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인싸랑]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는 법

백창은 기자

bce@tbs.seoul.kr

2022-09-01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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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계 물리학이란?

    김범준> 안녕하세요. 저는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에 있는 김범준이라고 하고요. 오늘 이 프로그램에 출연함으로써 저도 과학계 인싸라는 것을 인증하는 것 같아서 정말 기쁘고요. 여러분 모두 반갑습니다.

    백창은> 인싸 인정이십니다. 사실 저희 <인싸랑>이 만나는 벌써 두 번째 물리학자세요. 선생님께서는 이론 물리학자, 그중에서도 통계 물리학을 연구하시는 분이잖아요. 통계 물리학이 뭔지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김범준> 보통 우리가 어떨 때 통계라는 방법이 필요할까 생각해 보면 일단 뭐가 많을 때거든요. 사람이 많거나 데이터가 많거나. 마찬가지로 물리학 분야로서의 통계 물리학에서는 입자의 숫자가 굉장히 많을 때 전체를 통계적인 방법으로 살펴보는 분야가 통계 물리학이라고 할 수 있어요.

    김범준> 물리학이 다른 과학 분야에 비해서 갖고 있는 시선의 독특함은 질문에 대한 답을 가장 궁극적인 수준에서 답하고자 하는 특성이 있는 것 같아요. 물리학자에게 이런 현상은 왜 발생하냐고 물어보면 물리학자들은 그걸 끊임없이 계속 물어봐요. 그거는 이것 때문에 그래. 그러면 그거는 또 왜 그래? 그것을 가장 극단적인 수준까지도 끌고 가고자 하는 것. 그게 물리학이 갖고 있는 좀 독특한 시선 같아요.

    백창은> 최근에 쓰신 책 이름을 얘기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표지에도 나와 있어요. 과학은 복잡하지 않다. 세상이 복잡할 뿐. 복잡계 관련 연구를 또 하시잖아요. 그런데 문제는 이름이 복잡해요. 복잡계가 뭔가요 도대체?

    김범준> 세상은 과학보다도 훨씬 더 복잡하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 복잡한 대상을 단순하게 우리가 이해하는 방법이 과학인 거죠. 그래서 복잡계 과학이 다른 분야와 다른 점은 다른 분야에서는 현실이 워낙 복잡하니까 현실을 설명하는 이론 자체를 아주 단순하게 구성하거든요. 입자가 하나밖에 없다고 가정하거나. 그런데 복잡계 과학자들은 현실은 일단 복잡하다는 걸 인정하고. 현실이 복잡한데 복잡하지 않다고 우기지는 말자는 게 복잡계 과학자들의 태도죠.

    백창은> 그러면 선생님께서는 어쩌다가 복잡계에 관심을 가지시게 된 거예요?

    김범준> 통계 물리학이 굉장히 많은 입자들이 있고 그 입자들이 서로 상호작용할 때 전체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가 주된 연구 대상인데요. 여기서 많은 입자라는 이야기에서 입자를 빼요. 그럼 많은 무언가가 되잖아요. 그래서 많은 무언가가 있고 그 구성 요소들이 서로 다른 구성 요소와 복잡하게 얽혀서 상호작용하고 있는 시스템으로 생각하면 전통적으로 통계 물리학을 연구했던 연구자들이 이 복잡한 연결망 혹은 복잡계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기에 상당히 유리한 입장에 있는 거죠. 이미 통계 물리학 분야에서 많은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는 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한 경험을 복잡한 연결망 혹은 복잡계에 대한 연구에서도 거의 비슷한 연구 방법을 적용할 수 있게 되니까요. 그래서 통계 물리학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 요즘은 복잡계 연구 정말 많이 합니다. 저만 있는 건 아니고요. 하지만 제가 인싸입니다.

    백창은> 그럼 그 복잡한 걸 어떻게 나타내나요? 복잡계 과학자들은?

    김범준> 여러 가지 방법이 있어요. 그중에 가장 대표적으로 많이 쓰는 방법은 대상이 다 똑같다고 가정하고요. 대상들이 선으로 연결만 되어 있다고 가정해요. 그게 바로 복잡한 연결망이라는 방법이죠. 복잡한 연결망을 이용해서 복잡계를 연구하는 시도들이 굉장히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요.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연구할 수 있는 대상은 사실 저는 세상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해요.

