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인싸-이드] 수억 마리 꿀벌 실종 사건, 진실은 이렇다

조주연 기자

piseek@tbs.seoul.kr

2022-03-0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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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 많던 꿀벌은 어디로 갔을까

    꽃이 피기 전 봄의 문턱,

    겨우내 닫혀있던 벌통을 열어보니

    유두식 / 양봉 농가
    "이런 데도 다 빈 거예요. 빈 통. 벌들이 많이 있어야 하는데 그냥 없어졌어요. 전체가."

    겨울잠을 자는 줄 알았는데 감쪽같이 사라진 꿀벌.

    피해가 집중된 남부 지역은 십만 개가 넘는 벌통이 비었고, 경기, 강원 지역까지 피해 사례가 확인됐습니다.

    "100마리가 살고 있는데 90마리가 나가서 10마리들이 회복을 못 하면 그 안에서 죽는 거예요."

    벌통에 남은 몇 안 되는 꿀벌도 추위를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농촌진흥청 등 관련 기관들은 전국적인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꿀이 없어 꿀벌이 없고, 다시 꿀이 없다

    국내에서 꿀벌이 이 정도의 규모로 한꺼번에 사라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공교롭게도 2년 동안은 어떤 일이 있었냐면…“

    "연쇄 작용을 일으켜서 일어난 일이다. 첫째로 2년 정도…"

    지난 2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최초의, 최대의 꿀벌 실종 사태가 벌어진 걸까.

    전문가들은 '복합'적이고 '연쇄'적인 요인들이 누적된 결과라고 지적합니다.

    꿀벌의 먹이가 되는 꿀.

    최근 2년간 꿀 생산량은 평년의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최용수 / 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과 연구관
    "꿀은 꿀벌한테 가장 중요한 영양원으로, 꿀을 제대로 먹고 자라지 못한 꿀벌들은 면역력이 떨어집니다. 보통 꿀 생산이 안 되면 병해충이 증가해요. 대응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신 설탕물을 주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철의 / 안동대 식물의학과 교수
    "꽃꿀에는 (설탕과 달리) 각종 미네랄과 아미노산, 여러 가지 폴리페놀류의 항생 물질이 있습니다. 또 야생의 각종 꽃가루가 꿀벌의 성장과 면역 활동에 매우 중요합니다."

    꿀벌의 면역에 중요한 꿀의 생산량이 이렇게 줄어든 이유는 뭘까.

    ▶ 꿀벌에게 가혹했던 이상기후

    꿀 생산량은 꿀벌이 꽃에서 꿀을 딸 수 있는 시간에 비례합니다.

    그 시간을 좌우하는 건 날씨.

    지난 2년 동안 꿀벌은 어떤 날씨를 겪었을까요.

    2020년 1월, 기상 역사상 가장 따뜻했습니다.

    2020년 4월, 관측 사상 가장 늦은 봄눈이 내렸고, 시속 100km의 강풍이 몰아쳤습니다.

    2020년 여름, 역대 가장 긴 장마철이 찾아왔습니다.

    2021년 1월, 영하 12도부터 영상 7도를 오가며
    역대 가장 큰 변동폭을 기록했습니다.

    2021년 4월, 중순 한파주의보 발효, 하지만 일주일 뒤 30도 가까이 올랐습니다.

    지난해 대부분 지역에서 발생한 이상고온, 그리고 이상저온 현상.

    그리고 꿀벌이 사라진 이번 겨울은 유난히 따뜻했습니다.

    꽃이 피지만 추운 봄, 따뜻하지만 꽃이 없는 겨울, 짧은 기간 급격하게 변하는 기온.

    최용수 / 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과 연구관
    "겨울인데 따뜻해지니까 꽃이 펴버리는 거죠. 나이 든 벌들이 나가서 일하다가 막상 나가보니까 춥고 그 바닥에 앉는 순간 이제 얼어서 더 이상 못 움직이고 못 돌아오는 거죠."

    이상 기후는 꿀벌이 유지해 온 삶의 시간표를 뒤흔들었고, 꿀을 먹지 못한 꿀벌은 변덕스러운 날씨를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 꿀벌, 양봉업 그리고 그다음은

    사라진 꿀벌, 양봉 업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꽃가루를 옮겨 열매를 맺게 하는 꿀벌.

    정철의 / 안동대 식물의학과 교수
    "만약 꿀벌들이 사라지게 되면 농작물들 생산이 크게 위협을 받겠죠. 특히 과일, 채소류 생산의 한 60% 정도가 화분 매개에 의한 생산입니다. 축산 분야도 있는데요, 소들이 먹는 사료 중 콩과 식물들의 번식과 생장에 화분 매개가 매우 중요합니다."

    벌의 역할은 우리의 식탁을 넘어섭니다.

    "(벌이 없으면) 야생 식물들이 종자 생산도 못 하고 번식의 위협을 받겠죠. 그다음 단계로 이어지는 생태계의 먹이사슬도 같이 봐야 해요. 종자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새들도 먹고살 것이 없어지는 거죠."

    지난 2년간, 꿀이 없어지며 벌이 사라졌습니다.

    수억 마리의 벌이 사라진 채 시작된 올해.

    도미노처럼 이다음에 사라질 것은 무엇일까요.

    취재·구성 조주연
    영상 취재 고광현
    영상 편집 한송희
    뉴스그래픽 김지현
    CG 강은지

    #꿀벌 #꿀벌_실종 #양봉 #이상기후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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