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 세계적인 영화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 별세
- 중국 / “아빤 널 믿어” 시험 떨어진 아들 울린 돌아가신 아빠의 문자
- 독일 / “물만 부으면 됩니다” 세계 최초 ‘분말 맥주’ 탄생 임박
■ 방송 : TBS 라디오 <아침엔 TBS> FM 95.1 (07:00~09:00)
■ 진행 : 송정애 아나운서
■ 대담 : 이주예 (TBS 보도본부 과학재난·국제팀 기자)
◆ 송정애> 오늘은 어디서 출발하나요?
◇ 이주예> 일본입니다. 매도 먼저 맞는다고 오늘은 슬픈소식부터 전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달 28일 세계적인 영화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가 향년 71세의 나이로 별세했다고 교도통신 등이 2일 보도했습니다.
◆ 송정애>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은 거장 아닌가요?
◇ 이주예> 맞습니다. 아시아인으로서는 최초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했고요. 피아니스트, 전자음악 밴드, 영화배우, 영화음악가, 전위음악가, 미디어아트 작가, 사회운동가 등으로 다방면에 큰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 송정애> 쌓아온 발자취를 보니 어떤 생을 사셨는지 궁금해집니다.
◇ 이주예> 1952년 도쿄에서 태어나 3살 때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고 도쿄예술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했습니다. 1978년 대중음악가 호소노 하루오미, 다카하시 유키히로와 함께 3인조 그룹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 YMO를 결성해 활동했고요. 팝과 로큰롤 기반의 전자음악에 클래식과 현대음악 요소도 가미하는 등 새로운 음악을 추구하며 일본 팝 역사에 한 획을 그었습니다. 뿐만아니라 팝 음악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는데요.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의 ‘비하인드 더 마스크’는 마이클 잭슨과 에릭 클랩튼이 리메이크 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 송정애> 알려진대로 대단한 음악가시네요. 영화음악에서도 활동했다고요?
◇ 이주예> 네 대중음악 뿐 아니라 영화음악 장르에서도 큰 족적을 남겼는데요. 80년대 들어서는 영화음악 작곡에 뛰어들어 1983년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전장의 크리스마스>의 음악을 만들었고 1988년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 <마지막 황제>의 음악을 맡아 앞서 말씀드린대로 이듬해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했습니다.
마지막 황제.. 이 영화 OST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것 같은데요.
◆ 송정애> 어떤 음악인가요?
◇ 이주예> 제목이 Rain입니다. 아마 들으시면 아! 이 음악! 하실 것 같습니다.
(PLAY - 마지막 황제 OST - Rain)
또한 지난 2017년에는 한국영화 <남한산성>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했고,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 송정애> 생전에 한국에도 여러차례 방문하셨었다구요?
◇ 이주예> 네 맞습니다. 그는 2000년, 2011년, 2012년 세차례 내한공연을 했으며, 그때마다 매진 사례를 이뤘습니다. 2018년 ‘류이치 사카모토: 라이프, 라이프’ 전시회 당시에도 한국을 찾은 그는 전시장 인근 남대문시장 부원면옥에서 냉면을 즐겨 먹었다고 전해지기도 하고요. 그는 당시 영화 관계자와 한 인터뷰에서 “음악 프로듀서 정재일과 인디 밴드 새소년에 관심 많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 송정애> 그런데 암 진단을 받고도 활동을 재개했다고요?
◇ 이주예> 네 2014년 인두암을 진단받았지만, 이내 음악계로 복귀해 다양한 영화음악과 솔로 앨범 작업을 했습니다. 2020년 다시 직장암 선고를 받았지만 이후에도 작곡과 연주활동을 이어왔습니다.
◆ 송정애> 투병하면서 작업을… 정말 음악을 사랑하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회운동가로서도 활발히 활동했다고요?
◇ 이주예> 그렇습니다. 고인은 지난 달 별세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와 함께 원전 재가동 반대에 나서는 등 탈핵과 환경, 평화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 송정애> 세계적인 음악가이면서 위대한 시민이네요?
