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라디오 (FM 95.1) [TBS FM 서울마이소울 조은영입니다 ]
■ 방송일시 : 2026 년 6 월 11 일 ( 목 )
■ 진행 : 조은영 서울관광재단 홍보팀장
■ 출연자 : 김승일 작가 ( 시인 ), 임지은 작가 ( 수필가 )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 조은영 서울관광재단 홍보팀장 ( 이하 조은영 ) : 서울의 길 위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흐릅니다 . 여행과 관광 사이에서 만난 사람들의 진짜 목소리를 전하는 시간 , 도시의 감성을 찾아가는 인터뷰 , 소울 풀 서울 인터뷰 .
서울의 명소를 지도로만 찾고 계신가요 ? 오늘은 문장으로 만나봅니다 . 관광 코스 대신 문화 코스로 서울을 산책해 보면서 그 있잖아요 . 이유 없이 왠지 끌리는 장소 그리고 이유를 다 설명할 수 없는 장면들까지 . 지금부터 두 명의 작가와 함께 서울의 문장을 읽어보겠습니다 . 서른 번째 소울 풀 게스트 . ‘ 사람이라는 단어가 구겨질 땐 삶이 된다 ’ 고 말하는 수필가 임지은 그리고 시집 제목부터 이미 장면이 떠오르는 작가님 ‘ 나 우는 연기 잘하지 ’ 의 김승일 시인 모셨습니다 . 어서 오세요 .
◇ 김승일 작가 ( 이하 김승일 ) : 안녕하세요 . 김승일 시인입니다 .
◇ 임지은 작가 ( 이하 임지은 ) : 수필로 이야기하는 임지은입니다 .
◆ 조은영 : 와 , 두 분 다 라디오에 적합한 보이스를 갖고 계세요 .
◇ 임지은 : 그렇습니다 .
◇ 김승일 : 정말요 ?
◆ 조은영 : 오늘부터 알았다 . 짧게 청취자분들을 위해서 자기소개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
◇ 김승일 : 제 친구가 학교에서 선생님을 하는데 학생들이 제 얘기를 하고 있었대요 . 그래서 ‘ 야 , 김승일 시인 뭐 하는 사람이야 ?’ , 이랬더니 친구가 ‘ 고양이 키우는 아저씨야 ’ 이랬다고 하더라고요 . 고양이 키우는 아저씨입니다 .
◆ 조은영 : 고양이 키우는 아저씨고 가끔 시도 조금 쓰시고 .
◇ 김승일 : 맞습니다 .
◆ 조은영 : 낭만적으로 살고 계시는 김승일 작가님 . 그러면 임 작가님 소개도 부탁드릴게요 .
◇ 임지은 : 승일 작가님이 너무 재치 있게 소개를 해 주셔서 , 저는 쓴 작품으로 얘기를 해보자면 ‘ 연중무휴의 사랑 ’, ‘ 헤아림의 조각들 ’ 그리고 ‘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하여 ’ 등을 쓴 수필가 임지은입니다 . 반갑습니다 .
◇ 김승일 : 반갑습니다 .
◆ 조은영 : 반갑습니다 .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 ? 탁 꽂히는데요 . 아니 임 작가님은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게 어떤 게 있으실까요 ?
◇ 임지은 : 이렇게 말씀하시면 너무 많아서 , 근데 그런 걸 쓰면 사람들이 제가 엄청 , 요즘 그 드라마에 나오는 황동만씨 있잖아요 . ‘ 모자무싸 (JTBC 드라마 ,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 에 나오는 그런 캐릭터를 생각하시더라고요 . 그런데 저는 좋은 게 많은 사람인 척하고 다니는 그런 사람이거든요 .
◆ 조은영 : 사회화가 많이 되셨네요 .
◇ 임지은 : 근데 글 쓸 때만 , 은 그 안에 숨겨져 있던 , 은 저게 다 싫었어라고 하는 마음 같은 것들을 좀 끄집어내는 스타일이라서 . 약간 꼬여 있는 것들이라 . 한번 책을 한번 봐주시면 궁금증이 풀리실 것 같아요 .
◆ 조은영 : 그런데 사람들이 은 보기 싫은 거 , 듣기 싫은 거 , 이런 거 굉장히 많아도 다들 숨기고 사는 거잖아요 .
◇ 임지은 : 그렇죠 .
◆ 조은영 : 작가님의 글을 보면서 굉장히 내 마음과 같다 . 그리고 내 마음이 굉장히 , 이게 볼품없는 마음이 아니라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마음이라고 느끼실 것 같아요 . 공감하면서 읽지 않을까 .
◇ 임지은 : 그래 주시면 너무 감사하죠 .
◆ 조은영 : 작가님 글만 얘기를 했는데 시인님도 ’ 나 이거 , 진짜 이 시는 내가 썼어도 괜찮다 ‘ 고 하는 , 좀 자부할 수 있는 시 ?
◇ 김승일 : 제 시는 다 자부할 수 있는 시라서 ( 웃음 )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요 .
