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박선주 “유해 발굴은 과거사 청산 작업... 목숨 바친 이들에 대해 국가가 책임져야”

TBS 김지윤의 이브닝쇼 팀

tbsevening@naver.com

2020-06-25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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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내용 인용 시 tbs <김지윤의 이브닝쇼>와의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2020. 6. 25. (목) 18:18~20:00 (FM 95.1)
    ● 진행 : 김지윤 박사
    ● 대담 :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

    - 20여 년간 5천 구 이상의 유해 직접 수습
    - 유해 발굴은 국가 정체성 확립-인권 신장 위한 절대적 가치
    - 2000년 초반에는 작업 체계 안 잡혀... 전문가 중심으로 정식 발굴단 꾸려
    - 현재 일부 지자체 지원으로 작업 진행 중... 정부의 적극적 의지 및 국민적 관심 필요

    ▶ 김지윤 : 한국전쟁 70주년을 하루 앞둔 어제 참전했다 전사한 국군 유해 147구가 우리나라로 봉환됐습니다. 그동안 북한 땅에 묻혀 있다가 2018년 북미 정상이 유해 봉환에 합의를 하면서 70년 만에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것인데요. 그러나 여전히 고향이나 가족들 품에 돌아가지는 못하는 유해들이 해외에는 물론이고 국내에도 곳곳에 묻혀 있다고 합니다. 한국전쟁 70주년 맞은 오늘 20년 넘게 국내 유해 발굴 작업에 참여하고 계신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 연결해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박선주 : 네. 안녕하세요.

    ▶ 김지윤 : 자, 교수님 원래는 역사 전공이시잖아요.

    ▷ 박선주 : 네. 사학과 다녔죠.

    ▶ 김지윤 : 네. 그런데 이제 유해 발굴을 어떻게 시작하시게 된 건지 궁금한데요.

    ▷ 박선주 : 제가 이제 한국에 있을 때 그 사학과 석박사 과정까지 하면서 구석기를 전공했거든요.

    ▶ 김지윤 : 네.

    ▷ 박선주 : 그런데 구석기 시대에도 특히 그 사람, 인골, 인골 뼈를 주로 연구를 했어요. 그래서 이제 그걸 공부하려고 이제 외국으로 유학을 갔는데 당시 육군본부죠. 육군본부의 뭐 이제 담당관이 전화를 해서 한국전쟁 50주년 기념사업으로 유해를 발굴하려고 그러는데 사람을 찾다 보니까 전공자가, 전공자가 한국에는 별로 없는 것 같더라. 그러니까 이제 혹시 한국에 나오시면 연락을 해서 좀 만나고 싶다, 이렇게 해서 이제 그게 계기가 되어서 유해 발굴을 하게 되었습니다.

    ▶ 김지윤 : 그러시군요. 사모님께서도 함께 하신다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 박선주 : 네. 집사람이 이제 2003년에 미국에서 나와 가지고요, 와서 보니까 제가 너무 바쁘거든요. 학교 수업하랴 발굴 나가 있으랴, 그다음에 엄청난 자료들이 나오는데 특히 이제 그때는 아날로그 사진 아닙니까? 지금은 디지털이지만.

    ▶ 김지윤 : 네.

    ▷ 박선주 : 아날로그 사진이 다 이제 현상, 사진을 찍고 인화하고 자료를 이렇게 정리해야 되는데 그걸 해 줄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이제 집사람한테 부탁을 했죠. 당신이 이걸 좀 맡아서 좀 해 달라. 그래서 그 사진뿐만 아니라 그때 비디오를 찍고 있었는데, 찍어야 되는데 그 비디오까지 해서 그 기록, 특히 유해 발굴의 기록을 당신이 책임져서 해줬으면 좋겠다, 이렇게 부탁을 했죠. 그러다 보니까 집사람이 그냥 저한테 십 몇 년을 같이 다니면서 일을 하게 됐습니다.

    ▶ 김지윤 : 그러셨군요. 혹시 수습하신 유해가 얼마나 되는지 여쭤 봐도 될까요?

    ▷ 박선주 : 제가 전사자 유해는 2000년부터 2007년까지 8년간 했는데 그때는 한 2천여 구, 그 다음에 이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민간인 희생자 해서 2014년부터 지금까지 해서 거의 한 3천여 구 그리고 이제 강제징용 희생자, 홋카이도에서 유해 발굴 등등 해서 거의 한 5천 구 이상을 제가 이제 발굴을 하고 직접 감식을 했죠.

    ▶ 김지윤 : 그렇군요. 대단하십니다. 사실 그게 유해들이 또 가족들한테 잘 돌아갔나요, 그러면?

    ▷ 박선주 : 그때 돌아가신 분들은 대개 유품이 없어요. 유품이 없고 신원을 밝혀줄 수 있는 그런 것들이 없기 때문에 거의 이제 국군의 경우도 지금도 국군이 이제 DNA검사를 해서 가족들 품에 돌아가신 분이 100여 구 조금 넘을 정도입니다. 20년 가까이 됐는데.

