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인싸_이드] '친환경' 플라스틱의 두 얼굴

이은성 기자

lstar00@tbs.seoul.kr

2022-12-2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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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환경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플라스틱 비닐’

    환경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비닐봉지’

    1959년 스웨덴의 공학자 스텐 구스타프 툴린은 종이봉투를 만들기 위해 나무들이 무수히 베어지는 모습을 보며 가벼우면서 오래, 재사용이 가능한 ‘비닐봉지’를 발명했습니다.

    하지만 비닐봉지는 툴린의 의도와는 달리 ‘일회용’ 제품으로 사용되면서 수십 년간 썩지 않고 땅속에 묻혀 있습니다.

    비닐봉지의 원료는 석유계 원료를 사용해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고분자 화합물 ‘플라스틱’

    강한 내구성에 가볍고 생산 비용까지 저렴한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 불립니다.

    ▶ 바이오 플라스틱은 포스트 플라스틱 시대의 답이 될까?

    하지만 썩지 않는 비닐, 플라스틱은 자연과 인간을 위협하고…

    유엔(UN) 회원국은 오는 2024년까지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국제협약을 만들기로 합의합니다.

    협약에는 플라스틱의 생산·사용·소비 등 전 생애주기 차원에서 오염을 방지하는 방안이 담길 예정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좀 더 친환경적인 ‘바이오 플라스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원료와 분해도 등에 따라 ‘생분해성 플라스틱’과 ‘바이오매스 플라스틱’으로 구분됩니다.

    ▶ 생분해성 플라스틱

    우선 생분해성 플라스틱.

    보통 옥수수나 사탕수수와 같은 식물성 원료를 사용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이름 그대로 자연에서 스스로 분해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힙니다.

    이에 더해 환경 호르몬과 미세 플라스틱 문제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대부분의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 생산 업체의 설명입니다.

    그렇다면, ‘친환경’을 내세우며 이미 비닐봉지부터 포장지, 컵, 빨대, 용기 등 다양한 제품으로 활용되고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정말 자연으로 돌아갈까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현재 생분해 환경표지 인증 기준(EL724)은 58℃ 이상, 6개월 안에, 90% 이상 분해되는 조건이지만 국내의 자연토양에서 이 조건을 충족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100% 생분해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인터뷰】 서영태 과장/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보통 국민은 생분해하면 대부분 바깥에 내놓으면 또는 흙에 묻히면 당연히 분해되겠지, 하고 기대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 인증 나가 있는 것은 이런 조건에 맞는, 퇴비화 시설에 넣었을 때 분해가 되는 거죠.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완전히 상용화되는 것으로 검증되지 못했습니다. 그런 조건을 현실화하기 위한 인증 조건 개선 노력이 진행 중입니다."

    【인터뷰】 배재근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환경공학과
    "10여 년 전에는 생분해에 대한 개념이 없었어요. 그냥 전분과 플라스틱을 50% 섞어서 자연환경에서 썩으면 생분해다. 이렇게 얘길 했는데...최근에 많이 요구되는 사항은 100% 생분해되는 소재, 그런 소재에 한해서 생분해 인증을 주고 있는 단계입니다. 국제적으로는."

    국내 환경에서는 ‘생분해’라는 장점이 적용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인터뷰】 허승은 팀장/녹색연합 녹색사회팀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2030년부터는 전국이 직매립이 금지가 됩니다. 생분해 플라스틱 장점이 땅에서 썩는 것(인데) (2030년부터는) 직매립을 통해 썩을 수 없는 조건입니다. 별도의 재활용 체계나 퇴비화 구축을 위해 마련이 되야 되는데…"

    ▶ 바이오매스 플라스틱

    그렇다면 일반 플라스틱과 혼입해 재활용이 가능한 ‘바이오매스 플라스틱’은 어떨까?

    ‘바이오매스 플라스틱’은 기존 석유계 플라스틱에 식물 유래 원료를 20% 이상 섞어 자연에 해가 덜 되면서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생분해든 바이오든, 결국 본질적인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입니다.

    다만, 기존 석유계 유래 플라스틱에 비해 갖는 장점은 분명하기 때문에 최대한 적재적소에 이용할 필요는 있습니다.

    【인터뷰】 배재근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환경공학과
    "만약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생분해 소재로 쓰면 퇴비화하는 과정 중에 완전히 분해가 되기 때문에 자연 환경계에 영향을 안 준다는 거죠. 이런 것처럼 자연 환경계에 환원되는 소재에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쓸 수 있게끔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싱크】 노영섭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이런 고분자를 쓰게 되면 몇 개월에서 수년 이내 분해되는 시스템이고 이 경우는 반월상 연골도 생분해성 고분자고 분해가 되면서 인체조직이 재생되도록 유도를 하는 건데 의료용 쪽으로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산업적으로도 고부가가치의 산업으로 연결될 수 있는 고분자들과 플라스틱 제품이라고..."

    ▶ 진정한 탈(脫)플라스틱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친환경’의 얼굴을 하고는 있지만 결국 플라스틱은 플라스틱일 뿐.

