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전장연 출근길 시위 1년…장애인 이동권 개선은 '제자리 걸음'

정유림 기자

rim12@tbs.seoul.kr

2022-12-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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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진행하고 있는 이른바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가 지난 3일로 1년을 맞았습니다.

    전장연 측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국가가 장애인 이동권 등을 포함한 장애인 권리 예산을 보장해 달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1년 간 계속된 전장연의 출근길 시위를 두고 논란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시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은 전장연이 넘어야 할 큰 장애물입니다.

    장애인 시위와 관련된 온라인 기사에는 "아무리 집회나 시위라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 '참을 만큼 참았다"는 등의 의견이 줄줄이 쏟아집니다. "전장연이 왜 저런 시위를 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약자에게만 엄격한 정부"라는 댓글도 달리긴 하지만, 반대 의견에 묻히곤 하죠.

    그래서, TBS <모빌런들>팀이 알아봤습니다. 수도권 지하철을 타다 보면 엘리베이터도 많고 저상버스도 이제 거리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것 같은데, 과연 휠체어 이용자가 체감하는 불편은 무엇이 있는지 말입니다.

    교통약자 환승, 비장애인보다 최고 18배 더 길고 28배 더 걸려

    먼저 교통약자의 지하철 환승은 얼마나 어려울지 통계를 찾았습니다.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대학원 교통관리학과 정예원씨의 석사논문 '교통약자 측면 도시철도 환승역 환승보행 서비스수준 평가방법 연구'에 따르면, 교통약자의 지하철 환승이 비장애인에 비해 최고 18배 더 길고 최고 28배까지 더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체적으로 서울교통공사 운영 69개 환승역 중 44개역 58개 환승로를 조사한 결과, 건대입구역 일부 구간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교통약자 기준으로 환승 구간 길이가 1404m에 달해 비장애인 환승거리(77m)의 18배에 달했습니다.

    환승 시간의 경우에도 비장애인 환승소요시간(1분 4초)에 비해 교통약자는 30분으로 28배가 넘었습니다.

    이 논문은 지난 2018년 협동조합 무의가 200여명의 시민들과 함께 제작한 '서울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를 근거로 환승 난이도를 분석했습니다.

    [관련 링크] 서울지하철 교통약자 '휠체어 환승 지도' 보러가기

    이밖에 저상버스 보급률의 경우 2021년 말 기준으로 30.6%를 기록했고, 장애인 서울 콜택시의 경우 대기시간이 평균 약 32분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한국에서는 휠체어로 지하철, 버스, 택시 모두 빠르고 쉽게 타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단 하나뿐인 휠체어 고속버스 노선..."교통약자 시외이동권 막혀있어"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이 이동과 관련해 입을 모아 불편을 호소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버스를 타고 '시외로 이동'하는 일입니다.

    휠체어 사용자들이 시외·고속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이유는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2019년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휠체어 탑승 가능 고속버스 4개 노선 중 2022년 현재 유지되고 있는 노선은 서울~당진 구간 뿐입니다. 2019년 당시 서울에서 부산, 강릉, 전주, 당진 등 4개 노선에 10대로 시작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지난해부터 휠체어 탑승 가능 시외버스 도입지원을 위한 공모를 시행했으나, 참여한 업체는 전무한 상황입니다.

    휠체어 좌석 하나를 설치하면 우등버스 기준 3개, 일반 고속버스 기준 6개 일반 좌석 공간을 차지합니다. 휠체어 탑승 시범사업을 진행했던 고속버스 업체들은 "손실 부분에 대한 보전 없이는 지속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선 이미 낯설지 않은 '장애인 이동권 투쟁'

    이번 전장연의 출근길 시위로 장애인 이동권 투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크게 촉발됐지만, 해외에서는 이런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먼저,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7월 5일, 미 덴버 도심에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19명이 버스를 막아섰습니다. 이들이 요구한 것은 휠체어를 타고 버스를 탈 수 있도록 리프트를 설치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덴버에서 시작된 시위는 전국으로 확산됐습니다. 투쟁의 결과로 시내버스에 휠체어 보급이 늘어났고, 이후 1990년 미국장애인법(ADA)을 제정하는 단초가 됐습니다.

    영국에서도 1995년 장애인 교통수단 점거 시위가 있었습니다. “기차 운행을 방해한 당신을 소환한다. 다른 사람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경찰의 말에 장애인 시위자는 “나는 그런 불편을 평생 겪었다”고 답했습니다. 그해 영국은 장애인 차별금지법을 제정했습니다.

    아무튼, 전장연의 출근길 시위가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특수한 성격의 시위는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1년 1월 설을 맞아 역귀성한 노부부가 오이도역 장애인 수직리프트를 이용하다 승강기 케이블이 끊어져 추락하면서 한 사람은 사망, 한 사람은 크게 다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와 사회적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장애인 이동권, 다른 기본권과도 직결되는 '출발점'

    교통약자의 이동권 문제를 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당국의 제도 보완 의지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장애인 콜택시와 교통약자의 특별교통수단 보급률을 끌어올리려는 노력, 장기적으로는 모든 대중교통에 장애인이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협동조합 무의 홍윤희 이사장은 "교통약자의 이동권 문제를 풀 때 가장 중요한 해결책은 당연히 법과 예산에 있다. 그런데 해가 바뀌어도 왜 제자리걸음인지 들여다보면, 책임주체의 인식이 미흡해서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홍 이사장의 제언에 따르면 결국 이동권 문제를 풀 마지막 열쇠는,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편적 권리로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장애인 이동권은 누구나 누려야할 다른 기본권 문제와도 직결되는 출발점이자 기본"임을 시민사회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면, 실타래처럼 얽힌 이 난제를 조금이나마 풀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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