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그린 이코노미 ③] 전기차에 꽂힌 미·중, 기후위기 해결 위한 착한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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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7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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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동 취재] 안미연, 정혜련, 박로진 기자



    안미연 기자: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도입하는 가운데 청정에너지 붐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강대국이자 탄소배출 1,2위 국가인 미국과 중국은 정치·경제·군사·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패권 경쟁을 벌여 왔는데요.

    그 경쟁이 기후위기 대응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기후위기 대응은 한마디로 말해 경제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는 자국 내 제조를 촉진하고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이하 반도체법)'에서 잘 드러납니다.

    지난해 통과된 IRA의 보조금 대상인 녹색 에너지 중에서도 전폭적인 세제 혜택을 받는 분야는 전기차(EV)와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을 중심으로 한 배터리 산업입니다.



    2022년 기준, 기후위기의 주범이라 불리는 석유의 전 세계 사용량 중 25% 이상은 자동차에 쓰였는데요.

    에너지 부문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있어서도 자동차는 약 10%를 차지했습니다.

    휘발유나 경유를 동력원으로 쓰는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이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필수적인 이유입니다.

    【 인터뷰 】김필수 /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무공해차, 특히 전기차나 수소차 같은 보급은 필연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국제사회에서 지구 온난화 가스에 대한 규제가 점차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나 수소차 같은 무공해차가 보급되는 것은 필연적이어서 앞으로 기준이 더 강화되면서 보급속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안미연 기자: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앞다퉈 전기차를 선보이고 있는 현재, 전기차 시장에서 독점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입니다.


    2022년 기준,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의 약 60%를 차지했는데요.
     
    중국에서 판매되는 차량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30%인데 비해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비중은 7%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일찌감치 전기차와 배터리를 미래 산업으로 선택해 집중해 온 중국 정부는 지난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전기차 시장을 육성해 왔습니다.

    【 인터뷰 】권용주 /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
    "2000년대 초반에 중국이 제아무리 지금 내연기관 자동차산업을 육성하더라도, 앞으로 300년이 가도 유럽과 미국을 따라가기 어렵다고 판단을 했던 겁니다. 그런데 기후변화라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대명제가 규제 예측으로 들어오니까 중국은 언젠가는 전기차가 대세가 되겠구나라고 판단해서 그 때부터 전기차에 집중을 한 거죠."

    중국이 전기차 강국으로 부상한 배경에는 보조금과 세제 혜택 등을 통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치열한 내수 시장의 경쟁이 있었는데요.

    여기엔 전기차 분야의 선도 기업인 테슬라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테슬라 공급망에 없어서는 안될 부분이기도 한 중국에서 테슬라는 경쟁을 부추김으로써 시장의 활성화를 도왔는데요.

    2018년,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와의 합작회사 없이 중국 내 제조공장을 설립한 첫 해외 자동차 기업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의 확대와 함께 '제2의 테슬라'를 꿈꾸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전기차의 상징인 테슬라도 결코 안심할 수 없게 된 지금.

    기업 간 치열한 가격 경쟁 속 테슬라 또한 전기차 증산에 필수적인 배터리 수급 문제 해결과 비용 절감을 위해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김필수 /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테슬라는 전기차 혁신의 아이콘이면서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제작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타사에 대비해 OTA, 실시간 무선 업데이트 기능이라든지 또는 오토파일럿 같은 자율주행 기술이 타사에 대비해서 뛰어난 기능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서 기술 격차가 많이 좁아지고 있어서, 실시간 무선 업데이트나 자율주행 기술이 높아지고 있어서, 격차가 거의 없어졌다고 볼 수가 있는데 특히 현대차그룹 같은 경우에는 빠른 추격자를 넘어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의 역할을 충분히 진행하고 있어서 격차가 거의 없어지고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인터뷰 】권용주 /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
    "보조금은 밑도 끝도 없이 끝없이 줄 수 있는 돈이 아닙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사라지게 되고 사라지는 만큼의 경쟁력을 제조사가 가져가려면 기술적으로 배터리에 대한 에너지 밀도를 높이거나 아니면 소재를 바꾸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되는데 제조사는 기술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담으려고 하는 에너지 밀도 향상에 주력을 하게 되고, 그게 결국은 가격 경쟁력으로 연결이 되는 것이죠"

    안미연 기자:
    혁신을 거듭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바로 배터리입니다.

