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김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 해양학자
l K-갯벌, 개발보다 보전이 돈이 된다
l 탄소 흡수하는 갯벌, 블루카본 시장 판도를 바꾼다
l "나에게 바다는 인생입니다"
'뻘짓'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김종성 교수를 만났다. 김종성 교수는 쓸모없는 검은 땅으로 여겨졌던 우리나라 갯벌의 생물다양성과 탄소 흡수 능력을 세계 최초로 입증해 내며, 생태계가 인간에게 주는 가치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꿔나가고 있다.
▶ 김종성 교수를 알아보자
자신을 나타내는 5가지 키워드, 인싸랑의 '공식 첫 질문'에 대한 답으로, 김종성 교수는 특이하게도 5개의 숫자를 말했다.
"첫 번째는 '1'입니다. 새로운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 연구나 활동을 할 때 새로운 것을 계속 찾아나간다는 의미입니다. 그 다음은 '2'입니다. 딱 2%만 더 잘해보자는 철학. 잠도 2% 적게 자고, 공부도 2% 많이 하고, 먹는 것도 2% 많이 먹어서 이렇게 살이 찌고 (웃음). 다음엔 '10'입니다. 사회를 위해, 인류를 위해 딱 10%만 쓰면 된다는 원리입니다. 한정된 자원을 지속 가능하게 사용하기 위해서 10%만 쓰면, 온전한 생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거예요. 다음엔 '49대51'입니다. 좀 지키기 어려운 법칙인데, 제가 49를 갖고 상대방에게 51을 주자는 의미입니다. 1을 양보하는 것은 어렵지만, 1을 양보하는 순간 모든 일이 잘 된다, 융합, 소통 이런 의미를 담고 있죠. 마지막 숫자는 '200'입니다. 목표를 100%로 하면 100% 달성이 안 됩니다. 200%를 목표로 세팅을 해야 100%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현재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공학부 교수를 역임하고 있는 그는 생물 해양학자다. 깊게 들어가면, 해양 저서 생태학을 연구한다. '저서 생물'이라는 단어를 낯설어하자 덧붙이는 김종성 교수의 유쾌한 설명.
"흔히 횟집 가면 물고기 있고, 그 옆에 사이드들이 많잖아요. 무척추 동물, 게, 조개, 새우…."
30년 넘게 바다를 연구한 그의 시작은 '좋고' 또 '싫어서'였다.
"바다가 그냥 좋아서 해양학과에 갔고 배 타기 싫어서 갯벌 연구를 했고 갯벌 연구하다 보니까 이제 생태계 연구에 심취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30년 동안 전국 갯벌 전 세계 바다 돌아다니면서 그런 생물이나 다양한 현상들, 이런 것들을 찾아다니는 연구를 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요즘 그가 특히 많이 하는 건 생태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한 생태계서비스 연구다. 자연이 우리 인간에게 주는 혜택, 즉 공급, 조절, 지원, 문화 등을 이 생태계 서비스라고 하는데,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하면 과학적으로 평가를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런 자원들을 어떻게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데 이용할 수 있는지 연구한다. 인간에게 선물과 같은 거대한 자연, 김종성 교수는 그 중에서 '갯벌'에 빠졌다.
▶ 갯벌, 무관심의 시간을 겪다
우리나라의 갯벌 면적은 2023년 기준, 2,443.3㎢로, 전체 국토 면적의 2.4% 정도다. 너무 흔해서일까. 대한민국의 갯벌은 무관심의 시간을 겪으며, 오랜 기간 그저 메워야 하는 땅으로 치부돼왔다. 일제강점기에 대규모 간척, 매립 사업이 시작되기 전 한국의 갯벌 면적은 4,000~5,000㎢ 정도로 추산된다. 이렇게 서울 면적의 10배에 달했던 갯벌은 대규모 간척 사업으로 반세기 만에 절반 가까이 사라졌다. 그리고 사라진 것은 갯벌만이 아니다.
"물이 들어오고 나갈 때 벌어지는 공간, 그걸 이제 땅으로 인식을 한 거예요. 그냥 갯벌은 조금 메워서 땅으로 써도 또 갯벌이 만들어진다는 착각을 하면서…. 갯벌이 사라지면요, 갯벌에 살고 있는 생물들이 같이 사라지는 거예요. 그러니까 생태계 전체가 없어진다고 보시면 돼요."
갯벌의 가치에 대해 몰랐던 시기, 관련 연구 또한 쉬웠을 리 없다.
"(갯벌 연구엔) 투자를 많이 안 했어요. 사람들은 '팬시(fancy)'한 거를 좋아하기 때문에 우주 과학, 심해 연구, 극지 연구 이런 거에는 많은 연구비가 투입됐는데, 갯벌은 연구가 많이 진행이 안 됐었죠."
