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인터뷰] 前 구조대원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그동안 갔던 사고 현장 중 가장 처참...표현 어려울 정도"

TBS 김지윤의 이브닝쇼 팀

tbsevening@naver.com

2020-06-29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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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내용 인용 시 tbs <김지윤의 이브닝쇼>와의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2020. 6. 29. (월) 18:18~20:00 (FM 95.1)
    ● 진행 : 김지윤 박사
    ● 대담 : 경광숙 前 도봉소방서 구조대장


    - 사고 현장 자원봉사 왔던 많은 시민들, 119 생활하며 한번도 잊은 적 없어
    - 사고 11일 만에 최명석 씨 구조, 많은 국민과 구조 대원들에게 희망
    - 구조 요청 목소리 들었지만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트라우마 생겨... 정신과 치료까지


    ▶ 김지윤 : 앞서 오프닝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25년 전 오늘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발생한 날입니다. 강남 한복판에 지상 5층, 지하 4층의 대규모 백화점이 한순간에 무너졌던 그 광경 그리고 기적적으로 생존한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는 분들 많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오늘은 삼풍백화점 사고와 관련해 특별한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25년 전 사고 현장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내기 위해 노력했던 경광숙 前 도봉소방서 구조대장님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경광숙 : 네. 안녕하세요.

    ▶ 김지윤 : 네. 대장님 정말 반갑습니다. 그 당시에 굉장히 활약이 많이 하셨다라고 하셨는데 저도 사실 그때를 기억을 하거든요. TV로 정말 중계가 되다시피 그 당시에 긴급방송을 하고 했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당시에 구조대장으로 활동을 하셨는데 굉장히 갑작스럽게 그 이야기를 들으시고 정말 경황이 없고, 또 시간도 없고 해서 소방서 차량이 아니고 취재 차량을 타고서 출동하셨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 경광숙 : 그건 저기 조금 이제 와전된 얘기고요.

    ▶ 김지윤 : 와전됐군요. 네.

    ▷ 경광숙 : 네. 제가 소방서에 근무를 하고 있던 상황이었지만 출동차로, 저희들 출동차로 출동을 했을 겁니다. 그런데 그 당시에 119 구조대가 만들어지고 119 구조대의 활동과 관련되는 구조, 인명구조 활동에 대한 전문지식이 필요한데 그런 자료들이 많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그 당시에 광화문에 있는 교보빌딩에 어떤 책자를 좀 이렇게 확인하기 위해서 나가있던 차에 그 연락을 받았고요. 그러다 보니 이제 제가 교보빌딩하고 광화문, 그러니까 지금 현재 삼풍백화점 그쪽 방향으로 이동하려고 하면 교통편이 안 맞지 않습니까? 그래서 지하도를 건너가야지 되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지하도를 뛰어서 건너서 지금 동아일보사 그쪽으로 이제 나왔는데 택시를 잡기 위해서 이렇게 망설이고 있는 차에 동아일보 취재 차량이 사이렌을 울리면서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무작정 세웠어요. 직감적으로 이게 그 당시에 어떤 사고와 관련되어 가지고 이동하는 차량이 아닐까 싶어 가지고 그냥 도로에 뛰어들어서 막았고, 그 차를 세워서 물어봤죠. 혹시 삼풍백화점으로 이동하시냐고 그랬더니 그렇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신분증을 보여주면서 저 이러이러해 가지고 구조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인데 그쪽으로 지금 비상출동명령이 떨어져서 그러는데 가시면서 저 좀 태워 가지고 가시면 안 되겠냐고 그래서 승인을 받아가지고 태워주셔가지고 아주 빠르게 이동했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 김지윤 : 그러셨군요.

    ▷ 경광숙 : 그러다 보니까 제가, 네. 소방서 출동 차량이 아닌 언론사 취재 차량을 타고 이동했던 거죠.

    ▶ 김지윤 : 그러셨군요. 교보문고에 계시다가 거기서 이제 매뉴얼이라든지 전문지식 책을 이제 보시고 그다음에 삼풍백화점이 서초동에 있잖아요. 그러니까는 그쪽으로 방향 가려면 사실 교보문고 차로가 아니라 다른 쪽으로 옮겨가서 가야지 이게 방향이 맞으니까, 그러다가 마침 동아일보 취재 차량을 보고 직감적으로 이건 그곳을 가는 것이구나 생각을 하고 잡아타고 같이 오셨다라는 말씀이신데.

    ▷ 경광숙 : 네. 그렇습니다.

    ▶ 김지윤 : 네. 그럼 처음에 사고 현장 도착하셨을 때 어떠셨어요?

