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집중리포트]사직단 복원 사업 논란

김지수

tbs3@naver.com

2015-02-12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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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재청에서 사직단의 상징성과 역사성을
    회복하기 위한 복원 계획을 밝혔습니다.
    일제 강점기를 거쳐 공원으로 훼손된
    사직단의 원형을 되살리겠다는 취지인데요.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원형 복원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기존 시민문화공간이 가진 역사적 의미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사직단 복원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tbs 집중리포트에서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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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적 제 121호 사직단.
    우리에게는 사직공원으로
    더 잘 알려진 이곳은
    토지의 신과 곡식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입니다.
    '종묘사직’이라는 말처럼 종묘와 더불어
    사직단은 조선시대 국가 존립의
    상징적 공간입니다.

    (녹취) 하도겸 / 칼럼리스트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농본주의 사회인 조선을 새롭게 개국한다는
    의미에서 국태민안(國泰民安),
    사직대례를 지내면서 국민들의 뜻을 하나로
    화합했다는 의미로써 역사·문화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직단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조선총독부가 제사를 중단하고
    공원을 조성했습니다.
    광복 이후에도 경제개발 논리에 밀려
    정문을 2번이나 옮겼고
    각종 근대 시설물이 자리 잡게 됐습니다.

    지난해 4월 29일 국회에서
    '사직단 복원 촉구 결의안'이 통과됐고,
    이 날 국회는 사직단 주변 시설물을 철거하고
    원형을 복원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까지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문화재청은 올해 제례공간인 전사청 권역 등
    핵심영역에 대한 발굴 조사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장기적인 복원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원형을 최대한 복원하겠다는
    문화재청의 입장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원형 복원을 위해서는 주변의 도서관과
    공공 기관을 철거해야 하고
    정문의 경우 원위치에서 14m나 밀려나 있어
    주변 건물을 철거해도 원형복원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또 복원정비 기준시점은 20세기 초반으로
    설정됐지만 사직단 복원 기준의 자료는
    조선 숙종 시기라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조 한 교수 /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누구의 원형인지가 제일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원형이라고 했을 때
    조선 개국할 때 당시의 원형인지,
    중기인지 구한말인지의 문제가 있는 것이고요.
    사실 원형이라고 말할 때 대부분이
    어떤 이데올로기 이념을 담은 역사가
    많거든요. 그래서 원형주의의 복원은
    폭력적일 때가 많을 것 같습니다."

    (스탠드업)
    "이곳이 가장 먼저 정비·복원 사업이
    진행될 제례, 제관 기능이 집약된 공간입니다.
    이 공간을 복원하는데 큰 이견은 없습니다.
    하지만 복원 사업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2단계부터입니다.
    2단계 복원사업이 진행되면 종로도서관과
    시립어린이도서관을 철거해야하기 때문입니다."

    문화재청의 사직단 복원정비사업 계획을 보면
    이 공간에 차폐수림을 식재해
    사직단 제례시설과 공간을 외부로부터
    시각적으로 구분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에 주민들은 사직단의 가치만큼이나
    도서관들의 역사적 가치도 중요하다며
    철거를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인터뷰) 구자혁 위원장 / 노동당 종로·중구 당원 협의회
    종로 도서관은 우리나라 최초로 개인이
    만든 도서관입니다. 시립어린이도서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시립어린이도서관이고,
    그 전에는 전쟁고아들을 보호했던 시설이고,
    시립 어린이 병원이었던 자리이고
    이렇게 어린이들과의 여러 가지 관계가
    굉장히 많은 건물이라는 것이죠.
    이 건물자체가….
    그런데 사직단 복원이라는 것 때문에
    이것을 없앤다는 것은 단지 역사가
    조선시대의 것만 역사이고
    그 이외의 것은 역사가 아닌 것처럼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사직단 복원 사업에 들어가는
    총 예산은 450억 가량입니다.
    하지만 소요 예산 비용 자료 어디에서도
    도서관 등 공공시설물의 대체부지 확보와
    신축비용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철거와 폐기물처리 비용만이
    잡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문화재청은 대체 부지 확보나
    이전 비용의 경우 문화재청이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로 관계 기관 쪽에서 예산을 확보하고
    대체 부지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복원사업 1영역에 포함되어
    주민 센터 이전을 준비해야하는
    종로구청은 난감한 입장입니다.

    (인터뷰) 윤영민 국장 / 종로구 안전건설교통국장
    "저희 구청의 생각은 일단 1단계에
    포함되어 있는 사직동 주민 센터라든가
    이런 것은 당연히 이전 부지를
    규정 법에 의해서 마련해줘야 하는 것이고,
    건립비도 마련해서 사용하는 주민들의
    피해가 없는 조치는 해줘야 합니다.
    그런 대책이 없이 무작정
    밀어붙이겠다고 하면 구청에서도
    소송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종로구청에서는 공청회 단계부터
    이의를 제기하고 정식 공문을 보내서
    대책수립을 요구했지만
    소통을 할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문화재청에서는 복원 정비 계획 수립단계에서
    관계 전문가와 관계 기관,
    주민들과의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들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공개된
    사직단 복원정비 계획 관련
    문화재위원회 속기록 자료를 보면
    복원 사업에 제외된 매동초등학교 역시
    원형 복원을 위해 없어져야 하는 시설로
    나타나 있습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 중
    한 분의 발언일 뿐 공개된 계획 외의
    다른 계획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갈등은 계속되는 양상입니다.

    이렇게 논란이 가중되면서
    문화재청은 일단 핵심영영만 복원하고
    나머지 영역은 추후에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며
    관계 전문가의 자문, 주민과 관계기관
    간담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갈등을
    풀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주민들은 문화재청이 원론적인
    설명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복원사업에 대한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금부터 주민과 전문가 등이
    참여한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조 한 교수 /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주민과의 협의가 아닐까 싶어요.
    복원을 하게 되면 관광객을 위한 것들이
    아니고 주변에 사시는 분들을
    먼저 생각해야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분들이 사직단 옆에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자산일 수 있지 않습니까.
    복원을 하더라도 이 분들이
    사직단의 원래 의미를 체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이 되는데
    원형의 형태만 생각하지 말고,
    주민들과 잘 맞춰가면서…."

    (인터뷰) 김정민 / 지역주민 ‘어린이도서관지키기 시민운동’
    "사직단이 단순히 제를 올리는 공간,
    문화재로써의 의미도 있겠지만
    실제 우리 아이들이 사직단을 바라보면서
    사직단의 의미를 생각하고….
    어린이 도서관을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사직단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고
    공부할 수 있는 함께 가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3월 중순이면 사직단의 외곽 노후 담장
    정비 공사를 시작으로
    전사청 권역 발굴조사가 시작됩니다.
    논란 속에 시작되는 복원 사업.
    문화재청이 철거·이전해야 하는
    시설물에 대해서
    주민, 관계 기관과의 충분한 대화를 통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왕이 사직단에서 제사를 지낸다는 의미는
    국민들이 편안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민본주의적인 공간인
    사직단을 복원하는 과정에서도
    사직단이 가지는 참뜻도
    다시 생각해 봐야하겠습니다.

    tbs 김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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