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민심듣귀] '상열'이가 사라졌습니다.

이민정 기자

lmj@tbs.seoul.kr

2021-03-3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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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앵커멘트 】
    최근 2년간 경찰청에 접수된 실종아동 신고 건수 추이입니다.

    가족 나들이가 늘어나는 3월, 지금 이때부터 증가하는 모습인데요.

    최근에는 미리 등록된 지문 등을 통해 실종아동을 찾는 시간이 빨라졌고, 유전자로 오래전 잃어버린 아이를 찾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이 있습니다.

    [민심듣귀] 이민정 기자입니다.

    【 기자 】
    "잊으려고 하면 더 생생히 기억나는데, 어떻게 하면 찾을까요? 우리 아이 좀 찾아주세요."

    백상열
    1977년 8월 19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서 실종

    【 인터뷰 】최영자 / 실종아동 '백상열' 어머니
    "언제 너를 볼 수 있을까. 한 번만 보면 원이 없겠다. 상열아, 엄마야 엄마."

    44년 전 여름,
    그저 보통의 날인 줄 알았던 그날 상열이가 사라졌습니다.

    "소독차가 와서 애들이 많이 따라다녔어요. 간식 먹이고 나가지 마라 하고 방에 들어갔는데 어느 틈에 나가버렸어요. 감쪽같이.

    (그때 5살 때?)

    네, 5살 때. 안 가본 고아원이 없고 일도 안 하고 애만 찾으러 다니다 집이 어려우니까 내가 벌어서, 장사해서 먹고 살아야 되고 결국에는 못 찾고 중단하고"

    아들을 잃어버렸을 때 24살이던 엄마는 이제 일흔이 됐습니다.

    "(그 세월을 어머니는 어떻게 버티셨어요?)
    그니까 화병이 생겨서 가슴이 답답하고 뭐가 가슴을 짓누르는 것 같이 답답해서 가슴에 응어리가 있어서 암 수술까지 했잖아."

    몇 년 전 남편은 고통 속에 살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양반 술로 살았으니까. 괴로워서 먹는 거지. 산에만 다녔어.

    유전자 검사도 하고 했는데 (아들이) 죽었으면 이 세상 떠났다고 포기라도 하겠는데 포기가 안 돼요. 찾을 길이 없어서 아쉬우니까 이거(전단지)라도 하려고 했는데 사람들은 버리고 관심이 없어. 장난 전화나 오지 제보도 없어.

    (지금 얼굴은 많이 변했을 거고 알아볼 수 있는…)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발 위에) 파란 점이 있고. 여기에 이렇게 있더라고."

    상열이를 잃어버렸던,
    40년 전에 살던 그 동네로 다시 가봅니다.

    "(기분이 어떠세요?) 답답해, 답답한 마음이지 뭐. 절대 안 울려고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모든 게 다 기가 막히고. 내가 전생에 죄를 많이 지었나 그런 생각까지 하고…아기 때 잃어버린 사람도 찾았더라고. 너무 부럽더라고.

    (언제 아드님이 가장 보고 싶으세요?) 생일 때, 아이들이 다 모여서 행복할 때, 걔도 있었으면 다복할 텐데."

    서울 동작구 대방동

    "이리 나가는 길이 있나? 소독차가 다녔거든. 세월이 흘러서 가늠이 안 되네."

    동네 주민들을 만났습니다.

    "이것도 40년이 안 되니까 새로 다 지어졌죠.
    지금 세월이 이렇게 흘러서 어떻게 찾겠어.
    뭐라 할 말이 없네요.
    감사해요. 대화라도 나눠주셔서"

    "어휴 (이 동네 어딘가에서)
    골목골목 다 찾으러 다녔는데…그만 갑시다.
    엄마 좀 찾아줘라, 상열아.
    너를 절대 버리지 않았어. 잃어버린 거지."

    "27년 전 우리 딸 희영입니다. 집 앞 놀이터에서 놀다가…"

    【 인터뷰 】서기원 /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 (실종아동 '서희영' 아버지)
    "당시에 실종 부모님들이 개개인이 움직여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그래서 부모 모임을 만든 거죠. 오늘날까지 손을 떼지 못하고…"

    외동딸 희영이를 잃어버리고,
    180도 달라진 아빠의 인생.

    "(실종아동) 부모님들 소천하시면서 마지막 전화가 저인 경우가 많아요. 결국에는 자기 아들 찾아달라는 바람 아니겠어요?"

    이제는 예방 대책도, 수사 기술도 향상됐는데,

    "당시에는 실종아동보호에 관한 법률이 없었잖아요. CCTV만 있었어도…지금 시스템이었으면 우리 희영이가 실종으로도 이어지지 않죠. 안타깝죠."

    지금이라도 바로 잡고 싶은데, 답답한 게 많습니다.

    "일선 경찰에다 맡겨놓으면 우리 아이들 못 찾으니까 실종전담수사팀을 지방경찰청에다 꾸렸잖아요. 그런데 가정폭력, 학교폭력, 성폭력, 실종아동 이렇게 5가지 정도 넣어버리니까 직원 10명인데 담당이 2명밖에 더 돼요?"

    20년 넘게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아이는 집계된 것만 648명입니다. (2021.2.28. 경찰청 기준)

    "국가는 나 몰라라 하고 있잖아요. 실종 부모들 일인 양 하고 있는 게…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우리는 길이 없어. 길이. 백사장 가서 바늘 찾기인데 내가 어떻게 하냐고 정부에서 소원 한번 풀어줬으면 좋겠어요."

    [민심듣귀] 이민정입니다.

    [<민심듣귀>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sim@tbs.seoul.kr로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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