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인싸랑] 게르마늄 목걸이? 콜라겐 크림? 알면 안 사죠

백창은 기자

bce@tbs.seoul.kr

2022-11-1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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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나는 누구?

    남편. 아빠. 과학관. 커뮤니케이터. 공룡. 아빠와 남편. 저의 기본적인 것. 제가 뭘 하더라도 바꿀 수 없는 거죠.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게 제 아내가 저를 찍었을 때 넘어가 준 거라고 생각하고요. 과학관은 제 삶의 터전이었죠. 우리 네 식구를 먹여 살려준 곳이기도 하고 내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준 곳이에요. 공룡은 저에게 너무 늦게 시작했지만 정말 즐거운 일이었어요. 제가 보여드릴까요? 제가 지금 공룡 티셔츠 입고 있어요. 공룡 정말 사랑해요. 트리케라톱스 사랑합니다.

    ▶ 과학 문해력이란?

    이정모> 안녕하세요. 국립과천과학관에서 무료 관장으로 일하고 있는 이정모입니다. 많은 분들이 과천과학관 하면 아주 저 멀리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서울역에서 4호선 타시면 딱 25분이면 도착합니다. 사당역에서는 9분밖에 걸리지 않아요. 그러니까 6번 출구로 나오시면 벌써 과천 과학관입니다. 성인 4,000원, 어린이‧청소년은 2,000원에 모시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147개의 과학관이 있어요. 그중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과학관입니다. 와서 다 보시려고 하면 너무 힘들어요. 와서 한두 시간 정도만 체류하시고 가시는 게 좋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과학관을 쭉 보는 게 육체적으로 힘들어요. 한두 시간 정도가 좋다고 생각하고요. 꼭 구내식당에서 외식하시고. 이런 데 오시면서 김밥 싸오시는데요. 별로 좋은 태도 아닙니다. 김밥은 집에서 드시고 여기서는 과천과학관 메뉴를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백창은> 지금까지 했던 자기소개 중에 가장 길었어요.혹시 이걸 준비해 오셨나요?

    이정모> 아니요. 뭘 준비해야 되나.

    백창은> 기억을 하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처음에 관장님께 연락을 드렸던 게 7월. 그리고 사전 인터뷰를 했던 게 9월 초. 그리고 오늘 촬영일이 10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이정모> 그러다 보니까 저번에 사전 인터뷰에 뭐 했는지 기억이 안 나요. 일찍 하지 그러셨어요?

    백창은> 저희 코너 이름 기억하세요?

    이정모> 아…. 몰라요. 뭐더라. 아 <인싸랑>.

    백창은> 관장님이 워낙 저희 코너 이름과 맞는, 진짜 슈퍼 핵 인싸이셔서 오늘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나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이정모> <인싸랑>이 with 인싸군요.

    백창은> 아니 이거 제가 사전 인터뷰 때 말씀드렸잖아요.

    이정모> 그랬던 것 같아요.

    백창은> 태세 전환이 이렇게 빠르시다니요?

    이정모> 말하면서 기억났어요.

    백창은> 과학 인싸랑 함께하는 코너라는 뜻으로 <인싸랑>입니다. 아무튼 너무 인싸이셔서 어떤 이야기를 할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오늘은 저희가 관장님을 과학 문해력이라는 단어의 창시자로 모셨어요. 그 단어를 만드셨다고요.

    이정모> 그러니까 사실은 과학이라는 단어도 있고 문해력이라는 단어도 있고 그냥 붙이기만 한 거죠. 그러니까 새로운 건 없어요.

    백창은> 하지만 합성어를 만드셨다.

    이정모> 편집으로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거지. 다 그렇지 않습니까?

    백창은> 그럼요.