    무엇보다 바이오 플라스틱이 ‘친환경’으로 인식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인터뷰】 김미화 이사장/자원순환연대
    "플라스틱이 친환경적인 건 없잖아요. 바이오, 말 그대로 식물계 10~20%를 섞고, 화학계 플라스틱을 7~80% 이상을 섞어가지고 믹싱해서 사용하는 것들이 올바른 친환경 플라스틱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죠."

    【인터뷰】 허승은 팀장/녹색연합 녹색사회팀
    "재질이 무엇이냐는 크게 의미가 없을 수 없습니다‘한번 쓰고 버리는 물량을 더 많이 생산해 내고 버려지게 되는 게 과연 적절한가’라는 의문들이 있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플라스틱 자체를 생산하지 않는 것.

    【인터뷰】 서영태 과장/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플라스틱은 재질에 관계없이 사용하지 않는 게 제일 낫고요. 사용한다고 하면 수거해서 재활용하는 것이 그 다음이고요. 거기에 인증 조건에 맞춘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 그게 세 번째 정도 되겠습니다.”

    【인터뷰】 배재근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환경공학과
    "플라스틱은 자연환경으로 들어가 버리면 이건 종말이에요. 어디선가 땅속에서 열화가 되고 분해가 되고 미세 플라스틱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 내에 있기 때문에..."

    환경부는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하는 국제사회의 흐름에 맞춰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재생 원료 산업 육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전 주기 탈플라스틱 대책’을 내놨습니다.

    이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폐플라스틱 발생량을 21년 대비 20% 감축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서울시에서도 제로 웨이스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로 카페, 다회용컵, 다회용기 사업 등을 시작했습니다.

    ▶ 세계 각국의 플라스틱 퇴출 해법은?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00년에서 2019년 2배 증가해 총 4억 6,000만 톤에 이르고, 같은 기간 동안 플라스틱 폐기물 역시 2배 이상 증가한 총 3억 5,300만 톤으로 조사됐습니다.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 절반은 OECD 국가에서 발생했고, 재활용된 플라스틱 폐기물은 단 9%에 불과했습니다.

    플라스틱 문제가 전 지구적 재앙이 된 지금 세계 각국은 플라스틱 퇴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과 전쟁’을 선포한 영국은 2020년부터 플라스틱 빨대와 접시 등에 대한 사용을 금지하고 올해(2022년) 4월부터는 플라스틱 포장세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플라스틱 포장 감축을 강제하는 법안이 통과됐고, 캐나다는 일회용 봉투와 수저 빨대 등의 제조와 수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부터 포장재 플라스틱 폐기물에 1kg당 0.8유로를 부과하는 플라스틱세를 시행 중입니다.

    프랑스는 올해(2022년)부터 일부 식품에 대해 비닐 포장을 금지했고 독일은 2025년까지 일회용 페트병에 재생 원료 25% 사용을 의무화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20년부터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각종 정책을 발 빠르게 내놨지만,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면서 속도가 나지 않는 모습입니다.

    이런 가운데 당초 지난달(2022년 1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일회용품 사용 규제는 1년의 계도 기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정선화/환경부 자원순환국장
    "비닐봉투,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종이컵 사용금지에 대해서는 참여형 계도 기간을 운영합니다. 참여형 계도는 단순히 단속만 하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사업장 등이 감량 캠페인 참여를 독려하고 지원함으로써 자율 감량을 유도하는 적극적인 조치입니다.”

    전문가들은 지금 시점에서는 분명한 정책 방향이 요구된다고 입을 모읍니다.

    【인터뷰】 배재근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환경공학과
    "대안 설정이 중요하거든요. 예를 들면 커피 빨대를 규제하겠다. 그럼, 빨대를 대신할 소재가 나와야 하거든요. 최근에는 종이 빨대가 나오고 있고. 규제함으로써 다른 소재가 나올 수 있는 여지가 있거든요. 그래서 일정한 정도의 규제는 신속히 해나갈 필요성이 있다."

    【인터뷰】 허승은 팀장/녹색연합 녹색사회팀 "배달 3사가 앱 기본값을 변경했습니다. 그 결과 일회용 수저를 안 받는 사람이 약 15%에서 70%까지 늘었고요. 개수로 환산하니까 한 달에 6,500만 개 수저를 절감했다고 확인이 됐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본다면 기업이 어떤 시스템을 만들었냐, 제도가 어떤 방향으로 가느냐가 중요한데 그 부분이 잘 마련이 되면 시민들은 언제나 실천하고 시행할 수 있다는 게 단편적으로 확인이 됩니다."

    불편함을 감수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도 필수입니다.

    2016년 기준 한국인은 플라스틱 배출량이 1인당 연간 88㎏으로 미국과 영국에 이어 3번째로 많았습니다.

    【인터뷰】 김미화 이사장/자원순환연대
    "일회용품은 약간 불편하긴 하지만 지금 현재 환경 피해 속도를 봐서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되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또 재활용품은 깨끗하게 분리 배출하면 선별 과정에서도 비용이 적게 들고 물질 재활용이 여러 번 가능한 만큼 조금 더 세심한 분리 수거도 요구됩니다.

    미래세대에게 진정한 친환경 사회를 물려주는 것은 이제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포스트 플라스틱 시대, 우리가 직접 실천해서 만들어 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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