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ON 세계] 270이 뭐길래‥선거인단이 만들어내는 불일치

안미연 기자

meeyeon.ahn@seoul.go.kr

2020-11-2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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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앵커멘트 】
    유권자 투표에서 더 많은 표를 얻고도 질 수밖에 없는 선거.

    미국 대통령 선거에 있는 '선거인단 제도' 때문이죠.

    민심을 왜곡시킨다는 지적을 받는 이 제도는 노예 제도의 산물이기도 한데요.

    <ON 세계>에서 풀어보는 미 대선 'Why'?

    안미연, 정혜련 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기자 】
    ▶ 안미연 기자 :
    미국의 48개 주와 수도 워싱턴 D.C.는 유권자 투표 결과에서 최다 득표한 대선 후보가 해당 주의 선거인단 전원을 독식하는 승자독식제를 따릅니다.

    그렇다 보니 이번 대선에서도 개표 이후 경합주에서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 계속 반복됐죠.

    전국 여론조사 지지율만으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 인서트 】MSNBC 방송 자료화면
    앵커: "전국적 지지율 여론조사는 창밖으로 던져 버려요. 그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경합주입니다."

    ▷ 정혜련 기자 :
    우리나라를 비롯해 다른 국가들과는 많이 다른 모습인데요. 미국인들은 직접 대통령 후보에게 투표한다기보다 자신이 속한 주가 어떤 후보에게 투표할 것인지에 대한 투표를 한다고 보면 이해가 좀 쉬울까요?

    ▶ 안미연 기자 :
    네, 맞습니다. 그렇다 보니 유권자에게 더 많은 표를 얻고도 당선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는데요.

    대표적인 사례가 2016년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과 2000년 대선 당시 역시 민주당 후보였던 엘 고어입니다.

    이런 이유로 선거인단 제도의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기도 하는데 왜 그런지 사례를 들어 좀 더 알아볼까요?

    ▷ 정혜련 기자 :
    네, 먼저 각 주의 선거인단 수는 해당 지역의 하원의원과 상원의원의 수를 합한 숫자입니다.

    예를 들어 인구 2천5백만 명의 텍사스주와 인구 63만 명의 버몬트주 하원의원 수는 각각 36명, 1명입니다. 하원의원 수는 인구 수에 비례하기 때문에 지금까진 한 명의 선거인단이 대표하는 인구 수가 두 지역이 비슷합니다.
    (텍사스주 70만 2천 명, 버몬트주 63만 명)

    여기에 상원의원이 2명씩 더해져서 선거인단 수는 텍사스가 총 38명, 버몬트는 3명이 되죠.

    하지만 보시는 것처럼 2명이 추가됐을 뿐인데 선거인단 1명이 대표하는 인구 수는 크게 달라집니다.

    텍사스 66만4천 명, 버몬트 21만 명으로 텍사스에서 한 선거인단이 대표하는 사람 수는
    버몬트보다 세 배가량 많아지죠.

    버몬트주 한 사람의 투표가 텍사스주 한 사람의 투표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선거인단이 만들어내는 불일치는
    미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아이러니입니다.

    표의 가치가 동등하다는 것은 민주주의 선거의 기본 원칙이지만 선거인단 제도가 이것을 왜곡하고 있는 셈이죠.

    ▶ 안미연 기자 :
    2016년 대선 결과를 볼까요?

    선거인단 확보를 기준으로 보면 지도가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명확하게 분류되는데, 유권자 득표율을 기준으로 들여다보면 그 어떤 주도 전체가 빨간색이거나 파란색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주의 색깔이 빨간색 아니면 파란색으로 나뉘는 것은 거의 모든 주에서 승자독식제를 통해 1퍼센트 차이로 이겨도 과반 이상 이긴 쪽이 100퍼센트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기 때문이죠.

    ▷ 정혜련 기자 :
    2016년 대선 당시 캘리포니아주 상황을 볼까요?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에게 선거인단을 모두 넘겨줘야 했습니다.

    유권자 수만으로 볼 때는, 결코 적지 않은 4백5십만 명이 트럼프를 뽑았지만 선거인단 제도 특성상 55명의 선거인단 중 단 한 명도 확보할 수 없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당시 클린턴은 캘리포니아에서 단 한 번의 선거운동도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캘리포니아주가 민주당 텃밭이었기 때문이죠.

    반대로 트럼프도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주에 단 한 번 방문하고 승리를 가져갔습니다.

    ▶ 안미연 기자 :
    하지만 플로리다주엔 클린턴, 트럼프 두 후보 모두 35회 이상 방문했습니다. 바로 플로리다가 대표적인 경합주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경합주는 늘 같은 지역일까요?

    ▷ 정혜련 기자 :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경합주는 시간이 지나면서 인구통계 자료나 정치관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대선 후보들은 캠페인 기간 중 많은 시간을 이 경합주에 할애하는데요. 경합주가 그 외 주들보다
    대선에 훨씬 더 큰 영향력을 갖기 때문인데,
    2016년 대선에서 경합주였던 미시간의 투표자들이 유타 등 다른 주 투표자들에 비해 무려 50배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 안미연 기자 :
    이렇게 복잡하고 불공평해 보이는 대선 방식에
    미국인들은 불만이 없을까요?

    ▷ 정혜련 기자 :
    당연히 불만이 있습니다. 민의가 왜곡되고 특정 집단을 위한 공약이 남발될 뿐만 아니라 후보들은 자신들의 텃밭보다 경합주 확보에만 집중하기 때문인데요. 소외감을 느낄 법 하죠?

    ▶ 안미연 기자 :
    1967년부터 2020년 사이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한 갤럽의 여론조사를 보면 선거인단 제도가 폐지돼야 한다는 사람들의 숫자가 계속 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올해는 무려 61%가 폐지를 원한다고 답했네요.

    그렇다면, 이 논란의 선거인단 제도를 왜 당장 바꾸지 않을까요? 혹시 이 복잡한 선거제도로
    이득을 보는 누군가가 존재하는 걸까요?

    ▷ 정혜련 기자 :
    그에 대한 답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알 수 있는데요.

    남부와 북부가 노예제를 놓고 의견이 갈렸던 시절, 노예를 인구 수에 넣을 것인지 여부는 정치적 쟁점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인구 수에 비례해 가져가는 선거인단 때문입니다.

    노예 제도를 반대하는 북부 주들 뉴욕, 펜실베이니아, 커네티컷, 뉴햄프셔 등은 백인만을 인구 수로 인정하길 원했죠.

    당시 노예는 투표권 자체가 없었습니다.

    반면 노예제도를 찬성하는 남부 주들 즉,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메릴랜드 등은 반대였습니다.

    노예를 사람으로 보지 않았지만, 투표에서 패할까 싶은 걱정에 인구 수에 포함시키길 원했죠.

    ▶ 안미연 기자 :
    어느 쪽의 주장이 받아들여졌을까요?

    결국 노예 한 명을 인구 1명이 아닌 5분의 3명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타협을 보게 됩니다.

    1800년 북부주였던 펜실베이니아와 남부주였던 버지니아는 각각 60만 명, 54만 명 대략 비슷한 인구수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버지니아에는 약 35만 명, 펜실베이니아에는 2천 명 정도의 노예가 존재했습니다.

    노예 1명을 5분의 3명으로 타협하면서 버지니아가 펜실베이니아보다 더 많은 선거인단을 갖게 됩니다.

    그 해 버지니아가 획득한 추가 선거인단 수는
    대선 후보가 승리하는데 일조하게 됐습니다.

    #미대선 #선거인단 #승자독식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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