    이정모> 감사합니다. 내가 써먹을게요. 공인 받은 거잖아요. 제가 만들었다고. 그러니까 우리 문해력이라는 건 다 아시잖아요. 읽고 쓸 줄 아는 거죠. 20세기에는 문해력이 행복의 기본 조건이었어요. 제가 옛날에 야학이라는 걸 했는데 중고등학교 과정생이 없어지는 거예요. 야학의 대상이. 그래서 초등학교 과정 야학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그거 짧게 해요. 하루에 2시간씩 일주일에 5일, 열 달 딱 하고 나면 60~70대 노인들이 한글, 산수 다 끝냅니다. 어르신들은 지혜가 있어서 순식간에 배워요. 한글도 순식간에 배우고 셈도 순식간에 배웁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졸업할 때 보면 너무 행복해하시는 거예요. 펑펑 우세요. 내가 드디어 읽고 쓸 수 있다는 걸 깨달아서 즐거워서 우시는 줄 알았더니 보니까 억울해서 우시는 것이더라고요. 많은 시간이 걸린 게 아니에요. 일주일에 하루에 2시간, 일주일에 열 달만 시간이 있었으면 일찌감치 한글과 셈을 깨우칠 수 있었을 텐데 남편과 자식들 때문에 여태까지 시간을 갖고 있지 못하다가 뒤늦게 내가 읽을 줄 알게 되는 게 원통스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한 거죠. 그때 보니까 문해력이라는 건 정말로 중요한 것이구나. 그러니까 우리가 20세기만 해도 읽고 쓸 수 있으면 내가 이 세상에 있는 거의 모든 문화를 즐길 수 있었어요. 향유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21세기란 말이에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이고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고 있지 않죠. 그런데 이럴 때는 내가 기술 속에 둘러싸여 있어요. 그런데 내가 여기서 과학과 기술에서 멀어져 있으면 저걸 즐기는 게 아니라 쟤네들에 의해 압도당하는 거죠. 많은 분들이 처음에 휴대폰을 어떻게 쓸지 모르는 때가 있었잖아요. 그러니까 짜증나는 거예요. 그냥 폴더폰이 좋은 거죠.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이걸 자유자재로 쓰다 보면 내가 통제하기 시작하잖아요. 이게 단순한 하나의 장치인데 내가 이 사용법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이 장치의 원리들, 기계의 원리를 알면 내가 얼마나 더 이 세상을 풍요롭게 살아나갈 수 있겠어요.

    이정모> 그러니까 21세기를 행복하게, 명랑하게 살기 위해서예요. 20세기에는 글자를 읽고 쓸 수 있으면 행복할 수 있었어요. 문화의 기본이었거든요. 21세기는 과학의 시대예요. 과학을 내가 문화로서 즐길 수 있어야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과학 문해력이 꼭 필요한 시대죠.

    ▶ 게르마늄 목걸이? 콜라겐 크림? 알면 안 사요!

    백창은> 과학 문해력이 조금은 갖춰지지 않아서 생기는 일상 속 오류도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이정모> 그러니까 이런 거죠. 우리 엄마 같은 경우. 이거 우리 엄마 안 볼 거예요. 엄마 잘 안 보세요. 우리 엄마가 게르마늄 목걸이를 탐하세요.

    백창은> 옛날에 한창 유행했잖아요.

    이정모> 네. 게르마늄 목걸이 정말 좋아하세요. 사드리려고 했죠. 자식이 게르마늄 목걸이 하나 못 사주겠어요? 한 5만 원 할 줄 알았더니 40만 원, 50만 원 하더라고요. 비싸요. 그래서 그랬죠. 엄마 이게 정말 멋으로 하는 거라면 사줄 수 있는데 그다지 40~50만 원어치의 멋은 없다. 그런데 굳이 이걸 하셔야겠냐. 그랬더니 ‘게르마늄 목걸이 하면 목에 좋다더라’ 이러시는 거죠. 그런데 게르마늄이 목에 좋을 이유가 뭐가 있어요. 그냥 흙이랑 그냥 똑같은 건데. 이런 것들이 사실 잘 몰라서 자기 돈을 쓰게 되는 거잖아요. 또 제 딸들도 무슨 화장품 바르는 거. 지방질 화장품 있잖아요. 로션인데 무슨 크림이더라? 돼지 껍데기 크림.

    백창은> 콜라겐.