    ▶감염병 예측 모형 완벽 정복

    백창은> 그래서 감염병을 예측하는 데에도 쓰일 수도 있다고 들었어요.

    김범준> 감염병 예측을 하는 이론 모형은 굉장히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그중에 가장 유명한 모형이 SI 모형이 있고 그 모형이 확장된 SIR 모형이라는 게 있는데요. 영어 약자가 나와서 다들 힘들어하시는 건 아는데요. 사실 별 게 아니고요. SI 모형은 어떤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상태를 S 상태, I 상태 딱 둘만 허락해요. 그러면 SIR 모형은 S 상태에 있을 수도 있고 I 상태에 있을 수도 있고 R 상태에 있을 수도 있는 거죠. S하고 I 상태는 어떤 의미냐면 S는 영어 단어 Susceptible의 약자예요. 죄송합니다. 제가 발음은 별로 안 좋습니다. Susceptible이 뭐냐면 병에 걸릴 수 있는 상태인 사람이에요.

    백창은> 아직 걸리지 않은.

    김범준> 네. 한편 I는 infected거든요. 병에 걸린 사람. 그럼 SI 모형에서는 사람이 S 상태 혹은 I 상태만 있을 수 있으니까 병에 아직 안 걸린 사람이 있고 병에 이미 걸려서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는 I 상태에 있는 사람. 이렇게 두 그룹의 사람이 있는 거죠. 한편 SIR 모형은 I 상태에서 R 상태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가정해요. 실제 감염병은 여기에 더 가깝거든요. 왜냐하면 병에 감염된 뒤에 시간이 지나면 치유되잖아요. 그 다음엔 어떤 상황이 되냐면 면역력을 갖는 상태가 되죠. 감염된 뒤에 나은 사람은 한동안은 다시 걸리지 않잖아요. 그 상태를 가정한 게 SIR 모형이에요.

    백창은> SIR 모형에 백신을 맞은 경우 아니면 잠복기가 있는 경우 이런 식으로 끼워서 넣기도 하더라고요.

    김범준> 그 잠복기가 있는 모형을 E라는 상태로 불러서 그건 SEIR 모형이 돼요. 짐작하시듯이 현실에 점점 가까운 모형을 만들려면 알파벳이 계속 더 들어가요.

    백창은> 이러다가 알파벳 전부 다 들어간 모형 나오는 거 아닌가요?

    김범준> 그럴 수도 있어요.

    ▶아마추어끼리 노래를 부르면 빨라지는 이유

    백창은> 내용이 점점 복잡해지는 것 같은데 괜찮은지 모르겠네요. 지금 선생님께서 세상만사를 복잡계, 통계 물리학으로 풀어내는 연구를 하고 계신데 지금까지 선생님께서 하신 대표적인 연구 몇 개를 말씀 부탁드리려고 합니다. 일단 저는 제일 흥미로웠던 게 아마추어끼리 노래를 불렀을 때 빨라지는 이유. 이걸 어떻게 연구하신 거예요?

    김범준> 이건 제가 경험한 건데요. 강연할 때 사람들에게 박수를 쳐달라고 부탁하고 박수를 치면서 그 강연장에 있는 다른 사람의 박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박수에 박자를 맞춰달라고 부탁하는 실험을 자주 해요. 조금 지나면 사람들이 정말 박수를 맞춰서 치거든요. 그런데 박수가 맞은 다음에 계속 듣다 보면 박수의 박자가 조금씩 빨라져요.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연구를 진행했던 적이 있죠.

    백창은> 연구 결과가 어떻게 나왔나요?

    김범준> 연구 결과에서 사용한 모형은 사실 어떻게 보면 좀 간단한 모형이었는데요. 비유로 설명하자면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친구 여럿이 동그란 운동장에서 달리기를 해요. 그런데 뭐라고 부탁하냐면 ‘가능하면 친구들과 같이 속도를 맞춰서 뛰어주세요’라고 부탁을 한다고 가정해보세요. 그럼 내가 뛰는데 내 앞에 있는 친구가 보이잖아요. 그런데 내 뒤에 있는 친구는 안 보이잖아요.

    백창은> 그럼 그 애 따라가려고 더 빨리 뛰는.

