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수도권 의료사각②] 약국도 없는 동네가 있다?

채해원 기자

seawon@tbs.seoul.kr

2021-10-0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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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앵커멘트 】
    앞서 수도권에도 의료 사각지대가 있다는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특히 경기도 북부지역이나 외곽지역은 의료자원이 부족해서 응급상황에 대처하기가 어려웠는데요.

    일부 지역에서는, 병·의원은 물론 의료서비스의 마지막 보루인 약국마저 사라지고 있습니다.

    채해원 기자의 보도입니다.

    【 기자 】
    지팡이나 보행보조기가 없으면 생활하기 힘든 권순수 할머니.

    다리 통증을 덜어주는 관절염약부터 바르는 연고, 소화제 등 갖가지 약을 몇 주 치씩 늘 챙깁니다.

    병·의원이 없는 이 마을에서 한밤중 응급상황 때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약뿐이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권순수 / 연천군 미산면
    "접때도 먹은 게 얹혀서 토하고 기고 혼자 아주 혼났네. 까스명수도 먹고 바늘로 손도 따고 또 이거 소화제도 먹고. 급하니까는. 그 이튿날까지 아주 죽어나지요."

    하지만 할머니가 사는 연천군 미산면에는 약국이 없습니다.

    약국을 가려면 아픈 다리를 이끌고 옆 동네인 군남면으로 가야 합니다.

    【 인터뷰 】권순수 / 연천군 미산면
    "걸어갈 수 있는 데는 없어 여기는, 다 버스 타야 해. 어지간하면 가야 하는데 이거는…. 조금 참지, 아파도, 가질 못하겠으니까."

    군남면의 유일한 약국인 임진강약국.

    약국이 없는 미산면을 포함해 모두 3개 면(面) 주민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병원의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 현장음 】
    "여기가 아파요. 다쳐가지고."
    "그럼 소염진통제가 낫죠, 근육이완제하고. 무리하지 마시고 1알씩 식후에 드시는 게 좋아요."

    【 인터뷰 】 임형균 약사 / 군남 임진강 약국
    "어르신들이 많으니까 약에 대한 지식도 부족하고. 기억력도 가물가물해서 약물을 오용한다든지, 남용한다든지 무엇에 쓰는지도 모르고. 이게 어디에 쓰는 약인지 묻기도 하고. 그래서 상당히 의사나 약사가 꼭 필요한데 형편이…."

    동네 약국은 지역 어르신들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곳이지만,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임형균 약사 / 군남 임진강 약국
    "가장 문제가 수익성이 떨어지니까 아무래도 (약국이) 없어지죠. 저도 걱정되는 게 제가 나이가 들어서 약국을 못 하게 되면 물려받을 사람이 없을 것 같아요. 거의."

    실제로 연천군의 또 다른 마을인 신서면은 있던 약국이 사라졌습니다.

    동네 의원이 지역을 떠나자 약국도 얼마 버티지 못한 겁니다.

    지역 주민들의 의료를 책임져야 할 보건지소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스탠딩 】
    동네 약국이 사라진 지 2년이 넘은 데다 지역 내 유일한 의료기관마저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았습니다.

    예전과 달리 약을 사러 다른 마을까지 가야 하는 주민들은 불편감에 더해 불안함까지 느낍니다.

    【 인터뷰 】박철주 / 연천군 신서면
    "우리에겐 잠깐이지만 어르신들에게는 수십 리 길도 될 수 있거든요. 그리고 그걸(보행보조기)를 밀고 다니고, 거동이 불편하기 때문에 안전 문제도 상당히 걱정돼요. 한 군데에서 한 번에 (여러) 처방전을 써주면 좋은데 그렇지 않잖아요. 내과, 정형외과 등을 구분하다 보니까 한 번에 다니기도 어렵고 일정이 안되면 2번, 3번 짧은 거리라도 갔다왔다해야해서…."

    【 스탠딩 】
    어르신이 많이 사는 이곳 동두천시 상패동 역시 약국이 없는 동네입니다.

    약국을 가려면 아예 양주시로 넘어가거나 동두천 시내까지 버스를 타고 나가야 하는데, 배차 시간이 1시간에서 2시간으로 깁니다.

    배차시간표도 없어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

    정류장에 나온 한 동네 어르신은 버스가 언제 도착하는지도 모르는 채 45분이나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 인터뷰 】동두천시 상패동 주민
    "(여기서 가시는 게 너무 힘들잖아요?) 힘들지. 버스가 1시간에 한 대 있는데, 한 대 올까 말까야."

    이처럼 약국이 없는 동네는 얼마나 될까.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의 데이터와 포털 정보를 종합해봤더니 경기도 내 35곳이 약국이 없는 동네입니다.

    특히 연천군은 10개 읍·면 중 절반인 5개 면에, 하남시와 파주시는 4개 면·동에 약국이 없습니다.

    게다가 약국이 없는 동네 대부분은 60대 이상 어르신들이 많이 살아 의료서비스가 절실합니다.

    【 인터뷰 】 유상호 / 경기도의회 의원
    "국민의 기본 의료서비스마저도 우리(연천군)는 외면 당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이런 것(무약촌)을 빨리, 정책적으로 보완해주지 않으면 계속 사각지대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의료서비스의 마지막 보루라는 약국.

    도심에선 편의점만큼이나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도시 외곽이나 농촌에선 경제 논리에 밀려 하나둘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TBS 채해원입니다.

    #수도권 #의료사각 #약국없는마을 #T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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