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TBS를 시민들에게 돌려주세요" 폐국 위기 TBS 정상화 촉구 시위

양아람 기자

tbayar@tbs.seoul.kr

2024-10-1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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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들은 지금 시대에 교통 정보만 말하는 교통방송은 필요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교통방송이 왜 교통 정보만 말하지 정치‧사회 얘기를 했냐고 공격합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시민들의 세금으로 방송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민간 자금을 받을 수 있는 통로는 정관 개정을 거부해 막아버립니다."(조주연 기자)



    폐국 위기에 몰린 TBS 정상화와 사태의 원인 규명을 촉구하는 시위가 15일 오전 8시 서울시청 부근에서 열렸습니다. TBS 직원들과 시민들은 서울시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유례없는 공영방송 폐국 사태를 낱낱이 밝히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명확한 대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8년 차 조주연 기자는 "말도 안 되는 말장난과 모순적인 행태가 수백 명을 해고하고 방송국의 문을 닫게 하는 현실은 옳지 않다"면서 "TBS가 불합리한 결정, 무책임한 외면, 비상식적인 억압의 첫 번째 희생양으로 기록되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습니다.

    천효진 라디오 PD는 "정치적 압박이 계속된다면 TBS의 95.1이라는 주파수는 결국 권력과 돈의 논리에 휘둘리게 될 것"이라며 "건강한 언론을 위해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했습니다.

    김옥랑 TV제작본부 PD는 "TBS에 시민들이 참여하고 지역 이슈와 재난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은 뒤로 한 채 정치방송, 편향방송이라는 주홍 글씨만 남겨져 버린 것 같아 허무함과 무기력함이 몰려온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TBS 구성원들이 시민을 위한 방송을 만드는 데 얼마나 진심인지 봐달라"는 바람을 나타내며 정치권이 책임 있는 자세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김선환 보도본부 기자도 "재난 상황, 사건·사고 현장에서 시민들의 안전을 생각하며 일해 왔는데 지난 2년 동안 제대로 된 기능을 할 수 없이 만들어버렸다"며 "수도권 시민의 방송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TBS에 서울시 재정을 지원하는 근거가 되는 조례안이 2022년 11월 폐지되고 지난 9월 11일에는 행정안전부가 TBS의 서울시 출연기관 지정을 해제하면서 TBS는 비영리법인으로 운영하기 위해 정관 개정을 신청했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를 반려했습니다.

    재정 지원이 끊긴 탓에 TBS 직원들은 6월부터 임금을 온전히 지급받지 못하고 9월부터는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습니다. 현재 직원들은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조현아 아나운서는 "삶의 터전이 무너지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도 TBS를 사랑하는 마음과 TBS를 응원해 주는 분들을 위해 꿋꿋이 버텨오고 있다"면서 "이 자리가 꺼져가는 불씨를 다시 살리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TBS에서 일한 지 29년이 된 황숙진 교통리포터는 "새벽에 펑펑 내리는 눈을 뚫고 방송하러 나오고 침수된 길을 차를 버리고 걸어서 출근하면서 한 번도 방송 펑크를 내지 않고 열심히 방송만 했던 저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프리랜서, 계약직으로 있다가 정직원이 된 기쁨을 누린 지 고작 2년인데 또다시 직장을 잃을까 서글프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저와 동료들이 끝까지 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장미영 교통리포터는 "멀쩡했던 TBS를 이 지경으로 만든 이들에게 이게 과연 상식적이고 최선인지, 꼭 이렇게 해야만 했는지 묻고 싶다"며 "오세훈 서울시장은 명확한 대안을 제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은퇴한 지 2년이 넘은 아버지가 자신의 생활비를 대주기 위해 다시 일하기 시작하셨다고 말한 eFM 유재은 PD는 "여태껏 해왔던 것처럼 서울에 사는 많은 외국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방송을 아무런 걱정 없이 만들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TBS를 소중한 친구이자 존속해야 할 존재라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는 김상아 아나운서는 "시민들이 보내준 문자에서 희망을 읽었다"며 시민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푸르른숲] 저희 목소리 낼게요. 시민이 지켜야죠.
    [파란파도] TBS 사태를 전 국민에게 알려, 무도한 탄압으로부터 지켜내야 합니다.
    [사자후] 매주 토요일 시청에 가야 하는 이유가 늘었네요.
    [이허리] 시민의 한 사람으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8843] 뭐여, 내가 27살부터 30년을 TBS만 들었는데 청취자는 무시하는 거여? 시의회, 방통위, 꼭 이래야만 했냐?
    [8462] 법인택시 기사입니다. 꼭 일어서리라 믿습니다. 끝까지 같이 하겠습니다.
    [0672] 아파트 경비원입니다. TBS는 매일 나와 동행하면서 하루의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어주곤 했는데, 떠나신다니 정말 섭섭합니다.
    [0127] 20년째 들었는데 이제 뭘 들어요. 마음 아파요.
    [플리무라] TBS 뒤에는 많은 지원군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장을 직접 찾아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준 시민도 있었습니다.

