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서울백병원 '묻지마 폐원', 의료진도 환자도 '당혹'

최가영 기자

going1225@tbs.seoul.kr

2023-07-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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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울백병원.

    1941년 개원이래 82년 동안 한결같은 자리를 지켜오고 있습니다.

    【 인터뷰 】오행진 / 서울백병원 외과 교수
    “병원이 오래된 만큼 환자들도 나이가 많이 들었습니다."

    이런 서울백병원이 다음 달 31일, 진료 종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병원의 운영 재단인 학교법인 인제학원이 폐원을 통보했기 때문입니다.

    2004년부터 누적된 적자만 1745억원.

    경영 정상화 노력에도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갑작스러운 폐원 결정에 병원을 다니던 환자들은 속수무책이고,

    【 인터뷰 】김기수 / 서울 광진구
    "저 같은 사람은 이제 갈 데가 없어진 거죠."

    근무 중인 의사, 간호사, 직원들은 병원을 지키기 위해 연일 절박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 서울백병원 폐원 논란, Q&A로 정리했습니다.

    Q1. 문을 닫는다는 서울백병원 어떤 곳입니까?
    A. 네 서울백병원은 서울 중구, 명동 번화가 인근에 위치한 대학병원입니다. 1941년에 백인제 박사가 설립한 외과 의원으로 시작해서 우리나라 최초로 민간에서 설립한 공익법인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요.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인제학원이 가지고 있는 대학병원이 모두 5곳인데 그 중 첫 번째로 문을 연 곳이 서울백병원입니다.

    Q2. 폐원하는 이유는 뭔가요?
    A. 앞서 영상에서도 보셨듯이 그동안 누적된 적자가 원인입니다. 2004년부터 1745억 원의 적자가 쌓여 있습니다. 인제학원에서는 인근에 대학병원이 많고, 도심공동화 현상으로 환자들이 빠져나가면서 생긴 적자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Q3. 요즘처럼 의료 현장에 위기가 찾아온 시기에 대학병원이 문을 닫는다니 논란이 있겠는데요?

    A. 그렇습니다. 의료 공백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우선 입지상으로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있고 특히 코로나19 기간 동안 서울시와 협력해서 감염병 전담기관 역할도 했던 곳이기 때문에 의료 공백이 예상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보다 지금 연일 문제가 되고 있는 건 폐원 결정과 절차가 너무 급하다는 겁니다.

    우선 폐원 결정이 처음 내려진 건 지난 6월 20일이었습니다. 인제학원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폐원을 결정했다고 보도자료를 냈는데 이날로부터 약 20일이 채 안 된 7월 7일에 병원을 8월 31일까지만 운영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종료까지 남은 시간이 7주밖에 안되다 보니 폐원을 위한 모든 절차가 과연 제대로 진행될 수 있냐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영상 보고 오시죠.


    [서울백병원 10년째 다니는 환자<사진=TBS>]  

    【 인터뷰 】박복례 / 서울 성북구
    "(1970년도부터 다니셨어요?)네. 그냥 내가 계속 다니던 데니까 편하죠."

    서울백병원의 폐원이 결정됐지만 여전히 수많은 환자가 이곳을 찾고 있습니다.

    특히 그동안의 진료 기록을 가져가기 위해 방문하는 환자들이 많았는데요.

    진료 기록이 있어야 앞으로 다른 병원에서도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섭니다.

    새로운 병원을 찾아야 하는 환자들은 막막하고 섭섭하기만 합니다.

    가장 당황스러운 건 이번 폐원과 관련해 병원에서 아무런 안내를 받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 인터뷰 】김광락 / 서울 중구
    "10년째 다니거든요. 제가 투석해야 하니까. 이제 예약된 환자들한테 빨리 (병원이) 연락해서 이렇게 됐다고 뭐 하라고 연락해야 하는데 주위 사람들이 이야기해줘서 알았어요. 직원들한테 물으면 회사에서 아직 통보를 못 받았다고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고. 섭섭해요. 진짜. 병원은 이 병원 저 병원 다닐 게 아니거든요. 다니던 병원이 좋지."

    의료진들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집니다.

    재단에서 적자를 이유로 통보한 진료 종료 날짜 외에는 아무런 지침이 없기 때문입니다.

