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인싸랑] 북한 화산 용암의 위력! 지질학자와 함께 걷는 한탄강 주상절리길

백창은 기자

bce@tbs.seoul.kr

2022-11-1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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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지질학자와 함께 걷는 한탄강 주상절리길 시작!

    백창은>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저부터 나왔습니다. 이곳은 바로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인데요. 여기서 처음으로 걸으면서 <인싸랑>을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지질학자 박정웅 선생님과 함께 주상절리길 걸어보려고 합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박정웅> 안녕하세요.

    백창은> 일단 <인싸랑> 구독자 여러분께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박정웅> 안녕하세요. 박정웅입니다. 저는 지질학자인데요. 우리나라 전국에 있는 많은 지질 명소들을 찾아다니면서 거기에는 어떤 아름다운, 재밌는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소개하는 사람입니다.

    백창은> 감사합니다. 이렇게 말씀하셨지만 지질학계 핵인싸세요. 오늘 저희가 이 3㎞가 넘는 길을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다 보니까 저에게도 도전이고 우리 제작진에게도 도전인데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박정웅> 길이 평탄한 편이고 아름답기 때문에 별로 힘들지 않게, 힘든지 모르고 지나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백창은> 화이팅이라도 외치고 가볼까요?

    박정웅> 화이팅!

    백창은> 가보시죠.

    ▶ 지금 여러분은 1억 5,000만 년 전 암석을 보고 계십니다

    백창은> 선생님, 언제부터 지질학에 관심을 갖게 되셨어요?

    박정웅> 지질학을 처음 배운 게 대학교 2학년 때인데 그때는 별로 재미있는지 몰랐거든요. 그런데 점점 공부하면서 굉장히 재밌는 학문이라는 걸 알게 됐고 특히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과정, 그리고 교사가 돼서 답사를 다니고 선생님들과 공부하면서 지질학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백창은> 연구자로 남을 수도 있으셨는데 교육자의 길을 걷게 되신 계기가 있는 거예요?

    박정웅> 당시 연구자들은 많이 있었는데 지질학을 교육에 접목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어요. 제가 교육 현장에 있다 보니까 이걸 교육에 활용하다 보면 훨씬 더 재미있겠다. 그리고 어쩌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많겠다. 그런 생각을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잘했던 것 같아요.

    박정웅> 지금 여기 보면 큰 선이 이렇게 가 있잖아요. 틈 사이에. 이런 게 단층이거든요. 이걸 중심으로 해서 층이 움직인 것들이. 여기도 이렇게 줄무늬 모양의 것들이 많이 보이는데 이것들은 절리라고 해요. 이렇게 기둥 모양으로 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기둥 모양의 것은 우리가 현무암에서 보는 주상절리가 있고. 이런 것들은 판상절리. 판 모양이어서.

    박정웅> 그러니까 화강암에는 이와 같은 판상절리가 생기고 현무암에는 주상절리가.

    박정웅> 암석의 종류가 다르고 무늬의 구조가 다른 것들이 가로로 돼 있는 거죠. 나이는 이게 훨씬 오래된 것이거든요. 이건 한 1억 5,000만 년. 공룡시대의 땅속에서 만들어진 암석이고.

    백창은> 땅속에서 만들어졌다가 지금 이렇게 드러난 거예요?

    박정웅> 위에서 계속 깎여나가니까 올라오는 거예요. 그런 걸 지질학에서는 융기라고 해요. 융기된 암석이에요. 땅속에서 만들어진 암석이 지표면까지 드러난 암석.

    백창은> 그 1억 5,000만 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거네요.

    박정웅> 그러니까 1년에 한 1mm만 올라와도 계산해 보면 0.1mm쯤 되는데 0.1mm만 올라와도 얘가 만들어진 게 한 10㎞ 땅속이거든요. 10㎞ 땅속에서부터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는 거예요. 사람의 시간으로 보면 굉장히 긴 시간이지만 지질학적인 시간으로 보면 그렇게 길지 않다는 거죠.

