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