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 [박학다설] 납량특집② '귀신이야기’

조주연

tbs3@naver.com

2017-08-0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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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
  • [박학다설] 납량특집② '귀신이야기’

    ● 방송 : 2017. 8. 4. (금) 18:00~20:00 FM 95.1
    ● 진행 : 김종배 시사평론가
    ● 대담 : 서해성 작가


    ▶ 김종배 : 우리시대의 지식광대입니다. 서해성 작가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 서해성 : 네, 안녕하셨습니까?

    ▶ 김종배 : 저희가 지난주에 납량특집 같지 않은 납량특집,

    ▷ 서해성 : 죄송합니다.

    ▶ 김종배 : 그렇죠? 묘지 이야기 하고, 오늘이 제2탄 귀신 이야기 해주신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제가 이것부터 질문을 드려야 될 것 같은데 ‘귀신이란 무엇인가?’ 이것부터 질문을 드려야 하는데 왜 그러냐면 서양영화를 보면 맨날 좀비야, 거기는 계속 좀비야. 좀비 아니면 드라큘라밖에 없어. 중국에 강시라고 있잖아요. 좀비하고 강시는 죽은 시체가 되살아난 거잖아요. 그러면 귀신이 아니죠?

    ▷ 서해성 : 그러니까 이렇게 말합니다. 그런 모든 것을 묶어서 인귀라고 합니다.

    ▶ 김종배 : 인귀?

    ▷ 서해성 : 인귀.

    ▶ 김종배 : 사람 인?

    ▷ 서해성 : 네, 사람과 귀신. 무슨 이야기냐면 귀신 때문에 사람이 존재하는 게 아니고 사람 때문에 귀신이 존재하는 거지 않습니까? 사람세계에 귀신이 사는 거지, 귀신세계로 사람이 이동하지는 않습니다.

    ▶ 김종배 : 그거야 가본 적이 없으니까 모르죠.

    ▷ 서해성 : 무슨 이야기냐면 인간사회의 어떤 모호한 영역들에 존재한다는 겁니다. 그 모호한 영역이라는 것은 주로 공포 내지는 두려움 내지는 감정 혹은 쓸쓸함, 그리움 혹은 억울함, 무엇보다 한이죠. 그런 어떤 사회에 존재하는데 오늘날 나오고 있는 드라큘라나 좀비는 현실에서 귀신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한다기보다 사실은 상업화된 귀신입니다. 영화를 통해서 존재하는 것이지 현실의 공포의 대상이거나 그러지는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오늘 말하려고 하는 진짜귀신, 한국전통적 귀신의 상과는 많이 멀고 인간사회에 직접적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사실은 귀신세계에서 분리되어야 한다, 상업귀신이기 때문입니다. 할리우드 먹여 살리는 귀신들인 거지, 실제로 우리가 말하는 한이나 억울함이나 혹은 보은의 대상, 혹은 나중에 권선징악의 대상, 그런 것에서 귀신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다 보니까 좀비나 이런 것들의 캐릭터들이 불특정적이고 꼭 나타나야 될 장소에 나타나지 않고 예기치 않은, 우리나라 원래 귀신들은 나타나야 될 장소에 나타나지 않습니까? 억울한 장소, 남이 자기를 암매장했다든지 그런 장소에 나타나는데 조건이 다릅니다.

    ▶ 김종배 : 스토리가 있다?

    ▷ 서해성 : 그런 점에서 크게 다르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인간이 귀신세계에 살지는 않는다.

    ▶ 김종배 : 귀신세계 말씀하시니까 우리가 ‘구천을 떠돈다’ 이런 얘기 많이 하잖아요. 구천이 뭐에요?

    ▷ 서해성 : 구천이란 말이 불교용어에서 나온 것이죠.

    ▶ 김종배 : 불교용어에요?

    ▷ 서해성 : 네. 이승과 저승 사이에 있는 어디라는 거죠.

    ▶ 김종배 : 그렇죠. 이승과 저승 사이죠, 구천이?

    ▷ 서해성 : 네. 그러니까 완전하게 어딜 가지 못하게 되니까 그 사이에 존재한다는 것이죠.

    ▶ 김종배 : 가기 싫어요, 그런데 거기.

    ▷ 서해성 : 되도록이면 그렇지 않고 저승이 있는지는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불교세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서양세계에도 마찬가지로 있습니다.

    ▶ 김종배 : 있어요?

