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인싸_이드] 죽은 지구에 공연은 없다

조주연 기자

piseek@tbs.seoul.kr

2022-08-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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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전 매년 열리던 가수 싸이 흠뻑쇼.

    하지만 역대급 가뭄 속에서 한 번의 공연에 300톤의 물을 쓴다는 발언은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하늘을 수놓던 축제의 상징, 불꽃놀이는 대기오염, 스모그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며칠, 몇 달간의 화려한 공연, 그리고 그 이후 화려함은 쓰레기로 남습니다.

    가뭄, 대기오염, 쓰레기, 그리고 기후 위기.

    "죽은 지구에 공연은 없다"

    기후 위기 시대, 공연 예술 산업의 발걸음은 어느 방향으로 향해야 할까요?

    # "무대 위 탄소의 무게"

    경험, 현장성을 중시하는 공연 예술은 기후 위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최지원 팀장 / 기후변화센터 지식네트워크팀
    "다 같이 모여서 공연을 즐기고, 순간적인 교감에 대해서 굉장히 가치를 부여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사실 많은 사람이 동시에 한 장소에 모여야 하고, 또 (공연 예술은) 짧은 시간에 많은 재원을 투자해서 최고의 효과를 내는 것을 최상의 가치로 여겨왔거든요. 관객이 공연을 보기 위해 이동하는 교통수단, 무대 장치, 조명이나 음향을 켜기 위해서 많은 에너지가 또 소요되고…."

    공연 하나가 무대에 오르기 위해 다양한 소품과 의상, 홍보를 위한 포스터, 프로그램북을 제작해야 하고, 조명, 음향 등 다양한 기술이 쓰여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많은 탄소가 발생하고, 많은 쓰레기가 버려지죠.

    공연장도 탄소를 배출합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자료를 보면, 2019년 기준 공연장 한 곳당 1년에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로 환산했을 때 786톤에 달합니다.

    전력, 가스, 수도 사용량과 폐기물 배출량을 종합해서 계산한 수치입니다.

    공연을 보기 위한 이동, 또 공연하기 위한 이동은 어떨까요?

    공연계 탄소 발자국의 78%가 공연 관람을 위한 관객의 이동에서 나온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해외 투어를 하게 되면, 공연 관계자와 모든 소품은 탄소를 내뿜는 비행기로 이동해야 합니다.

    기획, 제작, 상연, 유통까지.

    공연이 남기는 수많은 탄소 발자국을 지우려면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 "기후 위기의 시간, 지금 우리는"

    올해 초, 국립극단에서 선보인 연극 <기후비상사태: 리허설>.

    "왜 하필 기후 위기 시대에? 왜 하필 기후 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왜 내가 하게 됐을까? 왜 우린 이런 시대에 태어나서 이런 짐까지 짊어지게 된 걸까?"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고, 더 절망적인 상황이 되었잖아요. 비상사태의 경종이 계속 울리고 있는데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겠는 거죠."

    무대 위에서는 기후 위기 문제를 조명하고, 무대 뒤에서는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전윤환 연출 / <기후비상사태: 리허설>, <자연빵> 연출
    "제작 과정에 있어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고 각 분야에서 굉장히 노력을 해오셨어요. 국립극단 창고에 있는 대도구, 소도구, 의상을 재활용했고, 무대 같은 경우도 작화나 페인팅을 하지 않아서 다음에 재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택했어요. 조명은 극장에서 전력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것 중 하나인데, 그동안 사용했던 조명기 개수의 30%를 덜어내고, LED 조명을 최대한 사용하는 방식으로 하고…."

    한 달 조금 안 되는 기간의 공연 후 나온 폐기물은 130톤으로 추정됩니다. 이중 일반폐기물 3.5톤. 재활용 폐기물 126.2톤이죠.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없는 공연, 더 큰 규모의 공연은 그럼 얼마나 더 많은 폐기물을, 탄소를 배출할까.

    궁금하지만, 알 수 없습니다.

    국내에서 폐기물량과 탄소 발자국을 공연 단위로 산정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니까요.

    # "지속불가능한 무대에 저항하라"

    무대에서 나오는 탄소의 무게를 줄여라.

    지속가능한 공연을 고민하라.