◇ 이주예> 2015년 아베 정권이 자위대 국외파병의 길을 열기 위한 안보법안을 처리하려고 하자 반대집회에 직접 참석해 “헌법과 민주주의를 돌려놓기 위해 나도 행동해나가겠다”고 발언하기도 했고, 동일본 대지진을 12주년을 맞은 지난달에는 도쿄신문에 글을 보내 일본 정부의 원자력발전소 재운영 정책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했습니다.
뿐만아니라 생전에 삼림 보전단체 ‘모어 트리즈’와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 어린이들에게 음악교육을 하는 ‘도호쿠 유스 오케스트라’를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 송정애> 의미있는 활동들을 워낙 많이 하신 분이라 많은 팬들이 별세 소식을 듣고 슬퍼하고 있겠어요.
◇ 이주예> 네 거장의 별세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일본뿐 아니라 국내 음악인들의 추모가 잇따랐는데요. 지난해 9월 도교에서 사카모토와 비공개 만남을 가졌던 방탄소년단 슈가는 SNS에 “머나먼 여행 평안하시길 바란다”고 썼고 작곡가 겸 방송인 정재형도 “나에게 빛이 되어주었던 당신이었다”고 추모의 글을 올렸습니다.
◆ 송정애> 네 모쪼록 편히 영면하시길 바라겠습니다.
◇ 이주예> 고인이 살아 생전 “예술은 길고 삶은 짧다”라는 구절을 좋아했다고 하는데요. 그가 이 생에 없더라도 그의 예술은 우리들의 기억 속에 오래 오래 살아 숨 쉴 것 같습니다.
◆ 송정애> 다음은 일본에서 중국으로 가네요.
◇ 이주예> 맞습니다. 감동적인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는데요, 지난 달 3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산시성 시안에 사는 한 청년이 지난주 대학원 불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실망이 컸던 청년 A씨는 3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 송정애> 아이쿠 상심이 컸나봐요.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에게 문자를요?
◇ 이주예> 그렇습니다. 오죽 속상했으면 그랬을까 싶습니다. 청년이 아버지께 보낸 메시지의 내용을 말씀드리면요,
“아빠, 저 대학원 입시에 합격하지 못했어요. 예상한 결과긴 해요. 정말 열심히 준비해서 내년에 다시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제 성격 잘 아시잖아요, 꼭 합격할 거예요. 아빠, 너무 보고 싶어요. 꿈에라도 나와 주세요. 아빠가 보고 싶네요.”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몇 시간 뒤, 돌아가신 아버지가 사용하던 번호로 답장이 왔다는 것입니다.
◆ 송정애> 돌아가신 아버지께 답이 왔다고요?
◇ 이주예> 네 메시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걱정하지마, 아들아. 누가 항상 성공할 수 있겠어? 넌 실패로부터 성장해서 결국엔 최고가 될 거야. 힘내서 앞으로 나아가렴. 난 내 아들이 가장 대단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어. 아빠도 네가 보고 싶단다.” 였습니다.
◆ 송정애> 뜻밖의 위로 답장을 받았네요.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가요. 대체 누가 보낸 거죠?
◇ 이주예> 이 문자를 보낸 건 바로 ‘가오’라는 성을 가진 한 남성이었습니다.
가오는 처음 A씨의 메시지를 받고는 누군가 잘못된 번호로 연락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곧 A씨의 아버지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고민한 끝에 A씨가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아버지의 말투로 답장을 보내기로 했다고 하는데요. 또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A씨의 삶은 아마도 평탄치 않을 것이다. 그에게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송정애> 마음이 너무 따뜻하신 분 같아요. A씨도 답장을 했겠죠?
◇ 이주예> 네 답장을 보냈는데요. 그는 “아버지 전화번호를 사용하는 분이냐”며 “당신이 누구든, 감사하다”고 인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가오는 “천만에요. 계속해서 노력하다 보면 내일은 더 나아질 거예요”라고 말했고, 다시 A씨는 “‘아버지’가 보낸 메시지를 보자마자 울었다. 다시는 이런 일로 괴롭히지 않겠다”며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송정애> 이 소식을 들은 네티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 이주예> 이들의 대화는 중국 SNS 웨이보에서 조회수 1억 3천만 회 이상을 기록하며 화제가 된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네티즌들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니 나도 메시지를 보면서 울었다. 친절한 전화번호 주인에게 감사하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당신의 친절함은 이 세상을 밝게 할 빛이 될 것”이라며 감동의 목소리를 자아냈습니다.
