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인싸랑] '천국의 문을 여는' 과학자 리사 랜들을 만나다

백창은 기자

bce@tbs.seoul.kr

2022-07-15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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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론 물리학자 리사 랜들

    백창은> <싸바나> 구독자들에게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리사 랜들> 안녕하세요. 과학을 사랑하는 구독자분들을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오늘 여러분께 제가 현재 연구하고 있는 내용과 과학 전반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고 저도 배워가는 시간이 되면 좋겠네요.

    백창은> 이론 물리학이라는 연구를 하고 계신데 대중에게는 생소할 것 같아요. 이론 물리학이 뭔가요?

    리사 랜들> 이론 물리학은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을 예측하는 학문입니다. 물리학자는 실험을 하는 실험 물리학자와 저처럼 공식을 찾아내는 이론 물리학자, 두 가지 부류로 나뉩니다. 이론 물리학에서는 관찰한 것들을 정리해 그 기저에 있는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어떤 법칙에 따라 우리가 사는 우주가 움직이는지, 그리고 그런 법칙들을 실험할 방법을 찾아보기도 합니다.

    리사 랜들> 어렸을 때는 제가 이론 물리학을 연구할 것이라는 생각을 아예 하지 못했어요. 유명한 과학자들의 이름도 잘 알지 못했고 제가 그런 일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변호사가 될 것으로 생각했죠. 고등학교에 가서야 처음으로 물리학 시험을 보고 성적을 받았고, 그렇게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습니다. 일단 물리학에 입문하고 나니 앞으로 한동안은 이걸 하겠구나 싶었죠. 물리학이 어떻게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는지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 저는 세상에 영원히 남아있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물리학 이론 역시 시간이 지나면 바뀌기도 하죠. 어쨌든, 어렸을 때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고, 지금은 그렇게 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불확실한 문제에 대해 말이 되는 답을 내리는 일도 좋아하고요. 여러 문제를 연구하지만, 결국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합니다.

    ▶여분 차원이란?

    백창은> 선생님께서 랜들-선드럼 모델을 발표하시면서 전 세계 물리학자들의 주목을 받으셨는데 먼저 이 모델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개념을 여쭤보고 싶은데요. 여분 차원을 뭐라고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리사 랜들> 일반인들이 여분 차원의 개념을 이해하기는 까다로울 수 있습니다. 일단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세 개의 차원을 들여다봅시다. 우리는 세 개의 차원을 인지하고 있고, 그 방향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앞, 뒤, 양옆, 위, 아래로 움직일 수 있죠. 그리고 그 움직임을 좌표로 나타내 수치로 구체화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아는 위도, 경도, 고도입니다. 그런데 새로운 차원을 하나 더 가정해봅시다. 우리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숨겨진 차원이 있다고 생각해보는 거죠. 그 차원은 공간상에서 또 다른 방향을 나타냅니다. 그런 차원이 정말 있다고 가정하고 물리학자들은 그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더 노력합니다. 공간상에 우리가 알고 있는 차원 이외에 다른 차원이 있다는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중력 방정식에 따르면 우리가 직접 관찰할 수는 없어도, 다른 차원이 있으면 물체는 그곳에서 매우 빠르게 움직일 수 있고 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력이 매우 강한 곳이 있다고 해 보죠. 그런데 다른 차원이 있으면, 그곳과 아주 가까운, 바로 옆이라고 해도 중력이 매우 약할 수 있습니다. 빛과 연관 있는 광자가 존재하듯 중력과 연관 있는 중력자가 존재하는데, 이 중력자가 어느 특정 지역에 몰려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왜 중력이 다른 힘보다 약한지에 대한 이유입니다.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것은 특히 입자물리학자들에게‘계층 문제’라는 개념에 있어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백창은> 계층 문제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중력이 약한 것이 왜 계층 문제에서 중요할까요?