    지구 반대편 영국에선 꽤 흥미로운 노력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박지선 /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영국 런던에 국립극장이 있어요. 탄소 중립 극장으로 선언하고 환경 정책을 홈페이지에 내걸고 노력하고 있는데 탄소 중립 극장이라는 것이 제작할 때 탄소만 줄이겠다는 방식이 아니라 건물, 조직의 운영 방식, 제작 방식, 유통까지 모든 것에서 지금까지의 관행이 아닌 새로운 방법으로 극장을 운영하고 관객과 만나겠다….“

    풍력과 태양광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고, 빗물 저장 탱크에 모인 빗물을 사용하고, 무대 자재 중 절반은 재활용품을 활용합니다.

    식당에서는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식재료의 탄소 발자국을 줄인 메뉴를 선보이고, 기념품 가게에서는 꿀벌이 극장 일대에서 모아온 '내셔널 시어터 꿀'을 팝니다.

    영국의 밴드 ‘콜드플레이’는 지난 2019년, 해외 투어 공연이 환경에 주는 부담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투어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지원 팀장 / 기후변화센터 지식네트워크팀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투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때까지 투어를 중단하겠다고 선언을 해서 당분간 그들의 공연을 볼 수 없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한 2, 3년 만에 지난해(2021년) 10월에 다시 투어 계획을 발표했고 총 12개 분야에 걸쳐서 본인들이 찾은 지속가능한 환경적 대안을 아예 웹사이트로 공개하면서 돌아왔죠."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고, 무대 효과를 위한 종이조각은 생분해되며, 유해성을 크게 줄인 불꽃을 활용합니다.

    또 공연장 안과 밖에 키네틱 마루를 설치해 팬들의 움직임이 에너지로 전환되도록 했고, 팔린 티켓의 장수만큼 나무를 심습니다.

    # “기후비상사태를 탈출하라”

    영국에서는 최근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극장과 관계자들이 모여 '시어터 그린북'을 만들었습니다.

    일종의 매뉴얼, 가이드북으로, 지속가능한 작품 제작, 지속가능한 건물,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한 노력과 실천 방식을 담고 있습니다.

    이런 논의가 실제로 공연 예술 산업에 적용되기 위해선 현장이 함께 변화해야 합니다.

    박지선 /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모든 관계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요. / 조금 더 전문적인 인력이 나타난다고 하면, / '지속가능성 매니저'라는 새로운 영역의 인력이 예술 산업 분야에서 좀 만들어지면 좋겠다. / 극장의 건물 구조부터 시작해서 / 작품의 창작, 유통까지 모든 과정 안에서 지속가능성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계속 새로운 제안을 이제 던져주고, 방법을 찾고, 찾은 방법을 또 외부와 교류하면서 확산하는 역할을 하는…."

    최지원 팀장 / 기후변화센터 지식네트워크팀
    "문화 예술계에서도 많이 관심을 가지고 정부가 시행하는 탄소 중립 정책의 혜택을 입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 공연 예술 분야에 특화된 기준이 더 만들어질 수 있을 텐데 그런 부분은 사실 그냥 일반 분야에서는 알 수가 없어서 못 하는 것도 있을 수 있거든요. 문화예술인들이 어떤 부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더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공연 예술 산업에서 관객이 갖는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관객이 직접 변화를 요구하는 것도 효과적이죠.

    이다연 활동가 / 케이팝포플래닛 Kpop4Planet
    "제로에미션(Zero-Emission) 콘서트를 요구하는 온라인 캠페인을 진행했는데요. 콘서트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라이브 콘서트의 본질을 흐리지 않으면서도 이제 탄소 배출을 절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게 저희 캠페인의 메시지였어요. 저탄소 콘서트가 열리면 당연히 갈 것이라는 의미도 있었고, 국내 엔터테인먼트사에 이러한 방법으로 그런 저탄소 콘서트를 해달라는 메시지도 있었습니다."

    예술가와 관객은 공연을 통해서 소통하면서 우리가 마주한 문제에 질문을 던지고, 대안을 상상해 왔습니다.

    기후 위기 시대, 공연 예술은 싸이 흠뻑 쇼의 대안을 묻는 질문에 어떤 상상을 하게 될까요?

    취재·구성 조주연
    영상 취재 윤재우 전인제
    영상 편집 김희애
    뉴스그래픽 김지현 홍해영
    CG 김용은
    장소제공 세종문화회관, 국립극단

    #공연예술 #지속가능한공연 #연극 #뮤지컬 #콘서트 #기후비상사태 #기후위기 #국립극단 #케이팝포플래닛 #콜드플레이 #싸이흠뻑쇼 #싸바나 #인싸이드 #조주연 #조주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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