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인싸랑] 정재훈 교수 "과학 방역 안 되는 진짜 이유는…"

백창은 기자

bce@tbs.seoul.kr

2022-08-2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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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생기고 연구 잘 하고 말 잘 하는 젊은 연구자

    정재훈> 안녕하세요.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 교실의 정재훈이라고 합니다. 주로 감염병을 활용한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를 전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백창은> 사실 다른 분이 한 완벽한 교수님 소개가 이미 있어요. 교수님 SNS에 엄중식 교수님께서.

    정재훈> 제발 그러시지 말라고 했는데.

    백창은> 아 부럽다. 잘 생겨. 연구 잘 해. 말도 잘 해. 거기다 젊기까지.

    정재훈> 너무 부끄러운 표현인데요. 일단 요즘 체중이 급격하게 늘고 있어서. 그다음에 젊다는 거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굴레 같기도 한 이야기거든요. 왜냐하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왜 TV만 틀면 감염병 이야기에 정재훈만 나오냐. 그 이유가 사실 서글픈 이유입니다. 감염병을 전공하고 감염병에 대한 역학적인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들의 숫자가 너무 적고요. 그리고 그중에서 방송에 나가면서 욕을 먹을 결심을 한 사람들은 더 적기 때문이거든요. 굉장히 좋은 표현이기는 한데 들으면…. 그래도 좋기는 좋네요.

    백창은> 입 꼬리는 계속 올라가 계시는데 슬프다고 하니까 앞뒤가 좀 안 맞는데요?

    정재훈> 양가감정이라고 하죠. 웃고 있지만 마음속으로 울고 있는 그런 거죠.

    ▶백발백중 코로나19 예측 비결은?

    백창은> 얼마나 욕을 먹었는지는 이따가 여쭙기로 하고. 교수님께서 지금 말씀하셨지만 코로나19와 관련해서 게임 사이트에 예측 글을 올리시면서 혜성처럼 등장을 하셔서 지금까지 코로나19 유행 규모를 계속 예측해 오셨어요. 그리고 그게 대부분 맞았고. 비결이 뭔가요?

    정재훈> 비결이라기보다는 제가 항상 설명해 드리는데 운이 너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분명히 운적인 요소가 상당히 많이 들어가죠. 과학적인 예측에 있어서도요. 저희 팀이 유행을 예측하는 데 굉장히 많은 분이 참여하고 계시는데 그분들이 다 우연한 기회에 만나신 분들인데 너무 열심히 해 주셔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백창은> 겸손하시네요.

    정재훈> 그렇진 않고요. 아까 게임 사이트 이야기를 하셔서 제가 처음에 나서게 된 계기가 원래는 코로나19가 아니고 메르스였습니다. 메르스 때 처음에 정보 교류가 많이 없어서 많은 분들이 위기 상황이라고 느끼면서도 정보를 얻을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있었는데 그때 익명성을 무기로 글을 올렸었죠. 그래서 거기에서 감염병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면 이야기를 해드리기도 하고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기도 했는데. 코로나19가 나타나니까 익명성 뒤에 숨는 게 굉장히 무책임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제가 처음에 쓴 글들이 상당히 많이 공유됐거든요. 인터넷 사이트에 많이 돌아다니는데 그게 그냥 아이디로만 돌아다니면 가짜 정보와 다를 바가 없는 거잖아요. 그다음부터는 커뮤니티에 직접 글을 올리게 된 거죠. 이름을 명시하고요.

    백창은> 그렇게 코로나19가 2년 반, 3년이 거의 다 되어가고 있는데 대부분의 예측이 맞았고. 잠시만요. 여기서 또 겸손하시려는 거 아니죠?

    정재훈> 그런 건 아니고요. 이거는 과학자로서의 양심인데 맞았다는 표현이 참 좋지 못한 표현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언제 맞췄는지도 중요하고 얼마나 맞췄는지도 중요하고 어떻게 맞췄는지도 중요한 질문이거든요. 일단 저희 팀이 여러 번의 감염병 유행 예측을 했는데 유행 예측은 당연히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더 잘 맞습니다. 또 하나는 뭘 맞췄는지예요. 그런데 뭘 맞췄냐는 거에 있어서는 많은 분들, 특히 국민들도 그렇고 지금 유튜브 보시는 분들도 확진자의 숫자가 오늘 20만 명 나왔는데 몇만 명 맞췄냐가 맞춘 거라고 생각하시잖아요. 하지만 저희가 맞고 틀렸다고 하는 것은 첫 번째는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이번 유행에서 중환자 병상을 몇 병상 준비하기로 조언을 드렸고, 그 병상 숫자 안으로 중환자 숫자가 예측한 대로 들어갔는지가 저희의 입장에선 성패인 것이거든요. 그 부분에 있어서 저는 그래도 상당히 잘 맞춰왔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데 하루에 확진자가 얼마냐, 오늘 얼마 나오고 내일 얼마 나올 거냐. 그거는 사실 거의 틀렸죠.

