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인싸_이드] 자동차에서 사람으로…도시 혁명!

최양지 기자

y570@tbs.seoul.kr

2022-09-0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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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광화문 광장의 변신

    지난 8월 6일, 광화문 광장이 새 단장을 마치고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2020년 광화문 재구조화 사업을 시작한 지 1년 9개월 만입니다.

    새로운 광화문 광장은 세종문화회관 앞쪽에 있던 기존 서쪽 도로를 없애고 그 자리를 도보 공간으로 채웠습니다.

    도보 공간 이외에도 시민들을 위한 휴식 공간이 늘어나면서 개장 이후 광장은 연일 북적였습니다.

    걸어 다닐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난 후 시민들이 느끼는 광화문 광장도 이전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 인터뷰 】정미영 / 부산시 기장군
    “(이전보다) 공기가 더 좋아진 것 같고요. 넓어서 좋아요. 그리고 차들이 많이 안 다니니까 시민들이 공원처럼 이용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 인터뷰 】김두옥 / 경기도 화성시
    “스페인에 갔었는데 스페인은 나무들이 오래되고 나무 밑에 잔디가 깔려있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자유분방하게 누워 있는 사람들도 있고 의자에도 있고 삼삼오오 너무 자연스럽더라고요. 좀 더 원한다면 신발 벗고 다닐 수 있으면 더 좋죠.”

    자동차 도로를 줄이는 대신 걸어 다닐 수 있는 보행 공간을 넓히고, 자전거 도로를 만들고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하는 것 모두가 녹색 교통입니다.

    광화문 광장의 변신은 전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앞으로 추구해야 할 녹색 교통의 기준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이신해 선임연구위원 / 서울연구원
    “전 세계적인 추세는 보행자 중심으로 가는 건 맞아요. 해외에서도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파리나 런던이나 뉴욕도 마찬가지로 보행자들한테 공간을 마련해주는 프로젝트를 굉장히 많이 하고 있거든요. 서울시도 광화문 광장을 비롯한 보행화, 보행자 전용 구간을 만드는 거는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간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후퇴하는 녹색 교통

    차가 다니는 길을 점차 보행자를 위한 공간으로 바꾸는 것은 녹색 교통의 궁극적인 지향점입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런 변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프랑스 파리는‘15분 도시’를 통해 도보와 자전거로 모든 중심 시설을 이용 가능하도록 전환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도심 3분의 1은 자동차 없는 광장 공간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 인터뷰 】오성훈 센터장 / 보행환경연구센터
    “승용차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환경적인 요인이나 공간적인 비효율, 그리고 또 에너지 차원에서의 문제, 또 온실가스 발생의 문제를 전반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도시에서 특히 도심부에서의 승용차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것이 많은 도시의 공통된 정책 목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서울에도 이런 공간이 있습니다.

    서대문구 신촌에 있는 연세로는 지난 2014년 시작된 서울의 대표적인 대중교통 전용지구, 차 없는 거리입니다.

    자동차의 통행이 전면 제한되는 주말에는 차가 다니던 거리가 다양한 문화 공연과 행사들로 채워집니다.

    그런데 최근 서대문구청이 지역 상권 회복을 이유로 연세로 차량 통행을 다시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인근 대학교 학생들이 반대하며 갈등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대중교통 전용지구는 확대되는 추세인데, 서울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 인터뷰 】서대문구청 관계자
    “연세로 상인분들이 차 없는 거리 때문에 연세로가 상권이 쇠퇴했다. (그래서) 차를 다니게 해달라 이런 요구가 많이 있어서 시작이 된 거죠.”

    【 인터뷰 】함형진 의장 / 연세로 공동행동
    “(연세로는) 대학생을 포함해서 신촌의 주민들, 더 나아가서 서울의 시민들 모두가 안전하고 보행자 위주로 함께 즐길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되어 있었는데 그런 정책들이 7~8년 오랫동안 실현이 되다가 한 2개월 만에 없어지는 것에 대해 좀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마음들이 있습니다.”

    자동차를 위한 도로에서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재편한 의미 있는 시도.

    연세로가 서울의 대표적인 보행자 중심 도로로 자리매김한 점을 생각한다면 녹색 교통 정책은 단순히 특정 지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쉽게 뒤집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 인터뷰 】이신해 선임연구위원 / 서울연구원
    “연세로 같은 경우가 아마 서울시에서 최초로 대중교통 전용지구로 운영한 지역이고, 그걸 하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노력이 들어갔었는데 다시 돌아간다 그러면 후퇴됐다고 생각이 들 수 있죠. 신촌이 미치는 영향력이 단지 신촌에만 국한된다면 신촌 상인들의 의견을 듣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그런데 신촌의 크기나 영향력이 신촌을 넘어서 서울 전역에 퍼진다면 학생들이나 (실제) 이용자들의 의견을 듣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녹색 교통과 기후 위기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교통에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미세먼지를 줄이고 탄소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서울시는 2019년부터 서울 4대문 안을 녹색 교통 지역으로 지정하고 그 안에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 저감과 교통 수요 관리 효과가 어느 정도 입증되자, 서울시는 2021년까지 강남과 여의도를 녹색 교통 지역으로 확대 지정해 4대문 안과 마찬가지로 5등급 차량이 다니지 못하게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이 정책은 시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녹색교통 지역을 추진했던 서울 시장이 바뀌고 정책적 의지가 약해졌기 때문인데, 핵심 대책인 5등급 차량 제한이 강남과 여의도에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녹색 교통은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교통수단을 새롭게 도입하는 것은 물론, 개인 승용차나 내연 기관을 퇴출하는 것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인터뷰 】 김광일 사무처장 / 사단법인 녹색교통운동
    “지금 새 정부에서도 이미 5등급 이상 4등급까지 운행 제한을 확대하는 것까지를 정책을 넣어놨기 때문에 (강남과 여의도에 5등급 차량 제한 정책 적용이) 동일하거나 더 강화되어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제대로 된 녹색 교통 진흥 지역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동차 통행량이 어쨌든 줄어야 되거든요. 이걸 가장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운행 제한 제도가 같이 병행되고 인프라가 보행이나 자전거나 대중교통 중심으로 바뀌는 게 같이 병행되어야지 가능한데, 등급 운행 제한을 안 한다는 거는 효과를 반감시키는 것이 아니라 효과를 아예 후퇴시키는 거나 마찬가지죠 사실은.”

    ▶ 녹색 교통과 재해

    녹색 교통은 재해·재난과도 밀접하게 연관됩니다.

    최근 수도권에는 115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강남도 물에 잠겨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도심의 배수 시스템이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빗물을 모두 수용하지 못하면서 피해는 더 커졌습니다.

    도심 배수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렸던 이유는 자동차 위주의 도로 때문입니다.

    【 인터뷰 】 오성훈 센터장 / 보행환경연구센터
    “자동차를 위한 도로가 넓게 조성이 되면 불투수성, 물이 땅 속으로 들어가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런 경우에는 모든 우수가 주변의 우수 관거로 다 몰려들게 되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비가 내릴 경우에는 문제를 발생시킬 수가 있죠. 그래서 좋은 환경이라고 하면 도로의 폭원(땅이나 지역의 넓이)이 과도하게 넓지 않고 또 투수성을 가진 표면을 충분하게 확보하고…”

    철저하게 자동차 중심의 도시는 재해에도 취약합니다.

    자연재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 도로체계를 새롭게 전환하는 방식을 이제 도시 차원에서 고민해야 합니다.

    승용차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의 변화는 결국 우리의 삶이 더 편리해지고 행복해지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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