    ▷ 서해성 : 네, 그렇습니다. 단테의 유명한 코메디아에서도, 신곡이라고 되어 있는 데에서도 거기서 연옥이라고 나오지 않습니까? 그런 것처럼 완전한 저승세계가 아닌 어떤 유예된 공간이 있다. 서양에서 그것을 설정해놓고 사실 그 부모들이 연옥에서 방황하고 있다. 그러므로 면죄부를 사면 그 사람들이 구제된다. 이렇게 했을 때 바로 그 자리가 연옥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저승이라는 세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수평적 세계에 존재하지는 않을 겁니다, 아마 존재한다면. 무슨 이야기냐면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이동하는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다른 세계이겠죠, 아마도. ‘존재한다면’입니다. 저는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그러다 보니까 과거의 세계인들이 그렇게 과학적이고 문명화되지 않았었거든요. 그런 사람들이 갖고 있는 막연한 공포를 자신들의 종교권력과 결합해서 이용했던 그런 것들이죠. 연옥이 사실 원래의 뜻과는 다르게 그렇게 종교권력적인 특성에서 서민들을 갈취하는데 사용되었기 때문에 오늘날에 와서는 그 의미는 거의 부정되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 김종배 : 알겠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귀신 이야기로 들어가는데 어떤 종류가 있습니까, 귀신에?

    ▷ 서해성 : 귀신은 종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기 때문에, 무슨 이야기냐면 귀신을 제가 이 방송을 하기 전에 그전에 귀신에 관한 글을 써본 적이 있습니다. 대략 찾아보니까 500여 가지 정도의 귀신이 있는 것 같습니다.

    ▶ 김종배 : 그렇게 많아요?

    ▷ 서해성 : 많습니다.

    ▶ 김종배 : 처녀귀신, 몽달귀신, 달걀귀신,

    ▷ 서해성 : 그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귀신들인 것이고요. 별의별 귀신이 다 있습니다.

    ▶ 김종배 : 그 세 개 빼고 뭐가 있어요?

    ▷ 서해성 : 자료가 앞에 있는데 다 읽어드릴 수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시면 돼요. 거의 모든 사물, 살아있는 모든 사물에는 귀신이 가능하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기본적으로 애니미즘적 사고에서 귀신이라는 게 나오는 것이거든요. 뭔가 살아있었거든요. 살아있는데 어딘가 떠난 거예요. 그것이 죽었단 말이죠. 그러면 살아있을 적 그 몸짓이나 어떤 행동이나 혹은 어떤 말이나 그런 것들, 흔히 영혼 혹은 혼, 넋, 여러 가지로 부르지 않습니까? 그런 것들은 어디로 갔냐고 과거에 생각한 것이죠. 그런 것들이 어딘가 머물러 있을 것이다. 하물며 나무귀신도 많이 있습니다.

    ▶ 김종배 : 혼 얘기하니까 갑자기 다른 분이 생각이 나가지고, 비정상이라고 했던 그분이,

    ▷ 서해성 : 그분이 말한 혼하고는 조금 다르고, 그런데 그런 귀신들이 어떨 때 힘을 발휘하냐면요. 사실 일반적으로는 힘을 발휘하지 않습니다. 가령 강시, 이런 것들 한국에서 귀신으로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 김종배 : 중국,

    ▷ 서해성 : 바로 그겁니다. 중국에서는 귀신으로 위력을 발휘합니다.

    ▶ 김종배 : 그것도 청나라 때,

    ▷ 서해성 : 네. 그런데 왜 한국에서는 발휘하지 못하냐면요. 한국인들의 집단무의식 속에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김종배 : 그게 핵심입니까?

    ▷ 서해성 : 그렇습니다. 언제든지 그렇습니다. 가령 드라큘라 복장을 입고 지금 누가 길거리에 나타나면 한국인이 무서워할 사람이 있을까요?

    ▶ 김종배 : 저기 퍼포먼스하나 보다 생각을 하죠.

    ▷ 서해성 : 그렇죠. 그 얘깁니다. 좀비가 나타나도 한국인 중에 무서워할 사람은 없습니다.

    ▶ 김종배 : 영화 찍나 보다 하죠.

    ▷ 서해성 : 그렇죠. 바로 그겁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나타났을 때,

    ▶ 김종배 : 밤에 보면 약간 다르긴 하겠다.

    ▷ 서해성 : 그렇긴 하겠지만 그래도 처녀귀신보다는 안 무서워할 것입니다. 귀신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공동체가 갖고 있는 집단무의식 중에서도 죄의식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살면서 공통의 기억을 갖지 않는 한 그 귀신에 대한 공포심은 가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외국도 그렇습니다만 귀신의 대부분은 원귀입니다. 원통하게 죽은 사람의 넋이 인간형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전통사회에서 당연히 원귀는 남자 캐릭터가 많겠습니까? 여자 캐릭터가 많겠습니까?

    ▶ 김종배 : 여자 캐릭터가 많겠죠, 아무래도.

    ▷ 서해성 : 그렇습니다. ‘아무래도’가 아니고, 우리가 남자들끼리 둘이 앉아서 그렇게 말하면 안되고,

    ▶ 김종배 : 아니. 사회적 약자였으니까, 여성이, 역사적으로. 그런 점에서,

    ▷ 서해성 :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이상이라는 겁니다, 제 얘기는. 99% 귀신은 여성입니다.