    ▶감염병 예측 방법 A to Z

    백창은> 정확히 뭐를 가지고 어떻게 예측을 하시는 거예요?

    정재훈> 보통 이 정도 설명해 드리려면 대학원 강의 한 2년 정도 분량이기는 한데요. 간단히 설명해 드리면 굉장히 쉬운 논리입니다. 전체 인구 중에서 면역을 획득하지 않은 사람이 있고 감염이 되면서 면역을 획득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거든요. 그런데 바이러스는 한 번에 동시에 몇 명까지 추가 감염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있는 것이고요. 그래서 감염되지 않은 사람이 감염된 사람으로 넘어가는 속도를 계산한다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100명의 사람이 있어요. 100명의 사람이 있는데 1명의 감염자가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한 명의 감염자가 3명씩의 감염자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하면 첫 번째는 1명이었다가 나중에는 3명이었다가 다음에는 9명이 됐다가 9명이 27명이 될 건데. 그때는 전체 인구 중에서 면역을 보유하고 있어서 더 이상 감염이 되지 않는 사람들의 비율도 계속해서 늘어나게 될 것이죠. 그래서 특정한 임계 수치를 지나는 순간부터는 더 이상 감염자가 늘지 않고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되는 것이죠. 그거를 인구 집단 단위에서 계산하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가장 쉬운 이해가 되실 거예요.

    백창은> 그런데 거기에 여러 변수들이 많잖아요. 예를 들면 무증상인 사람들도 있을 거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격리가 되는 감염자들도 있을 텐데 그런 것까지 어떻게 합쳐서 예측하시나요?

    정재훈> 말씀하신 부분을 모두 다 반영하는 게 정말 어렵습니다. 지금 저희가 예측하는 데 고려해야 하는 게 첫 번째는 감염을 통해서 면역을 획득한 사람들이 실제로는 몇 명일까. 아까 말씀하셨던 부분이거든요. 숨어 있는 감염자의 비율이고요. 그다음에 두 번째로는 백신 접종이 진행되는데 백신 접종이 우리나라에서 굉장히 복잡하게 진행됐잖아요. 연령대별로 적용되는 백신도 다 달랐고. 전 국민이 전부 다 백신 접종을 하시는 것도 아니니까. 또 하나는 변이가 계속해서 등장하는데 변이가 등장할 때마다 특성들이 다 달라지잖아요. 어떤 변이는 중증화율이 달라지기도 하고 어떤 변이는 백신의 효과가 많이 떨어지기도 하고. 그런 것들을 측정해서 넣어야 하고요. 또 하나는 저희가 중환자 예측이 중요하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그런데 중환자 예측은 요즘에 경구용 치료제 쓰고 있잖아요. 그러면 경구용 치료제가 들어갔을 때 어느 정도로 감소할지도 봐야 하는 거고.

    백창은> 이 수많은 것들을 다.

    정재훈> 또 있습니다. 마스크 쓰는 변수가 있죠. 아이들은 접종이 되지 않았는데 아이들이 개학하기도 하죠. 학교가 문을 닫기도 하죠. 영업 제한 시간이 밤 9시였다가 10시였다가 12시였다가 다시 11시였다가 10시이기도 하죠. 그런 정말 많은 요소들이 있죠. 그래서 아까 정말 간단하게 1, 3, 9, 27 이렇게 설명 드렸잖아요. 거기에는 많은 연구자의 피땀 눈물이 있다….

