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월뉴공] 세계는 '주 32시간' vs. 한국은 '주 69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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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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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1,396시간
    인생의 ⅓을 차지하는 근로 시간
    이를 줄이되 월급은 그대로?

    【 현장음 】CNBC 앵커
    "전 세계적으로 주 5일에서 주 4일 근무제가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 현장음 】BBC 앵커
    "오늘 세계 최대 규모의 주 4일제 실험이 진행됩니다."

    【 현장음 】CBS 앵커
    "주 4일 근무는 더 많은 미국 근로자들에게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세계적 추세 '주 4일제'
    우리도 가능할까?



    영국 런던의 한 홍보대행사.

    최대 구인난에도 입사 지원자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 현장음 】사만타 루지 / 유니티 대표이사
    "직원 채용이 정말 어려웠는데 지금은 지원자로 넘쳐납니다."

    비결이 뭘까요?

    바로 직원들이 불금이 아닌 불목(불타는 목요일)을 즐길 수 있는 근무 조건 때문입니다.

    유니티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 실험'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해당 실험은 지난 6월부터 6개월간 비영리 단체 '주 4일 글로벌'과 미국 보스턴 칼리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등이 함께 진행했습니다.

    【 인터뷰 】앤드류 반스 / '주 4일 글로벌' 창립자
    "사람의 업무 생산성은 실제로 하루 3시간밖에 안 된다는 영국 경제학자들의 연구 기사를 접하게 됐습니다. 사실 '워라밸'보다는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주 4일제' 시도는) 시작됐죠."

    여기엔 유니티를 비롯해 영국 내 작은 식당, 은행, 투자회사, 병원 등 70여 개 기업의 3,300명이 넘는 근로자가 참여했습니다.




    핵심은 근로자들이 생산성을 유지한다는 전제 조건하에 임금 삭감 없이 근무 시간을 80%로 단축하는 겁니다.

    참여 기업은 이달(12월) 중으로 생산성, 성평등, 삶의 질 등에 나타나는 변화를 분석해 '주 4일제' 지속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요.

    긍정적인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실험에 참여한 기업의 매출은 이전과 비교해 평균 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근로자의 스트레스와 번아웃이 줄어든데 반해 생산성은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죠.



    【 인터뷰 】앤드류 반스 / '주 4일 글로벌' 창립자
    "직원들의 건강, 행복도, 생산성이 유지되거나 향상됐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습니다. '주 4일제'에 대한 반감 없이 이와 유사한 결과는 미국, 캐나다, 아일랜드에서도 나오고 있고요. 내년(2023년)에는 주 4일 근무가 더 많이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부터 긍정적인 효과가 나왔던 것은 아닙니다.

    업무 스케줄이 달라지면서 실험 초기, 시행 착오도 있었는데요.

    【 현장음 】사만타 루지 / 주 4일제 실험 참가기업, 유니티 대표이사
    "(도입 초반에) 업무 기한을 놓치는 일도 있었습니다. 직원들간 서로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지 못했던 거죠.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른 거지? 라며 걱정했습니다."

    '주 4일제' 이행 초기 혼란을 겪으며 찾은 방법은 회의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내부 회의는 5분 이내, 고객과의 회의는 30분 이내로 제한했는데요.

    이와 더불어 업무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신호등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빨간불은 '방해금지', 노란불은 '바쁘지만 대화할 시간은 있음', 그리고 초록불은 '상관없다'라는 표시인데요.

    근무 시간은 짧아졌지만 업무 몰입도를 높임으로써 하루를 더 쉴 수 있게 된 직원들의 만족도는 결과적으로 높아졌습니다.

    【 현장음 】주 4일 근로자
    "이런 ('신호등 제도' 같은) 업무의 변화가 생겼지만, 훨씬 만족스럽습니다. 쉬는 날엔 친구를 만날 수 있고요. 가족, 친구를 위한 여유가 생긴 느낌입니다."

    【 인터뷰 】마리아 콜도위츠 / 영국 노팅엄대 조직행동학 부교수
    "현재까지 직원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죠. 휴일을 더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손실보다는 긍정적인 경제적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이처럼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워라밸'에 대한 욕구는 높아지고, 구인난은 심화하는 상황에서 '주 4일제' 도입을 추진하는 기업의 수는 증가하고 있는데요.

    세계 각국 정부도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먼저 중동의 아랍에미리트가 주 4.5일, 주 36시간 근무제를 세계 최초로 도입해 시행 중입니다.

    올해(2022년) 초, 유럽에선 벨기에가 유럽연합(EU)국 중 최초로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를 법제화해 지난달(1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 현장음 】알렉산더 드크루 / 벨기에 총리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더 탄력적으로 일하고 있고, 일과 삶의 병행에 있어 보다 나은 근무 방법으로 노동시장은 변했습니다. 실제 이런 새 업무 방식에 맞춰 노동법도 변할 필요가 있고요."

    이 같은 추세는 북미에서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데요.

    미국 내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 의회 역시 지난해(2021년) '주 4일, 32시간 근무제'를 의무화 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 현장음 】마크 타카노 / 미국 캘리포니아 하원의원
    "제가 발의한 법안은 공정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주 40시간을 32시간으로 변경하는 것입니다. 주 40시간이 아닌 32시간 이상 일했을 때 초과 근무 수당을 지급한다는 것이죠."

