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월뉴공] '소멸각' 한국, '코로나 베이비붐'에서 배워라!

월드뉴스공장

worldnews@tbs.seoul.kr

2023-05-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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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동 취재] 안미연, 정혜련 기자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저출생.

    【 현장음 】CNBC 기자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생률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이 최근 자체 기록을 또다시 갈아치웠습니다."

    【 인터뷰 】사라 브라우너 오토 / 캐나다 맥길대 사회학 교수

    "한국의 합계출생률이 매년 떨어지고 있는 것을 볼 때마다 정말 놀랍습니다."

    【 인터뷰 】스튜어트 지텔-바스텐 / UAE 칼리파대 인문사회과학 교수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아이를 갖는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에요. 너무 어려운 (출산·육아) 환경이죠. 정말 힘든 환경이에요."

    정부가 책임진다?

    【 현장음 】윤석열 / 대한민국 대통령
    "아이를 낳고 키우는 즐거움과 자아실현의 목표가 동시에 만족될 수 있도록 국가가 확실히 책임지고 보장한다는 그런 목표하에 과감한 대책을 마련하고 또 필요한 재정을 집중 투자해야 됩니다."

    하지만…

    【 인터뷰 】제니퍼 시너우바 / 미국 로즈대 국제학 교수
    "저출생의 근본적인 원인은 일부 재정 지원이나 세제 혜택만으로 해결될 수 없습니다."



    안미연 기자:
    경제 성장의 결과이기도 한 인구 감소는 선진국이라면 이미 겪고 있는 현상인데요.

    인구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는 건 전 세계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출생아 수죠.

    정혜련 기자:
    맞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죠.

    【 인터뷰 】사라 브라우너 오토 / 캐나다 맥길대 사회학 교수
    "많은 국가들에서 저출생 경향이 이어지는 것은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여성의 수도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여성이 소가족 형태를 선호하고, 원하는 대로 삶을 살고 싶어 하는 거죠. 그 결과, 원하는 수만큼 자녀를 가져 소가족을 이룬 것이고 대가족은 원치 않는다는 겁니다."

    정혜련 기자:
    특히 우리나라의 출생률은 매년 자체 기록뿐만 아니라 세계 최저치를 갱신해오고 있는데요.


    안미연 기자:
    2015년 이후 급격한 저하를 지속하고 있죠.

    정혜련 기자: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0.78명을 기록한 가운데 우리나라 인구는 이미 자연 감소하기 시작했는데요.


    2060년대 후반이면 4,000만 명 이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안미연 기자:
    최근 연금 재정 위기나 소아과 대란, 어린이집 줄폐업 등 저출생 여파는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의 출생률이 이렇게 유독 낮은 데는 어떤 이유가 있다고 해외 전문가들은 보고 있을까요?

    【 인터뷰 】토마스 소보카 / 비엔나 인구정책연구소 부회장
    "많은 한국 젊은이들은 결혼을 하지 않을 것이고, 아이도 낳지 않을 겁니다. 치러야 할 희생이 너무 크거든요. 그리고 이것은 물론 젊은층에 높이 형성되어 있는 경제적 불안감과 같은 요인과도 결합되어 있는 문제입니다. 여기에 더해 그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노동시장에뿐만 아니라 어린 나이부터 시작되는 교육에도 존재하죠. 유럽인인 제가 볼 때 한국의 부모들이 자녀에게 투자하는 많은 시간과 자원은 정말 깜짝 놀랄 정도입니다."

    【 인터뷰 】스튜어트 지텔-바스텐 / UAE 칼리파대 인문사회과학 교수
    "이것은 (한국의) 문화적 문제, 즉 '경쟁'에 관한 겁니다. 앞서 한국의 사교육비를 언급하셨지만 그것은 심리적 비용이기도 하죠.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이 심리적 부담을 갖게 되는 것이니까요. 자녀가 괜찮은 학교, 좋은 대학에 가는 것 등 삶의 길을 '맞게' 가도록 하기 위함이죠. 또한 여성의 일을 얘기하자면 성차별에 대한 뿌리 깊은 문화가 있습니다.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성 불평등이죠."

    안미연 기자:
    사실 요즘 양육비에 교육비 등 경제적 부담 때문에 아이 낳기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은 건 비단 우리나라만 겪는 현상은 아니죠.