    정재훈> 3월 중순에 하루 확진자 60만 명 나오면서 그날 살면서 먹을 수 있는 욕의 절반 정도는 먹은 것 같은데요. 저희가 항상 말씀드리는 게 전문가들이 유행 예측을 말씀드릴 때에는 일주일의 이동 평균을 바탕으로 합니다. 제가 다시 한 번, 또 한 번 강조하고 또, 또 강조하는데 30만 명, 최대 30만 명은 그 일주일에 평균의 최대가 30만 명이라는 의미예요. 숫자 20만, 25만, 15만 이것만 가져가시면. 댓글에는 ‘저 인간 또 틀렸다.’ 그런데 사실은 그렇게까지 틀리지 않았고요. 항상 그 범위 안에 잘 들어와 있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고요. ‘저거 또 망하길 바라네.’ 그 댓글이 정말 너무 가슴 아프더라고요. 저희가 예측을 하는 목표 중 하나가 준비를 잘하기 위해서거든요. 제가 말을 안 한다고 해서 그 유행이 안 오지는 않아요. 저희의 존재 목적은 준비를 하는 거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소문난 한량, 예방 의학의 길로

    백창은> 이렇게 어려운 감염병 예방 의학의 길로 어쩌다가 들어오시게 된 거예요?

    정재훈> 이것도 우연의 연속입니다. 제가 보시면 아시겠지만 인생을 계획하고 사는 성격이 아니거든요. 그냥 당장 일 시키면 시키는 대로 그냥 하는 편이고. 지금 여기까지 왔는데 어쩌겠니, 다시 또 해라. 그러면 하는 편인데. 결국 진로가 결정된 건 군의관 때 결정이 됐죠. 군대에서도 젊은 남성들에게 유행하는 바이러스성 폐렴이 있었어요. 그게 아데노바이러스 폐렴이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겨울만 되면 전방 부대에 너무 극심하게 유행하는 거예요. 그것 때문에 안타깝게 세상을 뜬 장병들도 꽤 많고요. 그래서 그때 젊은 예방의학자들의 목표가 그것을 어떻게든 줄여보자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같이 전방에 역학조사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출장도 많이 다니기도 하면서 세상에 한두 명은 저런 감염병 일을 하는 게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재훈> 한 20분 정도 계시는 것 같고 감염병 분야는 한 6~7명 정도 계신 것 같아요. 순수학문에 가까운 길이면서도 인간 세상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있거든요. 그다음에 어렵지 않아요. 물리학 아니면 수학, 여러 가지 이공계의 다른 학문들에 비해서 맥락을 따라가는 건 상당히 어려울 수 있는데요. 방법론적인 테크닉에 있어 기술적인 난이도가 많이 높다고 보지는 않아요. 그게 굉장히 좋은 장점이죠.

    ▶코로나19, 이렇게 될 겁니다

    백창은> 그러면 지금 이번 코로나19 유행은 어떻게 예측하세요?

    정재훈> 우리도 조금 잊힐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조금 더 감염병과 함께 생활하게 되면 저희가 9시 뉴스에 나갈 필요도 없게 되는 거고 앞으로 유행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 할 필요도 없게 되는 상황까지 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흔히 드는 비유가 드라마 시즌이거든요. 보통 드라마 보면 시즌 1이 제일 재미있고 시즌 1에서 연장을 하게 되면 시즌 2, 3는 점점 재미가 없어지는데 저는 시즌 1이 오미크론 대유행에서 완전히 거의 끝났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재유행은 말 그대로 시즌 2인 거고요.

    ▶과학 방역이 어려운 이유

    백창은> 기사에 달린 댓글을 봤더니 ‘그러면 그때 어디 한번 과학 방역 정보 보여줘 봐라’ 이런 댓글들이 상당히 많이 있더라고요. 그 과학 방역이 이번 정부의 주요 키워드 중에 하나잖아요. 이 과학 방역이라는 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재훈> 저희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죠. 지금은 과학 방역이라고 하는 게 다른 말로는 그 판단을 내리는 데 있어서의 과학적인 근거가 있냐 없냐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이 근거 중심의 접근이라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이유는 뭐냐 하면 원하는 만큼의 근거와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과연 우리가 할 준비가 돼 있는가예요. 또 하나의 문제는 그게 믿을 만한 근거인지, 과학적인 근거인지 믿지 못할 만한 근거인지는 누가 판단을 하는 거냐는 거고. 그다음에 또 하나는 당장 근거를 다 못 만들 때 그때 판단은 누가 해야 되는가예요. 저는 그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선출직 공무원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저는 정치 방역과 과학 방역이 서로 대척점에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상호 보완적인 요소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요. 물론 정치적인 이익을 취하거나 정치적인 목적으로 방역 정책을 활용하는 것은 당연히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겠지만 과학적인 판단만으로 완전히 해결을 못하는 부분은 사회적인 합의로 해결해야 하는 거고 그게 다른 표현으로 정치적인 스탠스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정치적인 판단이 고려될 수밖에 없다면 그 또한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재훈> 가장 가슴 아픈 지적이면서 참 화가 많이 날 때. 어용, 관변. 이런 표현들이 등장할 때마다. 관변까지는 가능해요. 관변까지는. 정부랑 일을 많이 하니까요. 그런데 어용이라는 표현은 참 받아들이기 어렵고. 저도 안 그렇게 살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하는데. 저는 지난 정부에서도 일을 했었고 이번 정부에서도 똑같이 일을 하고 있거든요. 저 말고도 많은 교수님들께서 변함없이 계속해서 일을 하고 계시죠. 그런 사람들은 정치적인 목적이 없으니까 그렇겠죠. 저희 전문가들이 몇 안 되는 전문가인데 이 안에서 정치 색깔을 나누고 뭐에 따라 다니면 정말 일할 사람이 없거든요.

