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인싸랑] 과학기술 속에 사회가 숨어 있다

백창은 기자

bce@tbs.seoul.kr

2023-01-04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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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기술학이란?

    현재환> 안녕하세요. 저는 부산대학교에서 과학기술학을 가르치고 있는 현재환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백창은> 감사합니다. 먼저 과학기술학, 저희 <인싸랑>에서 한 번도 다뤄보지 않았던 분야거든요. 그래서 과학기술학이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현재환> 과학기술학이라는 건요.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간학제 분야, 학제간 분야 이런 이야기를 하잖아요. 그런 종류의 대표적인 학제간 분야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저처럼 역사학을 기반으로 한 사람이나 혹은 철학, 문학도 가끔 있고. 최근에는 여성학, 정책학 이런 다양한 분야에서 복합적인 관점으로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연구하는 분야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다양한 분야들의 특징 중 하나는 단순히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과학기술을 살피는 게 아니고 실제로 몇몇 선생님들은 오히려 이공계 느낌의 연구도 하시거든요. 중요한 것은 이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어떻게 좀 더 잘 이해하고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킬까하는 공통의 관심 속에서 이뤄지는 융합 학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환> 한국인 게놈 최초 해독. 이런 얘기가 대학교 4학년 때쯤 나왔던 것 같아요. 2009년쯤? 그래서 한민족 염기서열이 곧 다 해독될 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제가 한창 역사학과 수업을 들었을 때 나오는 얘기는 민족은 상상의 공동체이고 민족이라는 것은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발명품이고 허구적인 개념이다. 이런 얘기를 하니까 둘이 얘기하는 게 너무 다른 거예요. 생물학과 수업을 들을 때도 ‘선생님 한민족 게놈 해독이라고 할 때 한민족이 도대체 어떻게 정의가 되는 거예요?’ 이런 걸 여쭤보기도 하고 인문학을 하는 선생님들한테 ‘민족이 구성물이라면 어떻게 저 과학자들은 한민족 유전체를 해독해요? 어디에 한민족이 있어요?’ 양쪽 다 시원하게 대답을 못 해주시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것들을 질문하기 위해서는 이런 질문의 문제의식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줬던 과학기술학이라는 분야를 더 공부해야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고 결국 과학기술학을 전공하게 됐고 저는 지금도 그때 그 선택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그 주제가 제 박사학위 논문 주제가 되기도 했고요.

    ▶사회는 어떻게 과학기술에 영향을 줄까?

    백창은>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라고 말씀을 해 주셨는데 과학기술이 사회에 영향을 준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 분들이 없으실 것 같아요. 그런데 반대로 과학기술도 사회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에서는 그게 맞는지 의아해하실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현재환> 그게 사실은 항상 과학기술학이라는 이야기를 할 때 특히 과학 전공을 하는 선생님들한테 오해를 받는 부분인 것 같긴 해요. 사실 뭐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구요. 대표적인 사례로 우리가 지금도 성호르몬이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그리고 이런 것들이 발견된 시기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인데 그 당시에는 계속해서 여성적인 호르몬이라든가 남성적인 생리학적 물질들을 찾고 있었고 실제로 테스토스테론이랑 에스트로겐을 처음 발견했을 때는 이런 것들이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남성 호르몬, 여성 호르몬이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또 결국 계속 연구를 하다 보니까 잘 아시는 것처럼 남성에게도 에스트로겐이 있고 여성에게도 테스토스테론이 있거든요. 이러면서 과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일어납니다. 성호르몬이라는 말이 적절하지 않다. 우리가 성호르몬이라는 말 대신에 중립적인 용어를 이용해야 한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그냥 이런 것을 다 스테로이드라고 불러야 한다. 이런 이야기도 했는데 생식 문제에 관심이 많은 생물학자들이 계속해서 성호르몬이라는 개념을 사용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남성과 여성을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는 게 그 이후 현대 사회에서도 일반적인 관점이었기 때문에 성호르몬이라는 용어가 오늘날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게 어떻게 보면 가장 대표적인, 사회 속에서 과학이 만들어진다는 것에 대한 한 가지 사례일 수 있을 것 같고요. 또 하나 더 얘기를 해도 될까요?

