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월뉴공] '1% 책임' 우리가 왜 다 잃어야 하나?

안미연 기자

meeyeon.ahn@tbs.seoul.kr

2022-07-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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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동 취재] 안미연, 정혜련, 최형주 기자

    안미연 기자:
    지구 가열로 인한 기상 이변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순 없지만, 사회적 안전망이나 재난·재해에 대비할 자원이 부족한 나라와 그 지역 사회에 미치는 피해는 더 클 수밖에 없겠죠.

    최형주 기자:
    하지만, 기후위기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는 선진국과 부유한 나라에서 배출되는 양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온실가스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이산화탄소는 주로 석탄·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의 연소에서 배출되는데요.

    거의 모든 건축물에 사용되는 콘크리트의 재료인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도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죠.


    정혜련 기자:
    글로벌 통계 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1750년에서 2020년 사이 화석연료와 시멘트에서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나라는 미국, 중국, 러시아, 독일 순으로 이어졌는데요.

    미국과 영국, 유럽 선진국의 상당수는 지난 200년 동안 산업화를 이루면서 온실가스를 배출해왔습니다.

    역사적 배출량으로 볼 때 미국이 압도적 1위라면, 2006년 미국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중국이 현재 이산화탄소 최대 배출국이죠.

    안미연 기자:
    결국 일부 부유국의 온실가스 배출이 전 세계에 기후위기를 초래한 셈인데 상대적으로 피해가 더 큰 개발도상국 입장에서는 억울할 것 같습니다.

    【 인터뷰 】리즈 벤틀리 / 영국 왕립 기상학회장
    "개발도상국이 온실가스 배출로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적습니다. 그에 반해 기후변화로부터 받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매우 크죠.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보다 훨씬 더 큰 피해를 겪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주요 배출국과 (그로 인한 기후위기로부터)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국가 사이 분명한 불균형이 존재합니다."

    최형주 기자:
    실제 국제 기후위기 분석·연구 기관 'World Weather Attribution'(세계기상기구)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는 인도와 파키스탄 내 폭염 발생 가능성이 온실가스 방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19세기 이후 지금까지 최소 30배 더 높아졌다는 내용이 담겼는데요.

    【 인터뷰 】록시 매튜 콜 / 인도 열대기상연구소 기후학자
    "제가 보유한 1900년대 일일 온도 자료만 봐도 확연히 드러나는데요. 인도 북서부와 파키스탄 지역에서 이런 폭염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확실히 볼 수 있습니다."

    【 인터뷰 】미르티윤자 모하 파트라 / 인도 기상청장
    "우리의 기후변화 예측을 보자면, IPCC의 기후변화 예측 시나리오에도 나온 바인데요. 온도 상승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폭염의 빈도와 지속되는 기간도 향후 수년간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최형주 기자:
    국경을 접한 인도와 파키스탄에서는 통상 5월 말부터 시작되던 폭염이 올해는 지난 3월부터 일찍 시작돼 주민들이 기록적인 고온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 인서트 】시칸다르 미얀 / 인도 건설 노동자
    "이런 무더위 속에 병이 날 수 밖에 없어요. 뜨거운 태양 아래 우리 모두는 찜통더위 속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탈이 나거나 병원에 가야 할 상황이 발생하죠."


    정혜련 기자:
    지구가 가열되기 이전 3000분의 1 확률에서 현재 100분의 1까지 증가한 한 해 이같은 극심한 폭염이 발생할 확률, 만약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상승한다면 5분의 1까지 증가하게 될 거라고 과학자들은 경고했습니다.

    안미연 기자:
    극한 폭염이 무서운 건 열사병과 심장마비를 유발하는 등 인체를 극한 상황으로 몰아갈 수 있기 때문인데요.

    【 인터뷰 】록시 매튜 콜 / 인도 열대기상연구소 기후학자
    "공식적인 수치는 아니지만 (폭염의 영향으로)
    100명 정도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90명에서 100명의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 인터뷰 】크리슈나 아츄타라오 / 인도델리공과대 대기과학 교수
    "온도만큼이나 문제인 것은 습도입니다. 무더위가 더 심화하면서 폭염은 기존보다 훨씬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을텐데요. 이는 사람은 물론 동물과 생태계를 더 극한 상황에 놓이게 할 겁니다."

