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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 안경환 “박근혜 대통령, 국민 기대와 달리 끝까지 갈 것”
김새봄
tbs3@naver.com
2016-12-16 21:52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
*내용 인용시 tbs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와의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안경환 “박근혜 대통령, 국민 기대와 달리 끝까지 갈 것”
- 양성태 대법원장 사찰, 대통령 탄핵 사유 될 수 있다
- 박근혜 대통령, 이미 대통령으로서의 권능을 잃어버린 사람
- 헌재의 탄핵심판, 국민 기대보다는 조금 더 걸릴 것
- 지도자가 장막을 만드는 이유,
권위적이어서, 지도자로서 갖춰야 할 덕목이 없어서, 지식이 없어서, 할 말이 없기 때문
● 방송 : 2016. 12. 16 (금) 18:00~20:00 FM 95.1
● 진행 : 김종배 시사평론가
● 대담 :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
▶ 김종배 : 매주 금요일 이 시간에는 각계각층의 원로를 모시고 그야말로 난세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현 시국의 해법을 모색해 보는 시간 갖고 있는데요. 오늘도 스튜디오로 아주 특별한 분을 모셨습니다. 이렇게 소개를 해 드리는 게 맞을 것 같은데요. 2013년까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을 하셨고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한국헌법학회장, 그리고 제4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사회의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강화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오신 분, 여러 분 어떤 분인지 이제 아시겠지요?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 모셨습니다. 어서오세요, 교수님.
▷ 안경환 : 반갑습니다.
▶ 김종배 : 건강하시지요?
▷ 안경환 : 네.
▶ 김종배 : 저희가 교수님을 모신 데는 사실은 이 시국에 대한 교수님의 고견을 듣고자 함도 있고, 또 아주 재미난 게 최근에 책을 한 권 내셨어요?
▷ 안경환 : 네.
▶ 김종배 : 책 제목이 어떻게 되지요?
▷ 안경환 : <남자란 무엇인가.>
▶ 김종배 : 법학자께서 <남자란 무엇인가> 란 책을 쓰셨습니다. 이걸 어떻게 받아 들여야 되는 겁니까?
▷ 안경환 : 법학 얘기가 세상 얘기고, 세상에 여러 가지 좋은 일과 나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남자가 많고요. 남자 얘기 중에는 여자 얘기도 있을 것이고, 결국엔 세상 얘기입니다.
▶ 김종배 : 그런데 저는 제목을 딱 듣는 순간에 느낀 게 ‘남자란 누구인가’도 아니고 ‘남자란 무엇인가’입니다. 일부러 이렇게 지은 겁니까?
▷ 안경환 : 예, 그렇다고 볼 수 있지요. 남자의 속성이 뭐고, 타고난 속성과 그 다음에 사회적인 속성이 뭐냐, 이걸 주로 파헤친 건데요. 나름대로 좀 쉬운 말로, 한마디로 말하면 남자의 욕심 중에서 가장 강한 욕심이 권력욕이다, 결국은 부패로 이뤄진다. 그래서 그게 사회적으로 굉장히 큰 물의를 일으킨다. 그게 바로 남자의 나쁜 점 중에 하나다, 뭐 그런 내용들입니다.
▶ 김종배 : 결국 시국으로 연결이 되는 것 같습니다. 얘기가. 그건 조금 이따 여쭤보기로 하고. 궁금하니까 책 내용으로 조금 더 여쭤봤으면 좋겠는데, 지금 교수님 말씀대로 한 마디로 정의하면 남자는 욕심쟁이입니까?
▷ 안경환 : 타고난 본성도 욕심이고요. 그 다음에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생존 본능도 있고, 경쟁의식도 있고, 경쟁하다 보면 부당한 방법으로 경쟁에서 이기고자 하는 욕심이 있어요. 그래서 선의의 라이벌 보다는 누구를 짓누르고 자기의 힘을 키우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 김종배 : 여성은요?