    정혜련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의 예만 보더라도 한 설문조사에서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응답자의 64%가 경제적인 부담을 이유로 꼽았는데요.



    평균적으로 미국 가정에선 대학교 기간을 빼더라도 17세까지 자녀 한 명을 키우는데 약 30만 달러(약 4억 원)를 소비하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안미연 기자:
    평균적으로 연간 1만 7,000달러(약 2,200만 원)가 들어가는 셈인데요. 자녀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만큼 비용은 더 늘겠죠.

    정혜련 기자:
    이뿐만이 아닙니다. 엄마가 자녀를 돌보기 위해 파트타임 근로로 바꾸거나, 일을 그만두면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도 있는데요.

    안미연 기자:
    서구권에선 'motherhood penalty(모성벌칙)'라고 부르죠.

    영국의 경우, 자녀의 출생 이후 엄마가 파트타임으로 전향할 가능성이 아빠보다 3배가량 높다고 합니다.

    정혜련 기자:
    사실 부모의 출산 휴가, 육아 휴직 등을 통한 영유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의외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가 서구 선진국보다 훨씬 좋은 상황인데요.


    그래프에서 보이는 것처럼 만 2세 자녀를 가진 부모가 월급에서 자녀 보육에 지출하는 비용은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영국만 하더라도, 꽤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죠.

    어린 자녀를 보육 시설에 맡길 때 드는 월 비용이 모기지(mortgage)라고 하죠, 주택담보대출 월상환액보다도 비싼 수준이기 때문에 대부분 부모 중 한 사람이 집에서 돌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영유아 보육에 대한 본인 부담이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고요.

    안미연 기자:
    제가 육가 휴직 기간 중 1년 반 정도를 저희 아이와 함께 영국에서 생활을 했었는데요. 그 당시 영국인 엄마들이 한국의 육아 휴직 제도를 많이 부러워했던 것이 생각이 납니다.

    그런데 사실, 적어도 비용면에 있어서만큼은 제 경험만 돌아봐도 더 큰 문제가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인 것 같아요.

    초등학교 저학년이었을 땐 일찍 하교를 하다 보니 제가 근무를 계속하기 위해 아이 학교에 가서 돌봄교실 자리 쟁탈전을 치루기도 했었는데요.

    정혜련 기자:
    그때 추첨에서 떨어져서 회사 복도에서 전화로 담당 선생님께 엄청 하소연을 하는 걸 들었던 기억이 저도 납니다.

    안미연 기자:
    당시 정말 심각한 문제였던 것이 그 추첨에서 탈락을 하면 학원, 사교육의 현장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거든요.

    사실 끝도 없이 들어갈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교육비인 것 같은데요. 주변에선 초등학생 때 들어가는 비용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이제 시작이라고 하는데 벌써 정말 후덜덜합니다.

    정혜련 기자:
    그러고 보니 지난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선 이런 기사도 나왔습니다.

    기사엔 중국 베이징 인구·공공정책 연구기관에서 최근 발표한 보고서 내용이 실렸는데요.

    양육비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나라, 다름 아닌 한국이었습니다. 중국은 우리나라를 이어 2위를 차지했고요.

    우리나라에서 18세까지 자녀를 기르는데 드는 비용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7.79배로 조사됐는데요.

    안미연 기자:
    독일, 호주, 프랑스의 두세 배가 넘는 규모죠.

    보고서는 비싼 양육비 부담이 자녀 출산 의지를 약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는데요.

    이렇게 비싼 자녀 양육비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사교육비였습니다.

    정혜련 기자:
    상황이 그렇다 보니 중국의 경우, 2021년 여름, 사교육을 줄이고 가계 부담을 낮춰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대대적인 사교육, 과외 단속에 나서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효과를 보기는커녕, 학원들의 줄폐업이 이어지며 사교육 업체는 업체대로 직격탄을 맞았고, 몰래 하는 과외가 늘며 암시장이 커지자 부모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사교육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는 교육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요.

    안미연 기자:
    사교육 하면 우리나라야말로 둘째가라면 서러운데요.