◆ 조은영 : 네 좋습니다 . 그러면 김승일 시인 검색하셔서 이 분의 시는 모두 한번 읽어보시길 권해 드리면서 , 오늘 창작자로서 느끼는 서울 그리고 개인적인 이야기도 좀 한 스푼 슬쩍 얹어서 그동안 몰랐던 우리 서울 동네의 매력을 한번 살펴볼까 합니다 . 그리고 제목을 정해 봤어요 . ’ 문학 작품 속에 그려진 서울의 명소 ‘, 이게 오늘 주제고요 . 들으시면서 작가님들한테 궁금한 거 , 아니면 또 얘기하고 싶었다 , 아니면 평소 들었던 생각 , 이런 거 편하게 의견 주시면 되겠습니다 . 실시간 하고 싶은 말 문자 어디로 보내면 될까요 ?
◇ 김승일 : 네 #0951, 짧은 글 50 원 긴 글 100 원이 드는 문자로도 함께 하실 수 있고요 . TBS 앱으로 소통하는 건 무료입니다 .
◆ 조은영 : 너튜브로도 만나실 수 있죠 ?
◇ 임지은 : 너튜브 창에 ‘tbs 시민의 방송 ’ 검색해 들어오시면 스튜디오 현장 , 저희 대화 나누는 모습 이 모든 걸 다 눈으로도 확인하실 수 있어요 . TV 로도 생방송 되고 있는데 아래 자막에 보이시죠 ? 244 번 , 214 번 , 245 번 채널 잡아주시면 됩니다 .
◆ 조은영 : 네 , 여러분 집에서 보시는 통신사에 따라 채널 잡아주시면 되고요 . 경기도 쪽에서 보시는 분들은 200 번대 안쪽 번호라고 하더라고요 . TBS 검색하셔서 , TV 도 좋고 아니면 너튜브 창도 좋고 계속해서 의견 나눠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
honeykim4654 님께서는 ‘ 우와 두 분 너무 반가워요 . 안녕하세요 ’ 라고 해 주셨는데 , 이렇게 인사해 주시면 바로바로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그럼 본격적으로 얘기 나눠볼 건데요 . 두 분이 모두 서울을 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감정이 머무는 장소로 글을 써오셨어요 . 서울이 어떤 순간에 시가 되고 또 어떤 순간에 에세이가 되는지 이야기를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 오늘 앞에서 잠깐 한 5 분 정도 저희 가벼운 담소 나눌 때 느끼셨겠지만 웃음도 조금 있을 것 같아요 . 그렇죠 ?
◇ 김승일 : 그렇죠 .
◆ 조은영 : 웃음이 없다고 하면 우김승일 작가님께서 신발을 보여주시는 걸로 .
◇ 김승일 : 네 알겠습니다 .
◆ 조은영 : 인용도 적당히 할 거고요 . 서울은 아주 많이 등장하는 시간 , 오늘 가질 겁니다 . 임 작가님께 먼저 여쭤볼게요 . 서울이 등장하는 작품 중에서 청취자분들한테 소개해주고 싶은 책 , 어떤 것을 가장 먼저 알려주고 싶으세요 ?
◇ 임지은 : 우선은 정영수 작가님의 소설 중에 단편 ‘ 길을 잘 찾는 서울 사람들 ’ 이라는 소설이 있는데 이걸 추천해드리고 싶었어요 . 이게 소설집이거든요 . ‘ 내일의 연인들 ’ 이라는 소설집에 실려 있는 단편 중의 하나인데 굉장히 단편 중에서도 영미 소설처럼 짧은 편이고 설정도 되게 단순합니다 .
◆ 조은영 : 어떤 내용일까요 ?
◇ 임지은 : 서울 서부에 살고 있는 한 커플이 , 주로 강변북로를 이용하는 커플인데 . 한남동 순천향대학교에 갈 일이 있어요 . 대학교 병원에 . 근데 아시는 분들은 아실 텐데 한남동으로 진입하는 대신에 실수로 길을 놓치면 한남대교를 타버리면 .
◆ 조은영 : 아 , 돌이킬 수 없어요 .
◇ 임지은 : 돌이킬 수 없어지거든요 . 다리를 건너다가 다시 돌아와야만 되는 , 그런 일이 일어나는데 .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 상황을 적은 소설입니다 .
◆ 조은영 : 궁금한데요 . 어떤 일이 전개돼요 , 그러면 ?
◇ 임지은 : 사실 소설 안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 대신 짧은 소설이기는 한데요 . 그러다 보면 차가 엄청 많으면 브레이크 밟았다가 급정거했다가 , 계속 이러고 있어야 하잖아요 . 그러면 시간이 영원 같지 않습니까 ? 그래서 그런 시간을 보내면서 , 꽉 막힌 도로 위에서만 할 법한 그런 반추를 주인공이 하기 시작합니다 .
◆ 조은영 : MBTI 로 따지면 N 성향인 .
◇ 임지은 : 그렇죠 .