    김범준> 그렇죠. 따라가려고 하다 보니까 결국 어떻게 되냐면 원래 따로따로 뛰었을 때는 1시간에 10㎞를 뛰는 속도로 뛰는 사람들을 모아놨다고 하더라도 그중에 누군가는 한 시간에 12㎞를 뛰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빙글빙글 돌아가는 원형 운동장을 계속 뛰라고 하면 결국 사람들이 10㎞가 아니라 12㎞에 맞춰지게 되는 거죠.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현상 같아요.

    백창은> 그러니까요. 흔히 볼 수 있는 걸 이렇게 연구로 풀어내신 게 너무 신기해요.

    김범준> 궁금해서 시작했던 거예요.

    ▶소심한 A형? 특이한 B형?

    백창은> 그러면 혈액형하고 성격의 상관관계도 궁금해서 시작하신 연구예요?

    김범준> 집에서 아내하고 이야기하다가 혈액형, 성격 얘기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얘기하다가 저한테 혈액형이 A형이니까 이 모양이지 그러더라고요.

    백창은> 아니 A형이 뭐가 어때서!

    김범준> 그렇죠. 저는 그것보다도 내가 성격이 좀 이상할 수 있는데 그게 내 혈액형이랑 무슨 상관이야 그랬죠. 그래서 혈액형하고 성격이 관계가 있는지 데이터를 모아서 살펴본 연구를 한 적이 있어요. 요즘 많은 사람이 관심 있는 성격 검사가 MBTI 검사잖아요. 그때 제가 있던 대학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 센터 같은 데에서 무료로 MBTI 검사를 했었어요. 그런데 그때 당시 심리학과 교수님을 살짝 꼬드겨서 MBTI 문항지 있잖아요. 그 문항의 맨 마지막 문항으로 당신의 혈액형을 적어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때 좀 상당히 흥미로웠는데요. 그게 모든 다른 그룹에서는 상관관계가 없어요. 그런데 상관관계가 유일하게 발견된 혈액형이 있어요. 그게 남자 B형 학생들이에요.

    백창은> 남자 B형이요? 성별도 관련이 있었던 건가요?

    김범준> 네. 남자 B형만 혈액형과 성격이 유의미한 관계가 있다고 나왔어요.

    백창은> 어떤 유의미한 관계가 있었나요? 여기 혹시 B형은 없으시죠?

    김범준> N이었던 것 같아요. N이 유의미하게 많았어요.

    김범준> 그런데 당시에 제가 그 연구했을 때 우리 사회에서 B형 남성 담론이 굉장히 널리 퍼졌었거든요.

    백창은> 영화도 있었잖아요.

    김범준> 그래서 그 영향을 받은 B형 남성들이 MBTI 검사에 참여할 때 사실 본인의 객관적인 성격은 그게 아닌데 그 담론에 영향을 받아서 ‘내 성격이 이런 것일 거야‘라고 스스로 자기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그게 검사 결과에 반영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 거죠.

    백창은> 그거 혹시 연구하시고 나서 사모님께 말씀드렸나요?

    김범준> 논문을 썼죠. 논문을 쓰다 보면 맨 마지막에 사사하는, 감사의 글을 남기는 부분이 있거든요. 거기에 제 아내에게 감사를 한 문구가 있습니다. 처음에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된 동기를 제공한 제 아내에게 감사하다고 적었는데요. 제가 쓴 논문 중에 제 아내 이름이 언급된 유일한 논문입니다. 그 논문을 아내한테 보여줬더니 아내가 아이고 A형이니까 이런 연구를 하지.

    백창은> 여전히.

    김범준> 제 아내는 B형인데 B가 한 3개쯤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 방송 보시는 분들에게 당부드리고 싶은 게 혈액형은 성격과 관계가 없어요. 그건 여러 연구에 의해서 밝혀진 것이고요. 그런데 혈액형과 성격의 관계를 일종의 재미 정도로 보는 거는 그렇게 큰 해는 아니겠지만 혈액형 혹은 MBTI 검사 결과를 기반으로 해서 타인을 그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정말 하지 마세요. 그거는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고요. 전혀 해서는 안 되는 거죠. 저도 예전에 논문 쓸 때 MBTI 검사 했었거든요. 그다음에 한참 시간이 지나서 작년인가 재작년쯤에 한 번 또 해봤는데 변했더라고요. 제가 INTP였던 것 같아요. 그게 ENTP로 바뀌었어요.

    백창은> 저 한마디 해도 돼요? ENTP의 가장 큰 특징이 MBTI를 완전 믿거나 완전 안 믿거나 둘 중에 하나예요.