"갯벌 연구는 애초에 어려운 점이 너무너무 많아요. 뻘짓이라고 하죠. 거의 3D예요. 물이 나가고 들어오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리가 조사를 다 해야 되기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또 작업할 때 무릎이나 어떨 때는 허리까지도 들어가는데 그렇게 되면 상당히 위험해요."
▶ 갯벌, 관심의 중심이 되다
관심이 적은 '흑역사' 시기에도 묵묵히 '뻘짓'을 하며 김종성 교수 연구팀이 연구해온 갯벌이 지금은 관심의 중심으로 떠오른다. 기후 변화와 생물 다양성의 상실, 오염과 쓰레기. 이러한 지구의 삼중 위기 속에서 갯벌의 기능과 가치는 새롭게 인정받고 있다.
"기후 변화, 생물 다양성, 오염. 이 모든 것들을 다 이 갯벌이 (해결)해주는 거예요. 침식, 재해를 막아주는 조절 서비스 기능을 하고 있고요. 갯벌을 잘 보존하면 생물 다양성이 증가할 수 있죠. 갯벌은 육상으로부터 들어오는 다양한 오염 물질들을 정화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갯벌계의 '금수저'이면서도 정작 갯벌의 가치에 무관심했던 우리나라도 달라지는 중이다. 세계 5대 갯벌로 꼽히는 서해 갯벌의 위상도 올라가고 있다.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고, 관리하도록 하는 관련 법(갯벌 및 그 주변지역의 지속가능한 관리와 복원에 관한 법률 (약칭: 갯벌법), 해양공간계획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약칭: 해양공간계획법), 습지보전법 등)도 많이 생겼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김종성 교수의 연구가 있다.
▶ 갯벌의 능력, 세계 최초로 규명!
김종성 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확인한 갯벌의 능력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먼저 갯벌의 탄소 흡수 능력을 세계 최초로 전국 단위에서 조사하고 평가했습니다. 우리나라 갯벌은 연간 탄소 저장량이 1,300만 톤, 흡수량이 26~49만 톤. 이는 승용차로 봤을 때 연간 한 20만 대의 승용차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갯벌이 흡수해 주고 있다는 것이 (저희가) 세계 최초(로 조사하고, 평가한 거)고요. 또 우리나라 해양 생물 다양성, 단위 면적당 (생물)종 수가 1등이라는 걸 확인했습니다. 갯벌에서 살고 있는 총 1,915종의 저서무척추 동물을 저희가 기록을 했습니다."
"생태계의 가장 하위에 있는 저서미세조류라는, 단세포 미세 생물인데요. 그 저서미세조류의 1차 생산력, 그러니까 산소를 만들어 내는 능력, 광합성 하는 능력을 말하는데 그게 우리나라가 전 세계 평균의 2배 정도 된다는 사실도 세계 최초로 밝혔죠."
이렇게 갯벌이 생태적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자원이고, 우리나라의 갯벌은 특히 가치가 뛰어나다는 사실이 그의 연구로 계속 밝혀지면서 갯벌 관련 모니터링 연구, R&D 사업이나, 정부의 지원도 탄력을 받게 됐다.
▶ 갯벌, 지키는 게 돈이 된다
김종성 교수 연구팀이 금액으로 환산한, 우리나라 갯벌의 생태계 서비스 가치는 연간 18조원. 갯벌을 메워 개발을 하는 것보다, 그냥 자연 상태 그대로 지키는 게 돈이 된다.
"사람들은 개발을 해야지, 돈이 들어와야지만 (돈을) 버는 것 같고 경제적 이득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자연을 가만 놔두면 우리가 보이지 않는 가치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예를 들어 볼까요? 우리는 바다에서 아주 다양한 어패류를 먹어요. 지금 가리마 조개는 오염으로 거의 사라졌지만, 갯벌이 건강했을 때는 1㎥ 안에 가리마조개가 200개체 이상 있었어요. 가리마 조개가 1kg당 2만 원 정도인데, 우리나라에 과거 남양만 일대, 갯벌 40㎢에서 가리마 조개가 밀집해서 살았거든요. (거기서 나오는 가리마 조개의) 10%만 잡아도 천 억원의 가치가 있었어요. 이게 가리마 조개 한 가지만 따졌을 때예요. 갯벌에 얼마나 많은 수산자원이 삽니까. 갯벌을, 생태계를 보존만 해도, 일정 수준의 개체군을 유지하면서 그걸 현명하게 사용했다면, 갯벌은 자손 대대로 우리에게 경제적 혜택을 가져다 주는 거잖아요."