◆ 조은영 : 어떤 생각을 하는데요 , 주인공이 ?
◇ 임지은 : 뭐 이를테면 이런 거죠 . 여자분이 운전을 하거든요 . 근데 여자분이 그날따라 엄청 신경질적인 거예요 . 뭐만 하면 . 남자분이 또 눈치는 있어서 , 눈치만 보고 생각하는 거예요 .
이 모든 근원이 뭘까 , 정말 N 답게 . 그날따라 또 너무 더운 거예요 . 이게 차 냉매가 새어나가서 그런 거거든요 . 그래서 제가 MBTI 로 치면은 그 ENFP 인데 , 제가 농담으로 P 가 패배자의 P 다 . P 들은 , 같은 P 로써 , P 들은 왜 물 마시러 나왔다가 TV 에서 뭐 하고 있으면 물 마시는 거 까먹고 TV 보는 그런 애들이거든요 . 근데 얘도 그렇게 가다가 , 옆에 있는 여자분을 봤다가 갑자기 더우니까 또 더운 걸로 아 , 이게 왜 덥지 ? 차 냉매가 다 새어나가서 그렇지 왜 새어 나갔었지 ? 냉매를 충전하러 갔었는데 그날 자동차 공업사 직원이 그날따라 너무 불친절서 열이 받아서 그냥 나온 거예요 .
◇ 김승일 : 냉매가 비싸거든요 . 별 게 아닌데 .
◆ 조은영 : 비쌉니까 ? 비싼데 불친절하기까지 . 나올 수밖에 없네요 .
◇ 임지은 : 그래서 열 받아서 그냥 나왔는데 . 그 와중에 또 뒤에서 턱 턱 소리가 들려요 . 동생한테 , 병원에 동생이 있어서 동생을 보러 가는 중이거든요 . 그래서 동생을 줄 화분을 샀는데 . 그 옆에 있는 분이 아마 와이프 혹은 연인 같은데 . 그 화분은 좀 아니지 않냐고 하는 화분을 샀어요 .
◆ 조은영 : 거슬리는 말까지 했어요 .
◇ 임지은 : 근데 기어이 이 화자가 ‘ 아니 난 이걸 살 건데 ’ 하고 샀단 말이에요 . 근데 그 화분이 뒤에서 계속 움직일 때마다 , 브레이크 밟을 때마다 .
◆ 조은영 : 덜컹 .
◇ 임지은 : 덜컹 , 덜컹 . 그래서 ‘ 이것부터 망했나 , 오늘이 ?’ 이런 생각을 하다가 조금 더 생각해 보니까 , 아니야 . 동생이 최근에 파킨슨병이 발병해서 순천향대학교에 입원해 있는 건데 . 굳이 수진 , 옆에서 운전하고 있는 여자랑 같이 가야 한다고 어머니가 전화로 우겼어요 . 안 그래도 원래 갈 애였어 , 근데 중요한 건 . 이 여자는 엄마가 주변에서 말하든 말든 같이 갈 사람이었는데 엄마가 우겨서 같이 간 게 문제냐 , 아니면 동생을 처음에 끝까지 이해를 못 하다가 동생이 발병하고 병원에 입원한 후에야 아버지가 갑자기 동생을 이해하기 시작했거든요 . 다 내 탓이다 . 이렇게 생각하는 아버지 때문에 이 일이 일어났나 ? 그래서 동생이 입원한 건 아닌가 ? 생각부터 다 별별 생각을 하다가 마침내 스스로한테 물어요 . 나는 무엇에도 분노하지 않고 그 어떤 것에도 슬퍼하지 않고 있는 게 아닐까 ? 그런 N 적인 생각을 거듭하다 보면 그런 데에 도달하게 되잖아요 . 어떤 .
◆ 조은영 : 그런데 보면 뭐 특별한 사건이 일어난 것도 아니에요 . 그냥 혼자 계속 생각했다가 , 혼자 쥐구멍에 들어갔다가 , 화도 냈다가 . 이게 어떻게 결말이 날지 너무 궁금한데요 .
◇ 임지은 : 약간 그 맛으로 보는 소설이기는 합니다 . 저는 이게 너무 좋은 게 , 제가 옛날에 친구한테 화를 낸 적이 있는데 , 제가 옛날에 라떼만 마셨거든요 . 근데 라떼에 시럽을 따라 마시던 걸 친구가 기억해서 , 친구가 라떼에 시럽을 부어서 온 거예요 . 근데 저는 그날 시럽을 정말로 먹고 싶지 않았단 말이에요 . 그래서 그 시럽 한번 펌핑해서 온 게 너무 화가 나는 거예요 . 그러니까 , 근데 그게 그 친구한테 화가 났기보다는 그날 제가 통고하고 있던 어떤 맥락 때문에 제가 실업 한 펌프도 감당하기 힘든 어떤 심리적 상황에 있었던 거예요 . 그거 하나가 저를 폭발시킨 거죠 . 그런 것처럼 뭔가 삶 속에서 차곡차곡 쌓이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넘치는 날들이 있잖아요 .