▷ 안경환 : 여성은 아마도 사회적으로는 그럴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고, 덜 부패했고, 그 다음에 타고난 생리적인 요인도 있을 거예요. 지금까지 인류역사가 가부장제, 전쟁 중심으로 커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 상태에서는 여성의 미덕이 잘 드러나지 않지요. 그런데 이게 20세기 말쯤 해서 크게 변한다는 얘기입니다. 20세기 말을 계기로 해서.
▶ 김종배 : 어떤 계기가 있는 겁니까?
▷ 안경환 : 예를 들면 기본적으로 가부장제가 거의 무너지고, 그 다음에 전쟁이 아주 예외적인 수단이 되고, 그 다음에는 타인과의 소통, 공감 능력이 빛나는 시대가 왔는데 그런 점에서는 여성이 훨씬 더 남성보다도 뛰어나다는 얘기입니다.
▶ 김종배 : 어떤 사람은 그런 식으로 분석을 하더라고요. 이른바 연상연하 라고 하는 것들도 후기 산업사회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이게 근력노동이 위주가 되는 게 아니라 정신노동이 위주가 되다 보니까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지위가 올라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 안경환 : 그 중에 하나지요. 그런 얘기하는 전문학자들도 많고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남녀가 가장 편하게 살 수 있는 사회는, 여태까지는 주로 남자가 젊은 여성하고 살아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반대로 사는 것이 훨씬 더 편하답니다.
▶ 김종배 : 남성과 여성의 구별이라고 하는 게 생리적 본성에서 기인한다기 보다는 사회적 여건에서 비롯되는 게 더 크다, 이렇게 봐야 되는 걸까요?
▷ 안경환 : 생리적으로 온 것이 몇 천년동안 몇 만년동안 온 DNA 요인도 있을 겁니다. 그게 80%라고 얘기 하지요. 그러나 그 이후에 사회적 여건이 점점 더 중시되는 세상이 온 거지요. 그게 한 20세기 말부터는요.
▶ 김종배 : 교수님 이런 대목이 있어요. 책 내용에. “남성보다는 여성 정치인이 덜 부패할 것이다. 그것은 남녀의 본성차이라기 보다는 사회적 여건 때문인 것이다. 여성 정치인들에게는 부패할 여건이 덜 조성되고, 기회도 적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시국을 보면 여성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측면이 있다고 봐야 되지 않습니까. 이건 어떻게 봐야 되는 겁니까?
▷ 안경환 : 그 부분을 전형적인 여성으로 볼 게 아니라, 지금 우리 박 대통령이나 최순실도 마찬가지로 권력의 속성이지요. 그래서 이 경우엔 부패할 기회가 주어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남녀의 차이가 별로 없다고 보는 거지요.
▶ 김종배 : 그러면 또 우리가 세계적으로 놓고 볼 때 여성 리더들이 서구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러면서 무슨 모성애적 리더십이니, 정치적 리더십의 성격이 다르다 이런 얘기도 많이 하던데, 그건 어떻게 보십니까?
▷ 안경환 : 그런 속성도 있겠지요. 쭉 내려오면서 몇 만 년 동안에 인류가 진화되어 오면서 그 진화의 내용 중에서 권력을 통한 타락이 또 진화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거든요. 그 과정에서 주로 남성 중심으로 뛰어났기 때문에, 여성의 숨어있던 미덕 같은 게 덜 나오게 되고, 요즘에 와서 그 부분이 드러난다고 보지요. 그게 남녀의 차이도 볼 수 있지만, 시대의 변화로 볼 수 있는 거지요.
▶ 김종배 : 그리고 이 시대의 변화라고 한다면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더 강화 될 것이라고 봐야 되나요?
