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인싸_이드] '발암 물질' 용산공원, 시민 공원 될 수 있나?

최양지 기자

y570@tbs.seoul.kr

2022-07-1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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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 미군 기지의 반환에 따라 시민 공원으로 재탄생한 용산 공원.

    오는 9월 본격 개방을 앞두고 6월 10일부터 26일까지 시범적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신용산역으로 나와 정문을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장소인 주한 미군 장군 숙소부터 국립중앙박물관 북쪽의 스포츠 필드까지 1.1㎞ 구간이 개방됐습니다.

    우리 땅이지만 한 세기가 넘도록 밟지 못했던 곳.

    용산 공원에 많은 사람의 발걸음이 이어졌는데요.

    사람들의 표정에도 기대감과 설렘이 가득했습니다.

    [인터뷰] 정희경 / 용산 공원 방문객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부분이 굉장히 궁금했죠. (미군들이) 어떻게 생활했나 궁금해서 오게 됐습니다.”

    [인터뷰] 허윤용 / 용산 공원 방문객 “과거에 미군 부대였는데, 우리 국민 속으로 들어와서 우리 가까이 오게 됐다는 것이 새롭고요. 아주 감격이 깊습니다.”

    [인터뷰] 임혜진 / 용산 공원 방문객
    “오픈한다고 해서 저희도 아무 정보 없이 왔다가 이런 옛날 공간을 봐서 좋았던 것 같고 좀 더 사람들이 많이 알 수 있게 홍보가 잘 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반대편에선 용산 공원 개방을 반대하는 시위가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은희 대표 / 온전한생태평화공원조성을위한용산시민회의
    “오염이 있으면 당연히 정화하고 국민한테 안전하고 깨끗한 공원을 제공해야 하는데 그것이 전혀 안 된 상태에서 그냥 졸속적으로 개장을 했고…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 건강을 먼저 생각하려면 중단하고 안전한 공원, 깨끗하게 정화해서 공원을 개방해야한다…”

    ▶1장 오염된 용산, 그 시작은?

    용산 기지 환경 문제가 급부상하기 시작한 건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난 2001년 지하철 녹사평역 공사 중 지하수에서 기름띠가 발견되는데, 조사해 보니 발암물질 벤젠의 기준치가 많게는 1,170배를 넘었습니다.

    오염의 원인은 놀랍게도 인근 미군 기지.

    기지 내부에 있는 주유소에서 기름이 유출된 것입니다.

    지금의 용산 공원 터는 일제 강점기에 조선 침략을 위한 동원 기지로 사용됐고, 해방 이후 한국 전쟁이 발발하면서는 본격적으로 미군이 점령했습니다.

    120년 넘게 남의 나라 땅이었기에 이곳이 얼마나 오염됐는지 이때까지 아무도 알 수 없었습니다.

    이후 2003년 용산 기지 평택 이전이 결정되면서 반환 논의와 함께 환경 조사가 시작됐고, 비로소 심각한 상황이 속속 드러났습니다.

    환경부가 작성한 용산 기지 환경 조사 및 위해성 평가 보고서에는 숙소와 학교 근처 토양에서 발암물질 다이옥신 등이 검출됐습니다.

    여기에 1990년부터 2015년까지 기지 내부에서 최소 84건의 기름 유출 사고가 있었다는 사실도 미 국방부 문건에서 확인됐습니다.

    [인터뷰] 정규석 사무처장 / 녹색연합
    “지금 보이는 저 시설은 일제 강점기 때 일본군이 쓰던 시설부터 시작해서 미군이 70년 넘게 쓰던 시설로 이어져 내려옵니다. 땅 밑에 있는 송유관이나 유류 저장 탱크 등이 다 그때부터 만들어졌던 시설이고 그만큼 노후화됐죠. 그래서, 거기서 나온 기름 유출 사고들이 번번이 있었던 것이고, 거기에 따른 발암 물질이 토양 오염원이 될 수밖에 없었다…”

    ▶2장 오염만 있고 책임은 없다

    오염이 확인됐다면 남은 과제는‘정화'.

    정화 비용을 누가 낼 것이냐를 두고 한국과 미국의 지난한 협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애초 1966년에 체결된 소파(SOFA) 협정에는‘주한 미군이 시설을 반환할 때 원상회복의 의무가 없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습니다.

