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민심듣귀] "부당해고를 당했습니다. 그런데 법이 외면하네요"

이민정 기자

lmj@tbs.seoul.kr

2021-07-29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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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는 5월에 해고예고 통지서를 받고 그날부터 회사를 못 나가고 있습니다."

    A씨
    행정 사무원으로 근무
    입사 2년 만에 해고

    "처음 회사에 적응할 때는 처음이라서 원래 힘든가 보다, 내가 유별나게 생각하는 거겠지…(다른 직원이) 아침마다 저를 째려보고 인사를 안 받고 막 혼내더라고요."

    버티기 힘든 모욕감,
    회사에선 혼자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제가 아이 넷을 낳고 살이 쪄서 입사했거든요. 돼지 소리를 100번도 넘게 들었어요. (한 상사가) 책상 두들기고 겁을 주고 협박하고 그러시니까 제가 그만하라고 너무 무섭다고 했는데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었어요."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회사 측에 호소도 해 봤지만,

    "원래 같으면 상담을 해서 조치를 하고 해야 되는데 한 적이 없었고…"

    오히려 괴롭힘을 신고한 게 해고 사유가 됐습니다.

    "회사 기강을 흐리게 했다는 게 해고 사유입니다. 저는 피해자예요, 가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처럼 해고 사유를 써놨어요."



    괴롭힘도, 해고도 부당하다고 따지고 싶었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사업자 근로자 수가) 5인 미만인 경우에는 이렇게 부당하게 해고돼도 제가 뭘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실제같이 일한 직원은 5명보다 훨씬 더 많았었는데,

    "30명 정도 같은 공간을 사용하는 직원들하고 제가 회사가 다르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는데…저만 A 사업장에서 월급이 나가는 직원이었죠. 그런데 업무도 혼재돼 있고 B 사업장 일을 제가 할 때도 있고…"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이라 불렸습니다.

    【 인터뷰 】하은성 / 노무사 (권리찾기유니온 정책실장)
    "하나의 사업장인데 여러 개 쪼개져 있는 경우라고 보면 될 것 같고요. 본인이 소속돼 있는 서류상 사업장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장의 일도 하고 있고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의 징표인 건데…5인 미만이 아닌데 5인 미만으로 위장하는…"

    "해고를 당하고 보니까 5인 미만 사업장의 부당해고 가능하고 괴롭힘 가능하고 이런 걸 알고 악용한 거죠."



    B씨
    물리치료사로 근무
    입사 8개월 만에 해고

    지난 봄 해고된 또 다른 노동자입니다.

    20여 년 같은 일을 하면서 해고도 여러 번 당했지만 이번만큼은 해고를 당하지 않을 거라 믿었습니다.

    "전혀 의심하지 않았죠. 제가 말하는 대로 근로계약서가 보완됐습니다. 제가 예전에 (5인 미만 사업장에서 해고당한) 경험이 있어서 철저히 한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랬더니 세상에 그런 나쁜 사람도 있냐고 이야기했고요."

    처음 석 달간은 좋았지만,

    "퇴근 이후에 업무 미팅은 안 하는 걸로 자제해 달라고 부탁을 드렸어요. 그러더니 태도가 돌변했고 시작이 된 거죠. 원장님께서 제게 나가줬으면 하는 느낌을 계속 줬어요. 언어폭력, 인격적으로 모욕을 한다든지, 연세가 많아서 청력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

    결국 해고로 이어졌고,

    "해고는 상상을 못했어요. 원장님과 독대를 하면서 '저한테 이러시면 안 되지 않나요' 그랬더니 지금도 약을 먹어야 되는 이유가 건들거리는 모습으로 '가실 때 됐어요' 이러는데 저는 그 순간 '죽을 때 됐어요'라는 말로 들릴 정도로 충격이었어요."

    5인 이상이었던 자신의 일터는
    부당해고 구제신청도 할 수 없는
    5인 미만 사업장이 돼 있었습니다.

    "동료 물리치료사가 사직을 했고요. 상근하면서 업무를 돕던 조무사 실습생이 그만뒀거든요. 인력을 더 쓰지 않기 위해서 청소, 빨래, 물리치료 보조를 원장님이 하시면서 5인 미만을 유지하신 거예요."

    【 인터뷰 】하은성 / 노무사 (권리찾기유니온 정책실장)
    "5인 미만으로 만들어버리는 경우에요.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중에서 거의 대부분의 조항들이 적용이 안 되는데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도 배제가 되었고 해고에 있어서 어떠한 사유도 요구하지 않고 심지어 해고가 부당하다고 구제신청을 다툴 수도 없어요."

    다툴 수 없다 해도,
    그래도 한번 싸워보기로 했습니다.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해도 5인 미만 사업장이라 기각이 될 거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제가 신청서를 냈습니다. 이유는 신청서도 못 냅니까, 전체 8개월 근무 기간 중에 30여 일만 5인 미만이고 나머지 기간은 다 5인 이상인데, 왜 제가 해고예고 통지서를 받은 직전 30일 이상만 충족이 되면 왜 제가 그거에 그냥 속해야 되죠?"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최근 대체공휴일법 등에서도 제외가 된 상태입니다.

    【 인터뷰 】하은성 / 노무사 (권리찾기유니온 정책실장)
    "근로기준법 11조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은 영세사업장 보호라는 이유로 배제가 되니까 다른 법들도 순차적으로 5인 미만 사업장은 뭔가 적용 예외를 해도 되는구나라고 더 사각지대가 넓어지는 거죠."



    법의 사각지대에서,
    누군가는 이를 악용하고,
    누군가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하은성 / 노무사 (권리찾기유니온 정책실장)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차별이 과연 정당한지, 근로기준법 11조에 대해서 사람들의 생각이나 입법부의 태도가 달라져야겠죠. 근로기준법 목적 달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조항이라면 사실 폐지되는 것이 맞죠."

    이들의 바람은?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며 해고당하는 사람 너무 많아요. 제가 싸웠다는 게 좋은 예가 됐으면 좋겠어요."

    "괴롭힘도 없고 저 같은 제2,3의 피해자가 안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죠."

    [민심듣귀] 이민정입니다.

    [<민심듣귀>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sim@tbs.seoul.kr로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유튜브에서 다시보기

    부당해고 해도 근로기준법 적용 안받는 5인 미만 사업장 [민심듣귀]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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