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종이쪼가리가 공과금 고지서로"…무더위가 무서운 쪽방촌

공혜림

abcabc@seoul.go.kr

2019-08-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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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앵커멘트 】
    찌는 듯한 더위에 그 어느 곳보다 지내기 어려운 쪽방촌에서 주민들을 더 힘들게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종이쪼가리도 건물주가 숫자를 적기면 하면 각종 공과금 고지서로 둔갑하는데 세입자들은 언제 요금 폭탄을 맞을지 몰라 무더위에 선풍기도 맘 편히 켜지를 못합니다.

    을 중의 을인 쪽방촌 주민들의 처지를 악용한 '마법의 공과금 고지서', 그 실태를 공혜림·조주연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 세 들어 사는 50대 A씨가 3년째 모은 쪽지들에는 전기세와 수도세, 가스비가 휘갈겨 적혔습니다.

    건물주가 매월 적어주는, 일종의 공과금 고지서입니다.

    정확한 날짜도, 사용량도 없지만 쪽지에 적힌 액수만큼 건물주에게 현금으로 냅니다.

    건물주만이 계산법을 아는 '마법의 고지서'는 A씨가 국내에 없을 때에도 만들어졌습니다.

    【 SYN 】A씨
    "여기에 몇 달 없었는데, 물도 안 쓰고 가스도 안 썼는데 냈더라고. 자기들 마음대로야."

    A씨는 건물주가 마음대로 호별 고지서를 만드는 건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고지서가 건물 전체 앞으로 하나만 나오기 때문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달랐습니다.

    【 INT 】한국전력공사
    "이 건물은 호별로 따로 나가고 있네요. 101호, 102호 이런 식으로."

    또 다른 쪽방촌에 사는 60대 B씨는 공공기관에서 본인 앞으로 보낸 고지서를 보고도 갖지를 못합니다.

    【 SYN 】B씨
    "주인 아줌마가 영수증(고지서) 갖고 계시면서 돈만 달라고 하니까. 내가 장부에다 적어놔. 돈 드렸는데 안 줬다고 할까 봐."

    이들 모두 '건물주에게 개선해 달라고 말하는 건 어떻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 SYN 】A·B씨
    "말발이 서나? 너희 살기 싫으면 나가라는 뜻인데." "나는 세 사는 입장이고…."

    【 STD 】공혜림 기자
    정식 공과금 고지서가 이곳 쪽방촌에서는 건물주를 상대로 싸워서 얻어야 하는 전리품이 된 지금, 대책은 없는 건지 이어서 조주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 STD 】조주연 기자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공공기관들은 나 몰라라였습니다. 우선 각종 공과금을 걷는 기관은 "요금만 받으면 될 뿐 그 요금이 '어떻게' 걷히는지는 책임 밖의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 INT 】한전
    "그냥 공급 계량기에 나오는 대로 계산하는 거죠. 저희가 함부로 건물 뒤져볼 수 없잖아요."

    쪽방촌 현장을 관리하는 해당 지자체는 그런 실상을 알지 못했다는 입장입니다.

    【 INT 】용산구 사회복지과
    "집주인들이 어떤 방식으로 공과금을 받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 INT 】서울시 복지정책실 자활지원과
    "가구마다 다른 금액으로요? 그래요?"

    실상을 알더라도 "개인 간의 문제라 개입하기 어렵다"는 말만 돌아왔습니다.

    【 INT 】용산구 서울역쪽방상담소
    "(집주인한테 고지서를 보여주라고) 말은 할 수 있겠지만 안 되면 어쩔수 없는 거죠. 저희랑 계약을 하지는 않으니까요."

    서울시나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운영하는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세입자가 조정을 요구할 수 있지만, 건물주가 거부하면 그만입니다.

    시민단체는 강제성을 띤 법적 보호 장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합니다.

    【 INT 】안진걸 /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최소한 법령에다가 세입자들에게 공과금하고 관리비를 부과할 때 그것이 어떻게 책정되어 있고 총액이 얼마이고… 투명하게 설명해주는 것을 건물주의 의무로 추가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도움을 청할 방법도, 대상도 없는 쪽방촌 주민들은 스스로 눈귀를 닫고 건물주를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 SYN 】쪽방촌 주민
    "지난달에 얼마 나갔으면 됐지. 사람 안 믿고 어떻게 사노."

    tbs뉴스 조주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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