    장시간 노동에 따른 과로로 인한 사망자가 많기로 유명한 일본도 지난해(2021년) '주 4일제' 추진을 공식화했는데요.

    이 같은 움직임은 마이크로소프트 일본 지사의 '주 4일제' 도입 이후 2,300여 명 직원의 생산성이 무려 40%나 증가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습니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주 4일제' 도입의 움직임은 내수 경제 활성화와 인재 유치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포스트 코로나'의 준비라는 분석입니다.

    【 인터뷰 】앤드류 반스 / '주 4일제 글로벌' 창립자
    "세계 각국은 인재 유치를 위해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재고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죠. 이제 '주 4일제'는 기업을 넘어 국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고려해야 하는 정책인 겁니다."

    하지만 시기상조라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특히 근로 시간이 중요한 식당, 카페, 상점이나 근로 시간이 곧 생산량으로 이어지는 제조업의 경우, '주 4일제' 시행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죠.

    【 현장음 】간시오 황 / 싱가포르 인적자원부 장관
    "서로 다른 산업과 역할은 필요한 사항이 달라서 획일적인 유연 방식을 적용할 수가 없습니다. '주 4일제'는 일부 기업과 직업군에는 성공적이었지만 일부는 그렇지 못합니다."

    【 현장음 】알렉시 보이드 / 호주 소상공인 협회
    "소매업체와 이야기해보면 좀 어려운 문제죠. 고객의 요구는 충족해야 하고 직원과의 관계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전문직 서비스 산업의 경우는 '주 4일제'를 쉽게 협상할 수 있을 겁니다."

    돌이켜보면 과거 '주 5일제' 도입 시기에도 이 같은 논란은 있었는데요.

    '주 4일제' 찬성 진영은 기술을 통한 업무 환경 개선으로 현재의 생산성은 향상됐다고 강조합니다.

    【 인터뷰 】앤드류 반스 / '주 4일 글로벌' 창립자
    "파나소닉도 전자제품 회사인데 '주 4일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스페인에서 운영되고 있는 '주 4일제'의 대부분은 식당이죠. 핵심은 1920~30년대에 개발된 반복적인 제조업에 적용된 주 5일 업무 방식을 중단하는 겁니다. (이 방식을) 21세기에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생각해봐야죠."

    그렇다면 세계에서 근로시간이 가장 긴 나라로 꼽히는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요?



    최근 국내에서도 '주 4일제' 또는 '주 4.5일제'를 시행하고 있는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알렉스 수정 김 방 / '쇼터: 하루 4시간만 일하는 시대가 온다' 저자
    "한국에서 '주 4일제'를 매우 성공적으로 도입해 시범 운영하는 기업이 여러 있죠. 특히 세브란스 병원 간호사들은 주 32시간 근무를 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래 일하는 것이 더는 미덕이 아니라 효율성이 중시되는 겁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중소기업은 경영 여건상 '주 4일제'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인데요.

    오히려 기본 근로 주 40시간에 연장 근로 12시간을 더한 '주 52시간제'의 유연화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이번 주 공개된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안 최종 권고문은 이에 힘을 실어 주고 있죠.

    【 현장음 】윤석열 / 대통령 (지난 15일 국정과제점검회의)
    "주 52시간제에 더 탄력적 운용을 30인 이하 사업장에서 할 수 있도록 추진을 하고..."


    이에 노동계에서는 한국이 '야근 공화국'으로 후퇴한다는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단순히 근로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근로자의 삶의 질에 중점을 둔 다양한 근무 형태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 인터뷰 】브래드포드 벨 / 미국 코넬대 인사조직전략 교수
    "고용주에게 핵심은 경계 안에서 직원 개인의 선호도에 맞게 일하는 방식을 만들어줄 수 있는 유연함입니다. 개인화된 업무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관리자는 직원과 정기적으로 이야기하고 어떤 상황에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도입 중인 '주 4일제, 주 30시간대 근무'는 더 이상 위험한 시도가 아닌 시대의 흐름으로 국민의 삶과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전략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제는 더 '많이' 일하기보다 더 '잘' 일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닐까요?

    【 인터뷰 】알렉스 수정 김 방 / '쇼터: 하루 4시간만 일하는 시대가 온다' 저자
    "모두 함께 노력해야 '주 4일제'가 가능해집니다. 성공의 열쇠는 협력에 있죠. 다른 동료의 희생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노력했을 때 가능하죠. '주 4일제'는 사고방식을 바꾸고 더 자율적이고 효과적인 업무방식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인터뷰]



    △ 앤드류 반스 (Andrew Barnes) 

    -'주 4일 글로벌' 창립자

    -퍼페츄얼 가디언 대표 


    △ 알렉스 수정 김 방 (Alex Soojung-Kim Pang)

    -'주 4일 글로벌' 귝제 프로그램 총괄이사

    -'쇼터: 하루 4시간만 일하는 시대가 온다' 저자

    -Strategic Business Insight 싱크탱크 선임컨설턴트

    -마이크로소프트 객원 연구원

    -영국 옥스퍼드대 새드 비즈니스 스쿨 미래학 연구원


    △ 마리아 콜도위츠 (Maria Kordowicz) 
    -영국 노팅엄대 조직행동학 부교수 
    -심리학자

    △ 브래드포드 벨 (Bradford Bell)

    -미국 코넬대 인사조직전략 교수

    -코넬 인적자원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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