    전기차 제조는 물론, 재생 에너지 모든 분야에 필수적 요소로 넷제로 달성에 있어서도 핵심적인 부분이죠.

    원유가 20세기 자원의 핵심 원료었다면 리튬을 비롯해 니켈, 구리와 같은 배터리의 필수 원료는 21세기 전기 경제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요.

    이에 각국은 배터리 분야의 기술패권을 쥐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 인터뷰 】브래드 글로서먼 / 태평양포럼 선임 고문
    "이들 기술 개발 경쟁에서 앞서가는 국가가 21세기 선도국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이들 기술이 어떤 표준을 설정하고 더 큰 사회적, 경제적 성장을 위한 기반 마련을 결정할 기본적인 기술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우리는 첨단 군사기술 분야의 AI·양자컴퓨터 기술에 많은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요. 하지만 실제로는 더 넓은 이용 사회와 이러한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정복하는 기업의 능력이 세계 리더십을 결정지을 주요 요소입니다."

    안미연 기자:
    배터리 생산과 관련한 중요한 이점을 가지고 있는 나라 역시 중국인데요.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을 비롯해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수많은 물질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지난 십수 년간 녹색기술에 대한 자본 투자와 핵심기술 수입을 통해 녹색기술 시장을 독점해 왔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실상 미국은 자신들만의 게임에서 중국을 상대로 싸우고 있는 셈이죠.

    선두인 중국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많은 돈일테죠. 총 3,690억 달러에 달하는 미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기후변화 대응 지출을 담고 있는 IRA는 이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안미연 기자:
    중국 없이 전기차 배터리 만드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요?

    【 인터뷰 】권용주 /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
    "중국이 공급망을 갖추는 데 약 15년에서 16년 정도가 걸렸는데 미국은 이 기간을 불과 5년 이내로 단축하고 싶은 겁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5년 이내 중국을 벗어난 공급망을 구축하게 되면 중국이 아니어도 충분히 경쟁이 가능하겠죠. 그래서 지금은 IRA를 가만히 보시면 완전히 중국을 배제하지는 않았어요. 중국산 일부 소재는 들어와도 됩니다. 왜? 없으면 불가능하니까. 그러나 이것을 5년 이내 독립시키겠다고 하는 거죠. 그때는 배제하겠죠."

    안미연 기자:
    실제 미국은 IRA 발효 이후 전기차 소비자를 위한 전기차 충전소 마련과 보조금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는데요.

    북미에서 생산·조립된 전기차만을 대상으로 최대 7천500달러, 우리돈 약 1천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IRA를 두고 앞서 유럽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동맹국들은 외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 인터뷰 】태미 오버비 / 前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
    "(IRA의 세부 지침인) 배터리 부품 비율과 전기차 보조금에 대한 내용은 한국 전기차와 한국 배터리뿐만 아니라 일본과 유럽에도 영향을 미쳤는데요. 이에 대해 정말 많은 사람들, 많은 나라들이 당황해 하며 불쾌감을 나타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IRA)법안에 서명한 날로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국에서 제조된 현대 전기차는 상당한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결과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죠. IRA 발효 직후 판매량이 13% 정도 감소했습니다."

    안미연 기자:
    전기차의 대부분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경우, IRA 대응 전략으로 보조금을 동일하게 받을 수 있는 리스와 렌탈 전기차 등 상업용 전기차의 비중을 늘려오고 있는데요.

    내연기관 차량만 생산하던 현대차 앨라배마공장과 기아 조지아공장의 전기차 생산 비중 또한 점차적으로 늘려나갈 방침입니다.

    여기에 더해 현대자동차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은 미 조지아주 바토우 카운티에 전기차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건설, 오는 2025년 완공해 가동할 계획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현재 조지아주에 빠르게 건설하고 있는 전기차 전용 공장 역시, 당초보다 빠른 내년 하반기에 가동할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전기차 가격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가운데 북미 전기차 생산체제가 갖춰지는 1년여 동안 현대·기아차는 IRA에 따른 보조금 혜택 없이 타사와 경쟁을 계속 해나가야 하는 상황인데요.

