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정준희의_해시태그_1회_2020.03.26방송] #착한_언론을_골라내는_눈을_키우자

박은주

tbs3@naver.com

2020-03-27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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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 정준희의_해시태그_1화 #착한_언론을_골라내는_눈을_키우자

    ◎ 내용 인용 시 TBS [정준희의 해시태그]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정준희] 2010년 12월 17일 아프리카 북부에 있는 튀니지에서 한 청년이 분신자살을 시도했습니다. 노점상에 대한 경찰의 과잉단속에 저항하는 아주 절박한 행동이었는데요. 이후로 이 사건은 우리에게 아랍의 봄으로 알려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이어지기도 했죠.

    프로테스트(#protest), 아랍스프링(#Arabspring), 이집트(#Egypt)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전 세계에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퍼트리는데 크게 기여를 했습니다. 2년 전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구었던 미투 운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피해자들의 가슴 속에만 남아있었던 성폭력, 성추행의 기억을 바깥으로 끄집어내는데 이 해시태그가 아주 커다란 역할을 했죠.

    세상을 바꾸는 저항, 공감, 지지, 응원의 기회가 된 해시태그. 이제는 잘못된 언론을 바꾸고. 새로운 미디어를 만들어가는 희망과 연대의 기호로 세우고자 합니다. <정준희의 해시태그>. 그 첫 번째 시간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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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준희] ‘굽히지 않는 펜’. 그 어떤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는 비판적 언론 자유의 상징입니다. 언론 탄압의 광풍이 몰아치던 암흑의 시대. 역사 앞에 거짓된 글을 쓸 수 없다며 자신의 목숨을 걸고 오로지 진실만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기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을 권력 비판으로 이끌었던 힘은 무엇이고, 그것이 오늘의 언론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언론탄압의 산증인 변상욱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저널리즘의_역사와_역할
    #변상욱_대기자

    [정준희] 여러 다른 자리에서 뵙다가 이렇게 저희 해시태그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처음 모시게 된 손님이라서 개인적으로 영광이고 기분 좋습니다.

    [변상욱] 저도 영광입니다.

    [정준희] 저희가 장소를 선택한 이유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광장의 상징성이라고 해서 서울 광장, 광화문 광장, 그리고 프레스센터는 사실 우리나라 저널리즘의 중심지라고 볼 수 있고. 저널리즘의 카페라고도 불리는 곳에 모시게 됐습니다. 이 앞에 굽히지 않는 펜이라고 조형물이 생겼잖아요? 저희가 이 상징적인 조형물을 선택해봤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변상욱] 저한테는 되게 무겁고 아픈 자리이기도 하죠. 왜냐면 거기에는 과거의 언론의 좌절과 고통, 그 다음 현재의 신뢰받지 못하는 언론의 자화상도 그 자리에 담겨있고. 그 다음 도대체 이 언론들은 어디로 가서 무엇이 될까라는 불투명한 미래. 과거, 현재, 미래의 어두운 것들이 중첩된 곳이 어떻게 보면 굽히지 않는 펜, 그 자리거든요. 또 하나는 거기에 쓰인 이름과 단체명들을 죽 보면 어떻게 보면 저널리스트들이 제대로 된 저널리즘을 세워보자는 결의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가?’ 라는 온 국민의 함성과 질타같이 느껴지는 자리라서‘굽히지 않는 펜’이 대단히 부담스럽고 무거운 자리인데 오늘 오면서는 한참 보다가 왔습니다.

    [정준희] 믹스드필링(복합적인 감정)이라고 하잖아요? 그런 장면을 보면, 한 가지 장면만 떠오르는 게 아니라 복합적이게 감정이 드는, 그런 말씀이시잖아요? 단지 자랑스러운 역사를 즐기기 위한 것도 아니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도 많고.

    [변상욱] 얘기하자면 1974년 10월 24일. 흔히 우리가 ‘10&#8231;24 자유언론실천선언’이라고 부르는데. 유신이라고 하는 아주 권위적인 정권이 언론을 엄청나게 통제하고 억압하던 당시에 언론인은 언론인답게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다면서 선배들이 실천선언문을 낭독하고, 그 이후에 치른 대가는 혹독했죠. 동아일보가 그 때 134명, 조선일보에서 33명, 합쳐서 167명이 아무 이유 없이 정리해고 당하고. 길로 나앉아서도 계속 당국의 감시를 받으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고립된 낭인으로서 이 시대를 몇 십 년을 살아가셨거든요? 46년째인가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입니다, 사실. 우리가 아직도 제대로 못 하고 있어서가 아닐까하는 그런 생각 때문에 늘 마음이 무겁죠.

    [정준희] 굉장히 고통스러운 역사이고, 반드시 기억을 할 때 말씀하신 것처럼 다양한 생각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데. 기자님이 어떻게 커왔는가, 어떻게 성장해 오셨는가라는 개인 사정이기도 합니다만. 우리 사회사하고 연결되었으니까. 얘기를 한 번 나눠보고 싶어요. CBS는 국내 최초 민영방송사고, 기독교방송이라는 종교적 명칭이 붙어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진보적이거나 저항적인 목소리를 내는 중요한 산실이었잖아요? 거기에서 입사하실 때는 (기자가 아닌) 피디로 입사하셨다고 들었어요?

    [변상욱] 거슬러 올라가면 1971년, 유신정권을 준비하던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문제가 생깁니다. 그때 프레스카드제를 만들었죠? 기자들에게는 일련번호가 찍힌 자격증, 허가증? 이런 게 나옵니다. 프레스카드라고. 기자가 그때 7천명이었거든요. 근데 프레스카드는 4천장 밖에 없었던 거예요. 나머지 3천명은 구조조정 당해서 사라지는 거죠. 그게 정치권력이, 집권세력이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되는 거죠. 결국 7천명이었던 기자가 3년 사이에 2,900명으로 내려가요. 프레스카드제에서 다 기자 자격을 잃고 거리로 나앉은 거죠. 근데 1980년에 전두환 전 대통령이 신군부 세력을 만들고 등장하면서 언론사의 수를 줄여버리죠. 그래서 몇 개를 합쳐서 통폐합 시켜버리고 어떤 언론사는 뉴스와 기자를 없애고. 알아서 먹고 살든지 도태되겠지 라고 생각해서 기자와 뉴스의 기능을 빼앗아 버린 이런 경우도 있었고. 그래서 제가 입사했던 CBS는 그 때 뉴스 기능을 빼앗기면서 기자를 두지 말라는 게 법적으로 제도화된 거죠.

    자료화면> CBS 1980년 11월 25일 마지막 뉴스
    “이 모든 보도기능이 오늘로 종결되고 역사적인 마침표를 찍으면서”
    이후 1987년 6.10민주항쟁,
    1987년 10월 국민과 언론인들의 노력 끝에 CBS의 보도 기능 정상화

    [변상욱] 그 이후에 90년대 중반을 넘어서 또 달라집니다. 왜냐면 언론사를 통제하던 곳에서 언론사를 자유 경쟁으로 확 풀어주고 수많은 언론사가 한꺼번에 생기니까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됐고. 김중배 선생께서 그 때, ‘이제는 금권에 휘둘리는 언론이 제일 문제가 될 것이다.’ 라고 지적하신 거랑 똑같은 거죠. 그러면서 언론은 과거 관변언론 시절에 왜곡되어 있었던 것을 제대로 정상화 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금권의 위압에 휘둘리는 생존경쟁 시대로 바로 진입을 합니다. 그때의 모순들이 지금 중첩돼서 나타나는 거죠. 권력에 대해서도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고. 제대로 된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광고주의 눈치를 안 봤다가는 광고주한테 완전히 매몰되고. 독자의 클릭 수만 생각하는, 모순이 중첩된 지금의 저널리즘의 모습이 등장하는 거죠.