    [오행진 서울백병원 외과 교수 인터뷰<사진=TBS>]  


    【 인터뷰 】오행진 / 서울백병원 외과 교수
    "환자들이 거꾸로 저보고 물어봐요. '선생님 어디 가세요?' 저조차도 거취가 정해져 있지 않으니까 제가 어떻게 얘기를 해드릴 수가 없는 거예요.
    저희는 학원이거든요. 학원이라고 하면 사회적으로 거기에 맞는 신뢰도도 가지고 있고 거기에 맞는 혜택도 받았겠죠. 일단 저희는 사학연금을 받고 학교를 가지고 있으니까 거기에 맞는 세금도 감면받겠죠. 그런데 저희가 지금 경영이 나빠진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이렇게 환자분들과의 약속을 저버린다는 것은…."

    병원에서 일하던 교직원들도 앞으로의 거취를 정하지 못했습니다.


    [김동민 보건의료노조 서울백병원 지부장<사진=TBS>]  


    서울 백병원이 가지고 있는 5개의 백병원 중 서울을 제외하면 남는 곳은 4곳.

    이 가운데 서울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부산과 해운대로의 전보를 제안받았습니다.

    【 인터뷰 】김동민 / 보건의료노조 서울백병원 지부장
    "우리 직원들이 무슨 난민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에요 하루아침에. 다 부산 쪽에 있는 백병원으로만 전보를 하겠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왔고 실질적으로 병원에 직원들을 옮기는 거에 대해서는 너무 생각을 안 했던 게 수도권에 모든 삶의 기반을 갖고 있고 생활 터전이 다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데 하루아침에 부산 쪽으로 이사를 간다? 주먹구구고 너무 안일한 그런 대응책이라고…."

    【 기자 스탠딩 】
    진료 종료를 앞둔 서울백병원 앞에는 다수의 약국도 줄지어 있습니다.


    [인근 약국 인터뷰<사진=TBS>]  

    【 인터뷰 】인근 약국
    "(백병원에서 오는 환자 얼마나 될까요?) 80%는 되겠죠?
    어차피 저렇게 완고한데 어떡하겠어. 어휴."

    진료 종료를 50여 일 앞둔 현재 서울백병원의 모습입니다.

    Q4. 그러고보니 인근 약국들도 타격이 크겠네요.

    A. 네. 병원 인근 약국도 들러봤습니다. 모두 5개의 약국 중 4곳의 약국에서 얘기를 나눠봤는데 폐원 소식을 뉴스로 접했다고 합니다. 약국 4곳 모두 방문하는 환자 8~90% 이상이 백병원에서 오기 때문에 진료가 종료되면 손실이 클 거라고 걱정하면서도 다른 대처방법은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는 입장입니다.

    Q5. 진료 종료가 결정되고 날짜도 정해졌는데 환자들 안내 왜 안 되는 건가요?

    [<사진=TBS>]  

    A. 일단 날짜 자체가 급히 정해지다 보니 병원에서도 아직 안내 지침을 내리지 못한 겁니다. 병원에서 일하는 교직원들이나 교수, 간호사들도 날짜 외에 안내 방법 같은 것들을 인제학원 측에서 전달받지 못한 상황인데요. 재단에 확인해 보니 아직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뉴스를 보고 소식을 알게 된 환자들은 진료기록을 가지러 방문하는 중이지만 병원에 와서도 별다른 안내를 받지 못하고 있어서 서운함이 크고, 반대로 직원들은 환자들이 서운하다, 안내 왜 안 해주냐 이런 민원을 제기하다 보니까 더 곤란한 입장입니다.

    Q6. 직원들도 또 다른 피해자인 셈인데 영상을 보니 교수나 직원들은 병원 지키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입니다.
    A. 그렇습니다. 하지만 재단 입장이 너무 확고해서 폐원 결정 되돌리기 어려울 수 있겠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있는 직원들의 처우가 충분히 논의돼야 하는데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황입니다.
    지난 11일, 병원 측이 노조에 제시한 전보안을 보면 인제학원이 가지고 있는 백병원이 서울을 제외하면 상계, 일산, 부산, 해운대 이렇게 4곳인데 부산과 해운대 2곳으로만 전보가 가능하다고 적혀있습니다. 부산으로 2년 안에 이주하면 이사비나 월세 일부 등을 지원하겠다는 안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렇지만 사실상 하루아침에 서울에서 부산으로 갑자기 생활권을 옮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특히나 가족과 함께 사는 경우 이 가족들의 생활권까지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직원들은 곤란해하고 있습니다.