    백창은> 당연하죠.

    현재환> 한 가지 더 관련된 것은 제가 연구하는 것과 연관이 되는데 인종이라는 개념과 연관이 돼요. Race라는 단어. 1945년 이후에 나치 대학살 같은 일들이 벌어졌잖아요. 우생학이나 인종 위생 같은 잘못된 과학적 인종주의 때문에 많은 유전학자와 인류학자들. 특히 미국의 유전학자와 인류학자들이 race라는 개념을 없애버리려고 정말 노력을 많이 해요. 미국의 인구총조사 같은 것을 보면 히스패닉. 이런 종류의 인종 분류가 들어있어요. 그러니까 결국은 일반인이 다시 이런 방식으로 자신을 생각하거든요. 나는 히스패닉이다. 혹은 나는 백인이다. 나는 아시아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종 개념이 다시 들어오게 되는 거예요. 이런 것들은 결국 특히 미국에서는 미국이 여전히 인종 사회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배제하는 일이 과학에서 불가능해지는 거죠. 이런 것들 역시 과학이 사회 속에서 만들어지거나 사회와 상호작용한다는 것의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현재환> 1980년대 같은 경우에는 과학의 권위가 워낙 강력하고 많은 사람이 과학적으로 이야기하면 모두 믿는 시대였기 때문에 초기 과학기술학자 세대들은 과학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권위, 문화적인 권위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그때는 과학 지식이라는 게 결국 사회적 문맥 속에서 만들어진다. 이런 지점들을 많이 강조했던 것 같고요. 2000년대 이후로 우리 시대에 중요해지는 문제 중 하나는 결국 1980년대와는 반대로 과학에 대한 뭐랄까요. 그 권위를 지나치게 무시해야 한다고 할지 아니면 부인한다고 해야 할지. 일종의 부인주의가 큰 문제인 것 같거든요. 우리 시대를 탈진실의 시대라고 이야기하잖아요. 예를 들어서 기후변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거나 코로나19 백신의 효과는 없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과학 부인주의가 오늘날의 문제여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은 우리에게 중요하다는 것이 과학기술학자들이 최근에 계속해서 던지고 있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혼혈아'에 대한 과학기술학자의 시선

    백창은> 그러면 그런 것 관련해서 최근에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시나요?

    현재환> 제가 방금 이야기한 주제와 관련해서 하고 있는 연구는 얇은 단행본을 준비 중인데요. 1950~1960년대에는 주한미군 남성과 한국인 여성 사이에 나온 혼혈아에 대한 많은 우생학 연구가 있었고요. 그 당시 실제로 과학자들이 한 걱정 중 하나가 혼혈아가 많아지면 혼혈아가 갖고 있는 잘못된 유전병(도 늘어나는 것 아닌가). 혼혈아가 일반 순수 한국인의 순혈을 해치는 거 아니냐. 그때는 워낙 민족주의가 강하던 시절이니까 그런 얘기도 있고 1990년대 이후로 와서는 한국 사회에서 눈에 띄게 등장하는 주체들이 이주 노동자와 결혼 이민 여성들인데 예를 들어서 한국에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2000년대 초중반부터 경찰과 법의학자, 법학자가 고민하기 시작해요. ‘다문화 사회가 되어가면서 외국인 범죄가 증가하는데 이런 다문화 범죄를 어떻게 관리하지?’ 다문화 범죄를 관리할 방안으로 아시아 이주 노동자들이 많이 오잖아요. 이런 아시아 이주 노동자들의 민족성을 판별할 유전자 검사를 발전시켜요. 이런 것들도 어떻게 보면 동남아시아인들이 범죄를 저지른다는 가정 속에서 이뤄지는 과학 연구인 거죠.

    백창은> 너무 편견 아닌가요?