    [정준희] 지금 그래서 말씀처럼 어떤 권력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였던 그 기억을, 자신의 찬양이나 자화자찬에 활용하는 경우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정작 그렇게 하셔야 하는 분들은 돌아가셨거나 굉장히 어렵게 살고 계시거나 그런데.

    [변상욱] 결국 가장 우리나라에서 오래된 신문들은 올해가 100주년이라고 해서 엄청 기념하고, 나름대로 자기들의 자부심 있는 얘기들을 꺼내놓지만. 이면에 가려진 부끄러웠던 부분들에 대해선 철저한 반성도 없었던 거고, 어떻게 해나가겠다는 다짐도 없고. 또 그것을 후배들이 넘겨받아서 계승 발전시키고 싶은 그 흐름 자체도 끊겨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선배들이 후배들을 다그치고, 또 후배들은 선배들의 좋은 면을 본받으려고 달라붙어서 밤새 술을 사달라며 조르고 옛날 얘기를 들려달라고 하고. 요즘은 온라인이 등장하고, 직무가 많은데다가 사람은 모자라니까 무슨 기사를 쓰든 게이팅키핑(뉴스 결정자가 뉴스를 선택하고 거르는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막 올라가고.

    [정준희] 현재 언론의 중요한 문제를 짚어주신 것 같은데. 언론인이 길러지는 방식이라고 하는 이른 바 도제식 시스템이 있었잖아요? 선배들을 쫓아다니면서 배우고, 그 다음 관습을 물려받고 하는 건데. 그 안에서 사실 안 좋은 관습도 물려지기도 하고, 좋은 관습이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 자존심이 물려지기도 하는 건데. 이게 전반적으로 붕괴가 되면서 안 좋은 관습만 남아있고. 좋은 관습은 자율성이란 이름으로, 간섭하지 말라는 태도로 가버리는 세대 간의 갈등 같은 것도 나타나는 것 같아요.

    [변상욱] 좋은 관습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 시간도 걸리고 노력도 필요하니까 고통스럽거든요. 자기 자신을 꿰뚫어 보면서 반성하고 자책해야 되고, 제대로 된 저널리즘 스쿨을 통해서 적어도 일정기간에 기자, 피디, 아나운서가 되는 코스를 밟은 다음에 각 사에서 선배들로부터 도제식 교육을 받는 게 맞다. 라고 생각했는데. 제각각 각자도생의 길로 기사를 써내니까 엄청나게 불안한 시스템이 진행되고 있는 거죠.

    [정준희] 불안과 혼란이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지금 언론들도 사실 ‘권력 비판’해야 한다, 우리는 저항하는 언론이다. 이런 식의 이야기들을 하잖아요? 이 말의 값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변상욱] 기자는 가장 힘센 이데올로기에 도전해야 하는 거죠. 당신들의 특정 목적과 특정 이념을 가지고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린 거 아니냐. 그것을 깨뜨리는 게 저널리즘의 사명인데. 지금 가장 힘 센 관점, 힘 센 이데올로기는 뭐냐? 라고 할 때 여기에서 차이가 나는 거죠. ‘그거야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있으니까 거기가 가장 힘 센 관점 아닐까?’ 라고 했는데 과연 그걸까? 아니면 다양한 관점들을 다 두루 섭렵한 다음에 문제는 그 비중을 재야만 한다는 거죠. 이쪽에서 함성이 크면 그대로 적고. 저쪽에서 다시 함성이 나오면 그것도 적고. 기계적 중립 상태에 놓인다든가. 그냥 기사는 쏟아져 나가고 나중에 국민들에게 질타를 받는 이런 체제가 갖추어져 가고 있어서 언론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이 시점에서 언론의 가치는 무엇인지 회의감을 갖게 되는 거죠.

    [정준희] 결국 ‘권력 비판’은 수단이고. 그들의 언론의 옹호의 도구로 쓰이는 것. 이런 경우들이 굉장히 많았던 거잖아요.

    [변상욱] 보도자료를 받았을 때 기자의 심정은 엄청나게 진지해야 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보도자료를 만든 다음에 기자들을 불러 모을 힘을 가진 집단은 대체 누구인가. 그 집단은 뻔하거든요. 그 다음, 그 보도자료를 기자가 받아들이고 읽은 다음에 그 설명을 누구에게 들어야 하는가? 전문가에게 찾아가서 듣고, 이 보도자료에 의해서 정책이 이렇게 된다고 하는데 국민들의 입장은 어떤 건지, 국민들의 이해관계는 어떤지를 가서 물어봐야 하는 상황인데. 보도자료를 받아들고 그 보도자료를 만든 집단에 의해서 다시 백브리핑을 또 듣고. 이걸 공들인 기사라고 얘기할 수 있냐? 이런 문제가 있는 거죠.

    [정준희] 권력 비판에 앞장선다라고 언론이 얘기하면서 권력과의 거리 두기를 해야하는데. 실제로 선택은 거리 두기가 아닌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잖아요? 이것도 막연히 그냥 아니다. 예를 들면 언론인은 절대 정치인이 되면 안 된다고 이렇게 얘기할 수 없는 문제도 있는 건데. 이 복합적인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변상욱] 언론인은 정치권에 진출하면 안 된다, 된다에서 기본적으로는 안했으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또 하나 더 적어도 저널리스트 내부에서 청문회는 있어야겠다. ‘지금 당신이 옮긴 그 행위는 선배로서 보기에, 그리고 후배 동료로서 보기에 이렇소.’라는 소속된 언론사의 청문회가 한 번은 있어야겠고. 그리고 기자 협회든, 피디 협회든, 아나운서 협회든 간에. 전체 언론계가 이번에 그 이동은 과연 우리 언론계의 본령이나 윤리적 의무를 생각할 때 옳지 않다. 또는 적절하다를 판단하는 청문회를 거쳐야겠다. 마지막으로 꼭 당부하고 싶은 건. 제발 돌아오지 말았으면. 갔으면 갔지, 갑자기 어느 날 사장님이 되어서 오신다든가.

    [정준희] 보통 폐쇄적으로 살다가, 나중에 할 게 없으니까 정치인으로 진출하는 이런 케이스가, 제가 본 이른바, 영향력 있는 언론인들의 모습이었기 때문에. 특히 자기 직업을 성찰하는 기자를 만나보기가 굉장히 어려웠는데 기자님이 그런 면에서 어떤 기자보다도 뛰어나시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자기를 돌아보는 게 참 쉽지 않은 일인데. 저희가 이 해시태그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라는 것도 탐색하고, 저널리즘의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것도 있지만. 변화하는 저널리즘에 어떤 것들이 필요한 것 까지 아마 연결하려는 그런 생각들이 있거든요. 이 해시태그에 서 어떤 부탁을 하고 싶으신가요?

