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밀착취재T]서울에만 3만명…“눈치안보고 먹고 싶어요”

강경지 기자

bright0248@tbs.seoul.kr

2023-06-22 13:42

프린트 70

  • 【 기자 】
    저렴하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곳, 편의점입니다.

    결식아동 절반 정도는 편의점에서 급식카드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품목이 제한돼 상처를 받을 때가 많습니다.

    【 인터뷰 】 고선아/ 구의초 학부모회장
    "편의점 앞에서 망설이는 아이들이 많아요. 

    왜냐면 급식카드를 다른 친구들이 볼까봐…

    먹고싶은 간식을 마음대로 선택해서 먹지 못하거든요. 

    마음 많이 아프더라구요."

    보건복지부 지침을 보면 편의점에서 도시락 등 식사 품목만 구매할 수 있고, 빵이나 과자 등 간식류는 구매할 수 없도록 돼 있습니다.

    도시락이 동이 나 빵이나 과자를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겁니다.

    【 인터뷰 】 김옥진/구의초 학부모회 감사
    "골라먹는 아이템들이 한정돼 있다 보니 

    아이들이 원하는 걸 정작 먹으러 갈 수는 없는거 같아요."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김영옥 서울시의원(국민의힘, 광진3)이 급식카드 사용 범위와 사용처 확대를 정부와 서울시에 촉구했습니다.

    【 인터뷰 】김영옥 /서울시의원(국민의힘)
    "제과점에선 카드가 승인돼요. 

    제과점은 식사는 아니고 간식류라고 볼 수 있는데 …

    엄마아빠 카드 쓰는 아이는 무엇이든 자유롭게 살 수 있쟎아요. 

    근데 얘네들은 제품 골라서 가면 그건 안된다, 

    너희 카드로는 살 수 없다는 말 들으면 

    아이들이 좌절감과 자존감이 무너진다고 생각합니다."

    김 의원은 조만간 도시락과 간식류를 함께 묶은 상품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김 의원이 지난해 10월 서울시내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여론 조사 결과, 절반이 묶음 상품 출시를 찬성했습니다.

    【 인터뷰 】김영옥/서울시의원(국민의힘)
    "아이들이 질좋은 급식, 한끼 밥을 먹기를 원하는 거쟎아요. 

    도시락과 간식, 더운 여름엔 빙과류 정도 하나, 

    너무 유행하는 과자, 한봉지 정도는 

    아이들이 먹을 수 있도록 그렇게 열어 놓으려고…"

    학부모들도 편의점에서 간식류 구매 허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 인터뷰 】 고선아/ 구의초 학부모회장
    "아이들은 먹고 싶은 건 먹어야 하거든요. 

    그 아이들도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다양한 음식을 먹을 권리도 있을 뿐더러…

    만지지 못하고 망설이는 안타까움을 보는 것보다 아이템이 확대돼 

    아이들이 부담없이 무엇이든 골라 먹을 수 있고…"

    【 인터뷰 】김옥진/구의초 학부모회 감사
    "먹고 싶은 것에 대해 확실히 해주면 너무 좋을거 같아요."

    【 기자 】
    지글지글, 보글보글

    금세 먹음직스러운 파스타 한 그릇이 만들어집니다.

    마포구 상수동에 있는 이곳은 결식아동들에게 무료로 파스타를 제공하는 ‘선한영향력 가게’입니다.

    【 인터뷰 】오인태 /진짜파스타 대표, 선한영향력 가게 의장
    "지자체에서 발급되는 급식카드가 있는데 그걸 보여주면 이용가능하구요.
    1인당 1회 2만원까지 이용 가능하고, 횟수제한은 따로 없습니다."

    일주일에 두세팀, 많으면 다섯팀의 결식아동들이 식사를 하고 갑니다.

    【 인터뷰 】오인태/진짜파스타 대표, 선한영향력 가게의장
    "처음엔 주뼛했는데 대부분 단골친구들이 오기 때문에…

    1년동안 저희가게에서 식사 편하게 맛있게 잘했고 

    성인이 됐다고 댓글 남긴 친구가 있었는데 

    가장 기억 남고 보람되긴 해요."

    오 대표는 아이들이 밥 한끼 편하게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급식카드 가맹점으로 등록하기보다 아예 음식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 인터뷰 】오인태 /진짜파스타 대표, 선한영향력 가게 의장
    "지자체에 알아보니 전용단말기도 설치해야하고 복잡하더라구요. 

    애들한테 삼촌, 이모처럼 식사 한 번 대접하자라는 생각으로 

    단순하게 시작했어요."

    반짝 반짝 빛나는 안경들이 진열돼 있습니다.

    홍대 인근에서 결식아동에게 안경을 무료로 지원하는 ‘선한영향력 가게’ 안경점입니다.

    【 인터뷰 】이정우 /아이오 안경원 대표
    "결식아동들에게 발급되는 꿈나무카드가 있는데 

    꿈나무카드를 보여주기만 해도 안경을 무상으로 후원해드리고 있습니다. "

    처음엔 주저하던 아이들도 이제는 부담없이 다시 찾습니다.

    평소 남을 돕기를 바랐던 이 대표는 진짜파스타 오인태 대표에게 안경으로 돕고 싶다고 연락하면서 지원한지 벌써 4년째.