    이정모> 제 딸들도 콜라겐 크림을 쓰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가 코로나19 때 손 열심히 씻었잖아요. 왜 손만 열심히 씻어요? 팔뚝 이런 곳은 안 씻잖아요. 손만 열심히 씻었어요. 왜냐하면 손만 깨끗하면 돼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는 이 팔로 못 들어가요. 다 막혀 있어요. 손을 씻는 이유는 우리가 얼굴을 만질까봐. 바이러스가 잘 들어갈 수 있는 곳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팔을 안 씻는 이유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못 들어가기 때문이에요. 박테리아가 얼마나 작아요? 작은 것들이 피부에 들어갈 수가 없어요. 그런데 바이러스보다 한 100배쯤 큰 게 박테리아고, 박테리아보다 100배쯤 큰 게 사람 세포잖아요. 한 1천 배쯤 커야겠네요. 사람 세포보다 콜라겐 분자는 훨씬 커요. 그런데 만약에 콜라겐을 발라서 내 피부에 흡수된다면 이 커다란 게 흡수될 수가 없잖아요. 콜라겐이 흡수된다면 어떻겠어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는 무사통과하겠죠. 그러니까 콜라겐 크림은 발라도 내 몸에 소용이 없어요. 들어갈 수 없어요. 그러니까 어떤 방법이 생겼냐. 먹는 콜라겐이 생겼죠. 그런데 콜라겐은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이 생성되는 단백질이에요. 우리 몸속에 가장 많다는 건 뭐냐면 가장 많이 만들어진다는 거잖아요. 그렇지 않더라도 많이 만들어진 걸 굳이 콜라겐 그 비싼 가루로 먹을 필요는 없죠. 차라리 콜라겐을 먹고 싶다면 돼지 껍데기를 드시면 싸고 맛있어요. 콜라겐 분말 맛없잖아요. 굳이 그런 거 할 필요 없거든요. 그렇게 얘기하면 우리 엄마는 ‘말도 안 되는 얘기 하지 마라. 그렇게 효과가 없는 거라면 왜 나라에서 팔려고 놔뒀겠냐.’ 그런데 저라도 팔라고 놔두겠어요. 왜냐하면 그게 건강이 나쁘면 금지시켰겠죠. 건강에 나쁘지 않아요.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아요. 다만 내 돈이 들어갈 뿐이에요.

    백창은> 지금 말씀 듣다가 생각난 대표적인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선풍기. 문 닫고 선풍기 틀고 자면 절대 안 된다. 죽는다.

    이정모> 우리 아내도 이거 안 볼 거예요. 오늘 아내 생일인데.

    백창은> 축하드립니다.

    이정모> 아내가 아직도 선풍기에 대한 공포가 있어요. 그럴 수 있어요. 선풍기 틀고 자면 안 된다는 얘기를 어릴 때부터 너무 들은 거예요. 산소가 선풍기 속으로 막 들어가다가 이산화탄소가 돼서 나온다는 거예요.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에 0.04% 밖에 없어요. 산소는 21%나 있고. 두 배가 되어도 0.08%밖에 안 되는 건데. 또 이산화탄소가 잘 가라앉기 때문에 이불에 누워서 자면 산소가 부족해진다.

    백창은> 맞아요.

    이정모> 그런데 우리 다 침대 쓰잖아요. 오히려 더 안전해야 돼요. 그럴 일은 없어요. 그런데 계속 그게 몇 년이에요? 아버지한테, 할아버지한테 들었으니까 그걸 머릿속에서 지우지 못하는 거예요. 아내는 잠이 많아요. 나보다 일찍 자거든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데 내가 선풍기를 틀어놓는 날은 잠을 못 자는 거야. 내가 잠이 들 때까지 기다렸다 끌려고.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이 보통이 아니죠.

    ▶ 과학은 삶에 대한 태도

    백창은> 과학 문해력이 없어서 생기는 일상 속 일들이 너무 많은데 과학 문해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

    이정모> 그거 참 쉽지 않아요. 쉽지 않아요. 왜냐하면 과학을 지식으로 쫓아가면 답이 없어요. 그러니까 시청자 여러분이 중고등학교 과학 좀 제법 했던 분들도 애가 중학교만 돼도요. 시험공부를 봐줄 수가 없어요. 제가 과학관으로 꼬마들에게 물어봐요. 천동설이 맞니? 지동설이 맞니? 다들 쳐다봐요. ‘관장님 그걸 질문이라고 하세요?’그러니까 과학 지식으로 쫓아가면 방법이 없어요.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태도, 삶에 대한 태도, 생각하는 방법인 것 같아요. 자 봅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학문의 아버지라고 하잖아요. 실제로 아리스토텔레스가 맞는 얘기가 뭐 있어요? 다 틀렸어요. 아리스토텔레스가 과학책도 500권 썼다고 하는데 그중에 맞는 거 없어요. 다 틀렸어요. 그런데도 왜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를 열심히 공부해요? 결국 그의 논리학을 배우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지식으로 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제 발목밖에 못 오는 사람이에요. 갈릴레이는 지식으로 치면 제 무릎쯤 오는 사람이에요.