◆ 조은영 : 맞아요 . 적당한 순간에 화내고 적당한 순간에 웃어주고 , 이게 필요한데 .
◇ 임지은 : 맞아요 .
◆ 조은영 : 그냥 이건 넘어가자 , 참고 가자고 하다 보면 괜히 이상한 데서 화를 내게 되고 .
◇ 임지은 : 맞아요 .
◆ 조은영 : 그러면 나는 더 초라해지고 .
◇ 임지은 : 뭔가 길 잘못 든 사람들처럼 .
◆ 조은영 : 그렇겠네요 . 그러다 보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 그런 고민을 하게 될 것 같기는 해요 .
◇ 임지은 : 이것도 그런 얽히고설킨 맥락들이 차곡차곡 , 켜켜이 쌓이다가 갑자기 그게 넘치는 날에 대한 어떤 장면이 되게 잘 그려진 소설인데 이게 되게 그렇잖아요 . 원인은 모르겠는데 .
◆ 조은영 : 그냥 화나 .
◇ 임지은 : 네 , 그 누적만 알겠는 날 있잖아요 . 이런 망한 마음만 . ‘ 아 , 나 다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 이게 뭐 하는 거지 ?’ 하는 날이 되게 선명하게 남는 날들에 대한 것을 잘 건드린 소설이라서 그런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누구든 재미있게 읽으실 것 같아요 .
◆ 조은영 : 제목 자체도 굉장히 잘 뽑았어요 . ‘ 길을 잘 찾는 서울 사람들 ’. 그러니까 길을 처음에 잘못 들면서부터 뭔가 꼬이기 시작하고 내 내면까지 돌아보게 되고 , 한 것 같은데 . 한남동에 왔다 갔다 하는 얘기잖아요 . 작가님은 한남동을 언제 가보셨을까요 ?
◇ 임지은 : 저는 지금 좀 가까운 곳에 살아요 . 이사 간 지가 얼마 안 돼서 . 주로 작업할 때 그 주변에 있는 카페를 굳이 찾아가서 . 요즘은 관광 오신 분들이 너무 많아서 제가 앉을 자리가 잘 없기는 한데 굳이 찾아가기도 하고 분당에 살 때 경기도로 넘어갈 때 한남대교 정말 많이 오갔거든요 . 서울에 일 있을 때마다 오고 갈 때 . 그래서 그 전에도 한남대교로 오갈 일이 되게 많았는데 퇴근길에 잘못 걸리면 한 30 분씩 그냥 . 거기 많이 막히잖아요 . 그렇게 있으면은 되게 꾸역꾸역 차들 있고 , 지는 해 있고 , 한강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 근데 원래 거기에 한국의 몽마르트르라고 해서 , 한남동 언덕에 되게 예뻤는데 재개발한다고 다 밀었거든요 . 저는 그것도 되게 좀 서울적인 것 같아요 . 그래서 거기에 있다 보면 이 서울이라는 도시에 딱 달라붙는 감정들이 잘 느껴지는 공간인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에요 .
◆ 조은영 : 그럼 혹시 이 소설에서 특히 좋아하는 글귀라든가 장면이 있으시다면 우리 청취자분들한테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 임지은 : 네 한번 그러면 소개를 해 드릴게요 . 181 페이지에 있는데요 .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 사람들은 어떻게 알고 길을 잘 찾는 걸까 ? 한남동에 가려는 사람들은 한남동으로 , 압구정동에 가려는 사람들은 압구정동으로 . 남으로 . 북으로 . 서쪽 끝으로 . 동쪽 끝으로 . 어떻게 화분을 실을 때 그것이 뒷좌석을 건들지 않도록 , 의자나 문에 자꾸 부딪히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 ? 아니 애초에 사람들은 정말로 목적지로 향하고 있기나 한 걸까 ? 어쩌면 사실은 우리처럼 길을 잘못 들어서 엉뚱한 방향에서 시간과 자기 자신을 죽이면서 속으로 분노를 삭이고 앉아 있는 거 아닐까 ?
◆ 조은영 : 너무 좋은데요 . 노을이 살짝 지려고 하는 이즈음에 우리 작가님의 낭독을 듣다가 운전하시면서 너무 이게 굉장히 멋있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
이 얘기 들으시면서 7200 번 님은 ‘ 초보 운전자가 남산터널 내려와서 순천향병원 쪽으로 우회전 놓치고 한남대교 건너서 경부고속도로까지 타잖아요 . 그러면 만남의 광장 혹은 죽전휴게소까지 가게 돼요 . 크크크 ’ 라고 남겨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 그리고 다들 인사해 주고 계시는데요 . 궁금한 게 작가님은 한남동에 가시면 ‘ 나는 여기는 진짜 꼭 갔으면 좋겠다 ’. ‘ 들러봤으면 좋겠다 ’ 하는 명소가 있으실까요 ?
