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일상이 된 과밀…"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우.동.라.썰]

서효선 기자

hyoseon@tbs.seoul.kr

2022-11-1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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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지금 우리 동네는? 지역을 들끓게 하는 뜨거운 이슈를 풀어놓습니다. [우리동네 라이브 '썰']

    달리고, 밀치고, 욱여넣고. 지옥철과 만원 버스는 도심에선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일상입니다. 특히 서울 지하철은 지난해 기준으로 9개 노선 중 7개 노선이 최대혼잡도 100%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과밀이 일상인 상황. 구간별로 들여다보면 9호선 '노량진→동작'은 최대 혼잡도 185%, 4호선 '한성대입구→혜화' 구간은 최대 혼잡도가 150%까지 오릅니다.

    숫자로만 보면 잘 와 닿지 않는 이 혼잡도는 125%만 돼도 시야가 막히고, 150%는 탑승객 간 어깨가 밀착할 정도로 승객이 과밀한 상황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혼잡도가 175%까지 오르면 탑승객 간 몸이 밀착돼 팔조차 들 수 없습니다.

    [전동차 혼잡도 기준]  

    10·29 참사는 우리에게 '안전한 일상'을 숙제로 남겼습니다. 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당연하게' 여겨왔던 일상 속 과밀 문화부터 '당연하지 않게' 여겨야 합니다.


    ■ 참사 트라우마 떠올리게 하는 '지옥철'

    10.29 참사 현장 영상은 각종 SNS를 통해 순식간에 확산하면서 유족과 지인은 물론 전 국민에게 트라우마를 남겼습니다. 참사 트라우마를 쉽게 떠올리게 되는 곳은 매일 같이 사람이 몰리는 '지하철'입니다.

    지난 7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 2호선과 9호선 환승역인 당산역에 직접 나가봤습니다. 역사에는 노란띠를 두른 직원들이 나와 시민들의 출근길을 살피고 있었습니다. 참사 이후 시민들의 안전 의식은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바쁜 시간대라 그런지 환승 게이트에서 숨 가쁘게 달리는 사람, 걷거나 뛰지 말라는 에스컬레이터 안내음이 무색하게 에스컬레이터를 뛰어 내려오는 시민들, 이전의 출근길 풍경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피크시간인 오전 8시대, 사람들로 이미 가득찬 9호선 급행열차에 올라타려 천장을 잡고 몸을 욱여넣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지하철에 꽉꽉 몰려서 타고 가는 상황에서 진짜 잘못하면 '이제는 죽을 수도 있겠구나' 그런 무서움과 무서움이 커졌고. 제가 등하교를 안 할 수는 없으니까 알아서 살 방법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박민채, 대학생)

    "사람들 (많이) 있는 데 가면 겁이 나죠. 누가 나를 지켜줄 것인가." (고정렬, 세종특별자치시)

    익숙한 과밀, 하지만 시민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 작지만 보이기 시작하는 일상 속 변화

    물론, 참사 이후 변화가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SSG와 키움의 한국시리즈 경기가 있던 지난 7일 오후, 인천 문학경기장을 찾았습니다. 오후 5시가 넘어서자 서서히 문학경기장역에도 사람이 밀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시민들이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마주한 건 50여 명의 안전요원과 200여 명의 경찰.

    야구팬들은 이렇게 많은 경찰이 경기장에 배치된 건 처음 본다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습니다. 그 덕분인지 사람들이 무질서하게 달리고 뛰어오르기 바빴던 에스컬레이터는 안전요원들의 안내에 따라 '두 줄 서기'로 운영됐습니다.

    정창삼 인덕대학교 스마트건설 방재학과 교수는 "2호선, 4호선, 9호선 등 혼잡도가 높은 지하철에서는 호흡 곤란 환자가 종종 발생한다"면서 "지하철 입구에 혼잡도를 미리 공지하거나 안전 요원을 확대 배치하는 등 시민들에게 과밀 위험을 상기시킬 수 있는 대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인천 문학경기장역에서 안전요원들이 시민들을 안내하는 모습<사진=TBS>]  


    ■ 보름 앞으로 다가온 카타르월드컵, 안전 경고등 켜진 연말

    압사 사고는 꼭 폐쇄된 공간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닙니다. 이번 10.29 참사는 골목길에서 발생했고, 여의도 불꽃축제나 보신각 타종 행사 현장은 개방된 공간이지만 대규모 행사가 열릴 때면 수만 명이 순식간에 결집해 위험이 커지기도 합니다.

    카타르 월드컵이 당장 보름 앞으로 다가오고, 연말연시도 머지않은 지금 정부와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방자치단체는 주요 과밀지역과 골목길 등 취약 도로를 대상으로 현장 전수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정 교수는 "사회 재난은 안 좋은 상황들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교집합을 이뤄 대형 참사로 이어진다"면서 "추가 사고를 막기 위한 정책 당국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또 "안전은 불편과 비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시민들은 불편을 감내해줘야 하고 정책 당국은 기꺼이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정 교수는 "이번 10.29 참사로 밀집 지역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이 형성된 만큼 불법 증축 구조물을 행정력을 동원해 복원하고, 행사장에서도 모든 시민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미리 대비한다면 안전 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취재기자 : 서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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