    우리나라가 지난 16년간 저출생 해결을 위해 쏟아부은 돈이 무려 280조 원인데, 그렇게 그간 거액을 쏟아붓고도 효과가 없다는 건 결국 우리의 교육과 저출생 예산도 크게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은데요.



    【 인터뷰 】스튜어트 지텔-바스텐 / UAE 칼리파대 인문사회과학 교수
    "사람들에게 찔끔찔끔 돈을 주면서 아이를 더 낳으라고 설득하는 것은 실제 효과가 전혀 없습니다. 예를 들어, 1,000달러(약 130만 원)를 받는다고 할 때 내 아이의 악기 수업에 내가 쓰는 돈이 1,000달러(약 130만 원)라면요.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 인터뷰 】제니퍼 시우바 / 미국 로즈대 국제학 교수
    "지원금의 효과가 나타난다고 해도 그것은 일시적일 겁니다. 임신을 이미 계획하고 있던 여성들이나 이왕 낳을 거 지원금이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을 때 낳자라고 생각하겠죠. 저출생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겁니다."

    안미연 기자:
    그렇다면 저출생 문제 해결에 있어 해외 전문가들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은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정혜련 기자:
    바로 성평등과 노동 현실의 개선이었습니다.

    【 인터뷰 】사라 브라우너 오토 / 캐나다 맥길대 사회학 교수
    "한국 여성들은 한국의 문화 경제적 상황에서 (여성이) 일과 가정 내 역할의 균형을 맞춘다는 것이 유난히도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매우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 인터뷰 】제니퍼 시우바 / 미국 로즈대 국제학 교수
    "남녀 성 역할에 있어 긴장 관계가 형성돼 있는 나라가 한국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한국 내) 저출생 문제의 아주 큰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가정 내 삶이 남녀 간에 균등하게 나눠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은 직업을 갖고 더 풍족한 삶을 누리기를 원하고 있죠. 그리고 이런 욕망이 현실과 상충될 수 있다는 건데요. 여성이 삶에서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게 만들 만큼 전통적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은 한국 사회에 아직 굳게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인터뷰 】토마스 소보카 / 비엔나 인구정책연구소 부회장
    "다수의 고학력 여성들이 그들이 받은 교육을 활용하고 싶어 하고, 직업을 갖고, 인생의 목표를 성취하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이는 결혼 후 출산과 더불어 한국 여성에게 기대되는 사회적 규범과 양립될 수 없는 것이죠. 게다가 한국은 노동시장 역시 매우 경쟁이 치열합니다."

    정혜련 기자:
    여성이 남성보다 가사와 육아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한국의 경우, 각종 출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건데요.

    안미연 기자:
    아이를 낳으면 돈을 준다며 출산을 장려하지만 일하는 여성이 늘고 있는 가운데 여성에게 직업과 가사의 문제는 갈등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죠.

    【 현장음 】육아 휴직자
    "우리나라 문화에서 남자가 애를 본다는 생각보다는 돈을 벌어와야 된다라는 생각도 있고 가장으로서의 역할이 더 컸던 거 같고요. 저도 사실 그랬으니까요. 셋째를 낳기 전까지는 그랬던 것 같고. 쉬다 보니까 가끔씩 회사 선배들하고 많이 통화를 하거나 얘기를 할 거 아니에요. 외계인 취급을 할 때도 있어요. 정말 별난…"

    【 현장음 】30대 미혼 여성
    "처음으로 사회에 나와 여자들이 일하는 모습을 봤을 때 남자들은 회사에서 자식 이야기를 많이 하지는 않더라고요. 귀엽고, 예쁘고, 힘들다 이 정도인데 여자들은 되게 디테일하게 애를 케어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학교나 유치원 선생님과 통화하는 사람은 무조건 엄마들이고 그리고 회사에서 아기가 아프면 가는 사람도 엄마들이고, 아빠들은 아기가 아파서 가는 경우를 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 거 보면서 아기를 낳게 되면 회사에 집중도가 떨어지겠구나."

    정혜련 기자:
    이를 뒷받침하는 기사가 하나 또 있는데요.

    최근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기삽니다.

    안미연 기자:
    조부모나 정부도 실패한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자녀 출산 결정을 설득해 낸 건 다름 아닌 코로나19 대유행이었다고 기사는 시작이 되는데요.