◆ 송정애> 앞으로도 이렇게 마음 따뜻해지는 소식들이, 많이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 이주예> 네 중국을 너머 전 세계 곳곳에서 이렇게 서로 서로 위로하고 또 힘을 주는 그런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 송정애> 다음은 유럽으로 이동해봅니다.
◇ 이주예> 이번에는 독일로 가보겠습니다. 독일 동부에 위치한 맥주 회사 ‘노이젤러 클로스터브로이’가 최근 물에 타서 마시는 파우더 맥주를 개발했습니다. 분말 맥주는 세계 최초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 송정애> 와… 믹스커피처럼 타먹는 건가요?
◇ 이주예> 네 커피믹스처럼 물에 타서 마실 수 있는 가루 형태의 맥주가 등장한 것입니다. 미숫가루를 연상시키는 갈색빛 가루를 물에 넣고 저어주면 쌉싸름한 맥주가 뚝딱 완성된다고 합니다.
◆ 송정애>그런데 혹시 일반 맥주랑 맛이 다른 거 아닌가요? 아무래도 파우더면…
◇ 이주예> 실은 저도 같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심지어 거품도, 풍미도, 향도 일반 맥주와 같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양조장의 상무이사인 슈테판 프리체는 ‘더타임스’에 “우리가 개발한 맥주는 세계 최초의 분말 맥주다. 이로써 세상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면서 “그저 물만 부으면 알코올과 탄산을 포함해 완벽한 맥주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거품도 풍성하다. 원칙적으로 흑맥주, 낮은 도수의 맥주, 인디안 페일 에일 등 거의 모든 종류의 맥주를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 송정애> 저를 포함해서 애주가분들의 관심이 크겠는데요. 그런데 갑자기 파우더 맥주를 개발한 이유가 뭘까요?
◇ 이주예> 사실 기존의 맥주를 대체하기 위함은 아니었고요, 그보다는 해외 운송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프리체는 “무거운 유리병에 맥주를 채운 뒤 배에 실어 아프리카나 중국 등으로 보내는 건 비효율적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전 세계 맥주 산업은 거대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산업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무거운 유리병에 담긴 맥주를 전 세계로 운송하는 데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인데요.
분말 맥주의 경우는 굳이 유리병이나 캔에 담아 운송하지 않고 가벼운 분말 형태로 해외로 운송해 받는 쪽에서 물에 분말을 넣어 섞은 후 판매하도록 하는 것이죠.
◆ 송정애> 어느 정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지 감이 잘 오지 않는데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주실 수 있나요?
◇ 이주예> 일반적인 맥주 한 병 무게는 내용물 500g과 유리병 500g을 합쳐 약 1kg입니다. 하지만 분말 맥주는 무거운 유리병은 필요치 않으며, 45그램만 있어도 무게 1kg 가량의 일반 병맥주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유통 비용도 줄이고, 병, 상자 등의 무게가 확 줄어들면서 운반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까지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노이젤러 클로스터브로이에 따르면 가루형 맥주로 독일 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약 3~5%를 줄일 수 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0.5% 정도 수준입니다.
또한 공병 수급난이나 처리 문제 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야말로 산업의 측면에서 ‘혁신’으로 볼 수 있습니다.
◆ 송정애> 벌써 분말 맥주 상품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요.
네 해당 맥주 제품은 현재 무알코올 버전으로 개발 막바지 단계에 있으며 올해 말 출시될 예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프리체는 혁신적인 이 분말 맥주가 바라는 대로 올해 안에 시중에 판매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일반 맥주의 맛을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을지 기대감을 안고 지켜봐야겠습니다.
◆ 송정애> 오늘은 독일에서 이야기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조이투더월드, 이주예 국제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 이주예> 감사합니다.
이주예/annjuyelee@tbs.seou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