    [변상욱] 이런 문제제기를 하고 싶죠. 옛말에 ‘천망회회소이불루(天網恢恢疎而不漏)’라는 말이 있어요, 하늘에 있는 그물은 성겨서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결국 역사 속에서 더 걸러내게 된다 라는 건데. 예전에 기자각 자기네의 역할이 그것인줄 알았어요. 우리는 하늘의 그물이 되어서 잘못된 것, 부패한 것, 왜곡된 것들을 걸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반대인 것 같습니다. 국민의 눈과 귀가 언론을 감시하면서 언론이 설마 모르겠지 라고 하는 것들, 언론이 슬쩍 왜곡한 것들을 다 걸러내는 시대가 된 거예요. 그래서 언론의 민낯은 어쩌다 이렇게 벌거벗겨지고, 사람들에게 다 드러나게 되었는가. 이게 우리가 고민할 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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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의_민낯은_어떻게_드러났나?

    [정준희] 세상이 바뀌고, 미디어 환경이 변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그 동안 우리 언론을 덮고 있었던 장막이 한 꺼풀 벗겨지면서 우리 언론의 민낯이 세상에 드러나고 있는 셈이죠. 변상욱 기자의 질문처럼. 과연 어떻게 해서 우리에게 언론의 실체가 드러나게 됐고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걸까요? 물음표를 우리 가슴에 안고, 오늘 해시태그의 내용을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함께 해주실 분들을 소개해 볼 텐데요. 해시태그 프로그램에 아주 절친이자 짝궁이 되실 분입니다. 거의없다님.

    [거의없다] 안녕하십니까. 교수님이 아까 저기에서 연기가 막. TBS의 아들이라 불리는 ‘거의없다’ 입니다. 저는 여기서 교수님의 말씀을 듣는 학생 모드로 저의 지성을 억누르겠습니다.

    [정준희] 낮은 자세로 임해주실 것 같고요. 오늘 첫 순서이니 만큼 특별한 손님을 모셨는데요. 미디어오늘의 이정환 대표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정환] 안녕하십니까?

    [정준희] 실질적으로 오랜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미디어 비평을 전담해왔다 라고 말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고요. 우리가 굉장히 많은 빚을 미디어오늘에 지고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거든요. 굉장히 엄혹하고 어려웠던 시절에 수많은 고소 고발을 당하면서 이끌어왔던 측면이 있습니다.

    [이정환] 지금도 많습니다. 사실 모든 소송을 다 이겼고요. 소송비용도 받아내고 있습니다. 소송재테크라고 하는데요. 이자는 없지만 소송을 이겨서 소송비용을 받아내고 있는 상태입니다.

    [정준희] 앞으로 연대하면서 각자 좋은 활동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또 전문가 한 분을 모셨습니다. 경북대 경제통상학과의 최한수 교수님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최한수] 네. 안녕하세요. 저는 경북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고요. 제가 이 프로그램에 나오게 된 이유는 두 가지의 이유가 있어요. 하나는 경제에 관한 뉴스가 사람들의 수요가 굉장히 늘어나는데 생각보다 부정확한 정보들이 많아요. 그리고 경제 뉴스는 조금 더 수준이 올라가야 하거든요? 근데 상당히 많은 경제뉴스가 수요공급으로 다 설명하는, 그래서 거기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게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요. 일종의 뉴스 소비자로서 평소 언론에 갖고 있던 약간의 불만, 투덜댐 혹은 제안을 하려고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거의없다] 그런 느낌은 들어요. 영화를 보다보면 이 감독이 굉장히 영화의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전달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과 관객을 우습게 보는 건 다르거든요, 느낌이. 그 차이를 알아보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정준희] 그러면 본격적인 논의를 한 번 시도해보려고 하는데요. 우리 거의없다님도 같이 하시니까. 일반인의 관점에서 어떤 부분들을 먼저 얘기하면 좋을까요?

    [거의없다] 이 프로그램의 포지션은 지금까지 기존의 미디어들에게 어떤 기준을 들이대고, 좋든 싫든 평가를 해보는,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포지션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러기 전에 먼저 자기검열을 해야 하지 않을까.

    [정준희] 자기비평. 자기검열은 부정적인 말이거든요.

    [거의없다] 네, 자기비평. 먼저, 미디어오늘의 이정환 대표님께, TBS에 관한 소견을 여쭈어보고 싶어요.

    [이정환] 조선일보에서 이 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 교통방송이 친정부성향 인사가 진행하는 TV프로를 신설했다. 저를 친정부성향 매체로 분류되는 미디어오늘의 대표로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언론을 친정부 성향이나 반정부 성향이냐 낙인을 찍기 보다는 기자는 기사로 말하는 것이죠. 그리고 주장은 근거로 반박해야하는 겁니다. 다만 오늘 이 프로그램도 진영의 논리가 아니라, 언론 역시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언론을 이해하면 사회를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저널리즘 리터러시’의 방법을 이야기하는 그런 프로그램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거의없다] 조금 숨을 쉬시면서 말씀 하셔야 하는데. 누가 보면 굉장히 화가 나신 것처럼 보이는데.

    [정준희] 화가 날만 하죠. 명예훼손성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식으로 근거 없이 낙인찍기를 하는 것은.

    [거의없다] 다만 대표님께서 감정적으로 격해지신 건 아니라는 점~ 어떤 말씀인지 잘 알겠고. (정준희) 교수님에게도 한 번 여쭈어보고 싶어요. 교수님도 친정부 성향 인사가 되셨습니다. 명단을 봤는데 다행히 저는 없더라고요. 교수님이 여기에 대해서 하실 말씀이 있으실 것 같아요?

    [정준희] 저는 전형적인 낙인찍기라고 생각하고. 사람이 증거가 부족하면 자꾸 프레임으로 승부를 걸려고 하는 성향이 있고요. 저는 일종의 길들이기 전략이라고 판단해요. 우리 프로그램이 아무래도 문제 있는 언론들을 지적하게 되는 그런 경우들이 되게 많기 때문에. 그 문제들을 지적할 때 아까 자기검열이란 표현을 쓰셨는데 자기도 모르게 지적을 받지 않을까. 친정부 성향이란 지적을 받지 않을까라는 식의 걱정을 하게 만드는 효과를 의도했다 라고 판단하고요. 이런 언론사들이 성향이 없는 게 아니에요. 일정한 정치적 지향이나 입장이란 게 있습니다. 다만 그 입장을 변호하기 위해 사실을 선택하지 않아요. 자기 입장과 반대되는 사실이더라도 얘기해주고. 그리고 그 얘기가 논리적으로 합당하고 근거로써 충분하다면 그것들을 보도하는데 주저하지 않아야 하는 거거든요. 저는 그래서 TBS보도가, 아까 말씀해주셨는데 이와 같은 입장 속에서도 충분한 근거와 충분하게 사실을 잘 전달하고 있는가에 대해 여러 논의의 여지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보고요, 그 부분은 우리가 늘 비평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기준에 적합한지에 대해선 우리도 눈을 뜨고 제대로 한 번 들여다보겠다고 약속을 드립니다.

    [거의없다] 요즘 들어서 특히 더 그런 것 같아요. ‘권력 비판’이란 단어를 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데 왜 이 단어에 집착을 하는 걸까. 물론 언론사의 사명일 순 있겠죠, 이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정환] 우리는 늘 비판을 하고, 우리 비판은 늘 옳다는 믿음이 상당수 언론들과 기자들에게 있는 건데요. 여론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그런 경향을 보이는 게 많다. 그렇다면 감시자는 누가 감시할 것인가. 언론이, 감시자가 스스로 일탈할 때 그걸 누가 비판할 것인가 하는 것들이 고민이고요. 내가 말하면 그게 곧 진실이 되고, 내가 세상을 바꾼다는 오만을 버리고, 사실 앞에 좀 더 겸허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저의 고민입니다.