◇ 임지은 : 맛집들도 너무 많아서 . 상호명을 말하기 곤란하지만 대단한 사워도우 맛집이 있습니다 . 타르 0 이라고 . 거기 샌드위치도 너무 맛있고 , 거기도 거기인데 한남동에는 그랜드 0 호텔이라고 . 전망이 너무 좋은 호텔이라 숙박은 좀 부담이 돼도 로비에 있으면 , 저는 약간 제가 짓눌리는 순간들을 좋아하거든요 . 근데 가면은 , 가끔은 그런 곳에 가서 짓눌려주면 다시 나올 때 펴지는 기분이 되게 상쾌하더라고요 . 그래서 거기도 한번 꼭 가보시라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
◆ 조은영 : 아 , 요즘에 사주 명당 . 이런 게 SNS 에 굉장히 화제가 되고 있잖아요 .
근데 그 하야 0 그쪽이 불기운이 좋다고 합니다 .
◇ 임지은 : 아 진짜요 ?
◇ 김승일 : 제가 사주에 불밖에 없거든요 .
◆ 조은영 : 아 정말요 ? 그쪽으로 가시면 안 되겠다 . 그러면 .
◇ 임지은 : 전 토밖에 없는데 .
◆ 조은영 : 자 , 이렇게 산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이쯤에서 다시 한번 정신 줄을 잡고 . 저는 한남동이 가장 서울다운 취향이 모인 동네이지 않을까 , 개인적으로 생각이 들고요 . 이쪽 가시면 미술관이라든지 카페 거리도 굉장히 잘 되어 있어서 산책하기에도 좋고 . 또 여기가 전통 미술부터 현대미술까지 굉장히 폭넓게 다루고 있는 리움 미술관이 있잖아요 . 그래서 오늘 좀 찾아보고 왔습니다 . 여성 작가들의 공감각적 환경이라는 주제의 전시를 현재 딱 하고 있더라고요 . 50 년대부터 70 년대까지 아시아 유럽 남북미에서 역사적인 환경을 선보인 여성 작가 11 명의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아놨다고 하니까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자 , 그러면 한참 동안 말이 없었던 김승일 시인님께 여쭤보겠습니다 .
◇ 김승일 : 네 좋습니다 .
◆ 조은영 : 어떤 작품을 추천해 주고 싶으세요 ?
◇ 김승일 : 저는 최승자 시인의 ‘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 라는 작품이 떠올랐어요 .
◆ 조은영 : 왜요 ?
◇ 김승일 : 일단 청파동에 제가 연관된 게 되게 많거든요 . 할머니도 숙명여대 나오시고 제 아내도 숙명여대 나오시고 . 그리고 제 가장 친한 친구 중 하나가 청파동에서 가게도 했었고 하다 보니까 저랑은 크게 상관이 없는데 자주 가게 됐었던 것 같아요 .
◆ 조은영 : 그럴 것 같아요 . 그러면 이곳이 시에 등장하는 걸까요 ? 제목으로 봐서는 .
◇ 김승일 : 네 , 시에 등장하고요 . 청파동이 등장하는데 . 청파동이 아마도 너랑 내가 추억을 쌓았거나 같이 있었던 공간인 것 같아요 . 그런데 정확히 청파동에서 뭘 했는지는 얘기하지 않으면서 청파동이 나한테 어떻게 기억되는지에 대해서 얘기하는 시인데 그게 되게 좋아요 . 왜냐하면 , 비밀을 얘기하는 것 같거든요 . 그러니까 청파동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기억들이 있었는지 얘기하기보다는 너랑 내가 쌓았던 비밀들에 대해서 다 얘기하는 것 같이 얘기하면서도 사실은 별 얘기 안 하는 그런 좀 ‘ 아리까리 ’ 한 시 거든요 .
◆ 조은영 : 그냥 그 단어 자체가 주는 그 의미보다는 뭔가 그 느낌을 받는데 .
◇ 김승일 : 감각이죠 .
◆ 조은영 : 감각을 . 아 . 청파동 관련된 시를 최승자 작가님 말고 또 다른 시인이 쓰신 게 있을까요 ?
◇ 김승일 : 아마 최승자 작가에게서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요 ? 박준 시인이 청파동으로 3 편의 연작시를 썼다고 알고 있습니다 .
◆ 조은영 : 예술가나 시인분들이 청파동을 좋아하나 봐요 ?
◇ 김승일 : 네 , 매년 청파문학주간이라는 행사도 청파동에서 열리는 것 같고 . 사주적으로 어떤지 모르겠지만 청파동에 가면 침착해지거든요 .
◆ 조은영 : 그래요 ?
◇ 김승일 : 침착함이 있어요 .
◆ 조은영 : 네 , 이건 TBS 와 서울관광재단과는 연관이 없고요 . 작가님의 개인적인 주관임을 밝혀드립니다 . 작가님은요 청파동이랑 연이 좀 많이 있다고 해 주셨는데 그쪽 가시면 주로 어디를 찾아가세요 ? 나는 뭐 청파동에 여기를 가면 좀 시적인 영감을 많이 받는다 하는 그런 장소가 있으실까요 ?