    Q7. 아무리 그래도 병원이 이익만 위해 할 수는 없는 곳이지 않습니까? 재단에서는 충분히 고려하고 폐원을 결정한 걸까요?

    [<사진=TBS>]  

    A. 이 부분에 대해서 의견이 또 갈리는데요. 우선 인제학원의 입장은 충분히 고려했다는 겁니다. 위기 경영을 위한 TFT 운영을 2016년부터 해왔고 지난해 12월부터는 외부 전문기관에 경영 컨설팅을 의뢰했습니다. 전문병원이나 요양병원 같은 의료시설로라도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문의했는데 아무런 방법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폐원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데요.

    반대로 직원노조나 교수협의회에서는 재단이 그동안 운영한 TFT 회의록 자료나 이번 컨설팅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또 TFT를 운영하는 내내 꾸준히 병상수를 줄여왔다는 점도 문제 삼고 있는데요. 2017년에 276개였던 병상이 현재 122개까지 줄었습니다. 병상을 운영해 수익을 내는 병원이 병상을 줄였다는 점에서 정말 병원을 살리려고 했던 TFT라면 애초에 병상 수를 줄이지 않았을 거라고 지적하고 있는 겁니다.

    Q8. 결과 공개를 안 하고, 병상수는 줄이니까 직원들 입장에서 그렇게 느낄 수 있겠네요.
    A. 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혹시 재단이 병원 용도를 바꿔서 돈이 되는 상업시설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옵니다.

    지난해 6월에 교육부가 ‘사립대학 기본재산 관리안내’ 지침을 개정한 영향을 받는 건데요. 사립대 법인이 교육에 활용하지 않는 토지나 건물을 수익용으로 용도 변경할 때 허가 기준을 완화한다는 내용입니다. 인제학원이 인제대학교를 운영하는 학원법인이고 서울백병원 부지가 2천~3천억 원의 가치가 있다고 알려진 점, 특히나 이 자리가 토지계획상 상업용지라는 점에서 이런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상업시설 이야기가 나오니까 인근 상권에서는 또 서울백병원의 폐원을 두고 이런 기대를 보이는 곳도 있습니다.

    【 인터뷰 】최주만 /인근 상인
    “환자나 보호자들이 안 계시니까 타격은 더 크죠. 요즘 점점 (매출에) 타격이 좀 있는 거는 확실해요. 그런데 (서울백병원 자리가) 대한민국 최고의 자리잖아요. 의료시설도 있고 주상복합도 있고 상가도 있고 한 3~4천 명 들어올 수 있는 충분한 입지적 조건을 갖고 있는데…. 5년, 6년 뒤에 이제는 만남의 장소가 백병원 자리다. 그러면 안 보셔도 매출 증대에 상당한 기여를 할 거고요.”

    Q9. 상권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그래도 서울 중구 유일한 병원인데 지자체는 어떤 입장인가요?
    A. 일단 중구에서도 의료 공백을 우려합니다. 서울백병원 부지를 의료시설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계획시설 결정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는데요. 11월 중에는 서울시에 이 결정안을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서울시도 병원의 사회적 책무를 이어가기 위해서 중구의 결정안이 상정되면 관련 절차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최근에는 병원 설립자 백인제 박사의 후손이 나서 병원을 지키기 위한 목소리 내는 상황입니다.

    [백병원 설립자 백인제 박사 후손 백진경 교수<사진=TBS>]  

    【 인터뷰 】백진경 / 백병원 설립자 백인제 박사 후손
    “경영상 어려운 점도 분명히 있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요.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과연 폐원만이 답이었을까. 서울백병원을 비롯한 재단의 모든 병원이 국립 공공의 이익을 위한 역할을 꾸준하게 수행을 하는 것이 백인제 박사님과 저희 선친이 추구했던 가치가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병원이 지금 이 고비를 넘기면서 오히려 새로운 출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외국인을 위한 클리닉,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을 하고 응급의료센터나 그런 것들이 같이 기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해서든지 새로운 어떤 먹거리를 발견을 해서 이게 서울시 중심에 있는 의료기관, 역사성을 가진 의료기관으로서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되었으면…."

    대학병원이 지역사회에서 담당하는 역할이 큰 만큼 손익을 따지는 것보다 더 나은 대안은 없는지 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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