    [최한수] 제가 보기엔 두 가지가 있는 것 같아요. 왜 사람들이 언론에 대해 불신하느냐? 첫 번째는 비판하는 걸 문제 삼는 건 아니에요. 그건 당연히 해야 하죠. 어느 권력도 자기의 더러운 치부를 드러내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까요. 첫 번째는 비판의 일관성이 없다. 이게 첫 번째로 사람들의 불만인 것 같아요. 일관성이 없다는 건 예를 들면 전 정부와 현 정부를 비교했을 때 일관성이 없다는 것일 수 있고요. 그 잣대를 너희에게 들이대라. 이게 사람들의 한 가지 불만이죠. 이른바 내로남불 이라는 건데. 또 하나 보다 본질적으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언론에 대한 불신은 비판의 수준이 높지 않다는 거에요. 비판을 한다는 게 문제라는 게 아니라. 비판을 할 순 있죠. 그런데 트집을 잡기 위한 비판도 있고. 물론 항상 건설적인 비판을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요즘은 각종 사이트에서 기자보다 수준 높은 사람들이 글을 많이 올려요. 사람들에게 노출되어 있어요. 그런데 비판의 수준이 그것 보단 높아야 하잖아요?

    정준희> 학문 중에서도 ‘비판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얘기되는 분야예요. 비판은 헐뜯기가 아니거든요. 비판의 핵심은 다르게 보기입니다. 주어진 것이 사실이고, 주어진 것이 진실이라는 게 아니라. 주어진 것이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라고 다르게 보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에요. 다르게 보면 달리 보이는 것들이 생기게 되고, 그러면 수집된 사실이나 보이는 것들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줄 수 있는 게 비판의 핵심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권력 비판을 앞세우지만. 저는 그것 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게 감시적 태도라고 생각해요. 권력은 감시하는 게 맞거든요. 감시의 결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그때 강하게 비판하는 게 맞죠. 근데 감시의 결과, 문제가 없거나 잘하고 있다면 사실 언론이 쉽게 하긴 어렵지만 칭찬을 해줘야하는 것도 맞아요. 그런데 비판을 최우선 순위에 놓다 보니까 그것으로 모든 것을 정당화하는 그런 문제를 낳게 되거든요? ‘사실은 신성하다’는 말을 최근에 많이 해요. 저는 정말 이 명제에 충실했으면 좋겠어요.

    [거의없다] 사실은 신성하다

    [정준희] 사실이라고 하는 것이 신성하다는 걸 제대로 알고, 그 사실에 근거해서 그것이 감시가 됐든, 비판이 됐든 진행을 한다면 거기에 대해선 문제 제기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그러나 비판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의 신성성을 훼손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저는 이 부분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거의없다] 그렇다면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어떤 기사가 탄생하는지 실제 보도되는 기사를 하나하나씩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어떤 기사인지 해시태그에 보이스를 제공해주시는 아나운서분이 계세요. ‘보이스 아나운서’라고 해서 ‘보아’라는 굉장히 고민 없는 이름을 붙였는데요.

    [보아] 해시태그의 보이스 아나운서 보아입니다. 여러분이 주목한 기사 속 해시태그, 지난 3월 15일, 노르웨이의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금지의 조치를 보도한 기사의 헤드라인입니다. <서울경제, 노르웨이, 강경화 전화 끊자마자 한국인 아예 입국금지.>, <세계일보, 강경화 협조요청 받고도 노르웨이 한국 입국금지>, <국민일보, 한국발 입국제한 138곳, 강경화 통화 직후 빗장 건 노르웨이>, <매일경제, 노르웨이, 강경화 장관과 통화 직후 한국발 입국 금지 발표>인데요. 여러분들이 지목해야 할 기사 속 해시태그는 서울경제의 같은 기사 ‘15일 외교부에 따르면 노르웨이는 16일 오전 8시부터 한국인을 포함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다고 지난 14일 발표했다.’ 입니다.

    [거의없다] 이 기사를 보면서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이거였습니다. 강경화 장관은 전화를 끊자마자 한국인 아예 입국 금지. 끊자 마자란 어느 정도의 시간을 얘기하는 걸까요? 끊고 나서 5분? 10분? 아니면 24시간?

    [정준희] 이 부분은 많은 분들이 기사를 보셨을 텐데 이걸 보고 불쾌감을 느끼신 분들이나, 되게 이상하다 라고 느끼신 분들도 많으실 것 같아요. 굉장히 많이 써왔던 프레임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것 같아요. 이 부분은 이정환 대표님은 어떻게 보셨어요?

    [이정환] 아까 교수님께서 사실은 신성하다고 하셨는데. 이런 기사는 사실로 구성된 왜곡된 기사입니다.

    [거의없다] 신성모독이군요, 그럼

    [이정환] 사실을 전달하는 방식의 문제일 텐데요. 강경화 장관이 전화를 했다. 이건 사실이죠? 다음날 노르웨이가 한국인을 입국 금지를 했다. 이것도 사실입니다. 모두 사실이지만 잘못된 맥락을 전달한 기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화 끊자마자 입국금지가 아니라 한국인을 포함한 모든 외국인을 입국 금지한 것이고요. 노르웨이에만 특별하게 부탁한 게 아니라 캐나다, 독일, 이탈리아, 브라질 등 각 외교부 장관들에게 다 전화를 돌렸던 상황입니다. 그리고 강 장관이 전화했으니까 한국인만 빼고 입국 금지하라고 한 것도 아니고요. ‘체면을 구겼다는 반응이 나온다.’란 말이 있는데 이 반응이 어디에서 나왔는지는 없습니다. ‘외교력의 한계를 노출시켰다는 지적이 있다’라고 되어있는데 누구의 지적인지 주어가 없습니다. 흔히 댓글에서 많이 본 것처럼 ‘기자야 그건 네 생각이지.’ 하는 그런 기사일 텐데요. 심지어 해명 기사도 나왔습니다. 노르웨이 정부가 ‘이건 모든 외국인에 대한 입국 금지 과정에서 나온 것이고 강 장관의 전화와는 무관하다, 한국 기사는 잘못됐다’라고 했는데 그 해명기사도 제대로 보도 되지 않았습니다. 다들 혼란하고 불안한 시국인데. 왜 언론은 이런 기사를 쓸까, 독자들도 정말 답답하실 텐데요. 첫째는, 자극적인 소재를 찾아 쓰는 기자들의 속성입니다. 둘째는, 한 언론사가 쓰면 따라 쓰는 플랫폼 환경의 특성이 있고요. 포털에 인기검색어로 뜨면 다들 따라 써야 하는 언론사의 문화가 있죠. 셋째, 유통기한이 1시간도 안 되는 기사들이 많습니다. 치고 빠져야 하고 그 사이 트래픽이 확 오르기 때문에 가볍게 쓰고, 가볍게 소비하는 이런 기사가 모여서 여론을 만들고 사회 인식의 틀을 만들게 되는 건데요. 정말 다들 답답하게 생각하실 겁니다. 한국 언론의 이런 신중한 태도가 아쉬운 것 같습니다.