    ▷ 경광숙 : 일단 제가 소방에 입문한 이후에 많은 사고 현장을 방문하고, 또 출동과 관련되어 가지고 이동을 했었는데 어떤 붕괴사고 현장에서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주 처참한 모습이었습니다. 회색 먼지 속에서 사상들을, 이렇게 사상된, 다치거나 돌아가신 분들의 모습 자체에 대해는 아예 볼 수도 없었고요. 그냥 이렇게 주변에 어떤 흙먼지가 주변을 이렇게 감싸고 있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피난하거나 이렇게 이동하는 분들의 모습은 조금 우리 속된 표현으로 밀가루를 뒤집어쓴 상태에서 눈만 보인다. 그런 모습으로 이렇게 다니는데 옷의 모습은 너무 처참한, 피투성이도, 피도 묻어있고, 얼룩들도 있고, 먼지도 뒤집어쓰고, 먼지를 뒤집어썼는데 물도 뒤집어쓴 그런 모습, 아주 이상한 모습이었어요. 이제 저도 그 모습에 대한 건 어떤 재해 현장에서 처음 봤기 때문에 어떤 모습이라고 딱 표현 드리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 김지윤 : 네. 그 당시 사실 이 삼풍백화점이 핑크색이었어요. 그래서 굉장히 눈에 잘 띄고.

    ▷ 경광숙 : 네. 그렇습니다.

    ▶ 김지윤 : 그런데 저도 그 TV에서 봤던 기억이 나는데 그 핑크색 건물이 그냥 와르르 무너져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먼지, 회색 먼지투성이가 됐던 게 기억이 나거든요. 그런데 그 당시에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많은 국민들한테 그래서 거기서 막 시민들도 자원봉사 오고 막 이랬었거든요. 저 친구들도 막 가고 그랬었어요.

    ▷ 경광숙 : 네. 그런데 사고 현장 자체에 대한 게 워낙 이렇게 주변에 분들이 한 번도 본 적도 없었고, 또 그렇게 사고가 날 거라고 생각지도,

    ▶ 김지윤 : 맞아요.

    ▷ 경광숙 : 못했던 거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도와주려고 자발적으로 현장에 많이 이렇게 활동도 해 주시고, 네. 자원봉사 하시는 분들이 되게 많이 계셨어요.

    ▶ 김지윤 : 맞아요. 네.

    ▷ 경광숙 : 그분들의 노고에 대한 거는 제가 119의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 반면에 좀 안타까운 점이 있었다면 고급 백화점이다 보니 어떤 개인의 목적을 위해 가지고 자원봉사 모습을 하고 있던 그런 모습들도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 그릇된 행동들로 인해 가지고 또 지탄을 받는 그런 개인이나 또 단체 일원들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그런 재난에 대해서, 또 재해가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우리들의 아름다운 자원봉사에 대한 그 노력에 대한 게 그분들의 그릇된 행동으로 그게 아주 나쁜 이미지를 심어주는 그런 것도 없지 않아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분들은 조금 어떤 재난 현장에서 하는 그런 사회봉사활동에 대한 건 참여 좀 안 해 주셨으면 하는 희망입니다.

    ▶ 김지윤 : 네. 그런데 그 당시,

    ▷ 경광숙 : 그런데 진짜,

    ▶ 김지윤 : 네. 굉장히,

    ▷ 경광숙 : 자원봉사자 분들이 너무너무 고생 많이 해 주셨어요.

    ▶ 김지윤 : 네. 그런데 그 당시에 굉장히 또 화제가 되고 사람들이 굉장히 기뻐했던 게 정말 오랫동안 지나서 포기를 했었던 분들이 좀 있었거든요. 그런데 구조를 해낸 것, 예를 들면 사고 11일 만에 저도 아직 기억납니다. 최명석 씨, 직접 구조를 하셨다고 제가 들었는데 어떤 상황이었나요?

    ▷ 경광숙 : 최명석 씨 구조에 대한 건 그 당시에 이렇게 구조대가 각 섹터를 이렇게 나누어서 인명검색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 기억으로는 강서구조대로부터 제가 그때 인계를 받아 가지고 저희 팀이 이제 3개 팀으로 나눠 가지고 이렇게 부분적으로 하고 있었는데 1개 팀에서 무전으로 연락이 왔어요. 대장님 잠깐 현장으로 와주십시오. 제가 이제 같이 안 있고 약간 떨어져 있었거든요. 떨어져 있는 게 각 대에서 일어나는 안전과 관련되는 부분을 같이 있으면 그걸 주변에서 일어난 안전 위험에 대한 걸 파악을 못 하거든요. 그래서 약간 저는 좀 떨어져 있는 거죠.

    ▶ 김지윤 : 네.

    ▷ 경광숙 : 그래서 주변 환경의 변화에 대한 걸 빨리빨리 알려드려야 되니까, 그러는데 1개 팀에서 저한테 그렇게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냐 그러니까 급히 와주셔야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직감적으로 뭐가 있구나. 그래서 이제 보고를 무전으로 안 물어보고 쫓아갔던 거죠. 그 무전이라는 것 자체가 공통 무전망을 같이 쓰고 있기 때문에 거기서 어떤 표현이 나오게 되면 갑자기 집중적으로 그쪽으로 많은 인원들이 이동을 하면서 그걸로 인해서 다음 또 2차적인 재해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현장으로 가서 보니 사람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는 거예요.