    백창은> 짧은 거죠.

    박정웅> 보통 초등학교 아이들도 화강암하고 현무암을 배워요. 그 화강암과 현무암이 마그마로부터 만들어지는 암석이기는 한데 전혀 생김새가 다르잖아요. 색깔도 다르고 알갱이 크기도 다르고. 그리고 그런 것들이 어떤 환경에서 만들어졌을까를 알려주죠. 우리나라에서 많으니까. 지구상에서도 많아요. 화강암과 현무암이 많은데 여기 오면 그 많은 화성암 두 가지를 쉽게 볼 수 있다는 거죠.

    백창은> 그런데 진짜 보니까 엄청 깊게 선이 가 있네요.

    박정웅> 거기가 약한 틈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물이 풍화시키면 그 부분이 점점 깎여나가요. 그러니까 지금 절리면을 따라서 풍화가 진행 중에 있는 거예요. 그래서 사실은 절리면이나 이런 단층면은 굉장히 약한 곳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풍화가 진행되면 차별적인 침식이 일어나는 거죠. 저기가 차별적으로 더 많이 침식됐고 여기는 침식이 덜 된 모습이 단층면에서도 보이고 절리면에서도 보이고.

    박정웅> 저쪽에 보면 아래에 같은 종류의 암석이 절리가 되는 것이 계속 이어지잖아요. 더 가다 보면 다른 종류의 암석이 나올 거예요. 그 암석과 이 암석은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 보면 여기에 있는 담겨 있는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습니다.

    백창은> 이걸 잘 눈에 담아놨다가 이따 비교를 해봐야겠네요.

    박정웅> 맞습니다.

    백창은> 그런데 여기에 있는 거랑 저기에 있는 거랑 모습이 비슷해요.

    박정웅> 그러니까 같은 종류의 암석이 저기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거든요.

    백창은> 화강암인 거죠.

    박정웅> 네. 아주 오래된 중생대 화강암이 계속 이어지고 있고 아마 좀 더 내려가면 젊은 신생대 현무암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그래서 중생대 화강암과 신생대 현무암이 저기서 극적으로 만날지도 몰라요.

    ▶ 같은 암석인데 왜 색이 다를까?

    백창은> 선생님 궁금한 게 같은 암석인데도 여기는 색깔이 좀 더 밝은데 또 바로 윗부분은 어둡고. 왜 그런 거예요?

    박정웅> 일단 아래쪽 부분의 색깔이 밝은 이유는 저 암석이 지금 굉장히 깨끗해요. 계속해서 물이 흘러가면서, 자갈이 흘러가면서 깎아냈기 때문에 표면이 깨끗해요. 근데 위쪽은 색깔이 좀 짙은 회색으로 보이잖아요. 그건 풍화되어 나타난 면이거나 또는 생물들, 지의류들이 살면서 더럽혀진 것들이에요. 그래서 까맣게 보이는 것은 실제 암석 색이 아니에요. 거기에 생물들이 살고 있는 거예요.

    백창은> 그러면 원래는 저렇게 밝은 색이 원래 암석 색인 건가요?

    박정웅> 네. 저 아래쪽에 있는 밝은 색이 원래 색이고 여기서는 제일 뚜렷하게 보이는 게 나란한 모양의 줄무늬인데 이건 땅속에서 만들어진 화강암이 지표면에 노출되면서 압력이 줄어들게 되면, 누르는 힘이 줄어들게 되면 이게 터지거든요. 벌어지면서 만들어진 구조라서 그걸 판 모양으로 생긴 절리라고 해서 판상절리라고 해요. 우리가 현무암에서 볼 수 있는 주상절리는 기둥 모양이었잖아요. 그것하고 구분하기 위해서 판 모양으로 되어 있는 절리. 이런 말을 써요.

    백창은> 그러면 아주 오래전에는 물이 이쪽까지 차 있었는데 점점 (물이) 내려가면서 이게 모습을 드러낸 건가요?