    김범준> 완전 안 믿습니다.

    백창은> 그러니까 이것도 그러면 MBTI 너무 맞는 거잖아요.

    김범준> 이런 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이에요. 재미로는 괜찮지만 그걸 기준으로 해서 다른 사람을 판단하시는 건 어떻게든 하지 마셔야 돼요. 어떻게 보면 위험할 수도 있어요.

    백창은> 명심하겠습니다.

    김범준> 가끔 대학원생들이 좀 싫어해요. 제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학생들에게 ‘와 이거 재밌을 것 같지 않냐’ 얘기하면. 지난주에도 그런 얘기하고 이번 주에는 또 다른 걸로 재미있다고 하면 학생들이 조금 힘들어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재밌어도 좀 참고 있고요. 집에서 가족하고 이야기할 때. 그럴 때는 직업병처럼 보일 때가 간혹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 아내는 제가 이런 얘기해도 잘 안 들어요. 뭐 또 엉뚱한 생각하나보다 하는 거 같더라고요. 직업병이라면 직업병이고요. 그런데 저는 재밌습니다.

    ▶물리학자가 주식 투자를 해봤다

    백창은> 선생님 이렇게 일상에 있는 연구하시다가 세웠던 가설이나 생각이랑 현실이 달랐던 연구도 있었나요?

    김범준> 그런 거 많죠. 그런 건 논문을 안 쓰죠.

    백창은> 가슴속에만 묻어두고. 그러면 혹시 주식 관련된 연구는.

    김범준> 했죠. 그게 잘 됐으면 제가 여기 있을 리가 없겠죠. 주식에 대해서 제가 했던 연구는 이런 거였어요. 제가 생각한 모형은 주식이 현재 가격에서 p% 오르면 판다 그 다음에 q% 떨어지면 산다. 그럼 p하고 q라는 변수를 조정해가면서 주식시장에서 수익률을 높이려면 p와 q를 어떻게 정하면 되는지 과거 오랜 기간 주식시장 데이터를 갖고 찾아낼 수 있죠. 그런데 결론은 뭐냐 하면 회사마다 다 달라요. 다른 것도 살펴봤어요. 이거는 그래도 조금 과학적이에요. 주식을 연구하는 물리학자가 주가를 예측하겠다고 하는 것은 죄송하지만 거의 성공의 가능성이 없고요. 그것보다는 어떤 주식을 함께 모으면 미래의 수익률을 높일 수 있을까. 이런 걸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고 하거든요.

    백창은> 너무 유용한데요.

    김범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은 그래도 과학의 영역이기는 해요.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해야 장기간에 수익률을 높일 수 있을까 과거 데이터를 갖고 해 봤어요. 찾았죠. 전략을.

    백창은> 무슨 전략인가요?

    김범준> 시가총액이라는 게 있거든요. 예를 들어 삼성전자 같은 데가 시가총액 1위예요. 시가총액이 높은 회사들을 한 100개를 고른 다음에 100개 회사에 똑같은 액수만큼 투자하는 거예요. 시가총액이 크니까 그 회사 주식은 더 큰 액수를 사는 게 아니라 똑같은 액수. 그 다음에는 이 방법을 계속 반복해요. 그랬더니 그때 살펴봤을 때가 2015년쯤이었는데요. 우리나라 과거 한 30년 동안의 수익률이 꽤 높게 나왔어요. 그래서 아 이렇게 하면 되겠다. 그래서 했죠. 그게 잘 됐으면 내가 여기 있을 리가 없잖아요.

    백창은> 표정이 어쩐지 안 좋으시더라고요

    김범준> 꽤 재밌었어요. 과거에 성공한 포트폴리오를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미래에는 적용이 또 안 되더라고요.

    ▶작가 소개글의 숨겨진 비밀

    백창은> 어렵네요. 사실 지금까지 이렇게 선생님께서 너무 쉽게 설명을 해 주셔서 잠깐 잊고 있었는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생각해 보면 통계 물리학, 설명을 들어도 굉장히 어려웠거든요. 그런데 이와 관련된 책들을 선생님께서 많이 쓰시잖아요. 제가 그 책 몇 권을 읽어봤어요. 그런데 책 내용은 너무 어려운데 처음에 저자 소개 글 있잖아요. 제가 그걸 보고 정말 빵빵 터졌거든요. 작가 소개 글을 읽고 속아 가지고 현혹돼서 책 사게 만드시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몇 개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잘 모르는데 잘 알고 싶으면 일단 무작정 강의를 개설하라는 은사님 조언을 따라 다양한 과목을 개설해 강의하고 있다.’ 진짜인가요?