▷ 안경환 : 네, 크게 볼 때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김종배 : 알겠습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하고 연결이 되고 있는데, 이 점을 여쭤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또 법학자 출신이시고, 헌법학회장도 역임을 하셨다고 제가 소개도 드렸는데, 어제 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내용이 양성태 대법원장을 사찰한 내용의 보고가 청와대로 올라갔다라고 하는 의혹이 제기가 됐습니다. 만약에 사실이라고 전제한다면 이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됩니까?
▷ 안경환 :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우린 그 정도 시대는 지난 걸로 생각했는데, 한 50년 전까지는 그런 게 많이 있었지요. 행정부가 들어서 법원을 감독하고, 지배하고, 심지어 영향을 주고 하던 시대, 그런 시대가 있었는데. 지금은 우리가 민주헌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3권 분립 아닙니까.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게 사법권의 독립이에요. 왜냐하면 사법부는 국민이 기댈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에.
▶ 김종배 : 최후의 보루란 말을 참 많이 쓰지요.
▷ 안경환 : 네, 거기가 무너지면 다 무너집니다. 그런데 그걸 사찰한다는 얘기는 시대착오적인 얘기지요.
▶ 김종배 : 어제 대법원에서 나온 공식 입장도 사실이라면 이건 헌법 파괴적 행위다, 이런 식으로 규정을 했더라고요?
▷ 안경환 : 네, 그건 충분히 이유 있는 얘기이고, 국민도 분노해야 됩니다.
▶ 김종배 : 그게 사실이라면 그 하나만으로 대통령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보세요?
▷ 안경환 : 아마 그건 판단하기 나름인데, 정서적으론 그렇게 느껴지지요.
▶ 김종배 : 알겠습니다. 헌법 학자이시고 하다 보니까 여쭤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탄핵정국 아니겠습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 헌재 답변서를 제출했는데, 거의 모든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이런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지켜보셨어요. 교수님은?
▷ 안경환 : 누구나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은 자기를 변론할 권리가 있으니까요. 법적으론 그렇게 하는 거에 대해서 뭐라고 말할 수가 없지요. 그건 또 헌재가 판단할 것이고, 특검 수사가 나오게 되면 어느 부분에 대해서 범죄 혐의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인 증거가 나오게 되겠지요.
▶ 김종배 : 아무튼 지금까지 수많은 의혹이 제기가 되지 않았습니까. 물론 여기서 옥석은 가릴 필요가 있긴 합니다만. 지금까지 나온 의혹의 줄기를 따라간다고 한다면, 사안의 심각성은 어떻게 봐야 될까요? 교수님은 어떻게 보세요?
▷ 안경환 :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으로서의 권능을 잃어버린 사람입니다. 국민의 마음속에서, 그리고 현실적으로 청와대를 지킬 따름이지만, 실제 역할은 아무것도 못하고 있고, 국민 마음속에서도 떠났고 이미 권능도 죽었기 때문에, 사실상 식물 대통령이잖아요. 그런데 국민의 판단은 이미 내려져 있는데, 그 판단을 구체적으로 법이라는 절차를 통해서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 언제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만 남아 있는 것이지요.
▶ 김종배 :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심리가 어느 정도까지 진행이 되고, 얼마나 걸리겠느냐가 관심사 아니겠습니까?
▷ 안경환 : 네. 그건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일단 재판이기 때문에, 재판이라고 그러면 갖춰야 할 기본 절차가 이거든요. 양쪽 얘길 들어 보고, 증거조사도 해야 되고. 지금 제기된 논점이 13개나 되니까 그 전부를 판단하려면 좀 시간이 걸리겠지요. 그래서 우리 국민 마음에서는 당장 떠났으면 좋겠고, 또 탄핵절차도 가능하면 빨리 했으면 좋겠는데, 그래도 갖춰야 할 재판으로써의 절차가 있기 때문에, 그래야 역사적인 판단으로 남게 되지요. 그러려면 시간이 국민 기대보다는 조금 더 걸릴 겁니다.