    하지만, 브랜드가 갖춘 경쟁력은 결코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 인터뷰 】김필수 /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면서 잘 나가고 있습니다. 최근에 들어오면서 전반기 현대·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이 14조원 넘어서고 있고요, 올해 20조원을 넘을 것이 거의 확실시 되어가고 있습니다. 일반 대중 브랜드는 물론이고요, 제니시스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 같은 경우에는 미국과 대한민국에서 100만 대를 넘길 정도로 성공적으로 안착이 됐고요. 또 중국과 유럽 공약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는데, 독일 같은 경우에는 벌써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서 앞으로 기대감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중대형 전기차 같은 경우, 테슬라가 두려워 할 정도로 현대·기아차가 치고 나가고 있는 부분들은 앞으로 이 미래 모빌리티를 선도한다는 측면에서 더더욱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인터뷰 】태미 오버비 / 前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
    "저는 현대·기아차가 지금보다도 더 잘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이유는 현대·기아차 리더십이 매우 집중적이고, 매우 전략적이기 때문입니다. 정의선 회장은 모터트렌드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죠. 한국 자동차 기업의 CEO가 미국 자동차 전문지 1면에 실린 겁니다. 현대·기아차가 요즘 얼마나 잘 나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안미연 기자:
    IRA를 둘러싼 불공정 경쟁에 대한 우려는 현재 IRA를 따라잡기 위한 방법 모색으로 바뀌고 있는 모양새인데요.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 모두 더 많은 기업이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또는 새로운 투자 유치를 위해 보조금을 도입하는 등 IRA 닮은꼴 정책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대국들이 경쟁력 있는 기후위기 대응 기술개발을 서두르는 한편,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투자가 이어지고, 녹색 일자리가 증가하며, 경제 활성화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이렇듯 미국의 IRA는 세계 청정에너지 및 기후기술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습니다.

    【 인터뷰 】크리스 밀러 / <칩 워> 저자
    "한국 기업들이 가진 전문성을 보면, 예를 들어 전기차나 메모리 칩과 같이 중요한 부품 제조에 있어 한국 기업들이 업계 선두주자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자기기나 자동차와 같은 중요 분야의 글로벌 공급망에 있어서도 한국 기업들은 좋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기업들은 두 분야의 공급망에서 대체 불가능한 부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미연 기자:
    기후 정책에서 세계를 주도하려는 중국의 위상이 계속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이 중국을 배제한 채 홀로 녹색전환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해선 많은 전문가들이 회의적입니다.

    기후위기가 신패권 전쟁의 무기가 되어버린 지금, 청정에너지 미래에 개발도상국들의 자리가 마련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 또한,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대응과 넷제로 달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겠죠.

    【 인터뷰 】트로이 스탠가론 / 한미경제연구소 선임국장
    "미국과 중국이 실제로 협력할 필요가 있는 몇 안되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기후위기입니다. 중국의 경우, 자국 내 시장경제 발전을 위해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시행해 왔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전 세계 어느 곳보다도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나라이기도 합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보유국으로 전기차 비중을 높이고 있기도 하죠. 이렇듯 중국은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와 관련해 중국과 더 많은 협력을 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요? 그것은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데 기여하는 일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 크리스 밀러 (Chris Miller)
    -<칩워: 누가 반도체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인가> 저자
    -미국 터프츠대 국제정치학 교수
    -진 커크패트릭 방문 연구원
    -외교정책연구소(FPRI) 선임연구원

    △ 태미 오버비 (Tami Overby)
    -알브라이트 스톤브릿지그룹(ASG) 수석 고문
    -前 미국상공회의소 (USCC) 아시아 담당 부회장
    -前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대표
    -前 맥라티 어소시에이츠 선임 고문

    △ 트로이 스탠가론 (Troy Stangarone)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국장
    -미국 조지 메이슨대 소속 한국 대통령 자문위원
    -미 외교협회(CFR) 연구원
    -로버트 토리첼리 전 상원의원 외교통상 자문

    △ 브래드 글로서먼 (Brad Glosserman)
    -태평양포럼(Pacific Forum) 前 국장, 現 선임 고문
    -일본 다마대 룰형성전략연구소CRS 부소장, 교수
    -<피크 재팬> 저자

    △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
    -자동차 칼럼니스트
    -<자동차의 미래 권력> 저자

    △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
    -한국퍼스널모빌리티(PM)산업협회 회장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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