    ▶ 김종배 : 그런가요?

    ▷ 서해성 : 네. 불가피했던 게 가부장적인 폭력구조 속에서 여성들이 살았지 않습니까? 그 안에서 있었던 일상의 성폭력, 이런 것이 아니어도, 그런 강력범죄가 아니라 하더라도 일상적으로 남성 권위주의적 사회에서 억압이 정상적인 것처럼 제도화되어 있는 사회였거든요. 조선시대는 그렇지 않습니까? 남자에 의한 여성에 대한 억압이 법률로 가능했던 거예요. 거기에 대해서 저항심이 없었다면 도리어 이상한 거거든요. 노예적 상태에 있다 하더라도 저항심은 유지되는 것이거든요. 남성의 권력에 도전하는, 가부장적 권력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겠습니다. 그때 피억압당하는 사람으로서 여성의 캐릭터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고서는 저승에 갈 수 없다’라고 생각이 들게 된 거죠.

    ▶ 김종배 : 뜬금없이 궁금해지는 게 생기는데 그래서 처녀귀신이 많은 이유도 이해가 되겠네요.

    ▷ 서해성 : 그렇습니다. 특히 젊었을 적에 억울한 일을 당해서 죽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것은, 사실은 남성권력도 재건은 했지만 가부장 권력에서도 미안하지 않습니까? 동시에 여성은 뭘 느끼겠습니까? 동료감을 느낍니다.

    ▶ 김종배 :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귀신, 이런 존재도 있나요?

    ▷ 서해성 : 할머니귀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80년대 후반에 나왔던 홍콩할매귀신입니다.

    ▶ 김종배 : 잠깐만요, 80년대 후반에 나왔다고요?

    ▷ 서해성 : 네. 귀신은 계속 탄생합니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 김종배 : 잠깐, 홍콩할매귀신은 뭐에요?

    ▷ 서해성 : 홍콩할매귀신은 누가 길거리 걸어가면 뒤를 돌아보라고 아이한테만 다가온다는 것이죠. 뭐라고 얘를 부른다는 거죠. 그 할머니를 따라가게 되면 귀신에게 넋이 빼앗기고 만다는 거죠. 이게 재밌게도 서울 한 지역에서만 유통되었습니다.

    ▶ 김종배 : 홍콩이 아니고?

    ▷ 서해성 : 네.

    ▶ 김종배 : 그런데 왜 홍콩이에요?

    ▷ 서해성 : 홍콩에는 이 귀신이 없습니다.

    ▶ 김종배 : 그런데 왜 홍콩할매에요?

    ▷ 서해성 : 이게 강남지역에서만 유통되었습니다.

    ▶ 김종배 : 왜요?

    ▷ 서해성 : 강남에 당시에 신흥부자들이 출현합니다. 그리고 일정하게 가끔씩 뉴스에 유괴도 나오고 그러니까 이게 도대체 실제 유괴가 많았느냐? 그게 아니고 새로 부자 된 사람들이 자기 재산권이 박탈당할까에 대한, 자기 재산은 윤리성이 없었기 때문에 뭔가 훔쳐갈지도 모른다는 강박 속에서 그런 집단죄의식을 형성하게 되는 겁니다. 그 사람 스스로가 만들어낸 거예요. 그래서 ‘우리 아이를 누군가 훔쳐가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공포심이 강남 졸부 어머니들 사이에서 형성되었던 거죠.

    ▶ 김종배 : 그래서 아이에게만,

    ▷ 서해성 : 네, 아이에게만 나타나는 거죠. 실제로는 나타나지 않았죠. 나타나지 않았는데 홍콩할매귀신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어느 순간부터 그것이 이름이 붙게 되었고, 그런데 그게 그 당시에 중국에서 영화 ‘귀타귀’ 같은 게 들어오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것만 가지고 설명하면 설득력이 없었기 때문에 홍콩이라고 하는 당시 한국인들이 자유롭게 쇼핑을 할 수 있는, 가서 접근할 수 있었던 공간,

    ▶ 김종배 : 특히나 홍콩은 강남의 유한부인들이 잠깐 비행기 타고 가서 보석 사러 가고 가방 사러 가는,

    ▷ 서해성 : 면세점이 있었던, 그 당시에 우리나라 국경, 보더링 하는, 심하게 단속을 안했거든요. 그러니까 많이 갔다 왔지 않습니까? 바로 그런 문화들, 강남의 천민문화하고 같이 맞아떨어지면서,

    ▶ 김종배 : 그래서 홍콩할매구나.

    ▷ 서해성 : 귀신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요. 다만 과거 같은 위력을 발휘하지는 않는다는 거죠.