▶ 김종배 : 그런데 또 법률적 문제가 오늘 또 하나 제기가 된 게, 물론 의혹수준입니다만. 황교안 총리가 법무장관으로 있을 때 세월호 참사가 발생을 했고, 그러면서 세월호 수사를 틀어막고 인사 보복을 했다, 이런 의혹이 오늘 제기가 됐어요. 123정장한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수사팀에서 적용하려고 했는데 그걸 막았다라는 것이고, 그거에 대해서 저항하는 것에 대해서 인사보복을 가했다 라고 하는 의혹이 제기가 된 건데, 법무부 장관이 이럴 수 있는 겁니까?
▷ 안경환 : 제대로 된 법무부 장관은 그러면 안 되지요. 의혹이 제기 된 것에 대해서는 밝히는 절차가 필요하지만, 그렇지요.
▶ 김종배 : 알겠습니다. 좀 특별한 거 하나 여쭤봤으면 좋겠는데요. 요즘 화제의 영화가 하나 있습니다. 저희 tbs에서도 20일 밤 9시 30분에 tbs TV를 통해서 방송할 예정인데요.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를 다룬 영화가 있습니다. <잘돼갑니다> 라는 영화인데요. 그런데 이 영화가 이야기가 되면서, 지금 보도가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 정유라씨와 이승만 대통령의 양자였지요. 이강석씨. 아주 닮은꼴이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데요?
▷ 안경환 : 제가 생각해도 느낌이 듭니다. 이강석 그 양반이 그때 부통령 이기붕의 아들이었는데요. 이승만의 양자였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 양자가 다니면서, 그 양반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굉장히 특별했지요. 아첨도 하고 뭐하고. 그 중에 하나가 서울법대 편입을 했어요, 학생으로서. 당시에 정규 시험을 치른 게 아니고요. 다른 식으로 해서 들어왔습니다.
▶ 김종배 : 그것도 특례 입학이었습니까?
▷ 안경환 : 네, 그렇게 볼 수 있지요. 그 양반도 그때 이미 말 타고 다니지 않았습니까.
▶ 김종배 : 그래서 닮은꼴이다?
▷ 안경환 : 그래서 학생들이 반발했어요. 대통령 아들이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서 결국은 학생들이 항의하고 데모 끝에 결국은 그 사람이 학교를 그만두게 됐습니다. 지금 그것도 몇 십 년 후에 나쁜 일은 되풀이 된다고 하지만 아마 그게 있네요.
▶ 김종배 : 그러면 대통령의 양자의 어떤 특혜 입학을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거부했던 학생들이 들고 일어났다는 거잖아요?
▷ 안경환 : 네, 그렇습니다. 그때 관련된 분들이 80대 초반, 중반 된 분들인데요. 그 중에 지금 살아 계신 분도 있어요.
▶ 김종배 : 어떤 분인데요?
▷ 안경환 : 제가 기억해 볼 때 아마 남재희 선생이라고 언론계 계시던 분인데요.
▶ 김종배 : 바로 저희가 이 코너에서 모신 적이 있었는데,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 안경환 : 그 분도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때 관련된 학생들이 나중에 여러 가지 다른 길을 걸어 왔지만, 남재희 선생은 비교적...
▶ 김종배 : 그때 그러면 좀 여쭤볼걸 잘못했네요. 저희가. 아무튼 그러면 서울대 같은 경우는 성공한 거잖아요. 특혜입학 거부하고?
▷ 안경환 : 제가 법대를 다녔고, 법대 학장을 지냈기 때문에 법대 역사를 좀 알지 않습니까. 그래서 특히 그건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 김종배 : 세월이 몇 십 년이 지나고 나서 이대에서 정유라 건이 터진 거지 않습니까. 그런데 역사가 후퇴한 것도 아니고, 그때 당시에는 특혜 입학하는 걸 거부를 했고, 결국은 무산을 시켰는데, 어떻게 이번엔 이렇게 됩니까?