    *밀레니얼 세대
    1980년대 초부터 2000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를 일컫는 말



    정혜련 기자:
    코로나 봉쇄가 시작된 지 약 9개월에서 1년이 지나자 '미니 베이비붐'으로 불릴 정도로 아이들이 많이 태어났다고 합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21년 미국에선 2020년보다 약 5만 1,000명의 더 많은 아기들이 태어났습니다.

    미국 내 출생률은 2007년 이후 줄곧 하락하고 있었던 터라 이는 매우 의외의 수치였다고 하는데요.

    안미연 기자:
    의외일만도 한 것이 보통 경기가 안 좋으면 출생률은 더 하락하기 마련이잖아요.

    해고와 불확실성 역시 사람들이 가족 구성원을 늘리도록 장려하는 조건은 아닌데요. 더군다나 당시 코로나19 대유행은 학교 교육과 보육 환경에도 큰 혼란을 가져왔던 터였습니다.

    그런데도 더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한 배경엔 어떤 요인들이 있었을까요?

    정혜련 기자:
    기사에 따르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데다 생활 지원금 등 정부로부터의 더 많은 지원은 사람들에게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넘어 삶의 우선순위, 즉 가치관의 변화를 가져오게 했다고 하는데요.

    거기에 더해 재택근무가 증가한 근무 환경의 변화는 워킹맘들이 어린 자녀를 돌보는 데 있어 더 나은 환경을 제공했고, 결국 이런 요소들이 미국 내 전국적인 '미니 베이비붐'을 불러왔다는 분석입니다.

    안미연 기자:
    하지만 모든 워킹맘이 재택근무가 가능한 것은 아니잖아요.

    정혜련 기자:
    맞습니다. 최근 미국의 경제학자들의 연구 결과만 보더라도 고학력의 여성일수록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장에 근무할 확률이 높았는데요. 실제 학위를 갖지 않은 여성들의 출산율은 해당 기간에도 계속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안미연 기자:
    결국 근무 형태의 유연함이나 출퇴근 없이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장에 근무하는지 여부가 자녀 출산 의지를 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거네요.

    【 인터뷰 】토마스 소보카 / 비엔나 인구정책연구소 부회장
    "정부가 노동시장의 변화를 추진하기 위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부모들이 몇 년간은 파트타임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휴일을 부여하고 이후 재택근무가 가능한 포지션으로 복직을 하게 한다던지, 병가를 많이 낼 수 있고 유연하게 휴가를 쓸 수 있는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일 등이 되겠죠. 아이가 만 6~8세까지 성장하는 동안 말입니다."

    【 인터뷰 】스튜어트 지텔-바스텐 / UAE 칼리파대 인문사회과학 교수
    "('경쟁 사회'인 한국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당신에게 정부가 이제 아이를 낳을 것을 권유하고 있단 말이죠. 그렇다면 '잠깐만.. 아이 한두 명을 낳는다면 나는 내 인생에서 그동안 쌓아온 것들을 멈춰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겠죠."

    안미연 기자:
    사실 부모에게 있어서 아이가 태어난다는 건 보통 행복한 일이잖아요. 현재 태어나는 아이들의 수가 이렇게 줄어들고 있는 건 사람들이 자녀를 갖는 것에 대한 장단점을 생각하게 되면서부터죠.

    정혜련 기자:
    특히 잘 사는 나라일수록 이런 경향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데요.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한 가치가 사라지고 있기라도 한 걸까요?

    미국의 한 연구 결과에선 아이가 없는 사람들이 아이가 있는 사람들보다 실제 더 행복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 현장음 】제니퍼 글래스 /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 사회학 교수
    "일반적으로 아이를 갖는 것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진 않습니다. 보통 건강한 아기의 출생 직후 생기는 행복감은 1년에 걸쳐 점점 사라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점 이후로는 미국 내 아이를 가진 부모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 행복도는 점점 그 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볼 수 있죠."

    안미연 기자:
    저출생 문제가 장기적으로 볼 때 곧 노인을 부양할 젊은 노동력이 줄어드는 것을 뜻하다 보니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해 정부가 아이를 낳으라고 설득하고 있지만 사실 나라를 위해 아이를 낳겠다는 사람은 없잖아요.