    현재환>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특히 법의학, 유전학의 역사 부분은 결국 그 사회가 특정한 집단에 대해서 갖고 있는 범죄에 대한 편견을 항상 반영하고 이게 잘 고쳐지지가 않는데 한국에서도 그게 동일하게 나타난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최근에는 이런 인종 과학의 역사 끝부분에 해당하는 게 결국 결혼 이민자 여성과 그의 자녀들, 다문화 가정 아동에 대한 연구인데. 이런 연구를 보면 2000년대 초중반에 결혼 이민자 여성들을 한국의 인구 문제랑 연결을 시켜서, 저출산 위기와 연결을 시켜서 한국인 출생과 관련된 사람들로만 생각하니까 주로 생식 연구가 주도적으로 이뤄져요. 수많은 건강 문제가 있는데 계속 모자 보건 문제로만 이뤄지고 또 다른 하나는 유독 한국의 보건복지부에서 나오는 용역 과제나 과학자들이 하는 많은 연구가 다문화 가정의 청소년들이 얼마나 한국인과 다를까. 진짜 한국인과 얼마나 다를까. 이런 연구를 정말 많이 해요.

    백창은> 차이점에 집중하는.

    현재환> 그렇죠. 예를 들어서 G6PD라는 유전자가 있어요. 그 유전자의 결핍 빈도가 동남아시아인과 아프리카인 집단에서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게 이미 과학적 연구로 알려져 있긴 한데. 이게 만약 결핍인 경우에는 특정 말라리아 치료제가 있는데 그 말라리아 치료제를 먹었을 때 용혈성 빈혈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거든요. 꽤 높아요. 그래서 꽤 위험하긴 한데. 그래서 결국 지금 복지 사업이라고 하는 것 중에서 대표적인 사업 중 하나가 바로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 사이에서 G6PD 결핍이 얼마나 있는지 검사하는 거예요. 사실 우리가 얼마나 많이 말라리아 치료제를 인생에서 먹어보겠어요? 의도가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목적이 이미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이 우리가 알고 있는 순혈 한국인과는 좀 다른. 그래서 동남아시아 출신 사람들의 유전적인 구조를 더 많이 닮아 있을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연구를 계속 진행하는 거죠. 우리가 이런 식의 배제주의적인 다문화 과학이 아니라 보다 포섭적이고 포용적인 다문화 과학을 발전시켜야 한국의 다문화 사회나 최근에 이민 담론 같은 것들도 같이 변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할까 생각 중입니다.

    백창은> 벌써 이렇게 완결성이 있는데요?

    현재환> 오늘 한 번 시험해 봤어요. 말이 되나 안 되나. 되는 것 같네요.

    백창은> 그럼 이거 그대로 저희 방송 나가면 연구에 활용하시면 됩니다.

    현재환> 맞습니다.

    ▶사회 속에서 만들어지는 과학

    백창은> 왜 사람들의 인식이 그렇게 쉽게 자정되지 않는 걸까요?

    현재환> 그게 여러 가지 이유나 맥락이 있겠죠. 과학기술학의 관점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과학이 사회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예를 들어서 아까 성호르몬 얘기처럼 과학자들이 연구할 때 무의식적으로 그 사회가 가정하고 있는, 문제가 될 수 있는 가정을 갖고 와서 연구하는지 누가 천천히 살펴봐주고 이런 것들을 우리가 고쳐야 해요. 우리가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좀 다시 생각해 봐야 해요. 여기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인문학 연구나 사회과학 연구가 있어요. 이런 것들을 얘기를 해줄 수 있는 일종의 뭐랄까요. 소통 매개자 같은 학자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마 과학기술학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겠죠. 저희가 전문가로서 특정한 분야에서 성장할 때 시간이 없잖아요. 자기 분야의 연구에 집중하고. 연구윤리라든가 생명윤리 규범 같은 것들은 정해져 있으니까 준수하면 된다고 다들 생각하시니까 다른 부분들은 과학자들이 생각하기 조금 어려웠잖아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옆에서 이야기를 같이 해줄 과학기술학자들이 더 많아지고 간학제적인 대화가 더 많아지면 상황이 더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백창은> 우리나라에는 그런 대화의 장이 마련돼 있나요?