▷ 안경환 : 세 가지 점에서 특징이 있습니다. 하나는 권력은 언제든지 권력가진 쪽에서 부패하게 되어 있고요. 남용하게 되어 있고, 그 속성은 변하지 않습니다. 두 번째 그 권력에 기생하거나 아첨하거나 특혜하는 사람은 또 있게 되어 있습니다. 언제든지. 그 다음 세 번째는 그런 부당한 권력에 남용하는 것에 대해 저항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게 바로 새로운 세대가 저항하게 되어 있지요. 똑같은 역사의 되풀이가 되는 거지요. 이번도 권력자, 권력자에 기생해 먹는 집단들, 그걸 뒤집은 새로운 세대. 딱 구도가 똑같아요.
▶ 김종배 : 바로 그 점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고 난 다음에 그 동안 정치권은 뭐했냐, 언론계는 뭐했냐 이런 이야기가 시민들 입에서 나오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 안경환 : 당연히 그렇습니다.
▶ 김종배 : 그리고 깨어있는 시민의식을 말씀하셨는데, 바로 그러니까 시민들이 촛불을 밝혔던 거고요. 혹시 촛불집회 현장 나가 보셨어요? 교수님?
▷ 안경환 : 제가 주로 지방에 있지만 주말에 서울 올 경우 몇 차례 가 봤습니다. 가면서 느낀 게, 물론 저는 행진은 잘 못했고요. 그런데 보니까 갈수록 양상이 달라지는데, 갈수록 젊은 사람들이 나오게 되고, 그래서 이게 국민적인 분노와 저항의 폭이 확대 되어 가면서 그 과정에 젊은 사람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 동참하고 있다. 그래서 옛날 이강석 사건이나 이거나 다 저는 희망 있다고 보는 겁니다.
▶ 김종배 : 그러니까 권력을 등에 업거나 권력을 앞세워서 온갖 부정부패, 특혜, 반칙을 일삼는 것에 대해서는 깨어있는 의식은 절대로 용납이 되지 않는, 그게 사실은 서울대 법대에서의 이강석 퇴출 운동 이었던 것이고. 그렇지 않습니까?
▷ 안경환 : 네.
▶ 김종배 : 결국은 깨어있는 시민 의식이 그런 점에서는 가장 중요한 문제인 것 같아요. 조금 전에 교수님께서 권력은 항상 부패하게 되어 있다라고 말씀하셨는데, 다시 좀 책 얘기로 돌아가서 질문을 드리자면, 사실 지금까지는 거의 권력은 남성에 의해서 독점되어 오다 시피 했던 것 아닙니까?
▷ 안경환 : 네, 그렇지요.
▶ 김종배 : 그러면서 남성 지배 사회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하면 뭐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요?
▷ 안경환 : 남성 지배 사회에서 가져온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권력의 부패인데, 그 다음은 권력을 행사하는 수단이 굉장히 잔인해요. 왜냐하면 전쟁으로 훈련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전쟁은 나와 다른 사람이 적이잖아요. 적은 무참하게 죽여 없애야 되고요. 그러다 보니까 그 논리가 평상시에도 그 전쟁 논리가 들어온 겁니다. 역사를 보면 전쟁과 평화의 시대라고 하지만 평화의 시대는 없었습니다. 평화의 시대는 전쟁을 준비하는 시대였습니다. 일사불란한 명령 지휘체계를 만들어야 되지요. 전형적인 경우가 가부장입니다. 집에 가장을 통해서 명령을 해야 그게 몸에 배어 있어서 전쟁할 때도 바로 상관의 명령에 따르게 되어 있지 않습니까.
▶ 김종배 : 가정 자체도 수직적 위계 구조가 되어버리는 거지요?
▷ 안경환 : 그러니까요. 그게 사회 모든 시스템을 지배하고 있었지요. 그래서 공무원 사회도 그렇고, 교회도 그렇고요. 모든 게 다 명령 지휘 체계고, 그 부분에 대해서 도전하면 용납하지 않지요.
