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인싸_리서치] 장내 세균은 나만의 헬스 트레이너

이은성 기자

lstar00@tbs.seoul.kr

2022-12-2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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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해 결심 중 1위는 ‘운동’

    항상 올해만은 꼭! 운동을 열심히 하겠다며 거창한 계획을 세워보지만 연말이면 초라해지는 내 모습...

    하지만 그건 당신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박테리아, 정확히 말하면 장내 미생물 탓일 수도 있습니다.

    2022년 12월 14일 <네이처>에 실린 연구를 보면,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진이 쥐들의 달리기 행태를 분석해 특정한 장내 미생물이 운동 욕구를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1) 장내 미생물이 소화기관의 신경을 자극하고 (2) 신경망을 통해 연결된 뇌의 보상 관련 영역에 영향을 미쳐 (3) 결과적으로 쥐의 운동 욕구를 자극했다는 것이죠.

    장과 뇌 사이의 경로를 확인한 건데요.

    실험 결과를 보면 어떤 쥐들은 쳇바퀴에서 48시간 동안 30㎞ 이상을 달렸고, 어떤 쥐들은 거의 달리지 않았습니다.

    이들의 운동량은 5배 이상이나 차이가 났는데요.

    사람도 똑같습니다.

    누군가는 운동 중독이 될 만큼 운동에 빠지는가 하면 또 누군가는 숨 쉬는 것도 운동이라며 몸을 움직이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죠.

    이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운동을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의 차이는 ‘유전’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닌 장내 미생물의 존재 여부라는 겁니다.

    장내 미생물 중에서는 특히 유박테리움 렉탈레(Eubacterium rectale), 코프로코쿠스 에우텍투스(Coprococcus eutactus) 두 종류의 박테리아가 쥐의 운동에 밀접한 영향을 미쳤는데요.

    이 박테리아들은 척추를 통해 뇌와 연결된 장내 감각 신경의 수용체를 자극하는 지방산 아미드(FAA)라는 대사산물을 만들어 내고, 지방산 아미드는 장내 감각 신경계에서 우리 몸의 천연 대마 성분 엔도카나비노이드(endocannabinoid)를 받아들이는 CB1 수용체를 활성화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수용체의 자극은 운동할 때 뇌에서 동기 부여와 보상에 관여하는 뇌의 복측 선조체(ventral striatum) 영역에서 도파민을 증가시킵니다.

    실제 특정 장내 미생물을 가진 쥐는 운동할 때 도파민이 더 많이 나오고, 이는 다시 운동을 더 하려는 욕구를 강화하고 운동 능력도 향상시켰는데요.

    운동을 많이 하는 쥐는 운동을 하다 쾌감을 느끼는 이른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도 더 많이 경험했습니다.

    반대로 쥐에게 항생제를 투여해 장내 미생물을 없앴더니, 유전적 차이와는 관계없이 쥐들의 운동량도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또 지방산 아미드를 인위적으로 주입하거나 장내 미생물을 없앤 쥐의 소화기관에 지방산 아미드를 만드는 박테리아군을 이식하면 운동과 관련된 도파민 활동이 회복되고 운동 능력도 좋아졌다고 합니다.

    운동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장내 미생물의 역할이 확인된 셈이죠.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진은 이번 쥐 실험 결과를 토대로 인간에게 운동 욕구를 샘솟게 하는 장과 뇌 경로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한 추가 연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이 장내 미생물 알약이 개발된다면 몸짱 되기 목표, 좀 더 쉽게 이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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