    ▶JAMA에 논문 실린 사람? 나야 나

    백창은> 교수님 다음에 드릴 질문은 참고로 겸손함 금지. JAMA, 미국 의학 협회지에. 잠깐만. 어깨가 약간 올라가셨네요.

    정재훈>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백창은> 이거 어떻게 실리게 된 거예요?

    정재훈> 국내에 있는 다양한 정보들이 있거든요. 그리고 우리나라가 IT 강국이잖아요. 그런데 그 정보들을 모아서 결합하는 데 참 어려움이 많았어요. 이번에는 다행히 국민건강보험공단도 많이 도와주시고 질병관리청도 많이 도와주셔서 그 두 기관의 자료를 합쳤어요. 합치는 것만 해도 엄청난 파급력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전 국민 데이터를 이 정도의 정확도로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거의 없습니다. 그 자료를 바탕으로 이런 것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코로나19에 걸리고 나면 여러 가지 질환들의 위험이 늘어난다는 게 많이 알려져 있는데 (백신) 접종을 하게 되면 그 위험이 줄어드느냐에 대한 거예요. 그래서 저는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것들이 접종하고 감염되신 분들한테는 장기적으로 덜 생긴다는 걸 보여드렸죠. 발생률이 줄어든다. 그게 인과성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고요. 그 정도의 경향성이 있다는 걸 보여드리는 거였는데. 저는 개인적인 꿈이 있는데. 주변에 친한 분들은 다 아는데 세상에 도움이 되는 연구이면서 나도 만족하고 남도 인정해 주는 연구를 5번 하는 거예요. 5번. 그러니까 주제로 5번 정도 하는 게 제 개인적인 꿈이에요. 개인적인 꿈인데 한 번 정도는 이번에 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백창은> 아니 찾아보니까 제가 다른 의사 선생님께서 쓰신 블로그를 봤는데 JAMA에 논문이 실리는 거는 모든 의사의 꿈과 같은 일, 가문의 영광이라고.

    정재훈> 아까 운 좋다는 이야기 금지라고 하셨는데 보통은 이 정도의 연구 설계나 데이터나 결론의 수준으로 미국 의학회지를 못 갑니다. 못 가는 건데 주제가 코로나19여서 그렇죠. 물론 그 주제를 잘 잡는 게 연구자의 능력이 아니냐고 하면 그렇게 이야기는 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이 시기가 아니면 평생 못 가볼 것 같아서요. 저도 지금 많이 쓰려고요 그래서 대외 활동을 줄이고 있잖아요.

    ▶정재훈의 손가락 접기 프로젝트

    백창은> 두 번째 손가락 접히나요?

    정재훈> 안 될 것 같습니다. 나중에 은퇴할 때쯤 다시 손가락이 4개인 채로, 손가락은 하나만 접힌 채로 은퇴하게 되겠죠.

    백창은> 교수님 너무 겸손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정재훈> 아닙니다. 저는 겸손하다기보다 현실을 굉장히 정확하게 이해하는 편이라고 생각해서요. 저도 능력을 제 한계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죠. 잘 안 될 수도 있다. 잘 안 될 수도 있다는 거를 아는 게 생각보다 마음의 평화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백창은> 약간 그런 스타일이시죠? 기대치 낮춰놓고. 그래야 나중에 실패해도 실망이 덜 하니까.

    정재훈> 그렇죠. 실망이 덜 해요. 2년 동안의 가혹한 경험을 겪으면서 이런 접근법이 나쁘지는 않다는 거를 많이 알게 됐죠. 마음은 편해요.