    최형주 기자:
    사람이 생리적으로 견딜 수 있는 한계치는 습구 온도 섭씨 35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습구온도(wet bulb temperature)

    온도와 습도를 모두 반영한 온도

    이 한계치에 이르면 땀을 배출해 체내 온도를 조절하는 게 불가능해지고 끝내 사망에 이르게 되는데요. 기저 질환자의 경우, 그 한계치는 더 내려갑니다.



    정혜련 기자:

    상당수의 남아시아 지역이 습구 온도 35도 도달 위험에 놓인 가운데, 이미 그 한계치에 도달한 일부 지역도 있는데요. 그곳의 한계치 도달 발생 빈도는 1979년 이후 현재, 두 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인터뷰 】빌 헤어 / 기후 과학자, 클라이밋 애널리틱스 대표
    "세계 곳곳에서 극심한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위험도는 커질 겁니다. 특히 남아시아와 그 주변 지역은 사람이 살기 힘든 환경이 될 텐데요. 한 번 생각해보세요. 2060년대에 이르렀을 때 인체가 생리적으로 견딜 수 없는 더위에 수억 명이 노출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걸요."

    【 인터뷰 】미르티윤자 모하 파트라 / 인도 기상청장
    "다양한 종류의 영향이 곳곳에서 나타날 겁니다. 사망률과 질병률에 영향이 미치는 것은 물론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농업, 식수, 자원, 가축 그 외에 많은 부문에도 그 영향이 미칠 겁니다."

    정혜련 기자:
    과학자들은 지구의 온도 상승이 지금 추세대로 이어진다면 2100년에는 멕시코 일부, 미국 동남부의 일부 지역까지 습구 온도가 한계치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안미연 기자: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곳, 또 있습니다. 삶의 터전이 바다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섬나라인데요.

    【 인터뷰 】프란시스 퓰러 / 소도국가연합 기후대응 자문관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기후위기는 작은 섬나라에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야말로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죠. 하룻밤 사이, 단 한 번의 허리케인으로 나라 GDP 전체가 사라져 버립니다."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태평양 섬나라들은 국가 존립의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죠.

    최형주 기자:
    마셜 제도와 투발루 등 저지대 섬나라는 해수면 상승으로 물속에 잠겨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험에 처했고, 피지와 바누아투 등은 나날이 맹위를 더해가는 태풍과 홍수로 혹독한 피해를 겪고 있는데요.

    정혜련 기자: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의 경우, 해수면 상승으로 현재 만조 때가 되면 수도 지역의 40%가 물에 잠긴다고 하는데요. 금세기 말이면 나라 전체가 물에 잠길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수몰도 걱정이지만
    바닷물의 잦은 범람으로 농작물 수확은 불가능해졌고 해수 담수화 시설까지 역부족한 상황에서 식수와 식량의 안정적 공급도 당장 위협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 인터뷰 】프란시스 퓰러 / 소도국가연합 기후대응 자문관
    "모든 섬나라가 여러 면에서 위험에 처해 있는데요. 모두 다른 취약성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마셜 제도와 같은 태평양의 산호섬 국가와 카리브해의 바하마처럼 연안의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어업과 관광업에 의존하고 있는 나라들이 정말 큰 위협을 받고 있죠."

    안미연 기자:
    해수면 상승을 포함한 극단적인 기후변화의 결과로 나라를 떠나야만 하는 기후 난민도 계속 증가하고 있죠.



    최형주 기자: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2008년 이후 홍수, 폭풍, 산불, 극한 기온 현상 등으로 강제 이주한 사람들의 수는 연 평균 2,150만 명에 달하고, 2050년까지 그 수는 전 세계 12억 명까지 늘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정혜련 기자:
    이런 기후위기 문제 이면에 숨겨진 불평등은 사망률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닌데요.

    2030년에서 2050년 사이 기후변화가 연간 25만 명의 추가 사망자를 발생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WHO), 현 추세를 기준으로 이번 세기 내 기후변화는 저소득 국가의 사망률을 십만 명당 106.7명 증가시키는 반면, 고소득 국가의 사망률은 4분의 1 수준인 십만 명당 25.1명을 증가시킬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안미연 기자:
    이렇듯 기후위기의 피해는 그 원인이 되는 국가보다는 지리적으로 더 취약한 위치에 있는 국가와 개도국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최형주 기자:
    작은 섬나라와 개발도상국이 1850년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가 채 되지 않습니다.