    [거의없다] 그리고 요즘 주식하는 분들 중에, 제 주변에도 있습니다. 언론이 때로는 주가에 영향을 주는 민감한 이슈의 기사들을 서슴지 않고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 백신 치료제, 마스크 개발 관련 기사들이 그건데요. 매일경제 2월 27일 기사입니다. <코미팜, 코로나19 치료 후보물질의 긴급임상 신청에 상한가 직행>, 머니투데이 3월 19일 기사입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본격화, 첫 주자는 부광약품>, 서울경제 3월 13일, <일양약품, 코로나19 치료 물질 발견>. 이걸 보면 치료제가 거의 완성이 되어서 내일이면 약국에 깔릴 것 같은 느낌인데. 이런 기사들이 나오게 되면 주식시장에 바로 영향을 미칩니까?

    [최한수] 당연히 미치죠. 그래서 기사화가 되고 그 의도에서 뉴스를 제공한 건데요. 참 이게 어려운 이슈에요. 경제학자로서 어떤 고민을 하냐면 정보라는 게 사회적으로 무슨 가치가 있나 라는 거죠. 언론이 보도를 할 때요, 꼭 지금 안 써도 되죠. 왜냐면 이걸 쓰느냐, 안 쓰냐의 여부는 이 약을 개발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언론은 언제 쓰는 게 제일 좋냐면 딱 FDA 승인 받았을 때 기사를 쓰면 이런 문제가 안 발생하죠. 그런데 하나 통계를 드리면요. FDA에서 약이 하나 개발이 되어서 승인하는데 까지 평균적으로 얼마나 걸리는지 아세요? 12년이 걸립니다. 근데 언론이 이렇게 쓰는 이유는 뭐나면, 보도자료 그냥 베끼는 거잖아요? 면피는 되죠. 그리고 사실은 업계 입장에서는 좋죠. 이것 때문에 평소 언론을 만나는 거니까. 근데 이것의 최종피해자는 누구냐? (주식시장에) 들어가는 개미들이 되는 거죠.

    [정준희] 그러니까 이게 결국은 주식시장에 안 좋은 영향, 개미들의 희생을 유발할 수 있죠. 그 다음 홍보 효과를 유도하는, 그래서 사실 아주 정직하지 못한, 내용은 잘 모르는 그런 기사라고 볼 수 있는데. 관련된 전문 기자들의 의견도 들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직접 기자를 만나서 해시태그가 취재해 봤습니다. 함께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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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 취재를 취재하다 1

    홍숙 / 히트뉴스 취재기자>
    지금 여기 기사 헤드라인으로도 나와 있지만. 7일 후 병세 호전, 14일 후 일상생활 예상 이라고 적혀있는데 코미팜 보도자료도 직접 받았었거든요. 그 보도자료에도 똑같이 명시가 되어있어요.

    홍숙 / 히트뉴스 취재기자>
    신약 개발의 단계가 이제 후보물질을 발굴해서 전임상단계, 그리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이 세 단계로 나눠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세 단계 까지 거쳐서 시판허가가 이루어지는데. 여기까지 성공해서 상용화되는 확률이 10%도 채 안 되거든요. 그런데 지금 여기 이 단계 같은 경우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이 1상도 채 진행된 적이 없어요. 그냥 신청을 한 거예요. 우리나라 규제당국인 식품의약품 안전처에.

    김정미 / 식약처 임상제도과 과장>
    지금 임상시험은 신청되어 있고. 내부적으로 심사를 하는 부서에서 검토했을 때 보안상에 있어서 그것들을 요청한 정도의 상황입니다.

    김정미 / 식약처 임상제도과 과장>
    임상시험을 시작했다라고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의약품 개발의 첫 단추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것이 치료효과에 대한 결과로 받아들이면 안 될 것 같고요. 효과라고 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돼야 할 것이고. 증명되지 않은 관점으로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홍숙 / 히트뉴스 취재기자>
    사실, 저도 같은 기자로서 ‘왜 이렇게 (기사를) 써’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요. 특히 경제지에서 이런 보도들이 많이 이루어지는데. 독자들, 혹은 투자가들이 혹할 만한 그런 기사들이 클릭 수가 되게 높고 실질적으로 주가도 많이 올랐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기자들이 필터링 역할을 해주면 좋긴 한데. 하루에도 수십 건이 오는 보도자료 하나하나를 그렇게 펙트체크를 물론 해야겠지만 물리적으로 하기 어려운 구조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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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준희] 최한수 교수님, 경제학자가 보시기에 이런 보도와 관련해 어떤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시나요?

    [최한수] 언론사의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봐요. 언제 보도하느냐는 나름의 기준이 있거든요. 확실한 건 좀 더 책임감이 있으려면 임상시험이 딱 끝났을 때죠. 이 때 쓰면 거의 이견이 없는거죠. 그런데 신청 단계. 이것도 사실 언론이 회피할 방법은 있죠. ‘기자는 전문가가 아니니까. 검증하는 게 아니고. 이런 주장이 있다는 걸 우리가 소개하는 게 무슨 잘못이냐?’ 이게 일종의 면피저널리즘인데. 저는 이게 무책임하다고 봐요. 전문 매체는 모르겠지만. 외국도 검색을 해봤는데. 외국도 작은 매체들은 이런 기사들을 써요. 그런 게 개발 중입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같은 경우는. 백신, 혹은 치료제. 하지만 흔히 말하는 메이저 언론이라고 하는 언론은 안 쓰죠. 왜냐면 그걸 알기 때문에. 12년 걸리고 실패할 걸 알기 때문에. 우리 언론도 그 정도의 기준이 있어야죠.

    [정준희] 이 부분은 사실 정말 흔히 볼 수 있는 기사의 유형입니다. 비판하기도 민망할 정도인데. 실제로 홍보성 기사의 전형적인 특징이잖아요? 게다가 이걸 기다리는 마음을 이용한, 되게 안 좋은, 사례인 거죠. 이정환 대표님도 되게 많은 생각이 있을 것 같아요?

    [이정환] 저도 산업부 기자도 해보고 증권부 기자도 꽤 오래 해봤지만. 그 기자들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실제 업무의 특성이 그런 부분도 있습니다. 일단 자료가 나오면 생각 없이 써야하는 거죠. 공시가 발표됐거나 보도자료가 나오면 일단 써야 합니다. 그게 기자의 일이니까요. 산업부 기자의 대부분은 업계 소식을 전하는 거니까요. 모든 기사가 심층 기사일 수는 없고 어떨 땐 정보를 빠르게 전달해야 하는 기사도 분명히 있습니다. 요즘은 상당 부분을 로봇 기사가 대체하고 있는데요. 이런 기사들도 로봇 기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앞으로 급속도로 대체될 거라고 봅니다. 증권담당 기자들은 하루에 100건 이상 기사를 쓸 때도 있습니다. 공시를 써야하는 담당 기자가 있습니다. 제대로 검증할 시간도 없고. 그렇게 열심히 쓸 만한 기사도 아니죠. 빨리 올려야하는 그런 기사들이죠. 뉴스의 유통 환경의 변화도 여기에 작용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어떤 신문의 기사인지 잘 보이지 않고. 링크 단위로 기사가 떠다닌다는 말이죠. 어떤 때에는 정보만 던질 때도 있고 단신 기사일 수도 있는데. 기사를 봤을 땐 이게 오랫동안 공 들여서 쓴 심층기사인지, 기업 보도자료만 보고 쓴 기사인지, 각각 기사의 경중 구분이 없는 것입니다. 하나의 링크, 하나의 기사인 것이죠. 뉴스가 어떤 맥락으로 소비될 지 기자와 언론사가 통제할 수 없는 그런 환경의 문제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의없다] 교수님,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우리나라에 온라인으로 기사를 생산해내는 언론사들이 얼마나 있습니까?