▶ 김종배 : 그게 바로 그 속성이 정치권력으로 옮아 간 거라고 보십니까?
▷ 안경환 : 그렇지요. 그러다 우리가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이 전통이 좀 약해요. 그게 민주주의인데 약하고. 나와 다르면 그냥 적이고. 적과는 같이 못살기 때문에 빨리 딴 살림 차려야 되고. 정당도 이합집산해서 나가서 사람 중심으로 왔다갔다 해야 되고. 이런 게 다 우리사회에서 아직까지 남아 있던 나쁜 의미에서의 남자 중심의 사회였지요.
▶ 김종배 : 그러면 우리가 흔히 소통이라는 얘기를 많이 하고, 또 강조하고, 요구하고 있지 않습니까.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그런데 권력을 가진 사람 입장에서 소통 좀 합시다, 하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요?
▷ 안경환 : 사람에 따라 다르지요. 제대로 된 민주적인 지도자는 상대방 얘기를 잘 듣고, 거기에 대해 반응도 해 주고요. 같이 일하는 사람도 수직 관계이지만 자주 만나서 공동의 지혜를 만들어 내는 습관을 들이고 하지요. 그런데 권위형 지도자는 그 부분을 인정 안 하지요. 만나서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권위 때문에 그렇기도 하고, 지도자로서 갖춰야 할 덕목이 없어서, 지식이 없어서, 할 말이 없으니 그렇기도 할 것이고요. 그러니까 장막을 만드는 것이지요.
▶ 김종배 : 아마 지금 이 방송을 듣고 계신 많은 남성 애청자 분들은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지금 얼마나 힘들게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데,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거 아니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거든요?
▷ 안경환 : 맞습니다. 그래서 이 얘기는요. 세상이 이렇게 변하고 있으니까 자기 책임이 아닌 부분도 감당해야 될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 남성이 좀 어려워요. 저희 세대는 그래도 가부장 혜택을 많이 입었는데도 좀 힘들었거든요. 남자는 울면 안 된다, 남자는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도 비겁해서는 안 된다. 이 힘든 일을 지키느라고 사실은 굉장히 힘들었어요.
▶ 김종배 : 남자는 딱 태어나서 3번만 울어야 된다. 그렇게 듣고 자랐지요.
▷ 안경환 : 지금 남자는 그거 다 잊어 버려야 됩니다. 잊어버리고 울고 싶을 때 울고요. 그리고 옛날에 남자가 해선 안 된다는 일도 한 번 생각해 보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야 되고요.
▶ 김종배 : 그런데 또 한 편으로 세태는 상남자를 강조하는 세태도 있는데, 그건 어떻게 봐야 되는 겁니까?
▷ 안경환 : 상남자라면 구체적으로 뭘 말씀하는 겁니까?
▶ 김종배 : 뭔가 와일드하고, 말 그대로 봉건적인 의미에서 남성다움이 거의 무한대로 펼쳐지고?
▷ 안경환 : 여성이 선택하는 경우만 그렇게 하지요, 여성이 그걸 원한다고 그러면. 결혼생활 주도권을 여성에게 안 주면 힘들어 집니다. 대체의 남녀 간의 부부사회에서 대화의 내용 중에서 큰 차원의 문제는 놔두고요. 일상적인 문제에서 여성들이 하는 말이 대체로 옳은 말이 많아요. 왜냐하면 여성은 옛날부터 내려오면서 전쟁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평화시에 논리로 문제를 해결하는 습관이 있기 때문에요. 그런 점에서 대부분 여성의 말들이 단기적으로 볼 때는 옳은 말이 많습니다.