    김범준> 교수들이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잖아요. 가르치면서 훨씬 더 많이 배워요. 제가 이만큼을 알아야 학생들에게 이만큼을 알려줄 수 있잖아요. 잘 모르는데 좀 궁금하다 그러면은 강의를 개설한 게 여럿입니다.

    백창은> 또 이런 글도 있었어요. ‘연구자들이 가장 많이 인용한 논문은 1600번 인용된 복잡한 연결망의 공격에 대한 취약성 연구다. 그런데 과연 1600명 모두가 이 논문을 읽고 인용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이거 마치 책은 샀지만 읽지는 못했다는 저 같거든요.

    김범준> 책은 돈 주고 사잖아요. 책은 안 읽으셔도 돼요. 사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논문은 정말 그렇거든요. 모든 논문을 다 찾아서 읽어볼 시간이 별로 없어요. 그런데 이 분야에 대한 소개를 할 때는 늘 인용되는 논문들이 있거든요. 그럼, 그걸 일단 인용을 하죠. 그래서 인용을 했다고 해서 모든 연구자들이 그 논문을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읽었다고 얘기하기는 어려워요. 저 말고 다른 과학자들은 다 읽었을 수도 있어요. 제가 가장 많이 인용된 그 논문도 지금은 조금 더해요. 인용 수가. 그런데 기껏해야 몇 천 명이거든요. 그런데 보통 출판사에서 1쇄를 찍을 때 500부~3,000부 그 정도 찍거든요. 그러면 3,000명이 보는 거예요. 알려주는 방법으로 논문뿐 아니라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책을 쓰는 것도 상당히 의미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백창은> 결국 선생님께서 계속 책을 쓰고 계신 이유겠네요.

    김범준> 그렇죠. 맞습니다. 그리고 또 논문은 다운로드 받아서 출력할 때 돈 안 내거든요. 아무리 제 논문이 많이 인용됐다고 해서 저한테 경제적인 보상은 없어요. 그런데 책은 사람들이 책을 사잖아요. 약간의 인센티브가 들어오죠. 많지는 않습니다.

    백창은> 그리고 그 작가 소개글 조금 힘 주셨다. 인정?

    김범준> 네. 작가 소개글은 한 번 재밌게 써보고 싶었어요.

    김범준> 대중들이 과학적인 사고방식을 갖도록 하는 것. 그런 것이 대중의 과학화라고 생각하는 거죠. 사람들에게 과학의 내용을, 어쩌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충실하게 전달해서 사람들이 과학을 보다 더 자주 접하게 만드는 것. 제 책뿐 아니라 요즘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책을 많이 내잖아요. 한국의 과학자들이 한국어로 표현한 과학 내용에 많은 사람들이 더 친숙하고 더 익숙하게 만나는 과정. 그런 것들이 계속 이어지면 좋겠어요.

    백창은> 이제 마지막 질문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0년 뒤 교수님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세요?

    김범준> 10년 뒤면 우연의 일치 같지만 제가 딱 정년퇴직하는 날이에요. 10년 남았거든요. 아마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글쎄요. 그동안 수고했다. 남은 생도 지금까지처럼 이렇게 재밌고 그리고 행복하게 웃으면서 살았으면 하는 당부를 하게 될 것 같아요.

    백창은> 이것도 진짜 너무 ENTP 같아요.

    김범준> 왜요?

    백창은> ENTP가 후회가 없고 뒤를 돌아본다기보다 나 지금까지 너무 잘해왔고 고생했고 난 행복했어. 나는 내가 했던 모든 선택과 결정에 당당해 이렇거든요.

    김범준> 당당은 모르겠지만 후회는 없어요.

    백창은> 역시 MBTI는 과학이네요.

    김범준> 아니에요. 과학 아니에요.

    김범준> 세상은 복잡하다고 저는 생각하고요. 나에게 복잡한 세상이란 제가 이해하고자 하는 대상인 거죠. 그리고 이해를 통해서 세상이 본연적으로 갖고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싶다는 것이 제가 복잡계 과학을 연구할 때 갖고 있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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