◇ 김승일 : 저는 학교에 가면 영감을 좀 많이 받거든요 .
◆ 조은영 : 학교 .
◇ 김승일 : 네 아까 그랜드 0 호텔에 가면 짓눌리는 느낌을 받는다고 하셨는데 저는 학교에 가면 짓눌리는 느낌을 받아요 . 침착해지고 뭔가 좀 접히는 느낌 그리고 나오면 다시 풀리는 느낌 그런 것들을 받는데 여대다 보니까 막 그렇게 막 많이 들어갔던 건 아니지만 들어갔을 때 되게 특이한 걸 느꼈던 것 같아요 . 처음 간 거는 , 제가 고등학생 시 100 일장을 숙명여대로 간 적이 있어요 . 그때 처음 느꼈던 것 같아요 . 접히는 기분을 .
◆ 조은영 : 근데 보통 여자들이 많은 공간에 남자 한 명 있으면 더 접히는 .
◇ 김승일 : 아 , 그렇죠 . 저는 고등학생 때 반에 38 명이 여자고 4 명만 남자였어요 . 제가 예고 나왔는데 , 그래서 .
◆ 조은영 : 그러면 또 여성분들의 그런 마음을 좀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
◇ 김승일 : 음 , 과연 그럴까요 ?
◆ 조은영 : 네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
◇ 김승일 : 그건 잘 모르겠네요 .
◆ 조은영 : 그러면 김승일 시인님이 직접 들려주는 ‘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 한번 낭독을 요청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들려주십시오 .
◇ 김승일 :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 최승자 .
겨울 동안 너는 다정했었다 . / 눈 ( 눈 ) 의 흰 손이 우리의 잠을 어루만지고 /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 따뜻한 땅 속을 떠돌 동안엔
봄이 오고 너는 갔다 . / 라일락꽃이 귀신처럼 피어나고 / 먼곳에서도 너는 웃지 않았다 . / 자주 너의 눈빛이 셀로판지 구겨지는 소리를 냈고 / 너의 목소리가 쇠꼬챙이처럼 나를 찔렀고 / 그래 , 나는 소리 없이 오래 찔렸다 .
찔린 몸으로 지렁이처럼 기어서라도 , / 가고 싶다 네가 있는 곳으로 . / 너의 따뜻한 불빛 안으로 숨어 들어가 / 다시 한번 최후로 찔리면서 / 한없이 오래 죽고 싶다 .
그리고 지금 , 주인 없는 해진 신발 마냥 / 내가 빈 벌판을 헤맬 때 /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 눈 덮인 꿈 속을 떠돌던 / 몇 세기 전의 겨울을 .
◇ 임지은 : 너무 좋네요 . 저 , 울 뻔했어요 .
◆ 조은영 : 뭉클했어요 . 아니 , 승일 작가님한테 이런 감성이 .
◇ 김승일 : 근데 저도 조금 놀란 게 아까 얘기하지 못한 것 같은데 청파동이 겨울인 것 같아요 . 거기가 좀 여름에 가도 선선하거든요 .
◆ 조은영 : 음기가 강한 곳인가요 ?
◇ 김승일 : 아 그런가요 ?
◆ 조은영 : 이렇게 들으면서 겨울밤이 떠오르면서 눈도 조금씩 내리고 있고 그 어두운 골목을 걸어가면서 뭔가를 추억하는 그런 이미지가 굉장히 많이 들었습니다 . 그리고 뭔가 최후로 찔리면서 한없이 오래 죽고 싶다 . 이 말이 , 그러니까 정말 죽음을 이야기한다기 보다는 그런 애달픔 같이 느껴지는 문장이었던 것 같습니다 . 어떻게 들으셨어요 , 작가님은 ?
◇ 임지은 : 저 너무 울컥해서 . 지금 제가 찔린 지렁이 같아요 .
◆ 조은영 : 자 , 그러면 더이상 찔리기 전에 분위기 전환을 한 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다시 한번 지은 작가님께 여쭤볼 건데 어 서울 얘기 서면 서울 문학 하면 어떤 게 또 떠오르실까요 ?
