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비만 오면 잠기는 파크골프장, 왜?

최가영 기자

going1225@tbs.seoul.kr

2024-08-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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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최근 중장년층 사이에서 간단한 장비와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스포츠, 파크골프가 인기입니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가 파크골프장을 만들면서 주민 의견 수렴도 하지 않고 환경적 특성도 반영하지 않아 혈세가 낭비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수천만 원을 투입했지만 비만 오면 잠기는 불광천 파크골프장을 최가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시뻘건 흙탕물이 범람하면서 인도와 하천을 구분할 수 없습니다.

    각종 운동기구들은 물론 여러가지 시설들도 흔적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서대문구가 지난 5월부터 두 달간 2천만 원을 투입해 만든 1.5km 길이 파크골프장도 물에 잠겼습니다.

    【인터뷰】 A씨 모녀 / 서대문구 20년 거주
    “비 오면 잠겨. 태풍 오고 그러면. 올해는 서너 번 잠겼어. 우리는 전혀 안 어울린다고 했어요.‘(설치) 안 할 데를 한다’그랬어요.”

    【인터뷰】 B씨 / 은평구 48년 거주
    “비가 많이 왔잖아요. 쓰레기가 다 올라 타가지고 보기 흉하잖아요.”

    비가 그친 뒤 파크골프장을 다시 찾았습니다.

    【스탠딩】
    아직 운영을 시작하지도 않은 이 파크골프장은 지난달 내린 장마에 펜스가 무너지고 홀이 어딘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습니다.

    다시 시민들이 사용하려면 유지 보수 비용이 추가로 드는데 고스란히 지자체의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현장음】이성헌 / 서대문구청장(2023.03.23. 제287회 제2차 본회의)
    "1년이면 12번 정도 홍수 수해기 때문에 잠길 때마다 한 번씩 수리를 하려고 그러면 비용이 거의 평균 420만 원 정도가 들어가는 걸로 이렇게 지금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이런 피해가 없는 안전한 곳에 골프 연습장을 만들면 어떻겠는가."

    파크골프장 조성 논의는 지난 2021년 서대문구의 한 의원의 요청으로 처음 시작됐습니다.

    【현장음】윤유현/서대문구의원(2023.03.23. 제287회 제2차 본회의)
    "본 의원은 2021년 2월 5일 제268회 제2차 본회의에서 5분 발언을 통해 불광천 북가좌동 구간 해담는다리 부근에 9홀의 파크골프장을 만들어달라고 (처음 질의를 했습니다). 2022년 12월 14일, 작년이죠. 우리 새로운 이성헌 청장님이 들어오셨는데 그때 예산결산특위에서도 본 의원이 이곳에 한 홀만이라도 (조성)하자고 해서…."

    시의원의 요구에 장마철 불광천의 수위 분석 이후 파크골프장 설치를 결정하겠다던 서대문구.

    하지만 올들어 관련 조사는 없었고, 파크골프장 규격을 최소한으로 줄여 설치했지만 한 달도 되지 않아 물에 잠겼습니다.

    이와 함께 서대문구는 공식적인 주민 의견 수렴조차 없이 파크골프장을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구의원은 "5만 명 가까운 인근 주민 의견을 모두 들을 수는 없고 지난해 논란이 됐던 파크골프장보다 규모가 작으며 서대문구는 체육시설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부지에라도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기에 좋아하는 주민들도 많다"고 주장했습니다.

    서대문구에서 파크골프장 조성을 둘러싼 논란은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6월에도 서대문구가 7억 5천만 원을 투입해 백련산에 파크골프장을 추진했지만 주민 반발에 무산됐습니다.

    한 달 뒤 주민들이 청구한 서울시민옴부즈만위원회 감사에서는 주민 의견 수렴 절차 없이 추진된 부분을 지적받았습니다.

    반복되는 파크골프장 조성 논란과 예산 낭비에 대해 서대문구의회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제기됐습니다.

    【현장음】김양희 / 서대문구의원(2024.06.07. 제299회 제1차 정례회)
    "논골 파크골프장 사업 추진은 예산 낭비와 잡음만 가져온 사례로 깊이 반성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문제가 서대문구에서만 발생할까?

    지난 6월 동작구도 주민 의견 수렴 없이 상수도 시설 위에 파크골프장 설치를 추진하다 주민 반발에 부딪혀 사업을 무기한 보류했습니다.

    이처럼 파크골프장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

    전문가들은 서울지역의 유휴부지가 부족한 만큼 파크골프장 조성을 위해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강덕모 / 세종대학교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서울시 특성상 파크 골프장을 마련할 수 있는 부지들이 마땅하지 않기 때문에 처음에 코스 설계나 부지 선정할 때부터 전체적인 큰 바운더리 내에서 지역의 환경적인 부분을 고려하고 그다음에 지역의 디자인과 관련된 부분 이런 것들 주민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그런 것들을 고려하면 오히려 그 지역 이미지 제고에 보다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제대로 된 주민 의견 수렴과 현장 조사 없이 추진된 파크골프장 때문에 주민들은 갈등을 빚고 혈세는 계속 새고 있습니다.

    【인터뷰】C씨/ 서대문구 7년 거주
    "차라리 만들라면 족구장이나 배드민턴장 같은 거 하면 대중화가 되니까 좋지 않냐는 거예요."

    【인터뷰】B씨 / 은평구 48년 거주
    "꽃이나 좀 예쁜 거 많이 심어 놓고 나무나 심어놔야 좋지."

    TBS 최가영입니다.



    취재 최가영

    촬영 차지원 류지현

    편집 이아름

    CG 그래픽 김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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