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길거리 구둣방이 사라진다

서효선 기자

hyoseon@tbs.seoul.kr

2022-03-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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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가 가져온 일상 속 변화 중에 하나는 바로 한결 편안해진 출근 복장입니다.

    단정한 선을 강조한 정장 재킷 대신 편안한 니트나 개성 있는 티셔츠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단정한 검정 구두는 이제 운동화가 대신합니다.

    【 인터뷰 】박병기 / 경기도 구리시
    "예전하고 많이 달라진 게 거래처 사람들을 만날 때도 예전에는 정장이나 구두를 신고 만났는데 요즘은 그렇게 안 해도 다 이해해 주시니까…."

    【 인터뷰 】이지은 / 경기도 구리시
    "편한 걸 더 좋아하기도 하고 아무래도 대중교통 타다 보니까 서서 오는 경우가 많아서 구두보다는 운동화가 더 편한 것 같아요."

    시대의 변화는 길가의 구둣방도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1980년대 길가의 영업시설물은 곳곳에서 요긴하게 쓰였습니다.

    하지만 구두를 신는 사람이 줄어들자 구두수선대를 찾는 발길도 같이 끊겼고, 신문과 먹거리를 파는 가로판매대도 길목마다 생겨난 편의점에 밀려났습니다.

    최근엔 코로나19까지 유행하면서 유동인구 자체가 줄어든 상황.

    어린 시절부터 구두를 만져온 양 사장님의 구두수선대도 텅 빈 날이 많습니다.

    【 인터뷰 】구두수선대 운영자
    "중학교 졸업하고 집이 좀 어렵게 살아가지고. 고등학교를 못 다니고. 그래서 옛날엔 양화점이라고, 그 구두 만드는 곳을 양화점이라고 하고, 옷은 양복점이라고 해요. 저는 그 양화점에 들어가서 구두 일을 배웠어요. 그래서 그때 한 열아홉 살 정도부터 배워가지고 지금까지 계속 구두 일을 하는 거예요."

    【 인터뷰 】구두수선대 운영자
    "이게 소가죽이에요. 제가 오래 썼어요. 계속 기워서 쓰고. 거의 한 20년 되어가나? 이게 딱 맞아요. 익숙해져서 못 버려요."

    Q. 사장님의 일과는 어떤가요?
    【 인터뷰 】구두수선대 운영자
    "8시 40분에서 9시 사이에 나와요. 겨울에는 저녁 6시까지 하고 여름에는 7시 반까지 해요. 겨울에는 추우니까. 해가 일찍 떨어지고 (손님들도) 일찍 들어가세요. 여름에는 해도 길고 더우니까 늦게까지 해도 손님이 좀 있죠."

    Q. 하루에 손님은 얼마나 오나요?
    【 인터뷰 】구두수선대 운영자
    "요즘에는 한 많을 때는 5명, (적게는) 1~2명. 없을 때도 있고. 도시락을 안 싸서 다니면 최고 싼 게 7,000원이거든요. 밥이. (수선을) 5천 원짜리 하나 하고 갈 때도 있고. 그런데 매일 사 먹을 수가 없어서 도시락을 싸서 다니거든요. 요즘 같은 경우에는 계속 5만 원 이상 번 적이 별로 없어요 하루에. 많이 벌 때는 2~3만 원 버는 것 같아요."

    Q. 코로나 이전과 비교했을 때 손님이 많이 줄었나요?
    【 인터뷰 】구두수선대 운영자
    "거의 반 절. 반 토막은 났죠. 더 자꾸 갈수록 손님이 없어요. 힘들어요. 옛날에는 구두를 많이 신었어요. 근데 요즘에는 거의 운동화를 많이 신어서 수선할 게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운동화는 별로 닦는 것도 아니고 세탁하는 거고. 수선할 게 별로 없어요. 겹친 데 겹쳐 코로나 때문에도 그렇고 구두를 많이 안 신으시고…."

    서울시는 보행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판매가 부진하거나 운영자의 고령화로 자연스레 감소하는 보도상 영업시설물을 철거하고 있습니다.

    조례상 신규 허가는 물론 상속이나 양도도 불가능해 지금의 운영자가 운영을 포기하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

    10년 사이 구두수선대 3곳 중 1곳이 사라지고 이제 남은 곳은 880여 곳뿐입니다.

    달라지는 시대와 설 자리를 좁혀오는 정책, 그런데도 문을 닫지 못하는 이유는.

    【 인터뷰 】구두수선대 운영자
    "저는 장애인이고 다리 한쪽을 못 써서 노동을 할 수가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나이 먹고 다른 거 할 게 없잖아요. 나이도 65살인데. 그래서 나와서 하는 거예요."

    장애인 특례로 받은 영업 허가가 올해까지인 사장님은 계속해서 가게 문을 열 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했습니다.

    【 인터뷰 】구두수선대 운영자
    "이것 좀 안 없앴으면 좋겠어요. 하고 싶은 사람 할 수 있게."

    TBS 서효선입니다.
    hyoseon@tbs.seoul.kr

    영상취재 : 윤재우, 고광현
    영상편집 : 김희애

    #서울시 #구두수선대 #거리가게 #구두수선 #구두 #운동화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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