    ▶ 김지윤 : 그렇군요.

    ▷ 박선주 : 그리고 뭐 민간인 같은 경우는 집단 희생자로 막 이렇게 섞여서 나왔기 때문에 거의 한 번도 찾지를 못했어요, 몇 천 구씩 유해를 발굴했는데도.

    ▶ 김지윤 : 아쉬운 부분이네요, 그 부분은.

    ▷ 박선주 : 네.

    ▶ 김지윤 : 자, 이 유해 발굴, 굉장히 중요하다고 항상 역설을 하시는데 왜 중요한지 조금 말씀해 주실 수 있으세요?

    ▷ 박선주 : 이게 이제 유해가 갖고 있는 의미가 있거든요. 유해가 뭐냐 하는 거죠. 그 유해는 사실은 이제 국가가 이제 국민하고 어떤 계약관계라고 저희는 보거든요. 그래서 국가는 저희한테 세금을 내라, 군대를 가라, 예를 들어서. 그렇게 이제 저희한테 이제 의무라고 계속 이제 교육을 시켜왔죠. 그렇게 의무를 이행하게. 그러면 국가도 반대로 저희하고 계약관계니까 국가도 국가의 책임질 의무가 있죠. 저희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줘야 되죠. 그런데 이제 이게 잘 그동안에 이루어지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이걸 정리하면서 유해 발굴은 이제 여러 가지가 있지만 다 통틀어서 보면 결국은 과거사를 청산하는 작업인데 그게 이제 소위 국가 정체성을 확립하고, 그다음에 우리가 이제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신장하는 데 아주 절대적인 그러한 대상이기 때문에 이런 유해는 발굴을 해야 된다, 이렇게 주장을 하죠.

    ▶ 김지윤 : 그렇군요. 아까 전사자 유해 그리고 민간인 유해, 강제징용자 유해까지 다 하셨다고 하셨는데요. 전사자 유해 그리고 민간인 유해는 어떻게 다를까요? 전사자 유해 같은 경우는 그래도 좀 이렇게 누구인지 신원 확인이 좀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좀 들긴 하는데요.

    ▷ 박선주 : 전사자 유해는 저희가 이제 이렇게 하면서 8년 동안 보니까 그 당시에 전쟁 초기에는 저희 국군들한테 인식표가 없었습니다, 목에. 목에 인식표가 없이 이제 전쟁이 벌어졌었고, 그다음에 길에서 이제 소집령에 의해서 군대에 들어간 분들이기 때문에 그분들의 신원을 나타낼 수 있는 건 그때 뭐 그냥 써준, 종이에다 써준 인적사항뿐이었거든요. 그래 가지고 이분들이 전쟁을 이제 하니까 결국은 자기 신분을 나타낼 게 없고 그래서 수통이라든지 당시 군화, 이런 데다 자기 이름을 이렇게 새겨놨어요. 그런 분들은 이제 저희가 이분이 누구였구나, 이렇게 이제 하게 되고, 이제 육군본부에 있는 병적기록을 확인을 하는 거죠, 쭉 비교해서.

    ▶ 김지윤 : 그렇군요.

    ▷ 박선주 : 그래서 찾는 수도 있고, 그다음에 이제 50 한 2년, 3년 오면 그때야 이제 이름표가 그렇게 만들어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때부터는 이제 그걸로 찾고 해서 그런데도 신원을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병적기록도 불완전하고 그다음에 그런 걸 가진 분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런데 민간인의 경우는 집단희생을 했거든요. 한 구덩이에 뭐 200, 300명씩 넣고 이제 처형을 했기 때문에 그래서 뼈들이 막 섞여있고, 그때 또 주로 이제 농민이라든지 그런 분들이 신분증을 갖고 일하러 나가지 않잖아요.

    ▶ 김지윤 : 그렇죠.

    ▷ 박선주 : 그러니까 신분증 같은 것들이 없고, 군인도 다 없는데 더군다나. 그래서 찾기가 힘듭니다. 그리고 군인은 대개 이제 두세 분씩 이렇게 나오는데 민간인은 몇 백 명씩 처형을 했기 때문에 더군다나 찾기가 힘들죠.

    ▶ 김지윤 : 그렇군요. 자, 그런데 이게 사실 굉장히 많은 인력도 필요할 것 같고 재원도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저는 막연히 들긴 하는데요. 지원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하거든요.

    ▷ 박선주 : 이제 1999년에 저희가 홋카이도에서 처음으로 강제징용자 유해 발굴을 일본사람들하고 같이 할 때는 학생시민단체, 양심적인 종교인들, 이런 사람들이 자기 자비를 털어서 했어요. 정부가 안 하니까, 99년에.

    ▶ 김지윤 : 네.

