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인싸_이드] 제주 바다 미스터리…수상한 물고기, 사라지는 어부

김하은 기자

hani@tbs.seoul.kr

2022-05-3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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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20년 이내에 급격하게 심각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고요."

    "우리 마을에도 11척이 있었는데, 이제는 우리 배 하나만 남아있어요."

    제주 바다에 무슨 일이?

    ▶ 제주 바다, 아열대 어종 급증

    제주시 조천읍 앞바다.

    어민이 전날 미리 던져놓은 통발과 그물을 들어 올립니다.

    하나둘씩 물고기가 걸려 올라오는데,

    고준철 연구원 /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
    "거북복 올라온다. 이 거북복이 아열대 어종이에요."

    고준철 연구원 /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
    "대만이나 오키나와에서 사는 애들이에요. 제주도에 10년 전쯤에 와서 지금은 제주도 전체 연안에 다 살고 있고, 개체 수도 상당히 많아요."

    주황빛에 푸른 광택을 내는 호박돔, 가시에 독을 가진 독가시치도 보입니다.

    모두 예전에 제주 바다에서 볼 수 없었던 아열대 어류입니다.

    거북복, 호박돔, 독가시치 외에도 제주 바다에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아열대성 어류는 75종.

    하지만 최근 현장에선 아열대 어종이 83종까지 늘었다고 보고합니다.

    고준철 연구원 /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
    "1990년대 말경부터 제주도에 아열대 어종이라든가 아열대 생물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고, (특히) 2000년도를 기준으로 해서 아열대 어종이 많이 나타났습니다."

    약 30년이 지난 지금 제주 바다에 사는 물고기 중 절반 이상은 아열대성 어류입니다.

    ▶ 한반도 기온 상승 = 세계 평균의 두 배?

    아열대 어종이 늘었다는 건 그만큼 바다가 따뜻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주 바다의 수온은 지난 36년 동안 2도 올랐고, 특히 겨울철 수온은 무려 3.6도나 상승했습니다.

    박상률 교수 / 제주대학교 해양생명과학과
    “겨울철 수온이 조금씩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고, 2019년부터는 15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제주도뿐만이 아닙니다.

    해수면 평균 온도의 상승은 우리나라 연근해 전체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53년간 우리나라 연근해 연평균 표층 수온은 1.27도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연평균 표층 수온 상승률의 무려 약 2.4배 높은 수치입니다.

    ▶ 수온 상승으로 사라진 명태

    한반도 주변 해역이 점차 뜨거워지면서 우리 바다에서 자취를 감춘 어종도 있습니다.

    바로 명태입니다.

    1986년 이전까지만 해도 10만 톤 이상 잡혔던 명태는 1989년 이후 2만 톤 수준으로 감소하더니 이제는 한반도 바다에서 아예 자취를 감췄습니다.

    지구 가열, 과도한 어획.

    명태 실종의 원인을 두고 제시됐던 여러 가지 가설들.

    그런데, 최근 지구 가열로 인한 동해안 수온 상승과 해류 변화가 명태 어획량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조양기 교수 /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 1980년대 전반보다 북서풍이 크게 약해집니다. 동해안에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동한난류라는 따뜻한 해류가 있는데 이게 더 북쪽으로 강하게 올라갈 수 있었던 거죠. 따뜻한 동한 난류는 명태 산란지의 수온을 크게 상승시켰습니다. 1980년대 전반과 비교해서 1980년대 후반이 수온이 2도 정도 원산만을 기준으로 상승했습니다. 명태 산란 지역의 면적이 크게 줄었고요."

    명태 외에도 도루묵, 임연수어 등 한류성 어종은 어획이 줄었고, 고등어, 삼치, 멸치와 같은 난류성 어종은 오히려 어획량이 늘었습니다.

    ▶ 기후 위기로 해조류도 감소

    지구 가열이 초래한 기후 위기로 피해를 보는 건 물고기만이 아닙니다.

    수온 상승으로 우리나라 모든 연안에선 해조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자원의 보고였던 제주도 바다에선 미역, 다시마, 감태 등 해조류가 귀해졌습니다.

    박상률 교수 / 제주대학교 해양생명과학과
    "감태 등 대형 갈조류들이 해수온이 낮은 상태에서 잘 자라는데, 해수온이 증가하면서 성장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바로 생식 단계로 들어가서 녹아버리는 거죠."

    해조류 감소는 바위가 하얗게 변하는 갯녹음, 이른바 백화 현상으로 이어졌습니다.

    박상률 교수 / 제주대학교 해양생명과학과
    "해조류가 없어지다 보니까 다른 생물이 (바위에) 달라붙지 못하고, 거기에 달라붙을 수 있는 (것은) 아열대에서 우점종인 석회조류인데, 그 석회조류 위에 해조류가 달라붙지 못하는 거죠. 그래서 그 지역에 백화 현상이 점점 심하게 나타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백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해조류는 더 자라기 힘들어졌고, 은신처를 잃은 물고기는 더는 제주 바다에 살 수 없게 됐습니다.

    부동전 선장 / 제주시 북촌읍
    "해조류는 제주도 일대에서 우도 다음 북촌이 수초가 많고 어획물이 제일 많은 고장이었는데, (북촌의) 해조류가 거의 다 전멸 상태예요. 그래서 고기가 은폐를 못 하니까 산란을 못 하죠. 어획량이 줄어들어서 우리 마을에도 (배가) 11척이 있었는데, 이제는 우리 배 하나만 남아있어요."

    ▶ '우리들의 바다'를 지키는 방법

    악순환을 끊어낼 방법이 있을까.

    지난 2014년부터 실시된 (동해)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 그리고 지난 2009년에 시작된 바다숲 조성 사업.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바다를 살리기 위해 실시한 사업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정석근 교수 / 제주대학교 해양생명과학과
    "기후 변화로 이미 서식지가 위로 올라가는데, 고성 앞바다에 (명태 치어) 뿌려봤자 러시아 쪽으로 다 올라가 버리고, 인공 어초나 바다숲 사업도 전혀 효과가 없다는 게 지난 40년 동안 보이고 있는데도…."

    이제 우리는 변해버린 바다를 되돌리기 위해 애쓰기보단 기후 위기에 적응하며 지금의 바다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정석근 교수 / 제주대학교 해양생명과학과
    "앞으로 이제 기후 변화에 대응하려면 기후 변화는 우리가 받아들여야 해요. 그건 거스를 수가 없거든요."

    박상률 교수 / 제주대학교 해양생명과학과
    "사실 기후 변화를 인간의 변화로 막는다는 건 불가능하고, 그럼 이제 방법은 사실은 속도를 늦추는 것이 방법인데요. 보존하는 지역을 여러 개를 더 늘려서 면적을 점점 늘려가면서 그렇지 않은 지역에 충분하게 자원을 공급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을 조성해준다면 기후 변화에 의해서 변하는 지역을 줄이는데 어떤 역할을 하지 않을까."

    기후 위기와 관련한 과학적 데이터를 축적하고 중·장기 양상을 파악해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할 때.

    지금 상황을 고려한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 식탁에서 익숙한 물고기가 사라지는 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바다 사막화, 한류성 어종의 실종, 해조류 감소.

    뜨거워진 지구를 견디지 못하고 사라지는 생물들.

    바다는 점점 기후 위기에 대응할 힘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인간이 망쳐 놓은 기후.

    그 재앙이 식탁의 변화로 눈앞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TBS 김하은입니다

    연출 맹혜림
    취재 김하은
    촬영 고광현
    CG 김진하
    뉴스그래픽 김지현 장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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