    ▶ 김종배 : 그리고 또 특색 있는 귀신 하나만 소개해 주세요. 어떤 귀신이 있었어요?

    ▷ 서해성 : 귀신은 너무 많습니다.

    ▶ 김종배 : 제가 옛날에 들은 이야기가 있는데 달걀귀신 있잖아요. 어떤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사람을 들었는데 달걀귀신이 동그랗잖아요. 이게 사실은 옛날 재래식화장실에서 암모니아 가스가 올라오는데 달걀귀신이 주로 보름달이 떴을 때 등장하는 게 왜냐면 암모니아 가스가 재래식화장실에 올라오는데 달빛에 비쳐서 동그랗게 보이는데 그게 달걀귀신의 실체다. 이렇게 주장하는 과학자를 제가 만난 적이 있어요.

    ▷ 서해성 : 굳이 귀신을 과학적으로 너무 따지려고 할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왜냐면 과학적으로는 귀신이 입증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화적으로는 입증이 됩니다.

    ▶ 김종배 : 그럼 이런 해석은 어떻게 보세요?

    ▷ 서해성 : 그렇게 재미있는 해석이 있을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군요, 거꾸로. 에밀레종이라고 있지 않습니까? 성덕대왕신종이요.

    ▶ 김종배 : 네.

    ▷ 서해성 : 그게 에밀레라는 소녀 아이가 들어가서 에밀레종이 되었다. 이런 설화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정부에서 이게 정말 사람이 들어갔는가 하고 쇠 일부를 떼어서 인 검사를 했습니다.

    ▶ 김종배 : 그런 일이 있었어요?

    ▷ 서해성 : 실제로 했습니다. 그건 뭐라고 하냐면 시를 과학으로 해부한 일입니다. 조사했더니 인이 안 나왔어요. 사람을 안 넣은 것으로 입증이 되었거든요. 설화를 왜 과학으로 해부합니까? 귀신은 설화입니다. 설화이고 집단의 무의식에서 형성되는 설화를 어떻게 과학적으로 해부하려고 합니까? 사실 달걀귀신이 갖고 있는 사회적 의미를 얘기하자면 이것입니다. 얼굴이 없다는 뜻이잖습니까?

    ▶ 김종배 : 그렇죠. 얼굴이 없는 거죠.

    ▷ 서해성 : 얼굴 없는 자들이 집단으로 죽은 자리에서 대부분 달걀귀신이 나타납니다.

    ▶ 김종배 : 예를 들어서 학살을 당했거나?

    ▷ 서해성 : 이름 없는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인지 아시죠? 이름 없는 자들,

    ▶ 김종배 : 암모니아 가스가 아니고?

    ▷ 서해성 : 암모니아 가스도 그렇게 설명할 수는 있겠죠. 이름 없는 사람들이 죽어간 곳, 그리고 평생 고생만 하던 사람들. 그래서 달걀귀신 특징이 이목구비가 없습니다. 두 번째는 허리가 굽어있습니다. 그 말은 무슨 이야기냐면 평생 고생하다가 이름 없이 떠나간 사람들.

    ▶ 김종배 : 무명의 평민들의 한이군요?

    ▷ 서해성 : 그렇습니다. 평민들이 얼마나 쓸쓸하게 세상을 떠났는가를 달걀귀신이 말해주는 것입니다.

    ▶ 김종배 : 다음 날 알고 봤더니 빗자루였던 것은 뭡니까?

    ▷ 서해성 : 그건 이른바 도깨비설화인데요. 그게 바로 애니미즘적 사고인데,

    ▶ 김종배 : 지금 2920님이 이런 질문을 주셨는데 ‘요괴나 도깨비도 귀신인가요?’라고 질문주셨어요.

    ▷ 서해성 : 제가 아까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귀신의 세계하고 도깨비 세계는 구분하기도 하고 큰 틀에서는 같이 다루기도 합니다. 무슨 이야기냐면 도깨비가 조금 더 애니미즘에 가깝습니다. 어떤 사물 중에서 주술이 부여됐을 때, 가령 이런 겁니다. 빗자루를 그냥 판빗자루를 가만 놔두면 귀신이 되지 않습니다.

    ▶ 김종배 : 그냥 빗자루일 뿐이죠.

    ▷ 서해성 : 그런데 빗자루를 쓰다가 몽땅빗자루가 되면 도깨비가 될 수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냐면 인간과 인연이 맺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또 하나는 뭐냐면 그 빗자루를 하고 있는데 마침 누가 거기에 피를 묻힌 거예요.

    ▶ 김종배 : 지금 약간 납량 냄새가 나는데,

    ▷ 서해성 : 피를 묻힌 거예요, 본의 아니게. 가령 낫질을 하다가 거기 피가 떨어진 거죠. 그런데 재수가 없으니까 어머니가 갖다 버린 거예요. 그런데 사람들이 그 다음날 거기서 귀신 만났다는 거예요. 가보니까 피 묻은 빗자루가 있는 거죠. 도리어 그렇게 생각하시면 맞습니다. 인간과 인연이 맺어지지 않으면 귀신이 되기는 어렵다. ‘몽땅빗자루가 도깨비가 잘 되는 이유다’라는 것입니다.