    백창은> 두 번째 세 번째 손가락 다 접으실 날이 꼭 올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재훈> 아마 내년, 내후년 정도에는 한 번 정도 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정부 주도의 대규모 연구들이 많이 열리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잘 진행되면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

    백창은> 그럼 생각보다 손가락이 빨리 접힐 수도 있겠는데요.

    정재훈> 그래서 다 접으면 뭘 할까 그것도 생각은 하고 있는데요.

    백창은> 다 접으면 뭐 하실 거예요?

    정재훈> 그거는 시청자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저 쉬고 싶어요. 다른 선배님들이 들으면 쟤 봐라 할 수도 있는데 한 7~8년을 거의 한 번도 쉰 적이 없거든요. 제가 그 전까지는 굉장히 한량처럼 살았거든요. 군의관 1년 차 전까지는 정말 소문난 한량이었어요.

    백창은> 소문까지 나셨어요?

    정재훈> 굉장히 많이 소문난 한량이었는데 군의관 1년 차 2년 차 이후에 제가 이 일을 해야겠다고 느끼고 나서부터는 사실 거의 쉬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좀 쉬고 싶기는 해요. 그리고 그냥 학교에만 있으면 육체적이거나 정서적으로 많이 힘든 일이 없는데 지난 2년 동안 멘탈 공격을 너무 많이 당해서. 그동안 가혹한 공격을 당하니까 경험치와 멘탈의 정도는 성숙했는데 내면이 썩은 거죠. 이제 내면이 썩어 있어서 좀 쉬어야 할 것 같아요.

    백창은> 근데 그럼 5개 다 접어야 쉬실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정재훈> 그래서 빨리 해야죠. 아니면 기준을 좀 낮추면 돼요. 5개의 기준을 그냥 대충 이 정도면 만족한다, 고생했다. 그러면 접으면 되니까요.

    백창은> 기준은 자기 나름인 거니까요.

    정재훈> 그렇죠. 오늘 <싸바나>에 공헌했으니까 하나 접자 이러면 하나 접을 수 있고 그런 거죠.

    백창은> 교수님 마지막으로 10년 뒤에 교수님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재훈> 일단 제 주변 사람들이 제가 한량이던 시절에는 일 좀 해라. 아니면 제발 너의 미래를 위해 뭐 좀 하라고 이야기를 많이 하셨어요. 그런데 지금은 스승님도 그렇고 제 주변에서 진심으로 제 건강을 걱정해요. 저렇게 일하다가 혹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요즘에 저도 체력적인 한계를 많이 느끼거든요. 그래서 10년 뒤에 건강하길. 가족들이랑 행복하게 지내고 있길. 딱 그거 두 개.

    백창은> 너무 소박한데요.

    정재훈> 네. 그렇죠. 제가 예전에 비슷한 프로그램을 1년 전에 했을 때에는 되게 활발하고 적극적이고 희망에 차 있었어요. 1년 사이에 저도 많이 성장한 거죠. 어떻게 보면 성장한 거고 예전에 열정들이 조금 사그라들었다. 그때는 방송하고 들어가서 연구해서 3시까지, 4시까지 일해야지 이랬다면 지금은 조금 달라져서. 계속 지속 가능한 방역 이야기를 하잖아요. 저희 연구 생활도 지속 가능해야죠. 그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채널도 꼭 지속 가능하게 오랫동안 하셔야죠.

    백창은> 알겠습니다.

    정재훈> 그때는 NEJM이나 네이처에 써야겠네요.

    백창은> 그러면 거의 한꺼번에 2개는 접을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정재훈> 아닙니다. 한 번에 한 개. 그건 정확합니다. 다음에는 네이처로 뵙도록 하겠습니다.

    백창은> 지금 이거 유튜브에 영원히 박제되는 거 아시죠?

    정재훈> (안 되면) 그때는 어렸다고 하면 돼요.

    정재훈> (감염병은) 너무 많은 고통을 순간적으로 주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감염병이라는 게 거의 잊혀진 채로 지낸 게 한 100~150년 정도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감염병의 유행이 얼마만큼 많은 사망자를 일으키고 사회에 혼란을 줄 수 있는지가 지난 2년 동안 잘 알려진 거죠. 가장 안타까운 사진이 외국에서 조수석에 할머니를 모시고 가다가 할머니가 중간에 돌아가셔서 손자가 슬프게 우는 사진을 보면서 정말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있는데 우리나라도 정말 너무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죠. 돌아가신 분들마다 다 개인의 삶이 있었고. 가족도 있었고. 지금 잘하고 다시 또 근거를 만들고 기술을 발전시켜야 그다음에 조금 피해가 줄어들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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