◇ 임지은 : 이렇게 초대해 주셨을 때 제일 먼저 기억났던 책이 르 클레지오가 쓴 ‘ 빛나 , 서울 하늘 아래 ’ 라는 책이었는데요 . 아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르 클레지오가 노벨문학상 작가예요 . 근데 이게 너무 이상한 거예요 . 저는 처음에 이게 좀 잘 안 붙어서 노벨 문학상 작가가 한국 소설 그러니까 한강 작가님 나오시기 전에 게 얘기가 됐었을 때 좀 너무 이상해서 읽어봤었던 작품이었는데요 . 르 클레지오가 되게 한국의 애정이 큰 작가 중의 한 명이라고 해요 . 그래서 그분이 하신 말 중에 서울이 최선과 최악이 공존하는 곳이라고 인터뷰했었던 것도 봤었는데 저는 개인적인 인연으로는 르 클레지오의 책 중에 황금 물고기라는 책이 있거든요 . 제가 대학을 다닐 때 서평을 썼어요 . 저는 원래 글 전공이 아니어서 . 원래 미술 전공이었었는데 계속 제가 인문관을 드나들면서 한참 책 읽기에 꽂혀 있었을 때 그 서평을 보시고 교수님이 ‘ 어 , 글을 써봐도 괜찮겠다 ’ 라고 얘기를 해 주신 적이 있었거든요 . 근데 그때 제가 그 책에 너무 감명을 받은 걸 아시고 , 교수님이 . 몇 년 전까지 여기서 르 클레지오가 석좌 교수님으로 계셨어서 네가 좀 일찍 들어왔으면 강연도 보고 했었을 수도 있는데 아쉽다 . 뭐 이런 얘기 하신 적이 있어서 더 기억이 나더라고요 . 근데 그게 아마도 르 클레지오가 석좌 교수로 있으면서 이 소설을 쓰려는 얘기들을 많이 수집했었던 것 같아요 . 그래서 아무튼 이 소설로 얘기를 하자면 화자가 여성 청년이자 빛나라는 이름을 가진 전라도 목포에서 상경한 , 서울에서 자리를 잡으려고 되게 분투를 하는 여성 청년의 이야기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
◆ 조은영 : 그러면 여기 서울의 지명이 굉장히 많이 나올 것 같긴 한데 어떤 곳들이 등장할까요 ?
◇ 임지은 : 정말 많은 곳이 등장하는데요 . 신촌과 이대 부근이 정말 많이 나와요 . 확실히 계실 때 많이 보신 것 같아요 .
◆ 조은영 : 네 , 그리고 또 어디 나와요 ?
◇ 임지은 : 그리고 홍대 입구도 나오고 네 방배 서래마을 용산 강남 충무로 종로 명동 여의도 인사동 안국동 경복궁 청계천 잠실 남산까지 .
◆ 조은영 : 진짜 많이 나오네요 .
◇ 임지은 : 정말 많이 나옵니다 . 되게 스치듯 지나가는 데도 있고 . 되게 중요하게 다뤄지는 곳들도 있어요 .
◆ 조은영 : 예를 들어서 어떤 공간이 있을까요 ?
◇ 임지은 : 이를테면 종로에 있는 한 서점에서 빛나라는 화자가 잘생긴 남자와 마주치게 돼서 연이 생기는데 , 그 서점이 의견이 분분해요 . 어떤 분들은 교보문고라고 하시고 어떤 분들은 영풍문고라고 하시는데 , 저는 후자 같거든요 . 그 주변에서의 기억이 있는 분들은 거기가 약간 고즈넉하니까 좀 다르게 읽힐 것도 같고 .
이화여대 옆에 럭키 아파트라는 곳이 있어요 . 바로 옆에 있어요 . 근데 소설 안에서 계속 나오는 아파트 이름이 굿럭아파트거든요 .
◇ 김승일 : 아파트 이름 너무 좋은데요 .
◆ 조은영 : 너 어디 사니 ? 굿럭 ! 이렇게 해 주는 거예요 ?
◇ 임지은 : 심지어 느낌표가 꼭 붙어야 해요 . 계속 느낌표가 붙어 있더라고요 .
◆ 조은영 : 근데 이 소설은 우리가 아는 공간을 새롭게 또 볼 수 있는 찾아보는 재미도 좀 있을 것 같습니다 .
◇ 임지은 : 네 , 그래서 방배서레마을을 묘사할 때와 또 이대 뒤쪽에 아현동이나 혹은 옆쪽으로 가면 창신동이나 이런 쪽에 있는 분위기가 , 골목이 다르잖아요 . 그런 것들도 되게 묘사를 하고 지하철을 타고 다리를 건널 때 어떤 느낌 같은 것들도 되게 잘 묘사를 하고 그래서 서울이 되게 넓은 동시에 좀 좁고 타인들이 한 데 부대끼는 이상한 곳이기도 하잖아요 . 그래서 그걸 되게 외국인 작가 시선으로 정말 잘 포착해낸 그런 시선들이 느껴져서 좀 신기했어요 .
◆ 조은영 : 그러면 청취자분들이 와닿을 수 있게 , 그 중간에 글귀를 한번 읽어볼 건데요 .
두 분이 너무 잘 읽어주셔서 이번에 제가 한번 도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 김승일 : 좋습니다 .
◆ 조은영 : 저는 , 여러 개를 발췌해주셨어요 . 임 작가님께서 . 근데 237 페이지에 나온 글귀가 마음에 들거든요 . 이거 한번 읽어드리겠습니다 .
“ 나는 서울의 하늘 밑을 걷는다 . 구름은 천천히 흐른다 . 강남에는 비가 내리고 , 인천 쪽에는 태양이 빛난다 . 비를 뚫고 북한산이 북쪽에서 거인처럼 떠오른다 . 이 도시에서 나는 혼자다 . 내 삶은 이제부터 시작될 것이다 .”