    리사 랜들> 만약 우리가 입자 과학자들의 주장처럼 양자역학, 특수상대성이론과 같은 법칙에 따라 생각한다면 중력은 매우 강해야 합니다.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중력은 다른 물리적 힘보다 훨씬 약합니다. 예를 들면, 조그마한 자석으로 종이용 클립을 땅에서 들어 올릴 수 있습니다. 그 자석이 지구 전체의 중력을 이기는 셈이죠. 계층 문제는 왜 지구의 중력이 작은 자석의 자력보다 약한가 하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물리학자들에게 그저 거슬리는 정도가 아닙니다. 너무나 모순적으로 느껴져서 거의 물리학 이론에 큰 오류가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이 현상을 잘 해석해 우리가 사는 세계의 원리를 밝혀내는 것이 물리학자의 몫입니다.

    ▶랜들-선드럼 모델이 증명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백창은> 랜들-선드럼 모델이 실험적으로 증명되기 위해서 어떤 게 필요한가요?

    리사 랜들> 최고의 방법은 여분 차원과 직접 연관이 있는 고에너지와 입자를 찾는 것입니다. 사실, 여태 우리는 그런 입자들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아직 발견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모델이 꼭 틀렸다고는 할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다른 버전의 모델이 존재할지도 모르죠. 만약 입자가 조금만 더 무거운 것이라면 에너지를 조금만 더 높여도 관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렵죠.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론을 증명할 정확하고 실험적인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 입자들을 관측할 수 없다면 그 이론이 틀렸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을 증명할 다른 방법도 있다는 것이 과학의 묘미인 거죠. 물론 지금으로서는 관측하는 방법이 가장 직접적인 방법입니다.

    리사 랜들> 라만 선드럼과 제가 처음 그 모델을 생각했을 때는 사실 다차원을 연구하려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당시 우리는 계층 문제에 대한 또 다른 해결책으로 여겨졌던 ‘초대칭’을 연구하고 있었죠. 초대칭 이론은 많은 사람이 옳다고 믿는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모형(초대칭 이론에 근거한 모형) 대부분이 실험 결과에 맞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었죠.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이론, 즉 다른 차원에 대한 이론을 만들어냈습니다. 입자를 다른 차원에 두기만 해도 계층 문제뿐 아니라 다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죠. 라만과 저는 이 모델을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을 거라며 농담했습니다. 그 과정과 엮인 문제들 자체가 우리가 그동안 완전히 다른 맥락에서 다뤄 왔던 수많은 문제와 엮여 있었기 때문이죠. 덕분에 우리는 (다른 차원에 입자를 두는 것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인식하고 알 수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우연인 셈입니다.

    ▶낯선 물리학, 대중과 계속 소통하는 이유는?

    백창은> 말씀해주신 여러 개념이 대중에게는 일상생활에서 와닿기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렇게 대중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계속하시잖아요. 이유가 있을까요?

    리사 랜들> 매우 좋은 질문입니다. 다른 과학책들을 읽으며 제가 느낀 것 중 하나는 그런 책들은 별로 읽고 싶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저는 과학 아이디어를 잘 설명하는 책을 좋아합니다. 때때로 설명하는 책들이 더욱 어렵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만 우리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있는 것은 중요합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사람들에게 과학은 마술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과학이 그저 아름답거나, 우리가 좋아해서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이 실제 실험을 통해 증명되는 사실을 중시한다는 점을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랐습니다. 물리학적 관점에서 봤을 때, 저는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싶었습니다. 오랜 시간 물리학에 몸을 담은 입장으로서 더 많은 청중에게 다가갈 수 있다면 좋은 일입니다. 만약 사람들이 물리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면 적절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백창은> 교수님의 책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사이언스북스 펴냄)를 읽었는데 말씀하신 그런 기회를 얻은 것 같아요. 개념에 대한 이해를 하고 좀 더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같아서 좋더라고요.