    ▶ 김종배 : 그리고 아무도 묻지 않는데 중요한 질문 하나, 왜 귀신은 밤에만 나타나요?

    ▷ 서해성 : 그렇죠. 인간의 공포심리가 커지기 때문입니다. 공포심리 하고 사유영역이 깊어지고요. 청각이 훨씬 더 상상력을 불러일으킵니다, 시각보다는. 사실 라디오가 훨씬 더 상상력을 부여하는 기제거든요.

    ▶ 김종배 : 맞아요.

    ▷ 서해성 : 똑같습니다. 밤이 되면 청각이 고도로 발전합니다. 더 예민해지는 거죠, 시각은 차단되고.

    ▶ 김종배 : 지금 작가님 말씀을 듣다보니까 저항감이 드는데, 작가님의 귀신에 대한 이야기의 기조는 우리의 마음속에서, 집단무의식 속에서 만들어내는 상상물이다.

    ▷ 서해성 : 그 말인데 기본적으로는 사회적이라는 뜻입니다. 그냥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 김종배 : 귀신이 실재할 가능성은 없어요?

    ▷ 서해성 : 과거에는 실재했다고 생각합니다.

    ▶ 김종배 : 최근에도 인터넷에 보면 어디어디 귀신, 이렇게 나오잖아요. 지하철역 이런 데에서.

    ▷ 서해성 : 그게 당대 대중들이 갖고 있는 고독감 내지는 상실감들에 대한 반영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런 것이죠.

    ▶ 김종배 : 진짜 있으면 어떡하려고 그래요.

    ▷ 서해성 : 진짜 있으면 나타났으면 좋겠습니다.

    ▶ 김종배 : 왜요? 왜 좋아요, 귀신 나타나는 게.

    ▷ 서해성 : 이런 거죠. 사실로는 존재하지 않으나 실재한다.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 김종배 : 그건 무슨 말이에요.

    ▷ 서해성 : 무슨 말이냐면 귀신은 존재론적으로는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가상, 상상력과 집단무의식에 의해서 형성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건 존재하는 것이지 사실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가령 제가 누구를 그리워하는 것이 사실로 입증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러나 존재하지 않습니까? 그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 김종배 : 알겠습니다. 다시 역사 속으로 돌아가서, 옛날에 이런 귀신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현대로 오면서 아까 홍콩할매귀신? 이것 현대귀신이네요?

    ▷ 서해성 : 그렇죠, 현대귀신이죠. 80년대에 만들어진 것이죠.

    ▶ 김종배 : 그러면 시대에 따라서 귀신이 다시 생성이 되는 거네요?

    ▷ 서해성 : 그렇습니다. 일제강점기 초기에는 한국에 처음 나온 귀신이 전봇대귀신, 전깃줄귀신 같은 게 있었습니다.

    ▶ 김종배 : 그거야말로 정말로 조선시대, 고려시대에는 있을 수가 없잖아요.

    ▷ 서해성 : 바로 그 얘깁니다. 왜 그러면 전봇대귀신이 키가 크고, 5척이나 되고 사람들을 때려눕히고 그런다는 겁니다. 그게 뭐냐면 정확하게 출현한 시기가 1894~1895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일본이 한국에 강제로 전화선을 설치했습니다. 그게 왜했냐면 청일전쟁을 하기 위해서, 한국인들이 일본을 침략자로 간주했기 때문에 전봇대 같은 걸 베어내고 그랬습니다.

    ▶ 김종배 : 그때 옛날 전봇대는 나무였죠.

    ▷ 서해성 : 네, 나무였죠. 그러니까 그런 사람을 데려다가 길거리에서 실제로 전봇대 앞에서 총 쏴 죽인 사진도 남아있습니다.

    ▶ 김종배 : 또 그렇게 원한이,

    ▷ 서해성 : 그런 것을 우리가 뭐라고 표현해야 되겠습니까? 민중들 언어로 그게 귀신이 된 것입니다. 전깃줄 귀신도 있는데 그 전깃줄로 목을 감아 죽인다는 겁니다. 실제로 한국인들이 동학군인들의 일파들이 실제로 전봇대도 베어내었고요. 그 어려운 전화선을 끊어냈습니다, 통신 못하게요. 우리 진압군이지 않습니까? 끊었는데 그런 사람들을 일본 군인들이 와서 실제로 전깃줄로 목을 감아서 죽였습니다. 그런 걸 한국인들이 뭐라고 불렀냐면 귀신이라고 불렀죠. 차라리 왜놈이라고 부르는 게 무서웠죠, 그 시대는. 그러니까 그런 데 접근하게 되면 도리어 네가 상처 입는다, 그런 점에서 전봇대귀신이 나오고 전깃줄귀신이 나오고 그렇게 했던 것이죠. 귀신은 시대사를 반영합니다.