    【 현장음 】 30대 다자녀가족 부부 
    "애들이 너무 예뻐서 힘들어도 자꾸 낳게 되는 거 같아요. 다 그러죠. 진짜 애국자다. 대단하다 이러면서. 저희가 좋아서 낳은 거긴 한데 애국한다는 느낌은 없는 거 같아요. 말만 나 애국자다 그러지."

    안미연 기자:
    아이를 낳을지, 낳을 거라면 언제, 그리고 몇 명의 아이를 낳을 것인지는 부모, 그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엄청 중요한 결정인데요.

    물론 아이를 갖는 일이 인생에 행복과 기쁨을 가져다줄 수도 있지만 엄청난 경제적인 지출로 연결되는 문제이고, 거기에 더해 양육 스트레스와 피로도 있죠.

    정혜련 기자:
    그리고 아이를 낳더라도 그 아이들이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고령자들을 부양하며 사회보장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존재한다면 그 또한 밝은 미래라고 할 순 없을 것 같아요.

    【 현장음 】크리스틴 페르체스키 / 미국 노스웨스턴대 사회학 교수
    "정부가 국민 개개인이 원하는 가족 형태와 자녀 수 결정에 있어서 사람들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거나 선택을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많은 나라들의 상황을 보면 아이가 있는 가정에 대한 지원이나 공공 부문의 투자가 훨씬 더 많이 이뤄져야 하는 등 정부의 역할은 분명 존재합니다. 경제에 관해서만이 아닙니다. 문화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이죠. 종교로 인한 영향, 모성과 일의 양립, 성 역할에 관해서도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는 겁니다."

    정혜련 기자:
    워킹맘이시잖아요. 혹시 아이를 가진 것을 후회한 적이 있으신가요?

    안미연 기자:
    아니요. 비록 교육비 때문에 벌써부터 등골이 휘고는 있지만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정혜련 기자:
    사실 자녀 출산과 양육으로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녀를 가진 것을 후회한다고 말하는 부모는 찾아보기 거의 어려운데요.

    그리고 그런 자녀 출산 결정을 좀 더 쉽게 만들 수 있는 것, 바로 더 관대한 출산, 육아 휴직이라던지, 더 저렴한 양육비, 직장에서의 유연성 등이 될 수 있겠죠.

    안미연 기자:
    결국 저출생 문제는 부모는 물론, 내 아이의 '삶의 질'의 문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정혜련 기자:
    그렇습니다. 행복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현재로선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인구 '소멸각'인 우리도 저출생과 고령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좀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인터뷰]



    △ 조엘 코헨 (Joel Cohen)
    -미국 록펠러대 인구학 교수
    -미 컬럼비아대 인구학 교수
    -록펠러대 & 컬럼비아대 인구연구소 소장
    -미 외교협회 (CFR) 회원
    -1999 미 타일러상 수상
    -미 하버드대 응용수학, 인구학 박사

    △ 토마스 소보카 (Tomas Sobotka)
    -오스트리아 비엔나인구정책연구소 부회장
    -빈 인구연구소(VID) 책임자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교 인구통계학 박사
    -유럽인구학회(EAPS) 소속
    -2017 알리안츠 유럽 인구통계학자상 수상

    △ 제니퍼 시우바 (Jennifer Sciubba)
    -미국 로즈대 국제학 교수
    -미 싱크탱크 윌슨센터 연구원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
    -'8 Billion and Counting' 저자


    △ 스튜어트 지텔-바스텐 (Stuart Gietel-Basten)
    -UAE 칼리파대 인문사회과학 교수
    -前 홍콩과학기술대 사회과학·공공정책학 교수
    -영국 케임브리지대 역사인구학 박사
    -'Why Demography Matters' 저자

    △ 사라 브라우너 오토 (Sarah Brauner-Otto)
    -캐나다 맥길대 사회학 교수
    -인구구조 연구소 소장
    -미국 미시건대 사회학 박사

    △ 샤오린 쉬 (Xiaolin Shi)
    -미국 노스이스턴대 경제학자
    -Learning Lab International 공동 창립자
    -Ciprun Global, Inc 연구 책임자
    -前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SSGA) 전략연구원

    취재·구성 : 안미연, 정혜련
    연출: 최인정
    촬영: 윤재우, 김용균
    CG: 김지현, 이슬
    음악: 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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