    백창은> 그래도 아리스토텔레스보다는 조금 위네요.

    이정모> 2천300년 전보다는 차이나죠. 제가 가장 존경하는 과학자는 찰스 다윈이에요. 찰스 다윈 선생님과 이정모를 비교했을 때 누가 진화 이론을 많이 알까요?

    백창은> 관장님이 많이 아시겠네요.

    이정모> 당연하죠. 제가 훨씬 많이 알아요. 찰스 다윈 선생님은 돌아가실 때까지 멘델의 유전법칙도 모르셨어요. 그분은 유전학이 없는 진화 이론을 갖고 계신 거예요. 얼마나 답답했겠어요. 유전학이 있으면 그가 가지고 있던 고민의 90%를 해결할 수 있었을 텐데. 그분은 지식으로 치면 제 허리쯤 오는 사람이에요.

    백창은> 저 잠깐 궁금한데 그럼 어깨쯤 오는 분은 누구세요?

    이정모> 어깨쯤 온다고 하면 최근 한 50년 전 분들. 왓슨, 크릭 직전 분들. 1950년대부터는 나보다 위인 사람들이 많아서 얘기 안 하죠.

    백창은> 알겠습니다.

    이정모> 얘기 안 합니다. 20세기에 들어와서는 나를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까 얘기하기 싫은 거죠. 그런데 질문을 바꿔서 찰스 다윈과 갈릴레이와 이정모를 비교했을 때 누가 더 훌륭한 과학자일까? 대답하기 어렵죠?

    백창은> 제가 또 어떻게 관장님 앞에서.

    이정모> 그거예요. 당연히 그 분이 훨씬 더 훌륭한 과학자지만 저를 차마 앞에 두고. 외교적으로 참고 계신 거잖아요. 아마 훌륭함으로 치자면 저는 그분들의 손톱의 때 정도 돼요. 얼마 전에는 손톱의 때도 안 된다고 그랬는데 겸손을 좀 벗어나서 손톱에 때 정도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아리스토텔레스, 갈릴레오, 찰스 다윈은 생각하는 방법을 만든 사람들이에요. 우리들은 그들이 만들어온 생각하는 방법에 따라 데이터를 쌓아갈 뿐인 거죠.

    ▶ 과학자들은 이렇게 대화합니다

    이정모> 그럼 세상에 대한 태도가 어때야 하냐. 우리 삶 속에서도 태도를 발휘할 수 있거든요. 저는 과학이란 의심에 대한 잠정적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의심을 하는 거예요. 과학은 믿음이 아니라 의심이거든요. 이게 중요해요. 그러니까 일단 의심해야 돼요. 그런데 의심으로 질문을 하게 되면 상대방이 기분이 나빠요. 대화가 안 돼요. 그래서 과학자들의 대화법이 의심과 질문인데 여기에는 규칙이 있어요. 첫 번째가 일단 상대방이 주장한 것을 다시 얘기해요. '네 말은 이러이러하다는 거잖아'라고 이야기해 주는 거죠. 왜냐하면 내가 혹시 오해했을 수도 있으니까. 두 번째가 중요합니다. 칭찬하는 거예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 그런 자료를 어디에서 구했어?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정말 훌륭한데요. 멋져요.

    백창은> 깜빡 넘어가겠어요.