    ▶ 김지윤 : 그렇군요. 그때 상태가 어땠나요, 최명석 씨가?

    ▷ 경광숙 : 네. 최명석 씨 분은 일단 목소리 자체도 그렇고요. 아주 또렷또렷했어요. 그리고 본인이 이름이 누구냐고 물어봤더니, 제가. 최명석이라고까지 대답을 했고요. 제 말 잘 들리냐 그랬더니 잘 들리냐고 얘기했고요. 그래서 거기에서는 굉장히 고무적으로 이렇게 저희들이 활동하는 데 큰 힘을 얻었던 거죠.

    ▶ 김지윤 : 그렇군요. 구조하셨을 때 뭐 전부 다 모든 국민들이 다 기뻐하고, 또 굉장히 긍정적인 분이었던 걸로 제가 기억을 하거든요.

    ▷ 경광숙 : 네. 맞습니다.

    ▶ 김지윤 : 그러니까 저렇게 긍정적이고 희망을 잃지 않으니까 결국에 구조가 됐구나, 정말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당시 정말 많은 분들이 희생됐었어요.

    ▷ 경광숙 : 네. 그렇습니다.

    ▶ 김지윤 : 그다음에 끝나고 나서 참 구조작업 마친 다음에도 트라우마도 많으셨을 것 같고, 굉장히 또 아쉬운 점도 많으셨을 것 같은데 어떠셨습니까?

    ▷ 경광숙 : 저 같은 경우는 최명석 씨 구조하기 전입니다. 한 3일째 정도 되는 걸로 이렇게 기억이 나는데요. 그때 여자분의 목소리가 제가 들었어요. 그런데 사실상 이렇게 갇혀있는 분들은 날짜의 개념 자체가 모르지 않습니까?

    ▶ 김지윤 : 그렇죠.

    ▷ 경광숙 : 시간이 얼마나 흘러갔는지를 모르는데 목소리를 듣고 구조를 해드릴 테니까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좀 참으셔야 됩니다, 라고 얘기를 하는데 유독가스가 자꾸만 올라온다고 그러시더라고요. 그래서 유독가스를 가급적이면 숨을 최대한으로 줄이셔야 되고 제가 물어보는 말 외에는 대답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나서 집에서 가족들이 기다리니까 돌아가셔야 됩니다. 저희들이 구조를 해드리겠습니다, 하는데 그 목소리가 조금 지나고 나서 끊어졌어요. 결론적인 건 제가 능력이 부족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저희들이 활동을 소홀히 해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분을 구조하는데 그 인원을 더 많은 3배 정도 되는 인원을 지원을 받아 가지고 그 목소리 나는, 지금처럼 첨단장비가 있던 시절이 아니거든요.

    ▶ 김지윤 : 네.

    ▷ 경광숙 : 그래서 그 목소리의 방향을 찾아 가지고 구조활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생존자는 구조를 못했고요. 나중에 세 분의 시신을 발견을 했는데 그중에서 상태가 제일 좋았던 분이 한 20대 중반 정도 되는 거기 백화점 직원 모습 한 분이 계셨어요. 아마 그분의 목소리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을 하는데 그걸로 인해 가지고 저 같은 경우는 트라우마가 있어서 상당히 많은 시간을 어떤 정신과 치료도 받았고,

    ▶ 김지윤 : 그렇군요.

    ▷ 경광숙 : 한편으로는 삼풍백화점 얘기하면 그분에 대한 죄책감, 죄스러움, 그런 걸로 인해 가지고 보이지 않는 아픔과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겨내야 되겠죠. 또 다른 분들의 또 그런 상황이 일어난다고, 물론 사고는 일어나면 안 되겠지만 그런 사고가 날 때 이겨낼 수 있는 어떤 그런 지식에 대한 걸 제가 아는 부분을 다른 분들한테 전달을 해드리려면 죽을 때까지는 저는 제 역할은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35년 동안 알았던 걸 그냥 사장시키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습니까?

    ▶ 김지윤 : 네. 자, 우리 대장님께서 미처 구해드리지 못한 희생자에게 죄책감을 느낀다고 말씀을 하셨는데요. 저희가 생각하기에는 우리 대장님께서 영웅이십니다. 그래서 많이 힘드셨던 시간을 보내셨던 걸로 저도 들었는데 아파하지 마시고요. 우리들의 영웅이라는 점 꼭 기억을 하시고 그리고 저희가 얼마나 감사를 드리는지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네. 대장님,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저희가 시간이 부족해 가지고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들어야 될 것 같아요. 오늘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건강하십시오.

    ▷ 경광숙 : 네. 감사합니다.

    ▶ 김지윤 : 네. 당시 사고로 아파하는 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리면서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당시 도봉소방서 구조대장이셨던 경광숙 대장님 연결해서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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