    리사 랜들> 일단 제 책을 읽다니, 고마워요. 그 책에서는 특히, 과학이 어떻게 발전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은 항상 과학에 대한 불신과 혼돈이 있는데, 특히 미국에서요. 어떤 사람들은 과학을 아예 믿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저는 과학자들이 어떤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지를 설명하고 싶었습니다. 또 어떤 문제에 대해 바로 해답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태도를 가지기를 원했습니다. 어떤 문제들은 바로 답이 나오지 않고 점점 발전해 나가기도 하니까요. 그것이 과학적인 사고방식입니다.

    ▶리사 랜들이 말하는 '과학적 사고'

    리사 랜들> 과학적인 사고에는 몇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적 발견을 하기 위해 중요한 태도 중 하나는, 당신이 내린 가정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라는 것입니다. 당신이 생각하기에 명백해 보이는 것은 그저 당신이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당신이 내린 가정 이외의 일을 고려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다차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마치 세상이 3차원인 것이 명백해 보이지만, 연구하다 보면 우리가 아직 보지 못한 숨겨진 차원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걸까요? 당신이 알든 모르든, 그것은 거기에 있습니다. 서로 다른 부분을 결합하기 위해 열심히 생각하는 게 필요합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모순을 고치려고 하는 태도도 중요합니다. 말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놓친 무언가가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안 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때도 있습니다. 당신의 훌륭한 아이디어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면, 그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아이디어가 될 수 없습니다. 그 사실을 받아들임을 통해 더 좋은 변화를 꾀할 수 있습니다. 포기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할 때가 있는 것이죠.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만, 제가 오랫동안 물리학을 연구하며 깨달은 것은, 당신이 포기한 내용이 미래에 도움이 될 때도 있다는 것입니다.

    백창은>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추가로 연구를 하신다거나 더 알고 싶으신 건 어떤 게 있으신가요?

    리사 랜들> 지금 몇 개 관심 있는 사안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우주론 즉, 어떻게 우주가 진화해왔는가를 더 잘 이해하고 싶습니다. 특히, 이 (랜들-선드럼) 모델이 맞고, 여분 차원이 정말 존재한다면, 어떻게 우리가 관측할 수 없는 우주인 다른 차원의 입자가 우리 세계의 질량이 되는지, 그 상전이 같은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알고 싶습니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그 현상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그것을 알아내는 방법은 무엇인지도 알고 싶습니다. 중력파의 원인일지도 모르는 이 현상을 좀 더 잘 이해해 보고 싶습니다.

    백창은> 저희가 공통 질문을 드리는 게 있어요. 10년 뒤 자신에게 한마디를 하는 건데 교수님 말씀을 듣다 보니까 10년 뒤라면 정말 이 모델이 실험적으로 검증됐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10년 뒤에 자신에게 한마디를 해주신다면 어떤 말씀을 하실 것 같으세요?

    리사 랜들> 매우 어려운 질문이네요. 일단 여분 차원의 역할을 물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양수 값을 가지는 우주의 에너지 밀도에 대해서도 지금보다 더 잘 이해하고 있다면 말이죠. 암흑 물질의 정체가 무엇인지도 궁금하네요. 중력의 영향이 관측되니까 그 안에 뭔가 있긴 할 것이기 때문이죠. 전반적으로 관측되지 않는 것들의 본질에는 어떤 원리가 있는지를, 아직 밝혀지지 않은 양자역학 법칙이 있다면 그것도 물어볼 것 같고. 역시 물어볼 만한 것이 많이 있네요.

    리사 랜들> 과학은 세상을 탐구하는 즐거운 방식입니다. 과학에 대한 영상을 본다든가, 미래와 관련된 과학에 대해 알아보세요. 어렸을 때 과학을 공부하지 않았다고 해서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관련 직업을 가지지 않더라도 어떤 것에 대한 관심은 언제나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저는 음악을 좋아하지만, 음악가가 될 필요는 없는 거죠. 과학자가 아닌 일반인들 역시 과학을 즐긴다면 좋을 것입니다.

    연출 맹혜림
    취재 백창은
    촬영 류지현 김용균 손승익
    CG 김진하
    뉴스그래픽 김지현 장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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