    【 인터뷰 】이정우/아이오 안경원 대표
    "전국적으로 많은 안경원들이 참여해서 

    어디서든 어려운 친구들이 후원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결식아동에게 음식을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를 무상 제공하는 ‘선한 영향력 가게’.

    전국 4000여명의 자영업자가 소속돼 있는 이곳은 오늘도 결식아동들이 찾아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 리포트 영상에 못 담은 상세한 내용, Q&A로 정리했습니다.

    Q. 급식카드 지원대상과 급식카드 지원 학생수는

    A. 급식카드 지원대상은 결식우려가 있는 18세 미만 아동입니다. 전국적으로 작년기준 28만4000명 정도가 급식카드 지원을 받았습니다. 서울의 결식아동수는 2만9000여명(올해 5월말 기준), 급식카드 지원을 받는 아동은 1만7000여명입니다. 지자체가 학기 중엔 조식, 석식을 지원하고 방학중엔 조식, 중식, 석식을 지원합니다.

    Q. 결식아동의 편의점 이용률이 높은 이유는

    A. 급식카드 가맹점이 있지만 거절하는 경우가 있어 꺼리는 겁니다.. 결식아동들은 비교적 사용하기 편리한 편의점을 선호하지만 구매제한 품목이 있어 또한번 마음에 상처를 입을 때가 많다고 합니다.

    Q. 편의점에서 간식류 구매 확대에 대한 보건복지부와 서울시 입장은

    A.결식아동 급식 지원은 지방 이양사업입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시.도 조례로 편의점 간식 구매 불가 지침을 변경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는 이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자치구 의견 수렴 후 도시락 구매때 간식도 함께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Q. 이 외 급식카드의 문제점은

    A. 우선 급식카드 자체가 결식아동이라는 '낙인'을 찍는 것이라 배려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특히 마그네틱 카드의 경우, 카드에 급식카드 명칭이 쓰여있거나 전용 결제기가 있어야 해 결식 아동임이 쉽게 드러납니다. 한끼 식사 비용도 애매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지자체 급식 단가는 한 끼 8000원정도인데, 최근 물가 상승으로 일반음식점에서 한 끼를 해결하기엔 애매한 액수라는 겁니다. 아울러 급식카드 하루 사용 한도가 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치킨이나 피자는 사먹기 어려운 점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Q. 이런 문제를 해결할만 한 해법은

    A. 현재로썬 마땅한 해법은 없는 상태입니다. 낙인 효과를 우려해 지역 화폐나 현금·상품권으로 줬더니 아이 대신 부모가 사용하는 사례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실 탓에 일부 자영업자들이 자발적으로 결식아동들을 지원하는 선한영향력 가게가 있어 찾아가봤습니다.

    Q. 선한영향력 가게란

    A.선한영향력 가게는 지자체에서 급식카드를 발급받는 아동들에게 음식 등 다양한 서비스를 무료로 지원하는 자영업자들의 자발적인 운동입니다. 2019년부터 시작했는데 식음료, 안경외에 이미용, 운동센터, 스터디카페 등이 있습니다.

    Q. 선한영향력 가게 이용 방법은

    A. 선한영향력가게 홈페이지나 서울시가 운영하는 스마트서울맵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국적으로는 4000곳, 서울에는 800곳이 있습니다. 이달말 KT가 선한영향력가게 위치를 알려주는 앱을 출시할 예정인데 앱이 출시되면 찾기가 수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Q. 또 다른 선한 사례는

    A. 서울 강동구는 자치구 가운데 전국 최초로 어린이식당을 운영해 취약계층 뿐만 아니라 맞벌이부부 아동에게 건강한 저녁 한 끼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구시는 전국 최초로 결식아동들이 배달앱을 통해 비대면 주문으로 식사를 주문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Q. 급식카드 문제에 대한 전문가 진단은

    A. 아이 발달 특성을 고려할 때 카드 사용에 대한 낙인감을 줄일 세련된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또 편의점에서 균형잡힌 식사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 전화인터뷰】송하나/우양재단 주임
    "아이들이 한끼를 먹으려면
    하루나 이틀치 예산을 다 몰아서 써야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가 자주 일어나다보니
    한번에 예산 다 쓰고 굶는 아동들도 있다고 합니다.

    급식카드 사용하기 위해선 좀 더 세련된 정책이 필요하고…"

    【 전화인터뷰】류호경/ 부산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편의점에 가서 핸드폰에 있는 앱을 사용해서

     '영양적으로 적정하게 먹겠구나'라는 것을 

    스스로 체크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앱을 잘 개발한다면 주어진 금액을 갖고 

    아이들 성장에 필요한 적절한 식사가 제공될 수 있을거라 생각해서…"

    결식 우려 아동들이 낙인찍힐 걸 걱정하지 않고 편의점과 식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건 최소한의 복지일 겁니다. 취약계층 아동들이 보다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급식카드가 지닌 여러 한계점들이 보완되길 바랍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제공 tbs3@naver.com / copyrightⓒ tbs.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70 카카오톡 페이스북 링크

더 많은 기사 보기

개인정보처리방침  l  영상정보처리기기방침  l  사이버 감사실  l  저작권 정책  l  광고 • 협찬단가표  l  시청자 위원회  l  정보공개

03909 서울특별시 마포구 매봉산로 31 S-PLEX CENTER | 문의전화 : 02-311-5114(ARS)
Copyright © Since 2020 Seoul Media Foundation TB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