    ▶ 김종배 : 결국은 원이라고 하는 원한, 원성할 때 원. 그 한 글자가 모든 것을 다 설명해주는 군요.

    ▷ 서해성 : 그렇죠. 조선시대 때 아랑이라든지 사또 찾아와서 ‘제가 이러이러해서 죽었습니다’ 하는 유명한 귀신 있지 않습니까? 그 아랑귀신이 왜 있었겠습니까? 조선시대에 국가권력 내지는 지방의 향신권력에 의해서 당시 시골에 있는 아가씨들, 처녀들, 여인들이 많이 수난을 당했기 때문에 그 귀신이 전국적으로 있는 것이 가능한 것처럼, 그러나 인권이 발전하고 민주주의가 진척되면서 그런 사람이 줄었지만 그러나 제국주의 침략에 의해서 되니까 다시 전봇대귀신이 나오고, 전깃줄귀신이 나오고 전보귀신도 나옵니다.

    ▶ 김종배 : 무슨 귀신이요?

    ▷ 서해성 : 전보. 텔레그램.

    ▶ 김종배 : 그건 또 뭐에요?

    ▷ 서해성 : 무슨 이야기냐면 전보도 귀신이 붙는다는 거죠. 무슨 이야기냐면 당시 민간인들은 전보를 사용하는 일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게 대부분 어느 지역으로 침략한다던지 군인이 이동한다던지 예컨대 그런 데에 주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전보도 귀신의 일부로 간주했던 겁니다.

    ▶ 김종배 : 그러면 하나 더 궁금한 게 있는데 ‘귀신같은 솜씨다’, ‘귀신같은 신통력이다’, 이런 말을 많이 하잖아요. 아주 비범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로 묘사를 하잖아요. 그건 왜 그런 거예요?

    ▷ 서해성 : 그거는 실제로 보이지 않는 순간에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예상치 않은 순간에 이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많은 부분에서 귀신이야기 중에 결초보은처럼 자기가 과거에 이렇게 도와줬더니 풀을 묶어서 말을 쓰러트려서 그 사람을 구해줬다. 이게 결초보은이지 않습니까? 그런 것처럼 귀신의 보은설화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 순간에 이루어진 것을 귀신이 했다고 생각하는 보은설화, 은혜에 보답하는 그런 설화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렇게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종배 : 그러면 왜 현대로 가까울수록 새 귀신이 등장하는 빈도수가 떨어지는 이유는 뭐에요?

    ▷ 서해성 : 무엇보다도 과학적 사회죠. 흔히 말해서 미적분을 배운 사람들에 귀신이 나타날 가능성은 아주 낮습니다.

    ▶ 김종배 : 배우긴 하는데 잘은 못해요.

    ▷ 서해성 : 합리적 세계에서는 귀신이 나타나기 참 어렵고요. 또 하나는 물질문명이 굉장히 그런 공포심을 쫓아내는데 크게 기여했죠. 지금 인간이 답사하지 않은 곳이 없거든요. 인간의 문명이 이르지 아니하는 곳이 없다는 겁니다, 지구상에서. 비의성의 소멸, 신비의 소멸, 그렇게 되면 불가피하게 비의적인 것들은 문명의 힘에 의해서 쫓겨나게 되어 있습니다.

    ▶ 김종배 : 그래요?

    ▷ 서해성 : 그보다 정말 말씀드리고 싶은 것 중의 하나는 사실은 이른바 소복귀신의 이야기를,

    ▶ 김종배 : 제일 무서운, 일반적인 게 아니라 패션이잖아요, 귀신의 패션, 소복.

    ▷ 서해성 : 그렇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장화홍련전에 온전히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녹의홍상으로 단장한 일미인이 조용히 들어와 절을 하고, 사또 앞에서.

    ▶ 김종배 : 녹의홍상이라고?

    ▷ 서해성 : 녹의홍상. 녹의홍상이란 건 푸른 치마, 녹색 웃도리를 입었다는 것입니다.

    ▶ 김종배 : 소복이 아닌데,

    ▷ 서해성 : 소복이 아니죠. 원래 우리이야기는 분명하게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또 귀신이 한국귀신은 일본귀신하고 조금 다릅니다. 머리 풀고 갑자기 나타나고 이러지 않고 그냥 들어와요, 문으로. 무슨 이야기냐면 사람하고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그림자가 없다든지 거울에 안 비친다든지 혹은 죽었다는데 나타난 거야. 디자인이 똑같은데, 외모가. 그래서 귀신인지 아는 것이죠. 그러니까 그때 드라마 같은 것 보면 늘 나오지 않습니까? ‘네가 사람이냐, 귀신이냐?’ 이렇게 말하지 않습니까? 드라큘라는 그렇게 말할 필요가 없잖아요.