    [정준희] 다죠. 등록된 인터넷 신문까지 보면 8천 곳 이상의 언론사들이 있고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지적을 하고 싶은 게 전형적으로 나쁜 기사라고 보는 이유가, 첫 번째는 반시장적이에요. 자본주의 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시장들이 몇 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주식시장이거든요? 이 주식시장에 일종의 작전세력이 개입한 것과 같은 모습들이 보입니다. 이걸 통해서 말 그대로 먹고 튀는, 개미들이 희생을 당하는 그런 일들이 있을 때. 언론사들이 이런 행동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잘 생각해 봐야 되요. 적어도 책임 있는 언론사나 외국에 있는 경제 뉴스 같은 책임 있는 언론사라면 이런 행동을 안 합니다. 왜냐면 이것이 작전 세력에 의해 희생될 수 있는 걸 뻔히 알기 때문에 안 해요. 두 번째는 반사회적이라고 생각해요. 이유가 뭐냐면 아까 희망을 이용한다고 했는데. 지금 이런 걸 기다리는 분들이 엄청나게 많잖아요? 이게 실제로 만약 가능했다면 얼마나 큰 희망이 됩니까? 그래서 우리 사회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넘어서 정상적인 경제로 넘어가는 데에 도움이 되겠죠. 그런데 만약 이게 거짓이거나 근 시일 내에 실현이 안 되면 어쩔 거예요? 희망의 거품이 꺼지는 거예요. 그때는 더 큰 패닉이 찾아오거든요. 이 희망을 이용하는,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동을 한다? 저는 반사회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와 같은 관습이 단지 양심에 어긋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대단히 반시장적이고 반사회적인 결과를 빚는다는 것을 지적해야 할 것 같습니다.

    [거의없다] 논리적 일관성이 없었던 ‘마스크 정책’ 보도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신천지 31번 확진자가 등장한 이후에 마스크 관련 기사가 우리나라를 발칵 뒤집었던 조국사태 때와 맞먹는 양의 기사가 쏟아졌는데요. 최한수 교수님, 이게 사실 중요한 문제이긴 합니다만

    [최한수] 이 문제를 바라보는데 전 두 가지의 입장이 있습니다. 경제학자로서의 입장과 시민으로서의 입장이 있는데요.

    [거의없다] 경제학자로서의 입장이 좀 더 쓸모 있을 것 같습니다.

    [최한수]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보는 거죠. 왜냐면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생산되는 마스크가 천 만 장이었어요. 당시에. 근데 국민 5천만 명 중에 3천만 명 정도가 마스크가 필요했으니까 1대1 매칭이 안 되잖아요? 당시에는 거의 패닉이었어요. 이른바 사재기 분위기 였기 때문에 내가 일주일 뒤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일단 막 산 거죠. 경제학에서는 뭐라고 하냐면 가격이 올라요. 그러면 사람들이 마스크를 안 산 거죠, 줄을 안 선 거예요. 쉽게 말하자면 클릭을 안 하는 거죠. 하나에 만 원 하면 누가 클릭하겠어요? 당시, 그게 하나의 자원 배분 방식이었어요, 경제학자가 보기에는. 그래서, 가격이 오르면 사람들이 어쨌든 마스크를 위해서 줄을 서거나 클릭하는 일은 없겠죠. 마스크 가격이 한, 만 원 정도 올라갔을 거예요. 지금 미국이 그렇데요. 근데 당시에 그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잖아요. 그래서 정부가 마스크 정책에 개입해서 배급한 거죠. 배급의 핵심은 줄서는 거예요.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물론, 기술적으로 줄을 덜 서게 할 수는 있지만 본질은 마찬가지입니다. 줄을 선다는 기사 말고 다른 기사들도 필요했다고 보거든요? 예컨대 마스크를 어느 정도 빨아서 써야하는 것이며, 뉴욕타임스에선 그런 기사가 나와요.

    [거의없다]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기사요?

    [최한수] 네, 내가 마스크가 없다는 전제하에 어떤 식으로 대체할 수 있고, 어떻게 써야 하고. 그런데 그런 기사에 비해서 줄서기에 대한 기사가 너무 많았죠. 제가 보기에는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줄서기 기사가)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하기 제일 좋은 기사예요.

    [이정환] 저는 온 국민이 KF-94 마스크를 꼭 써야하는가 라는 질문을 반드시 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 보도를 보면 모든 공무원들이 마스크를 쓰고 나와서 처음엔 마스크를 쓰라고 얘기를 했다가, 나중에는 마스크가 필요 없다고 얘기 했죠. 마스크가 아니라, 손을 씻어야 하는 정확한 과학적 지식을 말해야 한다고 하면서 마스크 줄을 서는 광경을 보여주고, 왜 마스크가 부족한가? 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국민들이 마스크를 사도록 줄을 서게 만드는 언론보도의 문제가 있는 것이죠. 마스크를 사느라 1시간씩 줄을 서야 하느냐? 왜 대만은 이렇게 하는데 한국은 이렇게 못 하느냐라는 보도 이면에는 마스크가 아니라 손을 씻어야 한다. 그리고 마스크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바꾸도록 만드는 보도가 필요할 텐데. 그게 잘 설명도 안 되고 복잡하니까 이제는 모두가 다 마스크를 쓰고, 마스크를 줄 서서 사도록 만드는 기형적인 환경으로 국민들을 밀어 넣고 있는 것이죠.

    [거의없다] 대표님께서 대만 마스크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대만 마스크 정책이 어떤 내용이었는지

    [정준희] 실제로 어떻게 보도 되었는지

    [보아] 대만 마스크 정책 관련 기사 헤드라인입니다. 매일경제의 3월 3일자 <1인당 2매 앱으로 확인, 대만 마스크대란 피했다.>, 동아일보 3월 9일자 <줄서지 않고 마스크 사는 대만. 비결은?>, 쿠키뉴스 3월 9일자 <조경태 “지금 대만은 마스크 1장당 200원 우리는 1장당 얼마씩 받나?”>, 중앙일보 3월 10일자 <마스크 품귀 때 오히려 값 내렸다. 대란 막은 대만의 비결> 등입니다.

    [정준희] 그래서 우리가 예시되고 있는 마스크 관련된 보도에서 순기능이라고 보는 건 필수품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서 정부 대책을 촉구하는 기능은 필요하다고 보고요. 다만 역기능으로 보는 건 그와 같은 이야기를 진행할 때 적정한 수준이라고 하는 게 있는데 그게 과연 문제 해결이 제대로 도모하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불만과 불안을 부추기기 위한 것이냐 라는 것에서 차이가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런데 말씀처럼 내가 가지고 있는 불만을 더 키우게 만들고. 내가 없어도 되는 불안을 더 갖게 만드는 그런 방식의 보도들이 작은 어떤 사실들을 통해서 만들어지고 있단 말이죠. 근데 중요한 건 뭐냐면 그 사실들이 제대로 체크가 된 상태에서 이와 같은 얘기가 나오고 있냐는 문제인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 해시태그팀이 실제로 대만 현지의 시민 특파원을 통해서 취재를 해봤습니다. 어떤지 한 번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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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 취재를 취재하다 2

    임진희 / 대만 한인 총유학생회 회장>
    안녕하세요. 대만대 유학생 임진희입니다. 대만 현지에서는 어떻게 마스크를 구입하는지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대만대 학생> 저는 타이완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입니다. 오늘 대략 아침 9시 반부터 줄을 섰습니다. 왜냐하면 이 약국이 아침 10시부터 팔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30분 정도 일찍 나왔는데 제 앞에 20명 정도 줄을 섰었어요. 마스크를 사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한 사람당 10초 정도면 다음 사람 차례가 되니까요.

