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속도가 시속 330km인 KTX 열차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입니다. 이 거리를 20분 만에 가려면 어느 정도 속도로 달려야 할까요?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 중동 순방 때 공개된 신상 대통령 전용기 속도가 0.86마하(시속 1,052km)였고요. 보통 미국이나 유럽을 다니는 국제선 항공기 속도가 시속 800~1000km 정도입니다.
소리의 속도가 시속 1,224km니까 진짜 빠르죠.
'서울에서 부산까지 20분 만에 주파'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연구 개발하고 있는 초고속열차 '하이퍼튜브'가 상용화되면 펼쳐질 미래입니다.

■ 튜브를 이용한 운송 체계
하이퍼튜브는 진공상태에 가까운 튜브 안을 열차가 날아간다고 보면 되는데요.
엄청난 속도(시속 1,200km) 때문에 열차를 쏘아 보낸다는 표현까지 나옵니다.
튜브를 이용한 운송체계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1870년 미국의 발명가 알프레드 엘리 비치(Alfred Ely Beach)는 튜브 속에서 압축된 공기로 움직이는 지하철 노선을 시범 개통했는데, 뉴욕 지하철의 전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에 우편물을 배송하는 공압 튜브 시스템도 있었는데, 튜브를 통해 동물을 보내기도 했다고 합니다. 한 우체부 직원은 튜브로 보내온 고양이를 본 뒤 자서전에 이런 글을 남겼다고 하는데요.
“고양이는 살았지만 불안해 보였어요.”
1908년, 시카고의 한 발명가(Joseph Stoetzel)은 화물을 나르고 승객을 태우는 더 큰 규모의 공압 튜브 시스템을 제안합니다.
얼마나 효과적이고 안전한지 보여준다면서 자기 아들 로버트를 공압관 캐리어에 태웠다고 하는데, 시범이 끝난 뒤 로버트가 기자들에게 남긴 한마디는 바로 "휴"
2013년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진공 상태에 가까운 튜브를 통해 빠른 속도로 사람을 태워 보내는 하이퍼루프 개념을 공개했는데요.
앞서 소개한 운송 시스템이 공기의 압력을 이용한 거라면, 하이퍼루프는 공기가 없는 진공상태에서 움직입니다.
사실 진공상태를 이용한 아이디어는 이미 1900년대에 나왔는데요. 미국의 한 엔지니어 로버트 고다드(Robert Goddard)가 보스턴에서 뉴욕까지 12분 만에 이동할 수 있는 진공 열차를 연구한 적이 있습니다.

2020년 11월에는 하이퍼루프 유인 주행에 처음으로 성공합니다.
미국 네바다 사막에서 영국의 버진 하이퍼루프원 관계자 2명이 진공 튜브 속 열차에 탔는데, 500m 터널을 15초에 통과했습니다.
첫 유인 주행을 안전하게 마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최고속도는 시속 172km에 그쳤습니다.
같은 시기 한국판 하이퍼루프 '하이퍼튜브'도 시험에 성공합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축소형 모델을 만들어 속도 시험을 했는데요.
사람은 안 탔지만, 시속 1,019km가 나왔습니다.

[최고속도 시속 1,200km 하이퍼튜브 개념도, 사진=철도기술연구원 ]
■ 진공 상태 튜브 안을 날아가는 하이퍼튜브
하이퍼튜브는 어떤 원리로 작동할까요?
우선 공기 저항 때문에 속도를 내는 데 지장이 없도록 튜브 안을 진공상태로 만들어야 합니다.
비행기가 다른 교통수단보다 더 빠르게 날 수 있는 것도 공기가 희박한 높은 고도를 날기 때문입니다.
빠른 속도를 내는 데 방해되는 또다른 하나는 마찰력입니다.
그래서 열차를 띄우는 부상열차를 운행하기로 하는데, 여기에 자석의 원리가 이용됩니다.
같은 극은 밀어내고 다른 극은 끌어오는 성질을 이용해 열차를 띄우기도, 앞으로 나아가게도 하는 겁니다.
그냥 자석은 아니고 작은 전력으로도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초전도 전자석입니다. 이것이 하이퍼튜브의 엔진에 해당한다고 보면 되는데 초전도 전자석의 성능은 영하 270도 정도에서 나타납니다. 그래서 냉각시스템을 설치해야 하지만 이렇게 되면 열차가 무거워지고 무거우면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연구진이 냉각시스템 없이도 초전도 상태를 유지하는 전자석 개발에 성공합니다.
■ 빠르고 경제적이지만 수송 용량 적어
하이퍼튜브는 일단 빠릅니다. 공기 저항이 없는 진공상태에서 움직여서 소음도 없고, 비행기처럼 날씨 영향을 받지도 않습니다. 전기를 이용하니까 친환경적이고 또 경제적입니다.
<철도기술연구원 관계자>
"(하이퍼튜브) 인프라가 규모가 작다 보니까 건설비를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크고요. 그런데 단점은 수송 용량도 고속철도보다 작습니다. 그런데 시간을 단축할 수 있으니까 시간에 대한 비용을 고려하면 전체적으로 경제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상용화된다면 사람의 이동뿐 아니라 물류 운송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람들이 수도권에만 집중하지도 않을 테고,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이 있지 않을까요?
■ 기술적 과제와 안전성 문제 해결해야
아직 기술적으로 해결할 문제들은 있습니다.
우선 튜브를 진공상태로 계속 유지해야 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반면 열차는 사람들이 숨을 쉬어야 하니 진공상태일 수는 없겠죠. 만약 열차가 잘 밀폐되지 않아 진공상태인 튜브에 승객들이 노출되면 호흡 곤란으로 질식사할 수도 있습니다.
강한 내구성도 갖춰야 합니다. 튜브 안에서 초고속 열차 운행으로 발생하는 열과 태양열로 인해 튜브 내 온도가 상승하고 압력이 높아지면 튜브가 변형되거나 균열이 발생할 수 있고, 지진 같은 강한 충격에도 잘 견뎌야 하기 때문이죠.
사람이 타니까 안전에 대한 우려부터 해소해야 하는 건데요. 철도기술연구원은 앞서 얘기한 시나리오를 비롯해 모든 위험 상황을 가정해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철도기술연구원 박준서 박사>
"큰 그림에서 하이퍼튜브의 시스템을 놓고 구조물, 차량, 고장 났을 때 대피방안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착수를 하고 있죠. 철도와 항공에 준하는, 다른 교통시스템에 준하는 그 수준 이상의 안전이 확보돼야지만 시스템이 운영할 수 있는 거거든요."
■ 하이퍼튜브, 실제 탈 수 있는 시기는?
그렇다면 언제쯤 하이퍼튜브를 탈 수 있게 될까요?
철기연은 2024년까지 하이퍼튜브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한 이후 시제품 개발과 실증 연구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정부도 같은 해 예비타당성조사에 착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실제 사람이 타게 되는 시기는 언제가 될지 철기연에 물었더니 속단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는데요. 다만 기술력과 정부의 지원 의지에 따라 상용화 시기는 더 앞당겨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참고로 미국의 최신기술 전문 조사업체인 럭스리서치는 하이퍼루프 상용화 시기가 빨라야 2040년이라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