    현재환> 안타깝게 아직은 좀 없는 것 같아요. 특히 제가 하는 분야도 그렇고. 학계 이야기이긴 한데 저희가 한국연구재단에서 연구비를 신청할 때 융합형 공동 연구 지원 사업 이런 게 있어요. 그래서 이공계 사람이랑 인문계 사람이 같이 지원하면 연구비도 많이 받고 선정될 확률도 높습니다. 어떻게 보면 국가에서도 학제 간 대화를 장려하기 위한 것들을 많이 하지만 실제로 현실에서는 그렇게 연구비를 받아도 공동 연구를 긴밀하게 하기보다는 각자가 다른 연구를 하는 게 현실이라서. 그리고 그런 것들은 많은 경우에 과학과 인문학이라는 아주 큰 두 스펙트럼을 매개할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들어요. 그래서 과학기술학자가 좀 더 많아져야 한다.

    백창은> 교수님 같은 과학기술학자가 많아져야 한다.

    현재환> 그게 제 생각입니다.

    현재환> 과학기술을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더 좋게 만들어 나갈 것이고 돌봐 나갈 것인지 사유할 때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는 학문이 과학기술학이라고 생각하고요. 현대 사회에서 배제와 차별의 과학이 여전히 종종 일어나고 있는데 그런 것들을 해결해 줄 만한 과학기술학자들이 더 많아져야 하는데 그런 과학기술학자가 되기를 여러분들이 소망해주셨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과학기술학자의 고충?

    백창은> 이 얘기 나온 김에 한 가지 더 여쭤보면 지금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굉장히 과학적이기도 하지만 인문학적인 느낌도 들면서 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든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래서 과학기술학자들의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재환> 맞습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이런 학제 간 분야를 하는 사람들의 숙명일 것 같아요. 결국 정체성의 문제거든요. 학자적으로. 넌 누구냐는 질문이 언제나 들어와요. 과학자분들이랑 대화를 할 때는 ‘과학에 대해서 내용을 알고 있는 것 같지만 결국 넌 역사학자 아니냐.’ ‘네가 실험실에서 연구를 해서 석사 학위 논문을 써본 적이 있어?’ 이런 종류의 불만이 있고. 또 반대로 역사학이나 철학하는 선생님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선생님들이 보기에는 ‘그래. 그런 얘기들도 흥미롭긴 한데 결국 너는 과학자라서 과학을 좋아하는구나.’ ‘친과학주의적이고 과학을 비판할 생각이 없네.’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거죠. 그런 정체성 문제가 사실 정말 어려운 지점이고. <인싸랑>도 처음에 저한테 연락을 주셨을 때 저는 ‘과학자가 아닌데 내가 이곳에 감히 출연해도 될까?’ 걱정을 하기도 했던 게 바로 이런 거예요. 과학기술학이라는 분야의 학제성과 여기에 종사하는 학자들의 다양한 정체성들.

    백창은> 그런데 오히려 말씀을 들으니까 저는 <인싸랑>에 더 필요한 분이 아니신가. 왜냐하면 저희가 하는 일이 쉽게 말하면 과학의 대중화, 대중의 과학화지만 그렇게 연결하려면 과학적인 기본 지식이 있으신 분들뿐 아니라 역사적인 맥락이나 인문학적인 말씀을 해주시는 분들도 분명히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환> 그럼 저야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

    백창은> 2023년 새해를 여는 첫 방송으로 너무 적합하신 분입니다.

    현재환> 제가 첫 방송이라는 얘기를 듣고 너무 부담이 돼서. 막 긴장해 있는 게 많이 보이실 텐데.

    백창은> 지금도 긴장하고 계세요?

    현재환> 지금 좀 나아졌어요. 아까 처음에는 카메라를 어디를 봐야 할지.