    이정모> 그러니까 상대방은 ‘의심하는 것 같은데 내 말은 제대로 이해했어. 거기다 날 칭찬하네’ 라고 생각하죠. 그러면 세 번째 단계에서 살짝 상처를 주는 거죠. ‘다만 이런 것들은 좀 아닌 것 같아요’ 라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계속 상대방이 좋다고 하면 대화가 아니잖아요. 칭찬일 뿐인 거지. 이런 식으로 처음에 대신 설명해주고 한 번 더 설명해 보고 칭찬하고 살짝 상처를 주는 거죠. 이때 정말 개박살 내면 안 돼요. 왜냐하면 나도 개박살 당하기 싫잖아요. 누구나 그럴 수 있다는 자세를 갖고. 또 이 사람은 우리의 동료예요. 이 사람이 아 나는 이 길이 아닌가 봐 딱 갔다 가버리면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이 동료로서 남아 있게끔 그 예의를 갖추는 거예요. 이런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품성이 필요한데 바로 그게 겸손입니다.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겸손이 뭘까. 이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네 가지부터는 기억을 못하니까. 첫 번째가 뭐냐 하면 자신의 지식과 본능의 한계를 인정하고 모른다고 말하는 것을 거리끼지 않는 것이자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을 기꺼이 버리고 바꾸는 거예요. 그런데 그것이 꼭 과학자들에게만 필요할까. 모든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의심을 해야 하는데 의심에 대해 질문할 때 기분 나쁘지 않게 과학자의 대화법을 쓰고 서로가 겸손함을 갖고 있으면. 우리가 세상을 좀 더 안전하게, 안심하면서 내 돈과 세금을 아끼면서 살아갈 수 있는 명랑한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백창은> 이 대화법을 가족 간의 관계라든지 아니면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써도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쓰고 계시나요?

    이정모> 아니요. 집에서는 안 해요. 집에서 안 되더라고요.

    백창은> 쓰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정모> 그러게요.

    백창은> 오늘 사모님 생신이라고 하셨는데 이렇게 말씀하시니까 앞으로는 과학자의 대화법으로 대화를 하겠다고 말씀을 해 주시면 어떨까요?

    이정모> 아 여보. 제가 태도를 바꾸겠어요. 과학적인 대화법을 같이 쓰겠습니다. 당신도 과학적인 대화법으로 같이 훈련해봅시다.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겠지만 하다 보면 되겠죠. 사랑합니다.

    ▶ 질문을 얻어가는 곳, 과학관

    백창은> 지금 말씀해 주신 과학 문해력을 키우기 위해서 계속 의심하고 질문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에 가장 좋은 공간 중 하나가 과학관인 것 같아요. 지금 국립과천과학관에 관장으로 계시는데 과학자이자 행정가로서 과학관을 운영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으실까요?

    이정모> 저는 과학관의 가장 중요한 고객은 교사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들이 같이 직접 도슨트가 되어서 아이들에게 설명해주고 또 아이들에게 질문을 받고. 선생님이 다 알 수가 없는 거잖아요. 그럼 우리가 몰랐던 게 어떤 건지를 정리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는 과학관은 어떤 호기심을 해결하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을 얻어가는 곳이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답을 얻을 수 있는 곳은 그냥 널렸어요. 휴대폰만 꺼내면 금방 답을 얻을 수 있는데 문제는 뭐냐면 내가 질문이 있어야 답을 얻는데 질문하기가 쉽지 않아요. 아무 데도 없는데 뭘 질문을 하겠어요. 그런데 과학관에 오면 일단 질문이 쏟아져 나올 수 있거든요. 이 질문들을 잘 모아보는 거죠. 우리가 이제는 도서관에 매주 가잖아요. 도서관 가시는 분들은. 도서관 매주 가고 미술관도 달마다 가시고 그래요. 그런데 우리가 도서관 갈 때, 아이들 데리고 도서관 갈 때 내가 문학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는 거 아니잖아요. 그냥 음악을 인문을 즐기려고 가는 거잖아요. 미술관과 음악관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미술가, 음악가가 되기 위해서 가는 거 아니에요. 그냥 다 즐기는 거예요. 그런데 과학관으로 오실 때는 목적이 있어요. ‘우리 애를 과학자로 키워야지.’ ‘나는 과학자가 되겠어.’ 이런 생각을 갖고 오신단 말이에요. 어떻게 다 과학자가 되겠어요. 그럴 필요 없어요. 사람들이 다 과학자가 될 필요 없거든요. 과학을 문화로서 즐기면 돼요. 우리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과학 문해력을 가져야 하는데 과학 문해력이 과학자에게 필요한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하거든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심리, 예술, 뭘 하든지 과학적인 기본적인 태도를 갖고 있으면, 기본적인 지식을 갖고 있으면 되니까. 과학관에서 너무 공부하듯이 하는 엄마들이 있거든요. ‘아까 본 거 기억해?’ ‘그것도 몰라? 학교에서도 배우는 건데?’ 아이들 짜증나요.