◇ 김승일 : 정말 좋네요 .
◆ 조은영 : ‘ 빛나 , 서울 하늘 아래 ’ 에서 발제한 부분 읽어봤습니다 . 빛나라는 게 굉장히 중의적인 것 같아요 .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뭔가 서울 하늘 아래에서 너희도 빛날 수 있다 . 이런 의미를 같이 담고 있는 작품 같은데요 . 서울의 숨은 얼굴과 또 따뜻한 인간을 느끼고 싶다 하시면 이 소설을 한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고 아 시간이 너무 후루룩 가버려서 우리 김 작가님께 또 하나 추천을 받아 보겠습니다 .
◇ 김승일 : 저는 아무래도 시인이라서요 시 위주로 골라봤고 또 최승자 시인 시를 갖고 왔습니다 . 소개해 드릴 작품은 ‘ 망제 ’ 라는 작품인데요 . 신발을 벗어 던지고 청파동에서 수유리까지 걸어간다는 얘기가 나오는 시거든요 . 근데 정말 재미있게도 저는 수유리에서 청파동까지 걸어간 적이 있어요 .
◆ 조은영 : 오 , 어떠셨어요 ?
◇ 김승일 : 친구가 오토바이를 끌고 와서 처음 샀대요 . 그걸 타고 같이 가자고 했는데 오토바이가 고장이 났어요 . 그 냉각기가 그래서 그걸 끌고 갔던 .
◆ 조은영 : 아 , 어쩔 수 없이 .
◇ 임지은 : 길을 잘 찾는 서울 사람들이네요 .
◇ 김승일 : 네 .
◆ 조은영 : 작품에 있는 것들을 거의 다 진짜 현실에서 이루고 계신 분이세요 .
‘ 망제 ’ 라는 시라고 해 주셨는데 . 저는 요즘에 수유리 하면 하도 유재석 씨가 수유리가 자기 고향이라고 얘기를 하셔서 그 생각만 했는데 지금부터는 ‘ 망제 ’ 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이거 일부분만 짧게 그러면 우리 작가님께서 직접 낭독 한번 해 주시면 어떨까요 ?
◇ 김승일 : 아 , 일부분이요 ? 알겠습니다 . 망제 . 최승자 .
봄에는 속이 환히 비치는 옷을 입고 / 일곱 송이의 꽃을 머리에 꽂고 / 마지막으로 신발을 벗어 버리고서 , / 청파동에서 수유리까지 손가락질하며 / 희죽거리며 걸어가고 싶다 . / 봄에는 황사처럼 아지랭이처럼 미쳐 / 수유리 하늘 끝에서 / 고요히 가물거리다 스러지고 싶다 . / 그러나 모든 까무러치지 못하는 사람들의 머리 위로 / 아짤한 한 시절이 가고 아득한 또 한 시절이 와 , / 남쪽 나라 바다 멀리 물새가 < 안 > 날고 , /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 안 > 지고 / 이제 위로받아야 할 것은 우리 , / 무릎 꿇고 먼 세월을 기어가는 우리 . / " 우리 청춘의 유적지에선 아직도 비가 내린다더라 . / 그래서 멀리 누운 우리의 발가락에도 / 대로 빗물이 튀긴다고 하더라 . / 그리고 우리가 살아 있다는 헛소문이 간간이 들린다고도 하더라 .
◆ 조은영 : 읽으면서 청파동에서 수유리까지 히죽거리면서 걸어가셨던 그 시간이 떠오르셨을 것 같아요 .
◇ 김승일 : 맞아요 .
◆ 조은영 : 시간이 너무 없어서 . 벌써 4 개의 작품을 함께 들어봤습니다 . 끝으로 오늘 방송 , 같이 참여하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 짧게 한 번 들어볼까 해요 . 어떠셨어요 ? 김 작가님은 ?
◇ 김승일 : ( 임지은 ) 작가님이 소개해 준 소설 , 제가 안 읽어본 것들이거든요 . 르 클레지오 소설 빛나를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아까 그 구절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
◆ 조은영 : 그럼 임 작가님은 ?
◇ 임지은 : 저도 청파동 , 이 시를 원래 너무 좋아했는데 이렇게 시인님 목소리를 거쳐서 들으니까 너무 좋아서 한 번 더 집에 있는 최승자 시인님의 시를 열어봐야겠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
◆ 조은영 : 아마 오늘 같이 들으시면서 청취자분들도 나도 글을 한번 다시 읽어볼까 , 책을 한번 펴볼까 , 서울에 이런 동네가 있었네 , 여러 가지 생각들이 많이 드실 것 같습니다 .
두 작가님 모시고 서울의 문장 또 서울의 아름다운 동네들 같이 여행을 해 봤습니다 . 오늘 함께해 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
◇ 김승일 / 임지은 : 감사합니다 . 다음에 또 불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