    백창은> 너무 잘해주고 계십니다.

    현재환> 알겠습니다.

    현재환> 인류세 시대를 살아나가는데 사실은 과학이 없으면 불가능하거든요. 지금 우리가 얼마나 지구를 파괴하고 있는지. 산림을 우리가 얼마나 많이 파괴하고 얼마나 많은 생물 다양성 손실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과학의 도움이 없이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과학이 정말 중요한 나침반 같은 존재인데. 인류세 시대를 살아나가고 최대한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중요한 건데. 또 다른 한편으로는 실제로 1980~1990년대에 제기되어 왔던 많은 문제. 저도 문제의식을 갖고 말씀드렸던 사회에서의 소수자들과 비인간들이 배제돼 왔는데 그런 존재들을 더 많이 포용하고 포섭할 수 있는 일종의 돌봄의 과학이 많이 필요하거든요.

    ▶'돌봄'의 과학

    백창은> 앞으로 더 하고 싶은 연구가 있으시다면 어떤 연구를 하고 싶으세요?

    현재환> 결국 유전학이라는 게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많이 연구가 됐거든요. 그리고 두 나라의 과학자들이 협력을 하면서요.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과 일본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연구했던 유전학 연구가 한국과 일본의 민족 정체성, 한민족이나 일본인 같은 민족 정체성과 어떻게 연루되면서 발전해 왔는지 이런 것들에 대해 계속 논문을 써왔는데 이걸 영문 단행본으로 발전시키려고 해요.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자연환경 보전이라는 문제가 있으면 자연환경 보전에 대한 과학과 제도, 정책 같은 것이 당시 한국에서, 특히 제가 보는 관점은 냉전이라는 사회적 맥락 속에서 국제관계나 외교와 같은 사회적 문제와 연루가 되면서 어떻게 성장했나. 지금 후속 연구를 하고 있고요. 마지막으로는 아까 말씀드렸던 마스크 파노라마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초기에 연구했던 외국인 연구자들과 연을 끊지 않고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그래서 한국뿐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마스크를 매개로 동아시아의 과학과 의료 문화 그리고 아시아 사회라고 해야 할까요? 아시아 사회의 관계가 형성되어 왔는지 공동 연구로서 살펴보는 일을 하고 있고요.

    백창은> 10년 뒤에 나오시면 이렇게 진행하신 연구를 말씀해주실 수 있는 건가요?

    현재환> 10년 뒤에 그 세 개가 다 나왔으면 좋겠네요. 좋은 연구들이 나와 있기를.

    백창은> 기대하겠습니다. 저희가 공통 질문이 있어요. 10년 뒤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하고 끝내고 있거든요. 어떤 말씀을 해주고 싶으세요?

    현재환> 그거는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 혹시 다른 선생님들은 어떻게 말씀하셨어요?

    백창은> 건강 챙겨라. 이런 경고의 말씀을 날리신 분도 계셨고 아니면 그때 좀 부지런하게 살지. 좀 타박하는 말씀을 하신 분도 계셨어요.

    현재환> 그런 이야기 들으니까 제가 지금까지 얼마나 재미없는 얘기를 많이 했는지 알겠는데요.

    백창은> 아니에요. 너무 재밌었습니다.

    현재환> 그래요? 저희 분야에 최근 젊은 연구자 선생님들. 여성학이나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관심이 많은 젊은 연구자 분들이 책을 냈어요. <겸손한 목격자들>이라는 책을 냈는데. 저도 10년 뒤에 과학자들의 활동을 계속 겸손하게 목격하고 성실하게 기록하는 그런 사람으로 남아 있으면 좋겠네요.

    현재환> 과학기술이 나아가는 방향이 어떠하고 과학기술 연구 실천에서 우리가 고쳐나가야 할 어떤 지점들이 있는지 그런 것들이 중요하기 때문에 저한테 과학기술은 돌봄의 과학기술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끊임없이 돌봐야 하는 존재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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