    이정모> 기본적으로 전 세계 과학관은 보는 곳이었어요. 보는 곳에다가 조금 더 한 꺼풀 씌운 게 배우는 곳이 됐죠. 한 꺼풀 더 씌우는 게 필요한 거죠. 하는 것이에요. seeing, learning, doing이 필요한 거죠. 그러니까 이렇게 많은 전시관보다는 실제로 실험실이 더 필요한 것 같고요. 그런데 실험실을 운영하려니 실제로 과학자들이 그 안에 들어와 있어야 하는 거죠. 이제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이잖아요. 돈이 없어서 못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볼 수 있는 것은 너무나 많아요. 유튜브가 더 잘 보여줘요. 과학관에 오는 이유는 실제로 과학을 하기 위해서이고 과학을 하러 오려면 실험실과 그 실험실을 운영할 수 있는 과학자를 갖춰야 하는 거죠.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과학관의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 '관장' 이정모, 앞으로의 계획은?

    백창은> 관장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으셨잖아요. 임기가 끝난 뒤에 계획이 있으신가요?

    이정모> 없어요. 한 번도 계획적으로 살아보지 못했어요. 계획적으로 살지 못했고. 딱딱 그때 뭐가 열리더라고요. 딱 사표 냈더니 관장 뽑는다고 하고. 당연히 지원했고. 뽑는다길래 사표 내고 지원했죠. 지금은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나를 위해서 그 자리가 있는 게 아닌데. 뭘 꼭 더 해야겠다. 이런 욕심은 없고요. 그래도 과학 커뮤니케이터라서 계속 사람들은 만나고 싶어요. 그다음에 내 이름이 붙어 있는 방송 프로그램 하나 갖고 싶죠. 연락이 안 오더라고요.

    백창은> <싸바나> 어떠세요? 저희 유튜브 채널?

    이정모> 좀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게 쉽게 넘어가면 안 되는 거더라고요.

    백창은> 너무 괜찮잖아요. 저희가 또 교육 방송 만들어야 하니까.

    이정모> 차차 고민해 보도록 하죠.

    백창은> 아 잘 안 넘어오시네요. 그러면 마지막으로 저희 공통 질문 여쭙고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10년 뒤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세요?

    이정모> 아이 그때 좀 더 하지 그랬어. 부지런하게.

    백창은> 원래 평소에 성격이 약간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계획이 없고 그런 스타일이신가요?

    이정모> 항상 그게 문제였어요. 저는 유학을 갔을 때도 학위를 취득하지 않고 그냥 들어왔고. 사표를 낼 때, 직장을 갈 때 한 번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어 있어? 해야지!’ 이런 거였어요. 그런데 아내에게 정말로 고마워하는 게 그럴 때마다 아내는 왜 그걸 해야 되는지 따지지 않고 그러자고 했어요. 사실 인생에 아주 급격한 변화들이 있었는데 먹고 살고의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날 신뢰해줬어요. ‘난 100만 원만 벌어오면 살 수 있어.’ 요즘은 좀 마음이 바뀌었더라고요. 100만 원 갖고는 안 되고 200만 원은 있어야 한다고.

    백창은> 물가가 올랐으니까. 너무 좋으신 분이네요. 이거 지금 거의 사모님 헌정사가 된 것 같은데요.

    이정모> 저한테 푹 빠졌어요.

    이정모> 나에게 과학관이란 호기심을 해결하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을 얻어가는 곳입니다. 우리가 답을 찾기는 너무나 쉬워요. 세상에 널렸어요. 답을 찾는 것은. 그런데 뭐가 어렵냐면 질문을 갖지 못하는 거예요. 질문만 있으면 답을 찾아낼 수 있는데 내가 질문을 떠올리지 못해요. 과학관은 바로 그 질문을 떠올려서 가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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