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서울 마포구 당인리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석탄발전소로 시작해 지금은 서울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잡은 '서울화력발전소'가 있습니다.
인근 주민들은 이곳에서 뿜어내는 미세먼지가 주민 건강을 위협한다면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서효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세 살 배기 아이를 키우는 배승원씨는 창문을 열기가 두렵습니다.
집에서 열 발자국 거리인 서울화력발전소에서 수시로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 나오기 때문입니다.
발전소 측은 한 때 이 연기를 수증기라며 주민들을 안심시켰습니다.
그런데 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중부발전 자료를 보면 2020년 한 해 동안 이곳에서 배출된 질소산화물은 222톤으로, 서울의 주요 쓰레기 소각장 3곳의 배출량을 합한 것보다 많았습니다.
질소산화물은 초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 인터뷰 】배승원 / 서울 마포구 합정동
"이런 걸 가지고 거짓말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못했어요. 왜냐면 수증기라고 크게 써붙였었거든요."
연간 배출할당량인 189톤도 넘겼지만, 한국중부발전은 법적인 기준을 준수했다는 입장입니다.
수도권 사업장에 5년 간의 배출허용총량을 할당하는 '사업장 총량관리제도'에 근거하면, 전년도에 남은 할당량을 다음해로 넘겨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배승원 / 서울 마포구 합정동
"굉장히 불안하죠 살면서. 질소산화물, 그러니까 미세먼지가 체내에 쌓이면서 바로 현상이 나타나는게 아니라 10년 후에 20년 후에 어떤 질환으로 바뀔 수가 있는 거잖아요."
[발전소 연기를 수증기로 해명한 현수막<사진=당인리발전소 공해문제 주민대책위원회>]
규제의 사각지대는 또 있습니다.
서울화력발전소와 같은 LNG발전소는 보통 가동 직후에 질소산화물이 많이 발생합니다.
현행 대기환경보전법에서는 가동 시작 후 5시간은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할 수 있도록 해서 배출량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는 겁니다.
주민들은 지속해서 민원을 제기했지만 마포구에선 관리 권한이 없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 인터뷰 】마포구청 관계자
"당인리발전소, 서울 복합 화력 발전소가 통합 관리 시설이라고 해가지고 환경부에서 한다고 그러네요. 그냥 상황 보고 정도만 관리를 하고 있는거지 딱히 뭐 대응하고 할 수 있는 사안이 없다고 그러네요."
100년 가까이 발전소 앞에서 살아온 주민들은 연간 2억7천만원의 지원금이 나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앞에 모두가 방관자라고 지적합니다.
【 인터뷰 】양승진 전 회장/ 합정동 통장 협의회
"이 발전소에서 나오는 보조 금액이 상당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마포)구에서도 이전에 대해서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구요."
철새들의 도래지인 밤섬과 국가 문화유산인 절두산, 그리고 수많은 주택가로 둘러싸인 거대한 발전소.
옮길 수 없다면 실질적인 보상이라도 해달라는 게 주민들의 주장입니다.
【 인터뷰 】전진형 위원장 / 당인리발전소 공해문제 주민대책위원회
"주민들은 3대째, 100년 가까이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인데 이분들을 위해서 무료 건강검진이라든지 아니면 영유아나 70세 이상 노인, 단체들에게 공기청정기 보급이라던지 이런 실질적 도움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발전소 가동 여부를 알려주는 알림 시스템을 구축하고, 미세먼지 저감조치가 발령되면 발전소 가동을 중단하는 내용 등이 담긴 '주민안심조례'를 하루 빨리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TBS 서효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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