    이에 최근 IPCC가 발표한 보고서에는 지구 가열의 불평등과 기후 정의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는데요.

    정혜련 기자:
    해당 보고서는 여전히 대부분의 국가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기후위기 대응 노력이 충분치 않음을 우려하며 기후위기가 가장 취약한 지역에 미치는 불균형적인 영향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죠.

    【 인터뷰 】크리슈나 아츄타라오 / 인도델리공과대 대기과학 교수
    "이미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해온 선진국은 탄소 배출을 대폭 절감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가졌습니다. 그와 더불어 탄소 배출을 대폭 감소해야 할 더 큰 책임도 갖고 있죠. 반면, 개발도상국은 아직까지 개발이 필요한 상황인데요. 기후위기에 적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가난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인 만큼 개발도상국에는 (추가적) 탄소 배출을 통한 가난에서 벗어날 시간이 좀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안미연 기자:
    어떤 이들은 전 지구적 문제인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을 어느 한 나라나 기업에 묻기는 어렵다며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것 자체가 소용없는 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재 기후위기의 원인은 물론, 결과에도 불평등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죠.

    【 인터뷰 】프란시스 퓰러 / 소도국가연합 기후대응 자문관
    "방글라데시나 앤티가 바부다에 한국이나 미국과 같은 수준의 (기후)목표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선진국은) 보다 더 많은 역량을 갖췄고, (온실가스 배출에 있어) 더 큰 역사적 책임이 있으므로 보다 더 빨리, 그리고 많이 행동해야 합니다."

    【 인터뷰 】크리슈나 아츄타라오 / 인도델리공과대 대기과학 교수
    "국제사회 기후변화 대응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체결된 1992년 리우회의 당시부터 공통된 원칙하에 책임은 차별화됐습니다. 기후위기가 더 악화하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공통된, 그러나 동등하지 않은 차별화된 책임이죠."

    안미연 기자:
    작년(2021년) 11월, 영국 글라스고에서 열렸던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이상기후로 피해를 본 개도국에 대한 선진국들의 보상 여부와, 보상을 해야 한다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였죠.

    【 인서트 】티나 스테지 / 마셜 제도 환경특사 (2021년 11월)
    "이번 회의 이후 자긍심을 갖고 귀국할 수 있기를 바랬지만, 희망이 멀어지는 것을 보니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 인서트 】리 화이트 / 가봉 환경부 장관 (2021년 11월)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 예측되는 자금 조달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유감스럽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봉은 많은 실망을 겪어 왔습니다."

    최형주 기자:
    당시 선진국들은 기금을 조성해 보상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는데요.

    정혜련 기자:
    하지만, 이후 지난달(6월) 독일 본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회의에선 기후 피해 보상을 둘러싼 2주간의 논의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반대로 타협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미르티윤자 모하파트라 (Mrutyunjay Mohapatra)
    - 인도 기상청장

    △리즈 벤틀리 (Liz Bentley)
    -영국 왕립기상학회 회장
    -前영국 레딩대 기상학 교수
    -前영국 국방부 항공 예보 전문가
    -前BBC 기상 센터 책임자

    △ 빌 헤어 (Bill Hare)
    -클라이밋 애널리틱스 설립자, 대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4차 보고서 주저자, 노벨상 수상
    -교토의정서(1997), 파리기후변화협약(2015) 등 국제 기후 협약 참여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 리더
    -호주 머독 대학교 에너지공학 교수



    △크리슈나 아츄타라오 (Krishna Achutarao)
    -인도델리공과대학교 대기과학과 교수
    -인도델리공과대학교 대기과학센터장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 주저자

    △ 록시 매튜 콜 (Roxy Mathew Koll)
    -인도 열대기상연구소(IIT) 기후학자
    -인도태평양 지역전문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해양 및 지구 빙권 평가보고서 주저자

    △ 프란시스 퓰러 (Frances Fuller)
    -앤티가 바부다 태생
    -카리브해 국가 기후위기 대응 전략 전문가
    -소도국가연합 (Alliance of Small Island States, AOSIS) 기후 대응 자문관
    -클라이밋 애널리틱스 기후연구소 소장
    -前유엔 기후변화협약사무국 사무총장 특별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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