    ▷ 박선주 : 그리고 이제 98년에 하이난도, 해남도죠. 해남도에서 돌아가신 분들은 이제 언론기관에서 이제 이렇게 거기 해남도에 조선사람들이 많이 죽어서 묻혔다 그러더라. 그러니까 조사를 하자. 그렇게 해서 이제 시작이 됐고, 국군 유해 발굴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 한국전쟁 발발 4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전사자 유해 발굴을 하자, 이렇게 되어 가지고 했는데 이제 그 당시에 돌아보니, 제가 2천년에 나와서 보니까 이게 장의사 수준이더라고요. 그냥 이렇게 땅을 파서 찾는, 그렇게 하면 안 되고 더군다나 국군 유해 발굴인데 고고학 수준으로 해야 된다, 문화재 발굴하듯이. 그래서 이제 흩어져있던 예산 다 모으고 육군본부를 설득해서 정식 발굴단을 구성했죠. 그러니까 DNA 전문가, 그다음에 역사학자, 의과대학교 해부학 교수, 뭐 이런 식으로 쭉 전문가들로 구성을 해서 이제 유해 발굴하게 됐죠. 그런데도 굉장히 어려운 점이 많았어요. 왜냐하면 그게 법의 뒷받침이 없이 국무총리명인가 그걸로 하게 됐었거든요.

    ▶ 김지윤 : 네.

    ▷ 박선주 : 그래서 이제 어려움이 많다가 2007년에 이제 정식적으로 유해 발굴의 지속성이 요구되면서 그때는 한시적으로 3년, 3년, 이렇게 했었거든요. 3년 하고, 3년 하고, 그러다가 처음으로 2007년 가을에 이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창설되어서 만들어지면서 2008년에 법이 제정됐어요. 국군유해발굴법이. 그래서 지금은 이제 법에 의해서, 법에 의해서 유해를 발굴하고 있죠.

    ▶ 김지윤 : 그렇군요.

    ▷ 박선주 : 그런데 민간인의 경우는 이제 2005년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법이 통과되면서 그 법에 의해서 이제 조사를 하게 됐는데 그것도 한시적인 법이었어요, 3년간. 그래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 발굴 조사를 하고, 그다음에 이제 법이 종료되면서 중심기관도 없어지고 정부 예산도 다 끊어지고 그래서 이제 못하게 됐죠.

    ▶ 김지윤 : 그렇구나.

    ▷ 박선주 : 그러다가 2014년에 저희가 발굴 못한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에 시민단체 사람들이 모여서 제2기 진실화해법을 만들어서 그동안에 발굴하지 못했던 그분들을 다 발굴해야 된다. 이걸 촉구하기 위해서 이제 저희들이 또 자원봉사자들을 데리고 발굴을 시작을 했죠, 한 5년을. 그렇게 해서 이제 유해를 발굴했는데 재작년부터 이제 일부 지자체 아산이라든지 그다음에 광역자치단체로는 충청북도, 이런 데서 예산을 만들어서 정식 발굴을 하게 됐죠.

    ▶ 김지윤 : 그렇군요.

    ▷ 박선주 : 오늘 마침 이제 6월 초순에 법이 통과되어서, 제2기 법이, 거기에 따라서 11월 달쯤에 이제 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정부 조직이 만들어지면 내년부터 정부의 예산으로 이제 발굴을 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고 있죠.

    ▶ 김지윤 : 네. 자, 교수님 저희가 시간이 별로 없어 가지고 짤막하게 마지막 말씀 부탁드리겠는데요.

    ▷ 박선주 : 네.

    ▶ 김지윤 : 네. 지금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안 좋잖아요, 사실 유해는. 빨리 수습을 해야 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짤막하게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 박선주 : 네.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정부가 법에 의해서 이걸 지원을 해야 되고, 그다음에 국민들도 많은 관심을 갖고 계셔주셔야 됩니다. 단순히 어떤 이념적인 대립에 의한 결과로 보지 마시고 우리 같은 동포, 같은 민족, 같은 형제라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봐주실 때 좋은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되네요.

    ▶ 김지윤 : 그렇군요. 아까 말씀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국군 유해를 우리가 지금 찾고 있는 건데 그냥 막 하면 안 된다. 고고학적인 유품을 찾듯이 정성들여서 해야 된다라는 말씀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을 위해서 우리가 꼭 해야 될 의무가 아닌가.

    ▷ 박선주 : 최고의 대우를 해드려야 되죠. 오늘 보셨으면 알겠지만 147구 오늘 모실 때 아주 제대로 예의를 갖춰서 모시잖아요. 모든 국군 유해 발굴은 그렇게 해야 됩니다.

    ▶ 김지윤 : 네. 알겠습니다. 정말 훌륭한 일 하고 계시는 우리 교수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드리고요. 오늘 말씀 또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 박선주 : 감사합니다.

    ▶ 김지윤 : 지금까지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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