    이후 2001년 소파 협정에서 환경 조항을 추가로 도입했지만, 그마저도 모호해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상황입니다.

    [인터뷰] 채영근 교수 /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용산 미군 기지에서 조사된 환경 오염의 정도가 사람의 건강 또는 생명에 급박하고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고 있느냐 여부가 핵심적인 쟁점이 되는데 몇십 년 동안 미군 병사들이 용산 미군 기지에 거주하면서 아무런 건강상의 문제 없이 생활을 잘 해왔기 때문에 설령 지하, 토양, 지하수가 오염되었다고 하더라도 사람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그렇게 크지 않다라고 보는 것이 미국의 입장입니다.”

    그 사이 녹사평과 캠프킴 기지 주변의 정화 작업은 온전히 서울시가 떠안았습니다.

    처음 오염 물질이 발견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정화에 쓰인 돈은 115억 원.

    서울시는 매년 정부를 상대로 소송해서 정화 비용을 돌려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서울시 강승곤 팀장 / 서울시 물순환안전국 토양지하수팀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해서 정화 비용을 받아내고 있어요. 소송하면 주한 미군에 의해 오염된 거라고 법원이 인정하고 (또)‘그에 대한 비용이 들었네’하고 인정해서 저희가 승소를 한 거죠.”

    ▶3장 끊임없는 안전성 논란

    이런 상황에서 완전히 정화 작업을 하지 않은 채 개방하는 용산 공원의 안정성 우려가 점점 커졌습니다.

    정부는 이런 우려를 의식해 개방을 앞두고 공원 안전성 검토를 진행했습니다.

    일부 도로는 포장하고 풀과 나무를 심고 고위험 지역은 개방 구역에서 제외했습니다.

    또 땅속에서 유해 물질을 직접 포집해 제거하는 기술을 앞으로 적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박재우 교수 /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땅속에 있는 오염 물질이 지상으로 올라오는 거는 휘발이나 증발을 통해서 오는데 그런 것들이 올라오다가 많이들 고체 표면에 붙어요. 아주 붙는 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붙을 수 있는 (저감) 장치를 많이 만들어주면 농도가 거의 안 올라오게 할 수 있는 거죠.”

    일단, 용산 공원을 짧은 시간 방문하는 시민의 건강이 위협 받을 가능성은 작습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영구적인 조치는 아니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근본적인 오염 정화입니다.

    정화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한강 등으로 흘러가 하천 생태계까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인터뷰] 김휘중 소장 / 토양 및 퇴적물 환경 복원 연구소
    “용산 지역의 특성은 오염 지역하고 제일 가까운 지역이 한강하고 1㎞에 지나지 않습니다. 과거의 오염 사례와 현재의 오염 사례를 보면 그 지하수나 오염 형태들이 이동하는 것을 볼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한강 본류로 (흘러간) 이러한 유류 오염 물질 또는 유해 물질이 한강 수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겁니다.”

    ▶4장 휴식과 추억의 공간이 되려면

    오랜 세월 이어진 용산 공원 오염 논란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적인 문제와 외교적인 이해관계, 환경 문제가 한 데 뒤얽혀 풀기 힘든 실타래와 같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채영근 교수 /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2004년도 용산 미군 기지 반환 협정 자체가 문제라는 것을 자각하고 이런 SOFA 규정을 개정하려는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하고), 소파 규정을 개정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이걸 활용할 수 있다면 우리로서는 미완의 성공이라고도 볼 수가 있을 것입니다.”

    가장 중심에 두고 생각해야 하는 것은 무엇보다 '시민 안전’.

    정부는 당장 오는 9월부터 용산 공원 임시 개방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금처럼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정화 계획 없이 9월 개방까지 밀어붙인다면 시민 안전을 저버린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인터뷰] 정규석 사무처장 / 녹색연합
    “만의 하나의 위험성을 상정한 상태에서 보수적으로 국민의 건강권을 지켜야 하는 게 정부의 의무고요. 국민의 건강권을 해치면서까지 빨리빨리 구체적인 계획 없이(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많은 사람에게 휴식과 추억의 공간으로 기억될 용산 공원이 안전하게 우리의 품으로 돌아올 날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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