    새벽 5시부터 다른 방송 안 듣고 TBS만 듣는다는 박원규 씨는 "서울시장님, 저는 청취자인데 TBS를 청취자한테 돌려주세요. 저희 방송 안 들으면 못살아요. 왜 직원들과 청취자들을 힘들게 하십니까?"라는 한마디를 하기 위해 시흥에서 왔다고 밝혔습니다.

    '공실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청취자는 '설마 정말 방송국이 무너지겠어? 라디오에서 노래만 나오는 일까지는 없겠지,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했는데 현재는 대부분의 시간에 노래만 흘러나오고 있다면서 "제일 소중한 친구인 TBS가 하루빨리 정상화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택시에서 만난 기사님에게 음악만 흘러나오는 비상 방송 체제의 TBS를 왜 듣냐고 물었더니 '기사들은 원래 다 TBS 듣습니다, 우리 같은 서민들 마음을 제일 잘 알아주잖아요'라는 답을 들었다는 한 시민은 "공익 언론에 대한 폭력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TBS의 정상화를 촉구했습니다.

    불의에 눈 감지 않는 꽤 의리 있는 청취자라고 밝힌 김교영 씨는 "TBS가 독립할 수 있도록 광고 등을 받을 수 있게 기반을 마련해주고 자립을 응원해야 한다"면서 "TBS는 서울시의 것이 아닌 시민들의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때는 서울시민이고 현재는 스페인에 거주하고 있다는 조윤정 씨는 "나에게 닥친 일이 아니라고, 나에게 영향을 미칠 일이 아니라고 그저 눈 감아 버리기에는 다가올 미래의 모습이 섬뜩하다"면서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힘을 실어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TBS 라디오 진행자인 최일구 앵커는 "예전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찬반투표를 했던 것처럼 TBS를 없애냐 마느냐 이것도 찬반투표를 해봤으면 좋겠다"고 제안하면서 "여야 가릴 것 없이 창조적인 리더십을 발휘해 TBS를 살려야 한다"고 힘을 보탰습니다.


    KBS·MBC·MBN 등 방송 관계자들의 연대 발언도 이어졌습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조위원장은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는 단순히 서울시정에 대한 감사를 넘어서서 대한민국 헌법 가치인 언론 자유를 서울시는 보장하고 있는가, 노동3권을 서울시는 보장하고 있는가, 그래서 TBS의 미래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답을 얻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 본부장은 "TBS 폐국은 언론사의 재원을 옥죄어서 입을 틀어막아 버리는 명백한 언론탄압"이라면서 "KBS도 정권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수신료 분리 고지로 재원이 어떻게 될 것인지 위기에 빠졌는데 공영방송의 재원이 사라지는 것은 TBS처럼 공영방송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라며 깊은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 본부장은 "서울시의원들이 TBS에 대한 지원 조례 자체를 폐지시켰고 오세훈 시장이 재원 출연 근거 자체를 삭제해 버렸는데 서울시 유일한 공영방송인 TBS를 폐국할 권한을 서울시의회, 서울시장 누구에게 시민들이 주었냐"고 반문하면서 TBS를 지키기 위해 시민들이 마음을 모아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윤범기 전국언론노동조합 MBN지부장은 "TBS 폐국은 TBS만의 문제가 아니고 공영방송이 폐국하면 다른 공영방송이 위기에 몰리고, 이어 민영방송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치권이 필요에 의해 언론사를 없애는 선례가 만들어질 것이고 재발 광고, 지자체 협찬에만 의지하는 어용 방송만 남게 될 것"이라며 "TBS의 폐국을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TBS에는 95.1MHz, 101.3MHz, TV 3개의 채널이 있고 여전히 240명이 넘는 직원들이 방송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이민준 아나운서는 "TBS는 교통방송으로 출발해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가 된 후 시민의 방송을 표방해 왔고 여전히 시민을 위한 방송"이라며 "시민들의 지지가 간절하다"고 호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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