    ▶ 김종배 : 귀신이면 ‘썩 물러가라!’ 이렇게,

    ▷ 서해성 : 그러니까 무슨 이야기냐면 외국귀신들은 대부분 귀신형상이 뚜렷해요. 누가 봐도 귀신이에요.

    ▶ 김종배 : 지난주에 예고하셨던, 일본귀신 이야기해주신다고,

    ▷ 서해성 : 지금 이 얘기입니다. 장화홍련전이 크게 수십 편이 남았는데 주요 작품만 몇 가지 꼽아보면 언제 소복을 입었냐 하는 겁니다. 1924년도 단성사에서 처음 장화홍련전을 개봉했습니다.

    ▶ 김종배 : 24년이요?

    ▷ 서해성 : 네. 우리나라 최초 영화할 때. 그때는 현재까지 남아있는 건 광고만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장화홍련이 어떻게 옷을 입었는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다음에 1936년도에 북으로 갔던 문예봉, 유명한 영화배우. 문예봉이 주연했던 영화인데 36년도에 사진이 한 장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흑백입니다. 흑백에서 옷 색깔은 분명하게 구분할 수 없는데 적어도 소복은 아닙니다. 그런 걸로 봤을 적에도 아니고, 그런데 소복을 입고 처음 장화홍련이 나오게 된 것이 1972년도에 나온 장화홍련전입니다. 거기에 처음으로 소복을 입고 등장합니다. 무슨 얘기냐면 적어도 소복문화가 어디선가 들어왔다는 겁니다. 그리고 ‘월하의 공동묘지’라는 유명한 작품이 있습니다.

    ▶ 김종배 : 지난주에 말씀하셨잖아요.

    ▷ 서해성 : 네. 이 말은 ‘월하의’라고 하는 문장 구성자체가 일본어식 어법이죠. 그리고 공동묘지라는 말 자체도 일본말이죠. 그런데 그 작품이 67년도에 나왔는데 여기에 나오는 기생은, 다른 이름으로 이 작품이 ‘기생월향지묘’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나오는 얘기는 소복을 입고 있고 이가 드라큘라 이를 하고 있습니다.

    ▶ 김종배 : 여기서 입가에 피도 흐르고,

    ▷ 서해성 : 무슨 이야기냐면 그 당시 한국인들이 알고 있던 귀신형상의 복합체로서 나타나는 게 월하의 공동묘지입니다.

    ▶ 김종배 : 속칭 짬뽕이 되는 거군요.

    ▷ 서해성 :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상업화된 귀신인 거죠. 그런데 이런 것들이 결국 한국사회를 지배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오늘날 소복귀신 같은 것들이 일상화되었다는 말씀을 드리는데 일제 때 그럼 언제 이런 귀신상이 일본에서 만들어졌냐면요. 그전에도 일본에 이런 귀신상이 있었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현상이 만들어진 게 에도시대 중기인데 마루야마 오코라는 화가가 있습니다. 일본의 화가입니다. 이 사람이 그린 그림이 주로, 이 사람이 여러 가지 그림을 그렸는데 그중에 유령화 시리즈가 있습니다. 유령을 그린 시리즈가 있는데 이 사람이 미술적으로는 서양의 원근법, 음영법을 일본그림에 토착화시킨 유명한 화가로 꼽히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이 유령화도 그렸다는 겁니다. 평생 유령화만 그린 게 아니라, 그중에서 1785년에 그린 현재 일본 덕원사라는 절에 있는 유령화를 제가 찾아봤거든요. 정말 우리영화에 나오는 귀신과 정말 똑같습니다. 그래서 이 그림이 한국으로 건너왔을 것이라고 학자들은 보고 있습니다. 이게 한국영화에도 반영되었고 한국의 오늘날 귀신상을 만들어내는데 결정적 영향력을 끼쳤다는 겁니다.

    ▶ 김종배 : 지난주에 저희가 묘지 이야기 시작해서 장례문화 이야기까지 가면서 일제의 잔재가 많이 스며있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귀신의 행색에도 일본의 영향이 있는 거군요.

    ▷ 서해성 : 이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떤 사회가 귀신을 닮으면 거의 모든 것을 그 사회를 닮았다,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귀신까지 닮았으니까요. 식민지시대에는 귀신도 식민지 백성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 김종배 : 애청자들께서 계속 문자주고 계시는데 ‘자유로 군부대 귀신’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저 이거 인터넷에서 봤어요.

    ▷ 서해성 : 인터넷에서 본 적 있습니다.

    ▶ 김종배 : 어떤 원한일까요?