▶ 김종배 : 교수님 지금 애청자 한 분이 질문을 주셨는데요. 9493님이 질문 주셨는데. “여태후, 측천무후 등 남성 못지않게 잔혹한 여성 권력자도 많았고, 영국의 제국주의가 극에 달한 시기는 빅토리아 여왕 재임기였습니다. 여성이 특히 남성에 비해서 온유할 것이다 여기시는 건 너무 성급한 일반화 아닙니까?” 이런 질문을 주셨습니다.
▷ 안경환 : 그러니까 그런 분들은 우리 지금 대통령처럼 여성으로 보지 말고, 당시의 권력 체계에서 그 자리를 누린, 대체의 남자가 누린 자리를 여성이 가서 남자의 패턴대로 살았기 때문에 그렇다라고 보면 됩니다.
▶ 김종배 : 남자의 패턴대로 살았다는 건 어떤 의미에요?
▷ 안경환 : 그러니까 권력자가 돼서 제왕이 되고, 지금 얘기하는 그 빅토리아 여왕, 무슨 여왕 다 이 부분이 전형적으로 남성에게 주어진 그 자리에 여성이 간 것뿐입니다. 그러니까 결국에 남성 시스템 속에 들어간 것이고, 그 분이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라고 해서 그걸 반론의 증거로 삼는 거는 조금.
▶ 김종배 : 남성의 권력을 쥐고, 권력을 행사했던 패턴을 그대로 따라했을 뿐이다, 이런 얘기가 되는 겁니까?
▷ 안경환 : 네, 그렇습니다.
▶ 김종배 : 그러면 하나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했던 인물 중에 김기춘 비서실장이 있지 않습니까. 사실은 사적으로는 연장자이기도 하고, 박근혜 대통령에 비해서. 또 전통적으로 남녀 관계란 이런 것들로 통해서는 설명되지 않는 두 사람의 관계가 있지 않습니까. 역시 이것도 권력의 법칙 속에 해석이 돼야 되는 겁니까?
▷ 안경환 : 그렇지요. 특히 법률가의 특성 중에 하나는요. 권력의 서열을 굉장히 중시하고, 그 패턴에 잘 따라가는 사람입니다. 특히 법무부 장관 이런 쪽 라인들은, 법원과 달라요. 그렇기 때문에 그게 몸에 밴 속성이고.
▶ 김종배 : 상명하복?
▷ 안경환 : 네, 그렇지요.
▶ 김종배 : 오히려 그게 몸에 배 버렸다?
▷ 안경환 : 네, 그게 어떻게 말하면 그 사람들의 미덕입니다.
▶ 김종배 : 알겠습니다. 시간이 다 돼서 마지막으로 한 질문만 드리고 마무리를 해야 될 것 같은데. 앞서서 여성이 오히려 권력의 패턴을 그대로 따라했다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박근혜 대통령 같은 경우, 탄핵소추에 대해서 반격을 시도할 것이다, 권력을 결코 놓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전망을 하는데, 교수님은 어떻게 보세요?
▷ 안경환 : 그건 바로 헌법이라고 하는 법체계 속에서의 최후의 자기 변론 방어를 할 겁니다. 끝까지 갈 겁니다. 국민적인 기대 같으면 옛날 이승만 대통령처럼 일찌감치 하야를 해서 망명이라도 찾아 갔으면 좋았을 텐데요, 지금은 이미 시기를 놓쳤고요. 이제 그만 두시게 되면 망명도 못 가고, 아마 다른 식의 심판을 받을지 모릅니다. 아쉬운 일이지요.
▶ 김종배 : 그 이후에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지켜보도록 하고요. 오늘은 서울대 안경환 명예교수 모시고, 안경환 교수님께서 얼마 전에 <남자란 무엇인가> 라는 책을 내셔서 남자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권력 이야기로 연결이 되고, 권력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현 시국에 대한 이야기까지 함께 나눠봤는데요. 오늘 귀한 말씀 잘 들었고요. 고맙습니다, 교수님.
▷ 안경환 :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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