    박정웅> 그렇습니다. 지금 계속해서 이 강은 아래로 점점 내려가는 중이기 때문에 저 중간 정도의 높이도 옛날에는 강이 흘렀던 곳이에요. 그래서 중간에 보면 모서리가 둥글둥글하게 보이는 부분들은.

    백창은> 뾰족한 게 없어요.

    박정웅> 강물이 이보다 더 높았을 때 강물이 흐르면서 침식 과정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고 지금은 거의 물이 저기까지 닿지 않지만, 홍수 때는 물이 저기까지 차기도 해요. 대부분은 지금처럼 이렇게 낮게 흐르고 있죠. 그래서 점점 아래쪽으로 가면 갈수록 풍화가 진행될 텐데. 중간에 보이는 것들은 옛날에 저기에 물이 흘렀을 때 강의 높이가 저 정도였을 때 만들어낸 것이라고 보면 돼요. 그러니까 여기에서도 변화 과정을 볼 수 있는 거죠. 점점 강은 깊어지고 있고 풍화는 점점 더 아래쪽으로 가면서 달라지고 있고.

    백창은> 이게 딱 저 돌을 보고 나서 다 이렇게 생각을 할 수 있는 것들이잖아요.

    박정웅> 그렇죠.

    백창은> 정말 신기하다. 이제 돌이 그냥 돌로 안 보이네요.

    박정웅> 조금 더 가면 이제 또 다른 모습의 암석을 만나게 될 거예요.

    백창은> 정말요? 빨리 가보시죠.

    ▶ 내 발밑에 현무암 있다

    백창은> 여기가 아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그곳이죠. 지금 보니까 돌 모양이 완전 바뀌었거든요. 저쪽이랑 완전 달라요. 이게 그럼 현무암인 건가요?

    박정웅> 그렇죠. 아까 우리가 올 때는 판상 절리가 보였고 색깔이 밝은 색이었잖아요. 여기 오니까 색깔이 확실히 어두워졌잖아요. 지금 저기에 집이 보이는데 거기까지 이 절벽을 보면 아주 어두운 색 암석으로 돼 있거든요. 여기서는 멀리 보이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구멍이 빵빵 뚫려있는, 숭숭 뚫려 있는 현무암이에요.

    백창은> 우리가 가장 잘 아는 그 돌하르방.

    박정웅> 네. 그래서 사람들이 여기 오면 ‘아니 제주도에 있는 현무암이 왜 여기 와 있지?’ 이런 얘기를 해요. 그 얘기는 여기에서도 화산 활동이 있었다. 그래서 당시에 지금 저렇게 줄무늬 모양을 하고 있는 화강암이 있는 곳에 용암이 흘러와서 쌓이다 보니까 어떤 곳은 두껍게 쌓이고 어떤 곳은 얇게 쌓여있는데 윗면은 나란하다. 그래서 그 낮은 곳을 채웠다. 이런 걸 알 수 있죠.

    백창은> 그러면 이게 아까 저희가 용암 대지에서 보고 왔던 그 화산 활동으로 생긴 현무암인 건가요?

    박정웅> 그렇습니다. 평강에서 흘러 내려온 것이 여기까지 와서 그 단면을 우리가 보고 있는 거죠.

    백창은> 너무 멋있네요.

    박정웅> 아마 좀 더 내려가면 현무암의 층들을 볼 수 있을 거예요.

    백창은> 알겠습니다.

    박정웅> 저기 절벽을 한번 볼까요? 저기 절벽에 있는 암석을 보면 그동안 우리가 봐왔던 거하고 좀 달라 보여요.

    백창은> 완전 색깔도 다르고 무늬도 다 다르네요.

    박정웅> 그렇죠. 아까는 좀 하얗고 수평절리가 있었는데 여기는 주상절리가 많이 보이고 색깔이 어둡죠. 그런데 저 물가에서부터 저 위에까지가 다 그렇거든요. 그리고 저 위에 보니까 평평해 보여요.

    백창은> 그냥 완전 자른 듯이 일직선이에요.

