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청년 없는 청년몰, 길 잃은 지원책 [우.동.라.썰]

서효선 기자

hyoseon@tbs.seoul.kr

2022-09-0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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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점한 전국 최초의 청년몰 ''개벽2333''<사진=TBS> 

    2017년, 인천 강화도의 중앙시장에는 전국 최초의 청년몰 '개벽2333'이 만들어졌습니다.

    청년들에게는 창업 기회를, 전통시장 상인들에게는 상권을 활성화할 기회를 만들어주겠다며 시작한 청년몰 사업.

    기원전 2333년경 고조선을 건국한 선조들의 도전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이름은 '개벽2333'으로 붙였습니다.

    하지만 개장 5년이 흐른 지금, 텅 빈 건물만 남기고 사라진 개벽2333.

    현장을 찾은 취재진이 마주한 건 바닥에 내려앉은 수북한 먼지와 천장 곳곳에 쳐진 거미줄, 그리고 굳게 잠긴 문뿐이었습니다.


    ■ 수백 억 들인 청년몰…하지만 5년 만에 줄줄이 폐점

    문 닫는 청년몰은 '개벽2333' 한 곳만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제2의 수도라 불리는 부산에 위치한 '109 in 청년몰'도, 대전에 위치한 청년몰 '청년구단'도 5년을 못 버티고 문을 닫았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지침상 청년몰은 개장 이후부터 최소 5년간 청년몰을 의무로 유지해야 하는데 2017~2018년 개장한 초기 청년몰들의 폐장 가능 시기가 올해부터 차례로 돌아오면서 차례로 문을 닫고 있는 겁니다.

    상인들과 각 지방자치단체가 폐점을 선택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장사가 안돼서."

    임대료 지원이 끝나면 계속 머무를 이유가 없는 상황인 겁니다.

    개벽2333의 폐점을 지켜본 강화중앙시장 상인들은 지역의 상황과 청년몰의 성격이 맞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거기서 판 거는 떡볶이 탕수육 뻥튀기 가짓수는 꽤 되는데 노인들이 거기 떡볶이 먹으러 올라가겠어? 강화는 원래 젊은이들이 많질 않아서 그래." (강화중앙시장 상인)

    실제로 강화군청 자료를 보면 강화군은 60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47%로 절반에 가깝습니다.

    [강화군 인구 연령별 현황<사진=TBS>]  

     
    청년 인구가 많은 서울의 상황은 조금 나을까.

    서울의 청년몰은 동대문구의 '서울훼미리'와 서대문구의 '이화52번가' 2곳입니다.

    하지만 동대문구 서울훼미리 상황은 개벽2333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개벽2333이 강화중앙시장과 조화를 이루지 못했듯 서울훼미리도 인근에 자리 잡은 경동시장과 어우러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한약재, 생선, 육류 등을 주로 취급하는 경동시장과 달리 경동훼미리에서는 파스타나 디저트를 주로 판매하고, 그렇다 보니 시장의 주된 고객층인 노년층의 발길을 경동훼미리까지 이끄는 데 실패했습니다. 거리에서 한눈에 들어오는 전통시장에 비해 건물 3층에 별도로 조성돼 접근성이 낮은 것도, 다른 곳과 차별화되지 못한 가격도 경동훼미리를 고립시키는 데 한몫했습니다.

    서대문구 이화52번가도 대학생을 타겟으로 이화여자대학교 바로 앞 상점가에 조성됐지만, 초기 점포 1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곳을 떠났습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전통시장 가장 후미진 곳 등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구석에 청년몰을 조성하다 보니 청년 자영업자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장사가 안될 수밖에 없었고, 최근 몇 년은 코로나19 대유행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청년몰의 실패 원인을 분석했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이화52번가 안내판<사진=TBS>]  

     

    ■ 길잃은 청년 창업 지원책

    일각에서는 전통시장 내에 청년들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조성하고, 이들에게 임대료 등을 지원하는 '청년몰' 방식이 애초부터 성공하기 쉽지 않은 모델이라고 지적합니다. 손님이 없고, 매출이 나오지 않는 환경에서 임대료 감면은 자영업자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수백억 원의 예산을 들였다지만 자본이 대부분 초기 조성 단계에만 집중되고, 사후 관리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점 또한 아쉬운 부분입니다. 실제로 지난 5년간 청년몰에 투입된 국비는 약 331억 원으로, 이 중 75% 가까운 금액이 초기 조성 과정에 치중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한 듯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를 끝으로 신규 청년몰 조성을 중단했습니다.


    민선 8기 지자체장들 역시 청년몰 사업에는 소극적입니다.

    대표적으로 서울 서대문구는 "사실상 '이화52번가'의 청년몰 사업은 중단됐으며, 해당 지역에 골목 재생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서울 동대문구는 "지난해 활성화 사업을 끝으로 지금은 민간 업체에 관리 등의 권한을 모두 위임한 상황"이라면서 "향후 경동 훼미리에 대해 특별한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그나마 서울시 차원에서 예비 청년 창업가들의 개인 역량 강화에 집중한 창업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골목창업학교에서는 소수정예를 원칙으로 사업 아이템 발굴부터 창업, 운영자금 지원까지 체계적으로 청년들의 외식업 창업을 밀착 지원합니다. 다만 기존 청년 창업가들이 공통으로 바라는 사후관리 서비스가 아직 마련되지 못했다는 점과 지원 대상이 소수라는 점은 아쉬운 점입니다.

    최승균 상명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연구교수는 "우리나라 외식 시장 자체가 양적, 질적으로도 많이 성장하면서 동시에 외식업 창업을 위해서 필요한 지식적인 부분과 경험적인 부분이 상당히 많이 늘었다"고 분석합니다. 특히 "청년들의 경우 해당 분야를 전공하지 않으면 배경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부분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여러 가지 교육 과정을 통해서 경험이나 지식을 함양하는 게 굉장히 많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 청년 사장들이 바라는 건 00이다!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말하고, 예비 창업가들도 끊임없이 호소하는 '교육'.

    TBS는 이번 청년 창업 실태를 취재하면서 과연 청년 사장들이 실질적으로 바라는 도움은 무엇인지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30대 청년 사장 남 모 씨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가게를 운영하면서 홀로 부담할 수밖에 없는 '경영 관리'와 '세금 계산' 부분에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또 "새롭게 가게를 창업하는 이들에게는 매출 관리, 메뉴 단가와 인건비 계산 등도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양식 창업을 준비하는 장윤철 씨는 "실질적으로 매장을 오픈을 한 이후에 고객과의 소통 등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이 많다고 들었다"면서 "실제로 매장을 운영할 때 도움이 될 수 있을 만한 교육 프로그램들이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교육 지원과 함께 청년 창업가들의 답변에서 빠지지 않았던 '자금 지원'은 정부와 지자체가 청년들에게 지원하는 창업 자금이 앞으로는 조금 다르게 쓰여야 한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그저 시장 한 켠에 자리를 내어주고 반값 임대료를 내거는 단순한 창업 지원책보다 청년 창업가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취재기자 : 서효선)

    ≫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유튜브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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