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인싸이드] 과학이 본 이태원 참사

조주연 기자

piseek@tbs.seoul.kr

2022-11-0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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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많은 희생자를 낳은 이태원 참사.

    대규모 인명피해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답변.

    하지만 이런 부류의 압사 사고는 처음이 아니고, 그 원인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도 있습니다.

    2010년, 독일 뒤스부르크에서 열린 음악 축제 러브 퍼레이드에서 21명이 사망하고 652명이 다쳤습니다.

    그로부터 1년 뒤, 메흐디 무사이드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연구원팀은 이 압사 사고의 원인으로 '군중난류‘를 지적합니다.

    군중난류(Crowd turbulence).

    보행자들이 일정한 흐름 없이 각자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입니다.

    우리는 걸어 다닐 때 주변을 살피며 보행 속도나 방향을 조절합니다.

    사람이 몰려 주위를 보기 어려울 땐 정해진 규칙을 따라 걷습니다.

    좌측 보행, 또는 우측 보행으로 말이죠.

    그런데 사람이 더 많이 모여 시야 확보도 되지 않고, 정해진 보행 규칙도 깨어진다면 사람들은 각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합니다.

    그 결과, 마치 흐르는 물과 같은 유체처럼 사람들이 한 덩어리가 되어서 불규칙적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이걸 바로 군중난류라고 부르는 것이죠.

    이런 군중 난류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였을 때 일어날까.

    군중 안전 전문가인 영국 서퍽 대학의 키스 스틸 (Keith Still) 교수는 1제곱미터당 4~5명이 마지노선이라고 설명합니다.

    그 이상이 되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각기 다른 방향의 힘에 휩쓸리는 사람들이 생겨납니다.

    의도치 않은 접촉과 밀침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공격성도 갖게 되죠.

    핼러윈을 앞둔 지난 주말, 참사가 일어난 이태원 일대에는 13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습니다.

    사고가 난 해밀턴 호텔 옆 골목 위쪽에는 식당과 주점이 모인 세계 음식 거리가 있고, 아래쪽에는 이태원역 1번 출구가 있습니다.

    위아래에서 몰려든 수천 명의 인파가 폭 4미터가 안 되는 좁은 골목에 갇혔고, 골목의 경사도는 약 6도에 달했습니다.

    누군가가 중심을 잃으면서 도미노처럼, 눈사태처럼 주변 사람들도 함께 엉켜 쓰러졌고, 그렇게 참사는 벌어졌습니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였고, 규제나 관리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지금 경찰은 앞사람을 고의로 밀어 사고를 일으킨 '누군가'를 찾고 있습니다.

    그 누군가가, 그 한 사람이 없었다면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까요?

    그런 식의 책임 추궁은 ‘과학적이지 않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견해입니다.

    취재·구성 조주연
    영상 취재 김용균 허경민
    영상 편집 김희애
    뉴스그래픽 홍해영
    CG 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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