    박정웅> 그러니까요. 그렇다면 저건 현무암인데 현무암이 과거에는 어디까지 있었을까요? 지금 우리 앞에 지금 한탄강이 흐르잖아요. 네 여기에 현무암이 있었을까요? 그걸 설명해 주는 게 뭐냐 하면 바로 우리 뒤에 있네요. 이 암석이 보니까 현무암이네요.

    백창은> 이게 현무암이에요? 구멍이 뚫려 있으니까?

    박정웅> 그렇죠. 우리가 초등학교 때부터 배웠던 구멍이 많이 뚫려 있는 현무암. 제주도에 많다고 했었잖아요.

    백창은> 아니 근데 그거 원래 까맣고 구멍이 뚫려 있는 그런 거 아니에요? 색깔이 화강암 색깔인데 이것도 현무암인가요?

    박정웅> 이건 지금 표면에 이끼류들이나 지의류들이 자라서 그래요. 만약에 깨끗한 면을 보면 저 부분 보면 새까맣게 보이잖아요. 그러니까 까만 현무암이 있고 저 뒤에 있는 현무암과 이 강을 사이에 두고 여기도 현무암이 있잖아요. 그 얘기는 이 강에도 현무암이 있었다. 그런데 깎여나갔다. 그래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구멍이 많은 현무암이 여기서 그걸 증거로 보여주고 있어요. 그래서 이 현무암은 우리가 아까 봤던 것처럼 저 멀리서부터 흘러서 계속 내려가고 있던 중에 여기서 굳은 거죠.

    백창은> 그러면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자리에도 현무암이 다 덮여 있었다는 거잖아요.

    박정웅> 그렇습니다. 여기 현무암이 있던 자리입니다.

    백창은> 그런데 저기 보이는 거는 여기 있는 현무암에 비해서 구멍이 별로 안 보이는데 저것도 현무암인가요?

    박정웅> 그렇습니다. 현무암을 보면 아래쪽에 지금 구멍이 없는 부분에서 점점 구멍이 생기잖아요. 저 부분이 현무암의 경계 부분이에요. 현무암은 이렇게 하나의 층에서 봤을 때 아랫부분과 윗부분에는 구멍이 있고 가운데 부분에는 구멍이 없어요. 그 얘기는 뭐냐 하면 그 구멍들은 과거에 가스가 있었던 부분이거든요. 가스가 있던 부분인데 가운데 부분에 있는 가스는 위아래로 이동해 버렸기 때문에 없어요.

    백창은> 아 그래서 가운데에 있는 현무암은 구멍이 없는 현무암.

    ▶ 과거와 미래를 보는 열쇠, 지질학

    백창은> 선생님 지금 저희가 쭉 걸으면서 현무암, 화강암, 주상절리, 판상절리 엄청 다양한 것들을 보고 설명해 주셨는데 이것들을 쭉 연구해 오신 거예요?

    박정웅> 그런 것도 연구해왔고 연구 초기에는 공룡시대인 중생대 백악기 때의 암석을 주로 연구했어요. 공룡시대의 암석은 어떤 환경에서 살았을까. 공룡들이 살았던 환경, 이런 것들은 암석 속에 기록이 남거든요. 그래서 암석 속에는 그 당시 기후가 어땠다 여기가 호수 환경이었다. 강가였다. 또는 사막이었다. 이런 걸 알려줘요. 그런 것들을 주로 연구를 많이 했고 서울 근교에 있는 경기도 지역에는 굉장히 재미난 암석들이 있는데 지금 보신 것처럼 현무암을 중심으로 한 여러 가지 다양한 지형과 구조, 암석 이런 것들을 공부해 왔어요. 이런 걸 중심으로 학생들을 위한 자연학습장을 만들었던 거죠.

    백창은> 그럼 지금 거의 30년 가까이 지질학을 연구해 오신 건데 그 긴 시간 동안 느낀 지질학의 중요성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박정웅> 첫 번째는 제가 이런 자연학습장을 개발하고 여기에 사는 학생들이나 이곳에 사는 주민들이 우리 지역에 있는 지질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백창은> 내가 사는 곳이 어떤 곳인지.