이렇게 수치로 바로 환산되는 경제적 수익 외에도 오염 물질을 정화하고, 재난을 막고, 각종 문화의 장이 되는 보이지 않는 가치는 엄청나다. 세계적 경제학자인 로버트 코스탄자 교수는 1997년, 네이처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갯벌의 경제적 가치는 1㎢당 연간 백만 달러, 한화로 약 10억 원에 달한다고 평가했다. 그로부터 약 28년이 지난 지금, 김종성 교수는 갯벌 1㎢당 연간 가치를 7,80억 정도로 추산한다. 이정도면 갯벌을 메워서 공장을 세우고, 항구를 만들고, 도시로 가꾸는 것보다, 그냥 가만히 놔두는 것이 낫지 않을까. 더 이상 개발 vs 보존으로 나뉘어, 경제적 이득과 생태계 보존을 저울질할 필요가 없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지는 셈이다.
▶ 블루카본, 개발 vs 보존 논쟁을 끝낸다
여전히 오랜 기간 갯벌을 둘러싼 ‘개발 vs 보존’ 논쟁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면, 블루카본이 논쟁의 마침표를 찍어줄지도 모른다.
'블루카본(Blue Carbon)', 아직은 생소한 이 단어는 맹그로브 숲, 염생습지, 잘피림* 등 해양 생태계를 통해 흡수되는 탄소를 말한다. 열대우림 같은 육상 탄소 흡수원인 그린카본(Green Carbon)과 자주 비교되는 개념이다.
* 잘피림 : 해양성 수생관속식물로 바닷속에서 꽃을 피우고 씨를 맺는 해초류
우리나라 갯벌은 대부분 비식생 갯벌이다. 염생 식물이 자라는 염생습지, 즉 식생 갯벌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IPCC에서 블루카본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비식생 갯벌은 아니다.
"우리가 많이 갖고 있는 자원인 비식생 갯벌이 (블로카본으로) 인정을 받는 게 중요한 거거든요. 지금까지는 비식생 갯벌이 인정을 못 받고 있다가 저희가 국가 단위로 세계 최초로 탄소 흡수를 규명하고, 또 탄소 저장이나 (탄소)침적률도 산출하고 하니까 국제사회가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요. 전 세계적으로 이제 갯벌도 블루카본으로 편입을 시키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김종성 교수 연구팀은 넓은 갯벌을 보유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중국, 호주, 캐나다 등과 협력해 갯벌을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블루카본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갯벌이 블루카본으로서 탄소감소원이 되면 탄소 크레딧(Carbon Credit)이 생겨요. 우리가 새로운 갯벌을 만든다거나 망가진 갯벌, 훼손된 갯벌을 복원한다거나, 갯벌들을 보호 구역으로 관리해서, 일정 기간 이후 탄소 흡수량이 늘어나면, 그 양만큼 탄소 크레딧이 발행되죠."
발행된 탄소 크레딧은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에서 거래되고, 그 거래를 통해 직접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윤 추구가 목적인 기업들도 블루카본 갯벌에 솔깃해야 할 시간이다.
"블루 ESG라고 저희들이 말하는데, 지금 기업에서는 기후 변화, 생물 다양성과 관련된 활동을 재무제표에서 보고하게 돼 있어요. 현재까지 10여 개 기업이 이미 블루카본과 관련해 해초숲 조성, 갯벌 조성 이런 복원 사업에 투자를 많이 했습니다. 앞으로는 ESG가 더 활성화될 거고,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오염 등의 이슈를 선도적으로 관리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 그런 세상이 되겠죠. 새로운 패러다임이 계속 진행돼 나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 10년 후 나에게 한마디
끊임없이 연구를 해온 김종성 교수가 앞으로 꿈꾸는 계획은 뭘까. 또 10년 후 자신에겐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연구는 정말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 같아요. 논문은 실컷 쓰긴 했는데 아직도 더 밝혀내야 할 자연 현상이 많고요. 그동안 학계에서 역할을 많이 했어요. 이런 말을 하면 좀 슬픈데, SCI급 영어 논문을 300편 넘게 썼는데 제가 그런 연구를 했다는 것도 많이들 몰랐어요. 그래서 3,4년동안은 글을 열심히 써봤어요. 책도 내보고, 대중 강연이나 방송도 많이 출연하는 노력을 했더니 이제야 알더라고요. 이젠 창업을 통해 도전을 하고 싶어요. 작년에 '아쿠온'이라는 벤처 기업을 만들었어요. 인공 생태계 속에서 물고기를 키우면서 식물도 수경 재배하는 새로운 모델이라고 보시면 돼요.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아쿠아포닉스 기술입니다. 저는 우리가 잘 느끼지 못하는 자연이 주는 혜택을 실감할 수 있도록, 정밀한 과학과 효용성있는 정책을 결합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우리 해양수산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중견기업을 만드는 걸 새로운 목표로 가지고 있습니다. 10년 후에는 '애썼다' 그 말을 할 수 있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나에게 바다는 인생입니다. 바다는 뭐 끝이 없겠지만 제 인생은 언젠가는 끝이 있을 테니 그 삶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바다를 위해서 살고 싶습니다."
취재·촬영 조주연
편집 김희애
자막 김진하
※본 기사의 취재는 환경재단의 지원으로 '그린보트' 선상에서 진행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