    임진희 / 대만 한인 총유학생회 회장>
    대만에서 판매되는 마스크는 한국 공적마스크 보다 약 7분의 1 저렴한 가격인데요. 하지만 1회용에 얇은 소재라서 한국에서 공급되는 보건용 마스크와는 품질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가격으로만 그것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피디> (마진 논란과 관련된) 기사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시민 1> 그건 아닌 거죠. 그런 걸(마스크 판매) 통해서 자기 이익을 챙긴다는 건 옳지 않죠. 그렇지 않아요?

    시민 2> (약국에서) 250개 팔아봤자 10만원 남잖아요. 400원 마진이면. 그러면 (공적마스크) 팔기 싫지. 건강식품 파는 게 더 낫지. 언론이 여론화시키는 것도 더 문제인 것 같아요.
    피디> 어떤 여론화요?
    시민 2> 그냥 정보만 제공해야지. 새로운 방법이 나올 때마다, 자꾸 이렇게 부정적 시각으로만 보도를 하니까.

    약사 1> 보여 드릴게요, 이게 단가에요. 400원 마진이잖아요. 그런데 카드를 긁으면 카드수수료랑 소득세라든가 내잖아요? 그러면 한 100원 남나? 그럴 거예요.

    약사 2> (기사를) 어제 봤어요, 어제 보고는 조금 실망스러웠죠. 어차피 마진을 보고 하는 게 아니고 서비스차원에서 하는 거고. 실제 마진은 거의 없다고 보면 돼요. 제 생각에는.

    약사 2> 저희도 이렇게 벌크 포장으로 올지는 예상을 못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오면 어차피 그냥 줄 수는 없으니까. 급하게 이것(지퍼백)도 대부분 지금 공적마스크 급한 것처럼 저희도 급하게 준비한 거라 가격대비 골라서 살 수 있는 게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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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준희] ‘취재를 취재하다’라는 목적에서 지금까지 대만에 관련된, 대만이 잘했든 못하든, 아니면 한국이 못했든 간에 수많은 불만과 불안을 자극하는 뉴스들이 과연 어떤 근거를 가지고 했는가를 한 번 알아보는 걸로서 의미가 충분히 있었던 것 같고요. 솔직히 보면 대만과 한국이 큰 차이가 잘 모이지 않는 그런 식의 내용들로 아마 채워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 약국도 함께 취재를 해봤고요. 그래서 이 현실의 목소리를 전달 받았을 때 어떤 느낌이 드셨는지, 얘기를 들어봐야 할 것 같아요.

    [이정환] 아쉬운 점은 있지만 마스크에 대한 불안이 해결되고 있고. 그런데 언론은 왜 대만은 이러는데 한국은 이렇게 못하냐고 계속 문제 제기만 했었죠.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문제 제기 뿐만 아니라 해법과 대안, 문제가 어떻게 바로잡히고 있는가. 그리고 국민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언론이 계속 제시해야하는 거죠.

    [정준희] 최한수 교수님은요?

    [최한수] 저는 언론이 대안까지 얘기하라고 하는 건 사실 좀 어려울 것 같고요, 대안은 인적 물적 지원을 갖고 있는 정부가 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다만 확실하게 좀 배급제의 특성들을 잘 이해하고 기사를 썼으면. 약국을 한 번이라도 가서 취재를 했다면 400원 남는다 이런 기사는 안 썼을 것 같거든요.

    [정준희] 우리가 취재된 내용들을 봤지만. 약국에 계신 분들은 다 민간업자에요. 이 민간업자들이 공공의료 체계에 들어가 있는 거예요. 어떤 측면에서 보면 이 부분은 굉장히 칭찬하고 격려해줘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취재를 통해서 밝혀낸 것은 저는 이거라고 생각해요. 전 세계를 비교해보면 마스크 정책이 그나마 성공하고 있는 건 대만과 한국 정도다. 그리고 대만과 한국이 그나마 성공하고 있는 이유는 이 위급한 시기에 배급제라는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에. 약국을 공공의료 체계에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기에 약간의 차이들은 가격이나 이런 건 존재할 수 있지만 그건 각 나라가 선택한 방법의 문제라는 거예요. 이런 방식의 기사가 나왔다면 굉장히 만족스러웠을 것 같은데 바탕취재가 잘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나오지 않았고. 만약에 바탕 취재를 했다면 이렇게 기사를 냈을까하는 의심이 저는 있어요. 왜냐면 자기 프레임에 벗어나는 기사는 쓰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기사를 못 내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정준희] 결국, 오늘 이야기의 주제는 결국 친정부냐 반정부냐 이런 식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 비판’이라고 하는 걸 내세우고, 실제로 사실 확인에 굉장히 게으르고. 심지어 사실을 왜곡하는 식의 문제들도 낳게 된 현재 언론의 민낯이라고 하는 것이 어떤 방식으로 드러나게 되었는가라고 하는 것들을 다뤄봤고요. 그렇다면 진짜 권력 감시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그리고 이 시대의 권력 비판을 지녔는가라는 부분에 대한 해답은 강연을 통해서 여러분들과 함께 소통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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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의 권력 비판이라는 알리바이

    [멜로우 키친] 안녕하세요. 색소포니스트 멜로우 키친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정준희 교수님의 짧은 강연이 진행될 텐데요. 정준희 교수님의 강연은 평소에도 물론 알차고 재밌지만 해시태그에서는 문화적인 요소들이 많이 어우러져서 더욱더 여러분들이 함께 즐기실 수 있는 시간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강연이 끝난 뒤에는 오늘의 감상평으로 제가 색소폰 연주를 준비했거든요. 그것도 많이 기대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러면 정준희 교수님 모시겠습니다.

    [정준희] 대담과 토론을 연결해 강연을 준비했는데요. 강연의 주제는 이겁니다. ‘언론의 권력 비판이라는 알리바이라는 건데요. 원래 알리바이라는 말은 범죄수사 용어에서 사용되는 것인데. 현장부재증명이라고 하죠? 현장이 없기 때문에, 면죄가 되는 것이고 그래서 책임을 지지 않는 것입니다. 때문에 알리바이라는 말은 일반적인 용어로 쓰일 때는요. 면죄부 또는 변명, 심지어 핑계를 의미하게 됩니다. 따라서 오늘 이야기 하게 될 권력 비판이라는, 알리바이라고 하는 건 권력 비판을 핑계 삼아서, 또는 변명 삼아서 면죄부로 삼는 언론의 행태에 대해서 한 번 살펴보는 그런 내용이 되겠습니다.

    [정준희] 언론학자들이 언론학에서 얘기할 때 여러 가지의 이론들이 있는데요. 이론 중에 가장 많이 꼽는 것이 감시견 이론이라고 합니다. 감시견 이론이라는 말로도 나오듯이 원래 ‘권력 비판’이라고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권력 감시가 중요한 거예요. 왜냐, 권력 비판은 감시의 다양한 결과물 중의 하나일 수밖에 없는 것이겠죠. 이 감시견 이론이라고 이라고 하는 것은, 그래서 언론은 권력을 감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그 감시의 결과로 권력에 대한 비판 기능을 수행하는 것까지 연결됩니다.