    박정웅> 그걸 알게 되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고 내 지역에 대한 애향심이 생겨요. 학생들이랑 답사하다 보면 그런 얘기를 많이 해요. ‘선생님, 그런 곳인 줄 몰랐어요. 그런데 선생님 얘기를 들어보니까 우리 고장이 정말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러면 가르치면서도 자부심이 생기죠.

    백창은> 엄청 뿌듯하실 것 같아요.

    박정웅> 오늘은 참 제대로 밥값을 했구나.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 사실 지질공원이라고 하는 게 그런 배경에서 시작됐어요. 유럽에서 그 지역을 사람들이 많이 떠나게 되고 이 지역에서 우리나라도 시골 지역이 점점 소멸되는 곳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막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하다가 각 지역에 있는 중요한 자연유산을 살려보자. 그걸 활용해서 교육이나 관광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보면 지역에도 사람들이 많이 머물 수 있을 거고 일자리가 생기고 경제적으로도 나아지지 않겠나. 그런 과정에서 그 지질공원이 생겼거든요. 그래서 지금 오늘 우리가 걸어왔던 철원 같은 경우에도 굉장히 많은 사람을 만났잖아요. 이 전방 지역에 거의 수백만 명 내지는 1,0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얘기는 이 지역을 살려낼 수 있다.

    백창은>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는.

    박정웅> 그렇죠. 그래서 굉장히 소중한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백창은> 최근으로 따지면 12만 년 전부터 아주 오래전까지, 1억 5,000만 년 전까지 얘기해 주셨잖아요. 그렇게 지구의 역사를 살피면서 느끼시는 점이 남다르실 것 같아요.

    박정웅> 지구는 계속 변하죠. 그러니까 1억 5,000만 년 전이면 우리가 생각할 때는 굉장히 오래된 것처럼 느껴지죠. 그런데 그때가 공룡시대거든요. 그 공룡시대에 우리 지역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공룡시대가 지나고 나서 신생대 때 우리 주변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이런 것들을 암석이 보여주거든요. 그리고 50만 년 전에서 12만 년 사이에 우리 지역에 화산이 분화해서 용암이 흘렀다는 것을 알려주고. 그럼, 그 이후엔 어땠을까. 연천에 가면 고등학교 때 배웠던 전곡리 구석기 유적지가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보면 이 일대에도 구석기 시대에 사람들이 살았었다. 결국은 그 사람들이 우리의 선조일 텐데 그 사람들 이후로 우리가 어떻게 변해왔을까. 그래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현상들을 바탕으로 해서 과거도 이해할 수 있지만 지금의 기후 변화 같은 것들이 미래에는 또 어떻게 영향을 줄까.

    백창은> 미래까지 볼 수 있는.

    박정웅> 그걸 고민해 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거죠.

    ▶ "인생이었나 봐요"

    백창은> 선생님 드디어 저희가 이렇게 편하게 앉아서 인터뷰하게 됐는데 지금 3㎞ 정도를 걸어서 이곳에 왔습니다. 선생님 여기 몇 번째 오신 거예요?

    박정웅> 여기가 지금 개통된 지 1년 정도 됐거든요. 작년(2021년)에 개통된 직후에 한 번 오고 올해 들어 세 번째. 아마 오늘은 네 번째 여기 주상절리길을 걸었습니다.

    백창은> 그러면 이렇게 같은 곳도 여러 번 다니실 때가 많을 것 같은데 오실 때마다 소회가 좀 다르세요?

    박정웅> 못 보던 것들이 보여요.

    백창은> 예를 들면 오늘은 어떤 걸 보셨나요?

    박정웅> 암석 표면에 있는 여러 가지 구조들이 있잖아요. 또는 물줄기들이 있는데 지난번에 왔을 때는 못 보던 것이 이번에 보인다거나 그런 경우들이 많아요. 그런데 전체적인 풍경으로 보면 눈 덮인 한탄강. 그게 좀 더 인상적이었지 않았나 싶어요.

