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태일 50주기] ② 노동자 투쟁을 함께...전태일 뜻 잇는 '녹색병원'

안경원 기자

glasses@seoul.go.kr

2020-11-1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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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앵커멘트 】
    이렇게 법의 사각지대에 몰린 노동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습니다.

    집회, 장기 농성, 단식 투쟁까지 온 몸을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

    몸으로 항의하는 노동자들의 싸움에 묵묵히 함께해 온 의사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안경원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 기자 】
    차량 소음이 끊이지 않는 대로변 천막에서 부당해고를 당한 노동자들이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아시아나 케이오지부 해고자들이 거리로 나온 지 벌써 167일째.

    몸도 마음도 지쳐있는 노동자들에게 녹색병원 의료진이 찾아왔습니다.

    【 인터뷰 】이보라 과장 / 녹색병원 호흡기내과
    “6개월 만에 7kg이 빠지신 거네요. 정말 검사를 해보셔야겠네요. 양쪽이 다 똑같으신가요? 양쪽이 다 똑같이 아프세요?"

    【 인터뷰 】김계월 / 아시아나케이오지부 부지부장
    “(천막 생활이) 시끄럽고 소음 이런 것 때문에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많죠. 우리가 병원을 가지 못하는데 농성장까지 찾아와주시고 진료를 해주시고 상담도 해주시고..."

    【 기자 】
    노동 운동가들 사이에서 녹색병원은 ‘단식투쟁을 마치면 찾아가는 병원’으로 알려져 있을 만큼 설립부터 노동자들을 위해온 병원이었습니다.

    직업병을 인정받기 위한 노동자 투쟁의 결실인 녹색병원은 단식 농성이나 장기 투쟁 노동자들을 직접 찾아가 건강을 챙겨왔습니다.

    2017년 광화문 고층 건물 광고판에서 27일간 단식 농성을 했던 노동자 6명을 유일하게 방문해 돌봐줬던 이들도 녹색병원 의사들이었습니다.

    【 인터뷰 】김경래 / 2017년 광화문 고공농성 노동자
    "맹물만 소금하고 먹으니까 설사 계속하고 짜증도 나고 서서히 힘이 없어지는 거죠. (녹색병원 의사들이) 올라와서 혈압 재고 치료해주고 피부병 이런 게 있으니까"

    스스로 몸을 망가뜨리면서까지 길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을 외면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절박함이었습니다.

    【 인터뷰 】김경래 / 2017년 광화문 고공농성 노동자
    "저희들은 투쟁을 할 때 목숨을 걸고 하잖아요. 제발 산업안전보건법 지켜주시고, 근로기준법 좀 지켜달라고. 50년 전에 전태일 노동자가 한 것과 똑같이 하고 있는 거에요"

    【 인터뷰 】이보라 과장 / 녹색병원 호흡기내과
    "단식을 하신지 일주일 이상 되셨는데 혈당 체크를 했는데 혈당이 너무 낮게 40, 50 너무 낮게 나와서 당장 큰일이라고 빨리 병원에 가셔야 한다고 말씀을 드렸는데도 끝까지 안가시겠다고 그러고 그런 순간을 맞닥뜨릴 때 절박함이 느껴졌던 것 같아요."

    극한의 상황에 내몰린 노동자들에게 귀 기울이고 아픔에 공감할 때 진정한 치료가 시작됩니다.

    【 인터뷰 】이보라 과장 / 녹색병원 호흡기내과
    "보통 사람들은 노동자들이 머리띠 매고 투쟁하고 싸우면 자기의 어떤 이익을 위해서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 싸운다고
    쉽게 생각하지만 사실은 자기가 이미 잘먹고 잘사는데 더 잘사려고 투쟁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순간을 보면 인간적으로 마음이 아픈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50년 전 청년 전태일이 노동자들을 위해 자신의 몸을 던졌듯이 또 다른 전태일들이 오늘도 서로를 보듬어가며 이 시대를 지탱해주고 있습니다.

    TBS 안경원입니다.

    #전태일 #녹색병원 #고공농성 #단식투쟁 #노동자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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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태일 50주기] ① "부당한 일 당해도 참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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