    ▷ 서해성 : 그건 조금 다른 것이고요. 혼불이라고 하는 것은요,

    ▶ 김종배 : 그다음에 2211님이 문자주셨는데 ‘제가 어렸을 적에 한 10살 정도였는데 다 집에서 혼불 나가는 걸 봤는데 이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 서해성 : 전라도 호남지역에만 있는 문화입니다.

    ▶ 김종배 : 호남에서만?

    ▷ 서해성 : 금강 이남지역에서만 주로 있는,

    ▶ 김종배 : 2211님 혹시 지금 방송 들으시면 호남이 맞는지 문자 좀 주세요.

    ▷ 서해성 : 맞습니다.

    ▶ 김종배 : 자신하세요?

    ▷ 서해성 : 문화라는 것은 다른 것은 몰라도 문화는 절대 그 어떤 경계를 넘지 않습니다.

    ▶ 김종배 : 아무튼 그럼 호남에서만 이게 나타난, 혼불이라는 게 왜 나타나는,

    ▷ 서해성 : 지금 전혀 원고에 없는 다른 질문을 김종배 선생님께서 하고 계십니다.

    ▶ 김종배 : 맞아요.

    ▷ 서해성 : 그런데 혼불이라고 하는 것은 호남사람들이 어떤 사람이 죽으면 푸른 빛깔을 띤 혼이 나간다는 겁니다. 혼이 먼저 불빛을 가지고 나간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그 집주인이 죽게 된다는 겁니다. 혼불은 이제 밤에 나가는데,

    ▶ 김종배 : 이분도 그렇게 말했어요. ‘어머니께 말씀을 드렸더니 그 집 할아버지 돌아가시려나 보다 말씀하셨다고’, 실제로 며칠 후에 돌아가셨대요.

    ▷ 서해성 : 이런 겁니다. 문제는 외지사람은 이걸 볼 수 없다는 겁니다.

    ▶ 김종배 : 그래요? 그 고장사람들만,

    ▷ 서해성 : 마을사람, 내지는 옆 마을사람 정도만 볼 수 있다는 겁니다. 그 말은 무슨 이야기냐면 그 동네가 갖고 있는 정체성이나 삶의 구체성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만 이 혼불을 볼 수 있다는 겁니다.

    ▶ 김종배 : 벌써 시간이 다 되가지고 마무리해야 되는데, 귀신 지금 제대로,

    ▷ 서해성 : 반쯤 한 것 같은데 사실 여고괴담 이야기도 못하고 있는데.

    ▶ 김종배 : 2211님이 임실에 사셨대요.

    ▷ 서해성 : 그렇지 않습니까?

    ▶ 김종배 : 대단하십니다.

    ▷ 서해성 : 아닙니다. 금강 이남지역에 형성되어 있는, 그중에도,

    ▶ 김종배 : 진짜 보셨대요.

    ▷ 서해성 : 다들 진짜 보셨다고 그러죠.

    ▶ 김종배 : 알겠습니다. 그러면 귀신, 어떻게 정리를 해야 됩니까? 마지막으로 한 말씀으로 정리를 하시면,

    ▷ 서해성 : 제가 사실 그다음에 진짜 하고 싶었던 여고괴담이나 이런 것들, 여전히도 귀신은 탄생하고 있다.

    ▶ 김종배 : 여고괴담 이야기해야 되는데, 다음 주에 한 번 더 하시죠?

    ▷ 서해성 : 아닙니다. 오늘날 있는 귀신에 대해서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귀신이 있는 사회가 좋으냐? 없는 사회가 좋으냐?’한다면 저는 ‘있는 사회가 더 낫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김종배 : 그런데 아까 원성, 원한, 이런 건 없는 게,

    ▷ 서해성 : 그 귀신 말고, 무슨 이야기냐면 문화적으로 보면 귀신은 사실은 원귀가 아니었을 적에는 어떻게 말씀드릴 수 있냐면 뭇 생명들에게 생명력을 부여했던 시대의 산물입니다, 하찮은 것들에 대해서. 그런 점에서 ‘그 시대가 갖고 있는 인간에 대한 아름다움, 인간에 대한 존중, 그런 부분을 지금 닮을 필요가 있다, 원귀 말고’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여우가 없는 시대에 구미호전설 드라마를 보지 않습니까? 그건 자연에 대한 동시에 상실감도 표현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 김종배 : 그러니까 원귀 말고 귀요미입니까?

    ▷ 서해성 :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자연에 대해서 조금 더 숭배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 김종배 : 알겠습니다. 너무 아쉽네, 귀신이야기 이렇게 마무리하고 서해성 작가님 보내드려야 되는데 아쉬운 건 사석에서 저한테 얘기 좀 더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 서해성 : 알겠습니다.

    ▶ 김종배 : 고맙습니다.

    ▷ 서해성 :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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