    백창은> 겨울에.

    박정웅> 그리고 푸른 여름의 모습도 좋은데 지금은 가을이 조금 깊어져서 그런지 낙엽들이 단풍을 지나서 마르는 듯해서 약간의 아쉬움은 있어요.

    백창은> 그러면 이번 <인싸랑> 보시는 분들은 이거 보고 겨울에 오시면 엄청 좋은 풍경을 보실 수 있겠네요.

    박정웅> 겨울에는 특히 물 위를 걸을 수 있고. 또는 얼음 위를 걸을 수 있는 얼음 트래킹이 있으니까 그때 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백창은> 알겠습니다. 꼭 명심하시고요. 이렇게 현장 답사를 학생들과 굉장히 많이 다니시는 걸로 유명하시잖아요. 학생들한테 현장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면서 알려주고 싶은 지질학의 매력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박정웅> 교과서에 있는 그림이나 사진으로는 도저히 가슴에 와 닿지 않아요. 그리고 얘기를 해도 그렇게 별로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는데 현장에 나와서 직접 관찰하고 거기에 담겨 있는 얘기를 주고받고. 또 의문점이 생기면 선생님한테 묻고 얘기하다 보면 ‘나도 어쩌면 자연을 대상으로 연구하는 과학자일지도 몰라’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사실은 주니어 과학자인 거죠. 우리가 대단한 과학자만 과학자가 아니고 학생들도 작은 것들을 관찰할 수 있고 토론할 수 있고 알아볼 수 있으면 충분히 과학자가 되는 거죠. 과학자 연습하는 겁니다.

    백창은> 저도 개인적으로 제가 정말 지구과학을 잘 못 했었는데 오늘 보니까 지금까지 현무암이라고는 돌하르방만 생각했지, 그렇게 다양한 현무암이 있다고는 생각을 못했는데. 개인적으로 반성하고 앞으로는 좀 더 공부하고 알아가야겠다고 다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희가 공통 질문이 있어요. 선생님 항상 10년 뒤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지 여쭙고 있거든요. 어떤 말씀해 주고 싶으세요?

    박정웅> 아마 제가 10년 뒤에도 지금처럼 살 것 같아요. 잘 살아왔다. 그리고 네가 하는 일이 우리 공동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10년 뒤에도.

    백창은> 하실 것 같은데요. 그리고 오늘도 여기 올라오시면서 유일하게 숨이 안 차신 분이 선생님이셨어요. 제가 봤을 때는 지질학자 하려면 너무 제약이 많아요. 신체적인 제약이. 제가 오늘 느꼈습니다. 멀미도 하면 안 되고. 높은데 무서워하면 안 되고. 그리고 또 일단 체력이 좋아야 해요. 일단 좀 많이 몇 ㎞씩 걸을 수 있는 관절이 좀 좋아야 하고. 모든 걸 갖추신 것 같아요.

    박정웅> 다니다 보니까. 다행히 건강이 괜찮아서 잘 맞아요. 저하고는.

    백창은> 알겠습니다. 선생님 저희 마지막 질문 드리고 끝내겠습니다. 나에게 지질학은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릴게요.

    박정웅> 인생이었나 봐요. 인생이에요. 지난 30~40년 동안을 지질학과 함께 정말 재미있게 살았어요. 그래서 앞으로 남아있는 제 인생도 지금처럼 재미있게 살 수 있을 것 같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백창은> 지금 선생님 뒤에 노을이랑 선생님 멘트가. 심금을 울리는. 오늘 긴 시간 이렇게 함께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또 앞으로도 지질학을 널리 알리시는 데 좋은 역할을 기대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정웅> 감사합니다.

    취재·구성 백창은
    촬영 차지원 김용균 고광현 손승익
    뉴스그래픽 김지현
    CG 이슬
    연출 맹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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