    [정준희] 자, 우리나라에 언론이 처음으로 등장하게 된 시기는 일제 강점기 때입니다. 구한말에 처음 등장했지만. 실제로 일제 강점기 때 여러분들도 아는 조선일보라든가 동아일보나 이런 것들이 처음 등장해요. 이때 어떻게 등장하게 됐을까요? 당연히 허가를 했겠죠. 일부에게만 허가했습니다. 그냥 허가 받았을까요? 당연히 검열의 대상이 되었고. 무언가 위험한 내용은 유포하지 않도록 약속을 받았겠죠.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이 허가제가 폐지되는 민주주의 이후의 시기를 고려해보면 그 이전 까지는, 모든 언론이 사실은 허가의 대상이었고, 검열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제대로 된 언론은 존재하기 어려웠겠죠. 그러니까 신문들이 스스로를 권력을 비판했다라고 하는 건 상당부분이 거짓말입니다. 그렇게 해서는 존재할 수 없었어요. 이 과정에서 당연히 한국의 언론의 다수는 감시견이 아니라 구호견이라고 부르는, 가드독이라고 부릅니다. 권력을 지키고, 권력에 아부하는 그런 언론만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권력 비판 기능이라고 하는 건 소수의 양심적 언론인의 손에 달렸던 거예요.

    [정준희] (앞서) 우리가 만났던 변상욱 기자 같은 분이 민주주의가 필요했던 그 시기에 바로 억압을 뚫고, 목숨을 걸고, 저항했던 언론인이고 그때의 권력 비판은 목숨을 거는 일이었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실은 이 권력 비판의 내용은 상대적으로 단순했어요. “탁 치니까 억 하고 죽었다”는 1987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그게 나중에 동아일보에서 보도가 됐습니다만, 그 사실 하나를 밝혀내서 보도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효과가 있었습니다. 왜? 끌려가니까. 예를 들면, 광주민주화운동이 있던 시기에 그 때 광주 MBC가 불탔어요. 왜냐면 제대로 된 보도를 안 하니까. 그 때 내 눈으로 목격했던 사람들은 그걸 보도해주는 언론이 어디인가를 찾게 됩니다. 그 당시에는 목숨을 걸고 자신이 목격한 바를 알리면, 그게 바로 권력 비판의 기능에 충실한 것이었고 그게 바로 민주주의를 위해서 굉장히 도움 되는 그런 행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의 권력 감시와 권력 비판은 언론의 존재 이유다. 라고 말해도 좋습니다. 왜? 지금도 권력은 은폐시킬 수도 있고. 감시해야 하고. 그걸 목격한 바대로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언론의 존재 이유이죠.

    [정준희] 자, 그런데. 과거의 권력이 절대적인 힘을 행사하면서 언론은 자신의 기능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필요했던 언론 자유의 이념과 권력 감시, 그리고 권력 비판이라고 하는 것은 지금의 민주주의 시대에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주의 시대에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불필요하다는 얘기는 아니고요. 어떻게 하는가가 문제라는 거죠. 억압적 장치가 불렸던 허가제, 인지세, 검열은 사라졌습니다. 여러분들 우리나라의 일부 방송을 제외하고는 허가되지 않아요. 지상파 방송이라고 부르는 것과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 정도를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허가의 대상이 아니라 등록만 하면 됩니다. 신문? 다 등록하면 돼요. 인터넷 신문이 7천 개 넘게 나오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그냥 등록하면 됩니다. 국가는 강제적으로 언론사를 폐간하거나 중지시키지 못합니다. 언론 자유를 위배하는 행동으로 돼있기 때문에. 이런 억압적인 장치가 사라졌는데. 그러면 언론의 권력 비판은 어려운 일일까요? 옛날보다는 훨씬 쉬워졌겠죠. 당연히. 예를 들면 대통령도 세워놓고 기자회견할 수 있습니다. 기자회견 안 한다고 하면 피한다고 얘기해요. 장관이 가장 무서워하는 건 언론입니다. 고위공직자들이 언론을 굉장히 무서워합니다. 언론의 힘은 거기에서 나와요. 게다가 이런 식으로 공개된 정보가 많이 드러났고요. 전문화가 엄청나게 되어있죠. 그래서 옛날에는 기자들이 전문직이었지만 지금은 수많은 전문가들, 기자들 보다 훨씬 더 정보를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정준희] 이 때에 권력 비판은 그럼 어때야하는가라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 정교하고, 합리적인 의심을 깔고, 더 명확한 증거를 갖추고 제대로 된 전문적 비판을 해야만 권력 비판이 의미가 있어진다는 거죠. 단순히 그냥 내가 본 바를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맥락을 갖추고 왜 비판을 해야 하고, 왜 감시를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득할 수 있는 권력 비판이 필요하다 라는 의미입니다. 한편으로는 권력 비판이 굉장히 쉬워졌지만. 또 한편으로는 제대로 된 권력 비판은 훨씬 더 어려워진 시대라고 볼 수 있는 거죠.

    [정준희] 그러면 우리가 이 시대에 권력 감시를 하고, 권력 비판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의해야 할 한 가지 포인트가 있습니다. 그건 진짜 권력. 내가 비판하고 감시해야 할 권력은 무엇인가라고 하는 질문이 언론에게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왜냐,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권력은 단일한 존재가 아닙니다. 단지 대통령만이 권력이 아니에요. 수많은 권력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권력은 대단히 다양하고 정교한 모습으로 우리 안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정준히] 일단은 우선 ‘행정 권력’이라고 하는 것. 대통령 권력이라는 거, 장관 권력이라는 건 상대적으로 쉽다고 얘기했죠? 이거 보다 더 긴 생명을 가진 게 바로 입법 권력이 에요. 국회의원, 1선, 2선, 3선, 4선, 굉장히 많이 하잖아요? 그 다음, 사법 권력은 어때요? 사법의 독립성을 위해서라도 그들의 임기는 보장됩니다. 그들의 인사에 언론이 관여할 순 없죠. 재벌, 세습을 너무나 당연시하잖아요? 아마 재벌 권력이 가장 좋은 권력 아닐까요? 종교 권력은 어떻습니까? 한국은 종교의 문제를 그나마 덜 겪고 있던 나라인데. 실제로 중세 유럽보다도 훨씬 심각한 부패한 문제를 접하고 있고요. 게다가 이것 뿐만 아니라 갑질, 아마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일 겁니다. 여러 가지 갑질의 형태로 드러나고 있는 미시 권력들, 이건 비판의 대상이 안 될까요? 돼야죠.

    [정준희] 권력 감시 중요합니다. 권력 비판, 여전히 해야 하는 언론의 존재 이유입니다. 하지만 관습적으로 권력 비판이란 명찰만을 내걸고 실제로는 자신의 저열함을 감추고 있는 것, 이 언론이 가지고 있는 문제 중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알리바이라고 부릅니다. 자신의 튼튼하지 못함을 감추기 위한 권력 비판, 이것이 바로 현재의 언론을 안 좋은 곳으로 이끌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씀 드립니다. 권력 비판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저열함을 감추지 말라고요. 감사합니다.

    ♬ 멜로우 키친 , 곡명 : 해시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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